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시
안경점에 갈 때마다 고생이다. 오른쪽 눈의 시력 측정이 잘 되지 않는다. 기계로 잰 다음 그것에 맞춰서 렌즈를 이것 저것 끼워보면 이상하게 맞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그런다. 그런 상태로 안경을 대충 맞추고, 그 안경에 적응해왔다. 그런데 그게 나이를 먹고 눈의 조절력이 저하되면서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오른쪽 눈의 초점을 맞추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거다.
수습 불능의 상황이 됐다는 생각에 며칠 전에 안경 렌즈를 새로 맞추기로 했다. 한 2년 전쯤에 간 안경점에 다시 갔다. 주인 아저씨가 잘 해줬다는 기억 덕분이다. 기계로 시력 측정을 하니, 주인 아저씨가 눈 상태가 훨씬 안 좋아졌다며 놀라더라. 그런데 이번에도, 힘들었다. 기계로 측정을 하고 나서 거기에 맞춰 도수를 맞추는 과정이 안 맞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안경 렌즈를 맞추긴 했다. 10만원이 들었고 거의 이틀 걸렸다. 상태가 좀 나아지긴 했는데 100점은 아니다. 그래도 글씨를 볼 수는 있게 됐다는 걸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
요 며칠 간 안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거의 사용하지 않는 상태가 돼버린 오른쪽 눈의 조절능력을 검증 또는 회복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며 깨달은 게 있다. 오른쪽 눈은 다소 안검하수가 있다. 평상시 느낌대로 눈을 뜨고 있으면 눈동자의 한 50% 정도를 눈꺼풀이 덮고 있는 거 같다. 안경을 벗은 채 그 상태 그대로 보면 근시가 있는 것을 빼고 별 문제가 없다. 그런데 눈을 크게 떠서 눈동자의 70% 이상을 드러나게 하면 복시가 생긴다. 처음엔 별안간에 글씨가 두 개로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테스트를 해보니 선형그래프에 가까운 거 같다. 혹시 눈동자에 손을 대는 것 자체가 왜곡을 만드는 것 아닌가 싶어 왼쪽 눈에도 비슷한 동작을 해보았는데, 여긴 변화가 없다. 오른쪽에만 국한된 문제다.
오래된 미스터리를 풀었다. 안경점에 가서 기계로 굴절검사를 할 때 보통 눈을 크게 뜨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검사된 결과를 근거로 렌즈 도수를 결정할 때의 눈은 보통으로 뜬 상태다. 그러니까 안 맞는 거다. 이걸 이제 알다니… 렌즈를 다시 맞춰야 하나? 근데 여기서 또 고민이 생긴다. 그럼 기준을 뭘로 해야 하나? 크게 뜬 눈을 기준으로 해야 하나, 평소처럼 뜬 눈을 기준으로 해야 하나? 조금 크게 뜬 상태인 때도 있지 않나? 도대체 이 눈을 어떻게 해야 하나… 눈이 왜 이러나 도대체…
서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