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훈쓰의 검수완박 타령
어제 어떤 분하고 얘기를 하면서 그랬다. 이게 1차적으로는 남탓인데, 그게 전부인지 의문이다… 왜냐면 지금 상황에서 검경의 관계는 매우 미묘하고, 고관대작들의 관심사는 사고의 재발방지 이런 게 아니라 바로 이런 대목에 집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동훈쓰가 민주당 탓해야지~ 이 생각만 하지 않았을 거라는 거… 고객과 편의점 주인이 생각하는 바는 다를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원리다.
검수완박 때문에 대형참사 수사 어렵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근데 기자가 묻는 거는 경찰이 제 머리 깎을 수 있겠느냐, 이 얘기다. 경찰이 잘못을 한 거는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양 조직의 관계를 봤을 때 검찰은 상당히 하고 싶어 하고 경찰은 그것만은 절대 막고 싶은 그런 눈치도 있다. 엊그제 여기다가 중앙일보 기사 인용한 거 있지? 다시 보자.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오늘 관련 부처가 다 뒤집어졌다”며 “대검이 강제수사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수사 및 감찰 결과에 따라 광범위한 문책 가능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니까, 이게 관심사인 거지. 그런 와중에 법무부 장관이 우리는 검수완박 때문에 수사를 막 펼칠 수가 없어요 라고 말하는 건 검사들에게 무슨 의미로 들릴까? 섣불리 나서지 말라는 얘기 아닐까? 지금 우리 방침은 경찰청장이 일단 수습하는 거다, 그 결과가 미흡하면 어차피 수사는 하게 돼있다, 미리 경거망동 하지 마라… 더 나아가서는, 앞으로 펼칠 수사의 길목을 잡아줬다는 생각도 할 수 있다. 우리가 수사를 하는 거는 경찰이 잘못한 거, 그니까 감찰과 수사가 미흡한 것에만 딱 한정하는 거다, 섣불리 막 펼칠 준비 하지 마라… 그래서 오히려 민주당 탓은 지금 상황에선 옵셔널한 거 같다는 뭐 그런 생각.
근데 경찰이 똑바로 할 수 있겠냐? 털보아저씨가 한동훈이 마약 수사를 강조해서 경찰들이 마약 수사에 힘쓴 거 아니냐 이랬다는데, 나는 그 양반 얘기에는 관심이 없고, 근데 그런 건 있어요. 동훈쓰가 하자면 경찰이 따르는 구조는 아니야. 그것보다는 마약수사라는 영역을 둘러싼 검경의 대립구도가 있는 거지. 경찰은 우리가 잘 할 수 있습니다 검사님들은 꺼져주세요 이렇게 말하는 거고, 검찰은 경찰이 감당할 수 있는 그런 시절이 아닙니다 이러면서 가져가고 싶고… 영화보면 나오잖아. 사생결단이라고 우리 황정민 씨 나오는 영화… 내가 너무 영화에 몰입하는 것 같니? 근데 이 얘기 경찰 출신이 한 얘기니까 너무 미워하지 말고.
그니까 마약수사를 뺏기기 싫어서라도 마약수사를 해야 되는 거지. 근데 이게 참사 당시 경비 소홀의 직접적 원인이냐, 그렇겐 보지 않는다. 이거는 전담 영역이 다른 거니까. 마약수사와는 별개로 서울청이 기동대를 일부라도 배치했으면 되는 거였음. 다만 그런 건 있지. 13만명이 모인데 가서 무슨 마약수사를 하나? 뭐가 가능하겠어 거기서. 근데 그냥 가라니까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 걍 꾸역꾸역 가는 거지. 그리고 경찰 지도부는 성과와 관계없이 우리가 할로윈에 마약수사 이만큼 투입했다, 이렇게 열심히 한다, 이걸로 생색내려고 한 거지. 경찰 윗대가리들이 평소 무슨 생각 어떤 태도로 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인 건 맞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