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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정치 사회 현안

이동관의 미디어 생태계 복원이란 무엇인가?

2023년 7월 29일 by 이상한 모자

매일 아침 신문을 읽지만 아무래도 놓치는 것들, 혹은 가볍게 보고 잊어버리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 있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부지기수겠지. 그래서 일간지 칼럼 등을 모아놨다가 한 번에 다시 본다. 읽은 것을 또 읽는 것이다. 조중동과 한겨레 경향이 다 포함된다. 마침 금요일 밤 방송도 짤렸으니 시간이 많아져 여러 생각을 했다.

그러한 와중에 오늘 이동관씨가 한 말에 대해 잠시 생각한 바가 다시 떠올랐다. 이동관씨는 이렇게 말했다.

“공정한 미디어 생태계의 복원, 자유롭고 통풍이 잘되고 소통이 이뤄지는 정보 유통 환경을 조성하는 데 먼저 총력을 기울이려 한다”, “이제 대한민국에도 영국 BBC 인터내셔널이나 일본 NHK 국제방송처럼 국제적 신뢰와 인정을 받는 공영방송이 있어야 한다”, “넷플릭스처럼 콘텐츠 거대 유통 기업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원’이라는 것은 뭔가 이전의 좋았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뒤이어 나온 문구들을 보면 그것은 복원이 아니라 비가역적 변화, 가지 않은 길을 가려는 시도로 느껴진다. ‘BBC나 NHK’를 예로 든 게 아니라 ‘BBC 인터내셔널이나 NHK 국제방송’을 말한 걸 보면 그렇다. 지금까지 정부 여당 행태의 맥락과 연결해보면, 이건 결국 공영방송이 국내적 쟁점에 대해 관점이나 논조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냥 뉴스 읽는 정도로나 하고, 굳이 심층적인 걸 하고 싶다면 국제뉴스를 다루라는 것 아닌가?

그런데 여기서도 NHK 국제방송에 대해선 한 마디 안 할 수가 없다. 일본의 경우 NHK 국제방송이 언론의 역할이 아니라 일본 정부의 입장을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돼왔다. 그짓말 같냐? 2014년에 한국의 공영방송 장악 방식으로(경영위원회 위원을 친정권 인사로 꽂고, 그들이 친정권 인사를 회장으로 선임하는 방식) 선임된 모미이 가쓰토 당시 NHK회장님이 취임 기자회견에서 국제방송에서의 영토 문제 등을 다루는 방식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우’라고 하는 것을 ‘좌’라고 할 수는 없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하여는 어느 나라에서나 있던 문제이므로 일본만 문제 삼을 것은 아니라는 식으로 말했다. NHK 국제방송이 자기들 입장을 해외에 알리는 나팔수가 되기를 바랬던 정권의 바람을 반영한 것이다. 한 마디 하고 만 게 아니라 실제 정권 차원에서 그러한 일이 기획되고 추진되었다.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일본 총무상은 5일 “우리나라의 생각이나 매력을 세계에 정보로 발신하는 것의 중요성이나 (이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를 담당하는 우리나라 유일의 국제방송인 NHK국제방송의 존재 방식 등을 조속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NHK가 전했다.

신도 총무상은 이를 위해 NHK국제방송을 담당할 `전문가 모임’을 설치하겠다고 밝히고 이 모임은 “NHK국제방송이 어떤 형식으로 어떤 내용을 방영해야 더 좋아질 것인지, 국제방송이나 일본의 정보 발신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다시 검토하고 점검하자는 것이 가장 큰 취지”라고 설명했다.

https://www.yna.co.kr/view/AKR20140805179500073

이런 흐름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라는 어떤 신문은 아베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라며, 만일 2023년 한국에서 했으면 괴담세력의 괴담같은 얘기가 됐을 주장을 용감하게 사설로 제기하기도 했던 것이다.

FT는 9일(현지시간) ‘아베의 국수주의, 걱정스러운 전환’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아베 총리가 부상하는 중국이 위협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자신의 국수주의 어젠다를 더욱 강력히 추진하면서 일본 민주주의에 우려할만한 영향을 일부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아베 총리가 임명한 NHK 경영위원 4명 가운데 1명도 난징(南京) 대학살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으며 또다른 경영위원은 여성의 ‘합리적인’ 위치는 가정이라는 발언도 했다.

NHK는 9일 치러진 도쿄도 지사선거를 앞두고 원전쟁책이 선거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원전산업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억압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

신문은 이어 아베 총리의 계획은 지속적으로 토론을 방해함으로써 여론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리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베 총리가 상대적으로 열린 일본 사회를 공격하는 구실로 중국 위협론을 사용할 경우 비극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https://www.yna.co.kr/view/AKR20140210084700009

물론 우리는 일본이 아니기에 양상은 다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방금 FT의 2014년 사설에서 오늘날의 정세를 읽을 수 있듯, 본질적으로는 유사한 무언가의 역할을 요구하게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리고 그건 앞에 썼듯 ‘복원’이라고 보기 어렵다.

별 뜻 없이 한 말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경험해 본 바 있기에 빈말로 들리지 않는다. 뒤에 넷플릭스 얘기도 그냥 한 얘기는 아니지 않나 싶은데, 뭐 차차 보면 알겠지요.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NHK, 이동관

김연경 선수 스쳐지나간 얘기

2023년 7월 27일 by 이상한 모자

두통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병원에 다니고 있다. 강남까지 가야하는데 마침 방송도 다 짤려서 시간도 많으니 잘됐지 뭐냐.

