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적 세계관과 환원주의
오늘 보니까 어떤 분이 이대남과 게임적 세계관을 논하는 것은 환원주의라는 취지의 얘기를 했더라.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식의 논의가 오히려 어떤 경우엔 편리한 논법이 될 수 있다는 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가령 저 같은 사람이 게임적 세계관을 언급한다면, 그건 ‘이대남은 게임을 해서 그렇게 된 거다!’라는 단순한 주장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저는 젊은 남성이 몰입하는 게임과 그들과 긴밀히 연결된 게임 담론(여성의 신체-이미지에 대한 식민지화 포함), 그리고 그걸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신들의 ‘반대 동맹’, 다시 말하자면 ‘중국-북한-권위주의(전체주의)-진보-문재인-더불어민주당-페미니즘-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동맹에 결합하는 방식의 보수정치라는 하나의 모델을 얘기하는 거다. 그래서 지난 번에 게임을 금지시키자거나 게임 산업에 개입하자가 아닌, 게이머들이 게임 담론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얘기했다. 게임에 대한 얘기를 더 풍부하게 하고, 게임에 대한 비평을 더 살찌우자… 그런 얘기를 했더니 너처럼 잘난 게이머가 되라는 거냐 등 이상한 말씀들을 하셨지만…
이런 지적은 젊은 남성을 구성하는 유일한 요소가 게임이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그들을 특정한 영역으로 이끄는 많은 연결고리 중 하나가 게임적 세계관일 수 있다고 말하는 거다. 물론 이런 것도 저런 것도 여러가지 있을 수 있다. 그러면 그 얘길 또 다 같이 하면 된다.
내가 볼 때 오히려 문제는, 이대남이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하며 뭘 느끼는지를 정확히 모르면서, 그들의 사고방식을 추적해보려는 일체의 시도를 기성세대가 함부로 재단하면 안 된다든지, 이건 다 원래 기성새대의 책임이라든지, 2030은 괴물이 아니라든지 하는 이유를 들며 기피하려는 시도이다. 책임이 있기 때문에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를 규명해야 하고 무슨 소리들을 하는지 들여다는 봐야 하는 것 아니겠나. 뭘 일단 알기는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냥 자기들이 익숙한 틀, 양극화와 경쟁사회와 등등(이런 얘기는 저도 많이 했다) 이런 걸로만 지금 상황이 설명이 되는가?
숏폼 동영상이 유행한지도 한참 됐지만, 요즘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으면 숏폼 자체보다 숏폼에 달려있는 댓글을 한 번 열독해보시라. 그만 살고 싶어질 것. 마찬가지로 게이머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한 번 심취해 보시라. 성향이 극단적인 곳일 수록 좋다. 그런 쓰레기 같은 글들을 보면서 이건 너무 극단적인 예라거나 이런 예외적인 것들을 갖고 일반화 하면 안 된다거나 하면, 그건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일단의 사태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