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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김종철

규범화

2021년 2월 3일 by 이상한 모자

다른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모든 논의가 지켜야 할 일과 아닌 일로 귀결돼 도식화 되는 세태에 대해 생각했다.

얼마 전에 정의당 김종철 사건에 대해 방송에서 얘기를 하는데, 진행자가 일이 일어난 곳이 실내가 아니라 실외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거였다. 거슬렸다. 그게 중요한가? 진행자는 성폭력이란 말을 성추행으로 정정하려고 하기도 했다. 이건 안 되겠다 싶어서 한 마디 했다. 가령 박원순 사건에서 피해호소인이란 말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더냐… 성폭력이란 범주는 너무 넓으니 성추행으로 명명하자 라는 게 그 문장 자체만 놓고 보면 옳은 얘기일 수 있으나 실내가 아니고 실외란 말과 결합된다면 그건 문제인 것이다. 그러니까 뭐라고 부를 거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게 어떤 맥락이냐는 게 중요하다.

피해호소인이란 단어가 처음에 등장한 맥락은 ‘피해자 지위 박탈’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었다. 만약에 박원순 사건 당시 여당이 올바른, 또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 단어를 썼다면 나름의 설명이 가능했을 거다. 그러나 아니었다. 나중에야 밝혀진 거지만 자기들끼리 모여서 실제 피해 사실의 소극적 부정을 목적으로 이 단어를 쓴 게 사실이란 것도 드러났다. 피해호소인이란 단어가 맞냐 틀리냐가 아니라 이 맥락이 문제인 것이다. 얼마 전에 정춘숙 의원도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비슷한 얘기를 했다.

-민주당에서 피해호소인, 2차 가해 문제, 피소사실 유출 논란이 있었다. 정 의원은 피해자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고 주장했던데.

“피해호소인 문제는 많이 아쉽다. 이번 사건으로 어느 정도의 젠더 감수성을 갖고 있는가를 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피해호소인이라는 건 원래 있는 말이었는데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맥락으로 쓰냐의 문제가 있었다. 피해호소인이 문제가 된건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 느낌이 다르다는걸 알기 때문이다.”

나 같은 사람이 지 잘났다는 듯 떠들 문제가 아니지만 떠들고 쓰고 하는 일로 먹고 살기에 지난 주에 잡지에 사건에 대한 글을 보냈다.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49880.html

그랬더니 편집장에게 전화가 왔다.

잡지에 보낸 글에 대한 수정 요청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자기 맘대로 바꿔놓고 일언반구도 없는 경우다. 그런 편집장도 있었다. 일본에 대한 얘기였는데, 나중에 보니 글의 핵심 줄기를 바꿔 놓은 것이다. 항의를 했더니 “내가 특파원을 3년 반 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자기가 더 잘 아는 문제이니 외부 필자 글을 멋대로 수정한 것도 이유가 있다는 거였다. 지금 생각해도 이해는 안 된다. 너무 늦게 발견해 시간이 너무 없어 급해서 그랬다든지 뭐 하여간 둘러댈 말은 많지 않나? 어떻게 외부 필자에게 ‘너보다 많이 아는 내가 볼 때, 네 얘긴 틀렸고 그래서 고쳐줬다’는 취지의 얘길 당당하게 하지?? 저도 작은 매체이지만 편집장을 조금 해보았습니다. 외부 기고도 많았고요. 비문이나 맞춤법을 고친다든가 한 일은 있어도… 하여튼 기이하고 불쾌한 경험이었다.

아무튼 그러니까 다시 돌아와서… 내가 보낸 글은 절대 고칠 수 없다 고쳐선 안 된다, 이런 게 아니란 말이다. 이걸 먼저 분명히 하고. 편집장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거의 알아들을 수 없는 속도로 말을 했는데, 고발과 수사에 대한 대목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아예 빼달라는 거였다. 그건 곤란했다.

