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걱정
처방전대로 안경을 맞추러 갔다. 이런 저런 사정을 이야기 하면서 여분의 안경을 주며 처방전대로 맞춰달라 했다. 안경점은 안경테를 팔고 싶은 것 같았지만 그냥 있는 걸 쓰기로 했다. 그리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 식사를 하고 또 작업을 위해 일찍 떠나려는데 안경점에서 전화가 온 거였다. 처방전에 PD값이 이전보다 10밀리미터가 줄어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거냐? 병원에 전화해서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상식적으로는 오기일 것이다. PD값이라는 건 동공 사이의 거리인데 굴절하고는 관계가 없고 프리즘 처방도 한 바 없으니 그걸 10이나 줄일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사위든 사시든 편위든 아무튼 그 문제를 확인하긴 했으니(헤스 스크린 테스트를 했는데 문제가 있었다) 혹시 이 문제 관련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병원에 전화를 했는데 이런 전화가, 특히나 요즘 같은 때에, 더군다나 큰 병원에… 연결이 잘 될 리가 없다. 수차례 시도하여 간호사와 연결이 되긴 했는데 자긴 접수 담당에 불과하다며 설명을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전달만 해달라고 우기는 데까지는 했으나 답변을 언제 들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왜 안경 하나 맞추는 데에도 이 고생을 해야 하는가? 눈이 왜 이렇게 되었는가? 왜 이렇게 되었느냐면, 원래 그렇게 생긴 눈이기 때문이다. 원래 그렇게 생겼는데 젊어서는 조절력으로 버텨왔으나 나이를 먹어서 이제 조절력에 한계가 온 것이다. 안검하수도 그런 거고… 사시가 생긴 것도 뭐 비슷한 이유다. 하나의 균형이 무너지니까 다른 모든 것의 균형이 순차적으로 무너지고 있는 중인 거다.
우리가 눈빛이라고 그냥 표현을 하는데, 사실은 눈빛이라기 보다는 초점일 거다. 눈의 초점이 잘 맞는 느낌의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다. 눈의 초점이 안 맞는 상태인 사람의 눈을 보면 눈빛이 이상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근데 그건 뭐냐, 양안시의 문제인 거다. 그런 문제는 왜 생겼는가? 나처럼 나이를 먹어서든지 뭐 그런 문제 아니겠나? 눈에 조여져 있던 나사가 점점 풀리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까, 문득 내가 무너지고 있구나 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 생각에 이르렀는데,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역시 오기였다고 한다. 우울한 기분은 가시지 않았다. 방법도 없고…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질 것 아닌가?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렇게 뭔가를 읽고 쓰고 할 수 있는 것도 의외로 얼마 시간이 남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망상에 사로 잡히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 쓰니 빨리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