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정서?
오늘 아침에는 올림픽과 반중정서에 대해 얘기했다. 신문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반중정서의 대선 영향 같은 거 쓰고 그러는데, 경거망동 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였다. 지금 올림픽이 이꼴인 것은 중국 공산당이 장기집권의 모순을 은폐하기 위해 국가주의 애국주의 민족주의 드라이브를 계속해온 것의 영향이고, 이게 스포츠에서 나타나는 대로 중국의 갈등유발적인 대외전략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지적을 할 거면 이런 근본적 구조를 해설하면서 글로벌 리더십이란 차원에서 한국이 뭔가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제언으로 이어져야지 대선과 반중여론 이런 타령을 할 게 아니란 거였다.
진행자가 갑자기 경제 얘기를 해서 나머지 얘긴 못했는데, 그것까지 해서 여기다가 부연을 좀 하자면. 중국 공산당은 자기들의 지배가 깨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역사적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이게 처음 하는 얘기가 아니고 옛날에 이재훈이라는 님과 같이 만들던 디스패치 아니 디스팩트라는 팟캐스트가 있었어요. 거기서 문정권 초기에 한 얘기임. 한겨레에 중국 책 내신 기자님도 오늘 칼럼에서 좀 언급하셨던데, 크게 보면 3개임. 첫째가 문화대혁명, 둘째가 천안문 사태, 셋째가 보시라이 사건임.
중국의 지배층이 볼 때 앞의 두 개는 통제되지 않는 대중적 동요가 공산당 지배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실증적 근거일 것이다. 보시라이 사건은 그런 일이 되풀이 될까 우려해 보시라이를 파국적으로 진압한 측면이 있는 사건이다. 즉, 문혁과 천안문을 막기 위해선 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중국민족주의 강화가 필요하고, 보시라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시진핑 1인독재가 필요하다는 게 지금 공산당 엘리트들의 합의인 셈. 이 과정을 시진핑계(태자당), 장쩌민계(상하이방), 후진타오계(공청단)라는 정파간 갈등과 대외적 환경의 구도로 치환해서 재구성해보면 최근에 제가 쓴 졸저에 등장하는 ‘반대의 정치’라는 개념이 중국을 어떻게 지금 상황으로 이끌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이 얘기도 책에 쓰려다가 너무 구성이 산만해지는 것 같아서 그만뒀음.
아무튼, 언론이든 지식인이든 근본적인 분석에 따른 제안으로 가야지 중국에게 한 방 먹었으니 우리도 한 방 먹이자는 식의 얘기에 편승하며 팝콘각이나 말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어떤 신문보니까 몇몇 나만엠지님들이 왜 반중이 안 됩니까 막 이렇게 써놨던데, 신문에다가 그러고 있고 한심하다… 누가 못하게 했어?? 열심히 하고 있잖아 이미. 대한민국 사람 중에 반중정서 없는 사람이 어딨냐. 세대별로 양상과 트리거가 다를 뿐이지.
다만 친미반공 드라이브의 반작용(이 반작용을 일부 언론은 운동권 특성으로 분석하던데, 아니다. 반-보수가 정체성이라 그런 것임. 제 책 읽은 분들은 뭔 소린지 아실 것)으로 안미경중 같은 거 말하는 건 좋은 얘긴 아니라고 본다. ‘경제는 중국’이라는 바로 그 틀이 ‘돈 때문에 할 말 못한다’는 굴종 이미지로 이어지는 것. ‘경제는 중국’이 아니고… 외교안보와 경제의 분리를 말하면서 글로벌 정치에서 한국이 해야할 외교안보적 역할이 뭐냐를 말하면 되는 것임.
물론 이건 좌파인 제가 자유주의 정치에 해드리는 어드바이스인 거고 좌파의 해법은 다른 데 있는데, 그건 홍명교 선생님이 쓴 책 같은 걸 읽어보시면 감이 오실 것이다. 홍콩 얘기 할 때 한 적 있는데, 구체적으론 다음 기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