이런 얘기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고발의 의도를 의심할 수 있다. 그게 부적절하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공당이기 때문에 ‘선한 의도’의 고발도 있을 수가 있다. 어떤 지지자가 관음증적 시도가 아니라 내가 지지하는 정당 대표가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용서가 안 되니 고발하겠다는 식의 주장도 나올 법 하다. 공당은 어떻게 해야 할까?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고발은 안 된다’는 규범화는 필연적으로 친고죄 얘기로 가게 된다. 그러나 이건 익히 알듯 함정이다. 사건의 맥락에 따라,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수사기관의 개입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 사건이 그 맥락이 아닐 뿐이다. 따라서 ‘이 사건은 형사고발을 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하면서, 그 이상의 얘기를 해야 한다. 공중파에서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변호사의 멋진 글도 물론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런 거다. 왜 고발과 수사와 재판은 반드시 2차가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가? 그 시스템을 바꾸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아무튼 그런 취지를 설명했고 표현의 수위를 적당히 다듬는 선에서 마무리가 되었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장혜영 의원이 KBS 인터뷰에서 말씀을 잘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기계적으로 지켜야 하는 어떤 규범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개별 사건의 맥락 속에서 바람직한 해결 방식을 함께 찾아갈 것을 요청하는 정치가 중요하다.

“물론 일각에서는 제가 가지고 있는 공인으로서의 책무를 생각할 때 , 가해자를 명확하게 형사고발해서 법적인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도리라고 말씀하는 분들이 계신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런 견해에도 일견 공감하는 바가 있습니다.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제가 저 자신의 일상을 회복하는 길에 있어서 형사고소를 진행하는 것이 저에게 가져다 줄 여러 가지 고통들, 쏟아질 2차 가해와 여러 가지 관심과 끝없이 제가 당한 피해들을 소명하고 설명해야 되는 이 절차들을, 그 지난한 재판 과정에서 겪어야 되는 고통을 제가 겪고 싶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형사고소의 단계를 진행하지 않은 것이고, 당도 피해자인 저의 마음과 저의 결정을 존중해서 그렇게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점을 함께 이해해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김종철, 장혜영, 정의당

자괴감

2020년 10월 12일 by 이상한 모자

오늘 어떤 분이 당신은 이런 세상에 왜 정치평론가랍시고 그러고 있느냐란 질문을 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시대… 평론이라고 떠드는 게 다 무슨 소용인가? 내가 뭘 하든 대부분은 무관심이지만 가끔 반응이라고 있는 걸 보면 죄다 왜 자기들 편에 유리하게 말하지 않느냐는 것 정도이다. 지긋지긋…

그나마 기억에 특별하게 남는 건 원시인가 하는 분이 남의 그 염병할 페북 담벼락 글에다가 댓글을 달았댔나 했던 거였는데, 김어준 흉내나 내는 것이 급한 게 아니라는 취지였나 그렇다. 선거법 얘긴지 그게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였는데, 떠드는 걸로 먹고 산다는 이유로 그런 소리나 들어야 하나? 내 인생 전체에 대한 모독으로, 잊을 수 없다.

아무튼. 내 대답은 두 가지란 거였다. 첫째, 먹고 살아야 한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어떻게 하겠나. 둘째, 엘리트 정치(이 용어도 쓰면 무조건 비웃음 당한다. 무슨 용어를 석박사님들이 이해하는대로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런 소리까지 들어야 하나???)와 유리된 인민들에게 누군가는 그런 정치를 설명 해설해야 하는 것 아닌가. 세상에 개입할 방도를 소비하는 것 외에는 찾을 수 없는 파편화 된 사람들에게 총체적 인식을 제공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뭔가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걸 통해서 더 나아가서 진정한 의미로서 참여하는 정치를 구현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어쩌구 뭐 그런 얘기. 그게 진심이냐란 물음이 다시 돌아오기에, 이런 자기 최면이라도 없으면 내가 어떻게 살겠는가 하고 답했다.

하도 그러니까 일부러 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카톡 텔레그램 이런 것도 안 하고. 이 염병할 페이스북 이런 것도 무슨 사건 나서 찾아봐야 되는 거 아니면 안 보고. 트위터는 뉴스계정만 팔로잉 해놨는데 그것도 없애야하지 않나 싶다. 블로그를 페이스북 페이지랑 연동한 것도 다 없애야 한다. 무슨 도움이 되나? 내 나름의 도를 지키려면 고독해져야 한다.

