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과 윤석열에 대한 글
참세상이라는 곳에 오랜만에 조금은 운동권스러운 글을 보내보았다. 그들은 올릴 글이 많아서인지 내 글은 조금 늦게 올려줬다. 지난 주 금요일에 쓴 글이다. 아래 내용은 지난 토요일날 프레시안 유튜브라든지 그런 데서도 좀 떠들었던 바 있다.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건가? 그렇지 않다. 큰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어떤 제도의 도입, 어떤 법안의 입법을 달성하면 특정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선전 문구의 무력함을 절감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그렇게 해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실망한 마음을 다잡고 애초에 불완전했던 요구안과 그 누구의 타협적 태도를 탓할 것이 아니다. 애초에 과정이 중요했음을 처음부터 모두가 알고 있는 게 중요하다. 그게 개헌이든 특정 법안의 쟁취든 더 아래로 향하는, 더 많은 민주주의의 끝이 없는 달성 과정에 불과하다는 현실 인식에 합의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합의는 누가 누구와 어디서 하는 것인가? 대중에 뿌리 박고 있는 진보의 저변이 넓으면 넓을수록 그것은 유효할 것이다. 그렇다면 세칭 진보정치는 그럴만한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진보의 역량은 지속적으로 유실되고 있다. 윤석열 탄핵소추안 가결을 가능케 한 하나의 축은 거리로 나온 시민이다. 시민이 손에 들고 나온 응원봉은 무엇을 시사하고 있는가? 그것은 시민이 더 이상 노조나 직장, 직군 등 노동자-생산자의 대표성으로 조직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의 시민은 특정 산업이 형성하는 소비, 기호 등으로 조직되어 있다. 거기에 모인 사람들 사이엔 분명 진보의 에너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진보의 역량으로서 조직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과 조건 속에서, 윤석열의 불법적 비상계엄 선포 덕에 낡은 1987년 체제가 다시 새롭게 회귀함으로써, 진보는 더욱 어려운 과제를 목전에 두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과제는 단지 양대 세력 중 한쪽을 비판하면서 다른 한쪽의 편을 들거나, 양쪽 모두를 비판하는 것으로만 자기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로는 달성되지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명확한 자기 비전과 로드맵을 기획하고 이에 합의하는 정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자각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방향은 앞서 언급대로 이미 정해져있다. 더 아래로 향하는 민주주의, 더 많은 영역에서의 민주주의, 영구히 지속 달성되는 과정으로서의 민주주의가 그것이다. 1987년 체제의 극복은 이러한 시도가 분명하게 이루어질 때에야 가능할 수 있다.
나는 제2의 윤석열 탄생을 방지하는 것 못지 않게, 어떻게 윤석열이 탄생하였는가를 되짚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윤석열의 탄생은 1987년 체제로부터 탈주 시도의 결과이고, 그 탈주 시도가 1987년 체제의 시작점으로 우리 모두를 옮겨 놓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언젠가 1987이라는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영화 1987이~ 생각이~ 납니다~ 라고 하던 이 자의 능청스러운 목소리가 기억이 나네요.
오늘 낮에도 모 유튜브에서 얘기했고 이전에도 얘기했고, 글로도 쓰고 했는데, 부정선거 얘기 그것도 머릿 속으로 물론 윤석열이가 믿었을 수 있지만, 나는 그게 본질이 아니라고 본다. 본질은 총선 결과를 엎는 것이다. 총선 결과를 엎어서 김건희 특검이 없는 세상을 만들려고 한 거고, 그 핑계를 대기 위해 부정선거 얘기를 끌어 온 거다. 이게 이렇다는 게 오늘 아니 이제 어제 한겨레 기사 같은 얘기로 다 증명된다. 3월달에 윤석열이 유난히 흥분해서 계엄 얘기를 해대서 이제는 말리지도 못할 지경이 됐다 하는거. 왜 3월이겠나. 선거 지면 너는 차라리 하야해라 라고 조선일보가 얘기하던 게 이 시기다.
전에 이런 얘기를 하는데 옆에서 모 기자가 “계엄 체제에서 선거 다시 했는데 또 야당이 200석 하문?” 이랬다. 그때 웃고 말았는데, 이제 보니까 윤석열이가 이것도 다 계획이 있었다. 최상목이한테 준 쪽지에 보면 계엄 입법부 만들어서 돈 줘라 하는 대목이 있지 않는가. ‘계엄 입법부’ 이게 뭐냐? 전두환 국보위 같은 거 아니냐?
이런 자에 대하여 자유민주주의 어쩌구 했던 그런 걸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인가? 그런데 그것이 바로 1987년 체제인 것이다. 이 다음부터 얘기하면 사람 이름을 열거해야 해서, 그니까 2021년에 누구는 무슨 글을 썼고 누구는 무슨 글을 또 썼고 그때 나는 뭐라고 했는데 등등 해야 해서 이만 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