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선수 스쳐지나간 얘기
두통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병원에 다니고 있다. 강남까지 가야하는데 마침 방송도 다 짤려서 시간도 많으니 잘됐지 뭐냐.
오늘 병원 건물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키가 무지 큰 사람이 갑자기 뒤에서 오더라. 슥 봤는데 김연경 선수가 아닌가!? 나는 4층 가고 그 양반은 다른 층 가는데, 그 찰나의 순간에 많은 고민을 했다. 어떡하지… 인사를 해야 되나…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해야 되나… 근데 그게 오히려 민폐 아닌가… 내가 배구팬도 아니고 TV도 안 보는데… 그래서 결국 아는 척도 못하고 엘베에서 내렸다는 얘기…
그건 그렇고, 병원에서 도수치료를 받는데 거액의 치료비를 선결제했다. 두통만 없애준다면 억만금이라도 낼 수 있겠다는 심경이었다. 도수치료는 처음 받아보는데, 놀라웠다. 근육과 신경에 통달한 분인지, 그냥 터치만 딱 해도 어디가 문제인지를 알더라. 처음에 만질 때는 아프던 부위가 몸을 이렇게 저렇게 막 우두둑 꺾고 어쩌고 한 후에 만질 때에는 안 아프게 되는 것이 신기했다.
어쨌든 치료사 센세의 설명대로 하면 내 몸은 거의 쓰레기에 가깝다. 근육을 늘리는 스트레칭도 무리이니 하지 말라고 한다. 일단 팔을 곧게 펴는 연습부터 하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센세의 걱정은… 두통의 원인은 어깨지만 지금대로면 어깨를 바로잡아도 문제가 허리로 갈 수 있다… 왜냐면 실제로는 어깨부터 발끝까지 다 문제이기 때문… 그러니까 상체의 경우 특정 부위의 신경을 건드리면 팔이 찌릿찌릿 하는 반응이 있는데, 하체는 신경을 건드려도 발에 반응이 없다. 센세는 “충격적”이라고 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내가 뭘 그렇게 잘못 살았는가…
진통제와 더불어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았는데, 약국의 약사가 조금 이상하게 생각하는 눈치였다. 중독되는 거 아니겠지? 그러면서도 모처럼 평일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생각도 들었다. 평소엔 일찍 누워도 제대로 잘 수 없다. 근데 이거 신경안정제 먹고 잠들었다가 새벽 4시에 못 일어나게 되는 거 아닌가? 그나마 남은 프로그램도 짤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걱정이다. 그런 일이 생기면 주간 아니면 일간 김민하 같은 걸 구상을 해서 여러분의 코 묻은 돈을 빼앗는 거밖에 방법이 없다.
앞으로 먹고 살 길을 생각하느라 집중이 잘 되지 않지만, 조금 쉬고 휴가 가신 분 땜빵하러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