오늘 병원 건물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키가 무지 큰 사람이 갑자기 뒤에서 오더라. 슥 봤는데 김연경 선수가 아닌가!? 나는 4층 가고 그 양반은 다른 층 가는데, 그 찰나의 순간에 많은 고민을 했다. 어떡하지… 인사를 해야 되나…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해야 되나… 근데 그게 오히려 민폐 아닌가… 내가 배구팬도 아니고 TV도 안 보는데… 그래서 결국 아는 척도 못하고 엘베에서 내렸다는 얘기…

그건 그렇고, 병원에서 도수치료를 받는데 거액의 치료비를 선결제했다. 두통만 없애준다면 억만금이라도 낼 수 있겠다는 심경이었다. 도수치료는 처음 받아보는데, 놀라웠다. 근육과 신경에 통달한 분인지, 그냥 터치만 딱 해도 어디가 문제인지를 알더라. 처음에 만질 때는 아프던 부위가 몸을 이렇게 저렇게 막 우두둑 꺾고 어쩌고 한 후에 만질 때에는 안 아프게 되는 것이 신기했다.

어쨌든 치료사 센세의 설명대로 하면 내 몸은 거의 쓰레기에 가깝다. 근육을 늘리는 스트레칭도 무리이니 하지 말라고 한다. 일단 팔을 곧게 펴는 연습부터 하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센세의 걱정은… 두통의 원인은 어깨지만 지금대로면 어깨를 바로잡아도 문제가 허리로 갈 수 있다… 왜냐면 실제로는 어깨부터 발끝까지 다 문제이기 때문… 그러니까 상체의 경우 특정 부위의 신경을 건드리면 팔이 찌릿찌릿 하는 반응이 있는데, 하체는 신경을 건드려도 발에 반응이 없다. 센세는 “충격적”이라고 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내가 뭘 그렇게 잘못 살았는가…

진통제와 더불어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았는데, 약국의 약사가 조금 이상하게 생각하는 눈치였다. 중독되는 거 아니겠지? 그러면서도 모처럼 평일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생각도 들었다. 평소엔 일찍 누워도 제대로 잘 수 없다. 근데 이거 신경안정제 먹고 잠들었다가 새벽 4시에 못 일어나게 되는 거 아닌가? 그나마 남은 프로그램도 짤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걱정이다. 그런 일이 생기면 주간 아니면 일간 김민하 같은 걸 구상을 해서 여러분의 코 묻은 돈을 빼앗는 거밖에 방법이 없다.

앞으로 먹고 살 길을 생각하느라 집중이 잘 되지 않지만, 조금 쉬고 휴가 가신 분 땜빵하러 나가야 한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두통, 재활의학과

이상보다 현실, 말보다 주먹

2023년 7월 24일 by 이상한 모자

학생인권조례부터 손봐주자는 윤통의 주장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이것은 이념투쟁이다… 윤통의 지시가 나오기 직전인 오늘 아침에 쓴 글인데, 이런 대목이다.

정부 여당이 해결책이 아닌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일은 결국 정치적 이념적 대결구도를 상정하지 않고는 이해가 불가능하다. ‘인권만 강조하다 이 사달이 났다’는 식의 스토리텔링은 수해 대응에서도 드러난다. 대통령은 얼마 전 환경부를 질타하며 “물관리 업무를 가져갔으면 예방을 제대로 하라”고 했다. 주무부처를 질타할 수 있지만 굳이 “물관리 업무를 가져갔으면”이라는 전제를 붙인 것은 전 정권에서 시행된 물관리 일원화를 겨냥한 것이며, 환경부가 ‘안전’보다는 ‘환경’에 방점을 찍고 치수 업무를 해온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라는 언론의 해석이 있었다.

(…)

정권의 이런 태도는 결국 수해를 고리로 해서 ‘4대강 사업 명예회복’ 등을 노리는 정치적 행보로 해석할 수 있는데, 앞서 교육 문제까지 포함해 좀 더 넓게 본다면 특정한 이념적 접근을 반복하는 것으로도 읽을 수 있다. 그것은 ‘이상이 아닌 실질’이라는 식의 냉소적 체념적 세계관을 재생산하는 것이다. 학생 인권만 강조하고 교권을 외면했다, 환경만 강조하고 안전을 도외시 했다, 가짜평화를 주장하며 스스로 힘을 약화시켰다는 등의 주장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과학 대 괴담’ 구도와 무슨 문제제기만 하면 ‘가짜뉴스’와 ‘선동’이라고 반응하는 태도 역시 이와 관련이 있다.

종합하면 결국 ‘전 정권은 이상을 앞세운 이념으로 접근해 망친 문제를 우리는 실용적 실질로 접근해 성공을 거둘 것이다’란 주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구도를 더 확대하면 이 정권이 생각하는 통치란 정치적 타협이나 합의를 이뤄내는 이상이라기보다는 법적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 더 먼저이며, 법적 책임을 추궁하는 것보다 법을 적용할 대상을 실용적으로 선택하고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더 먼저이다. 즉 정치보다는 법, 법보다는 주먹 즉 곤봉이 앞서는 것이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5735

팩트타령 선동타령 다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문제가 아니라(지난 번에도 썼듯 민주당은 잊어버려라!) 이른바 진보의 생각과 방식 전반에 대한 공격이다. 일전에 경향신문에 쓴 ‘먹어도 안 죽어’ 세계관이다. 이것을 느껴야 한다. Feel the Bern~~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학생인권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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