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는 세상 걱정 하면서 좌파 얘기를 좀 했고 오늘은 책에 대한 얘기를 했다. 게임들 하느라 책 안 읽는 사람들 생각을 하면서… 언젠가 기회가 되면 고전게임 평론 시리즈를 써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가령 최근에는 역시 하얀마녀를 정주행했는데 말이지. 소싯적에 다 깨버린 게임이니까 또 고생하긴 그렇고 메모리 에디트를 해서 레벨을 최대로 올려놓고 전투는 거의 다 스킵하다시피 했으니까 순식간에 끝까지 돌파해버린 것이었다. 더군다나 이 게임은 스토리가 거의 전부인 게임 아닌가. 이 시점에서 사실, 어떻게 보면 이건 게임라기도 뭣하지. 그러나 그게 뭐든지, 어떻든지 간에, 오랜만에 해도 역시 감동이… 하얀마녀를 하고 감격해서 입사한 녀석들! 궤적 시리즈 같은 클리셰 모음집이나 만들고 말야. 이스는, 이스는 이제 그게 뭐냐!
만약에 나더러 가가브 시리즈를 갖고 평론을 하라고 한다면, 핵발전에 대한 얘기라고 하겠어. 마법은 핵이고 해주파는 방사능이고… 해결이 안 되는 폐기물, 서로 떠넘기는 인간, 파괴되는 세계… 임마!
그런 의미에서 마녀의 순례는 의미심장하지. 돌을 맞으면서도 외롭게 가는 거야. secret(엊그제 좌파 얘기를 하는데 이 단어가 반복 언급되었음)을 안고서. 중요한 건 마녀들이 비밀을 감추려고 하는 게 아니라, 알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비밀은 감추기 때문에 비밀이라기 보다는, 알리면 탄압당하기 때문에 비밀이다. 그렇게 비밀의 씨앗을 뿌려놓고, 자취를 감췄다가, 결정적 순간에 그것으로 세상을 구하게 하고, 그것으로 복권되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권력을 잡는 모든 방법은 일시적인 것 뿐인데, 일시적 승리는 종국적 패배를 의미한다. 영원히 사는 방법은 오직 죽는 것 뿐이다.
이런 착한 게임을 좀 더 만들으라고 일본 녀석들아! 겉멋 든 세상 무관심 무기력 실제론 개능력자 오빠 멋져 이런 주인공 등장 게임 그만 만들고… PC98 버전을 한글화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가 PSP 버전을 한글화 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이건 음악은 멋지지만 화면이 너무 좁아서 좀 그렇다.
언젠가 나이를 먹으면 RPG 메이커로 나만의 일본식 RPG 게임을 만들 것이다. 그것은 386들이 나이를 먹으면 소설을 쓰겠다고 한 것과 비슷한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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