그런 와중에… 오늘은 저녁 방송에 김종철 님의 인터뷰가 있었다. 원고 작성을 빨리 끝내고 대기실로 가 감격의 상봉을 하였다. 옛날 얘기도 하고(그게 벌써 5년 전이다) 비하인드스토리 이런 거 좀 물어보고… 그러다 시간이 돼 인터뷰하는 장면을 지켜보며… 무슨 얘기가 나올까 잘 할 수 있을까 가슴을 졸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마음에 조금 안 드는 얘기도 있었지만 요즘 같은 때 전반적으로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이제 대표님도 되고 하셨으니 본인 아이디어를 과신하는 것에서 벗어나시라 이런 주제넘은 말씀도 드리고 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는데 정치도 마찬가진가 싶은 생각도 들고…

그렇다고 내가 뭐 어디가서 김종철 찬양을 하겠는가. 나는 내 기준대로 떠들 뿐이다. 그래도 남이 쓴 글 하나 붙인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0122041005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김종철

제2의 조국 사태

2020년 9월 8일 by 이상한 모자

추다르크가 재산이 56억씩 되는 것도 아니고 사기꾼 5촌조카가 있는 것도 아닌데 무슨 제2의 조국 사태인가. 그냥 아들 병역 문제지… 보좌관이 전화했다는 얘기 나온 날 누가 물어보기에 그랬다. 대한민국에서 군대 갔다 온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상하게 생각할 거다… 뻔한 거 아닌가?

그날 라디오 방송 아이템도 이 문제였는데, 병가 연장이 어쩌고 설명을 하고 있는데 진행자가 말했다. 그런데 이 내용을 우리가 다 알아야 해요? 그래서… 뭐 시간도 없고 중간 건너뛰고 결론으로 바로 갔는데, 검찰이 수사를 빨리 해야되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후 정치권 논란이 어떨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거라고 했다. 수사 결과 문제 있다고 하면 또 개혁에 저항하는 검찰이 어쩌고 할 것이고, 문제 없다고 하면 검찰은 못 믿으니 특검이나 이런 걸로 가야 된다고 할 거고… 얼마 전 무슨 글에도 썼지? 진상을 밝히라 하는 사람만 바보 된다…

또 며칠 전에는 대기실에 무슨 박사님이 있기에 하소연을 좀 했다. 요즘에는 진보가 뭐만 하면 다 해먹는다고 하고 무슨 말만 하면 양쪽에서 난리다. 무슨 통치의 합의구조가 있어야 될 거 아니냐… 의혹이 어느 정도 중한게 제기되면 일단 사퇴하고 명예회복을 노린다든지… 기사가 이 정도 나면 장관 임명은 포기한다든지… 대한민국 어디로 가는가.

어제는 또 한 명의 추씨, 추 전 의원님 엘지유플러스 문제에 대해 말했다. 그러면서 지도부 선거 얘기까지 갔는데… 옛날에는 진보가 뭐 한다고 그러면 시기상조이고 방법이 거칠 수는 있어도 방향은 맞다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게 다 없어졌다… 정파적 차원에서 선긋기도 좋지만 대의명분에서 우위를 어떻게 되찾을 것인가의 고민이 있어야 하고 추 전 의원 사례는 그런 근거가 될 때에야 쓴 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

썩은 정치 종쳐라, 저녁 때 쏘주 한 잔 나눌 수 있는 구청장 후보 종철이횽이 출마했다. 이제 이 분들도 50세… 세월이 야속하다. 본인만의 재치와 임기응변으로 상황을 바꾸고 돌파할 수 있다는 그런 근자감은 이제 버렸으면 한다. 소속은 다르지만 뭐 하여간 잘 됐으면 하는데, 잘 안 될 것 같고, 된다고 크게 달라지지도 않을 것 같고, 그럼에도… 이 분들 생각하면 마음이 늘 복잡하다. 그만하고 좀 자야겠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김종철, 조국, 추미애, 추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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