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인생과 일기 쓰기

오늘은 가만히 앉아 있다가 갑자기 실패한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그냥 하루짜리 주관적인 생각이다). 어제는 무슨 폼을 잡으면서 평론가의 직업 윤리 같은 것을 말했지만, 평론가라고 자칭하고 다닐만한 근거가 이제 더 이상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평론가분들은 어쨌든 평론가로서 일하고 있는 거 같은데, 나는 요즘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평론을 하고 있는가, 내가? 좀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가보자. 지금, 평론이 가능한가? 지나친 일반화라면 다시 이 질문을 개인화 해보자. 나는, 지금 평론이 가능한 조건 속에 살고 있는가?

엊그제는 금정연 이연숙님이 조선일보 기사에 등장한 것을 보았다. 일기로 책을 낼 수 있고, 뭐 돈이 된다 그런 얘긴데… 반갑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그리고, 나도 일기를 쓸까 했다. 지금부터 진지하게 매일 매일 쓰면 한 5년치 묶어서 책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일기를 쓰면 좀 덜 실패한 인생이 될까? 하지만 아마 나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남이 이해하지 못할 괴이한 얘기가 많고… 일기에도 못 쓸 얘기가 너무 많을 거다.

언젠가 일기에 대한 대화를 의외의 인물들과 나눈 일이 있다. 의외로 일기 비슷한 것을 다들 쓰고 있다는 거였다. 어떤 사람은 중요 인물들의 비밀을 적고 있다고 했고(그게 일기인가??), 어떤 사람은 자기한테 뭔가 배려해준 일을 정리해놓는다고 하고… 꼼꼼하게들 산다.

오늘은 너무 더웠다. 어떤 이유로든 자전거를 탈 수 없었다. 내일 아침에는 탈 것이다. 라고 쓰고 있는 와중에 마침 배달마트 배달이 왔다. 이런 저런, 생명 유지에 필요한 것들을 산 가운데, 조그마한 조각 수박 같은 것을 샀다. 이제 그것을 먹을 것이다.

사족. 긴 글 이야기. 아래는 참세상에 보낸 글이다. 비슷한 글을 다른 데도 보냈는데 완전히 같지는 않다. 긴 글은 팔리지 않는 시대이므로, 일기를 써야 한다.

http://newscham.net/articles/1086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