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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신변잡기

꼴찌 평론가

2024년 8월 24일 by 이상한 모자

얼마 전에 모 언론사에서 하는 유튜브에 다른 평론가 및 변호사 분들과 떼를 지어 나간 일이 있다. 뭐라고 막 떠들고 있는데, 글쎄 주최측이 시청자들 대상으로 인기 투표를 진행하는 것 아닌가? 이런 염병…. 이런 거 하면 결과는 뻔하다. 당연히 꼴찌를 기록하였다. 꼴찌 평론가…. 다른 두 분을 A, B라고 하면 이런 댓글도 있었다. “A, B의 평론이 갈수록 좋아진다!” … 뭐지?

이렇게 대중의 준엄한 심판을 받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를 잠시 고민하였다. 최근 경험을 종합해보면, 시청자들은 신선한 결론 좋아하지 않는다. 결론이 뻔해도 깊이 고민해야 하는 얘기 안 좋아 한다. 논리 구조가 복잡하면 안 좋아 한다. 말이 길면 안 좋아 한다.

근데 세상사는 대개 복잡하다. 이건 님이 평소에 하고 있는 일을 생각해보면 압니다. 늘 말씀 드리듯, 하다 못해 편의점주를 해도, 실제 하려고 들면 그게 얼마나 복잡한 일이냐? 이 복잡한 세상사를 이 분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해설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잘 생각해보면 세상 사람들은 그런 역할을 평론가에게 바라지도 않는다. 나도 가끔 칭찬을 받거나 할 때가 있는데, 대개 의외의 포인트다. 그런 때는 도대체 평론가는 무슨 일을 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평론가의 역할이라는 건 있다. 그게 뭔지는 여기다가 여러 차례 적었다. 그러나 세상 사람 누구도 평론가에게 그런 역할 바라지 않는다. 그냥 개그맨 비슷한 역할인 거 같다. 또 정확하게 개그맨을 바라는 건 아니다. 대체…. 지금 개그맨을 폄하 하자는 것은 아니다. 개그맨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사는가! 개그맨이 아닌데 그걸 바라는 거 같으니 하는 얘기다.

신문 가지고 떠드는 코너를 좀 했는데,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그만 없어져 버렸다. 그걸 여태 했으면 이번 주엔 그런 얘길 했을 거다. 이번 주에 조선일보가 보수 정치에 주문한 게 크게 보면 두 가지다. 첫째, 한동훈 야당하고 싸워라! 왜 싸우지 않는가! 싸워! 둘째, 친일 공세는 후쿠시마 괴담 이런 걸로 반격해라! 이번 주 후반에 용산과 여당이 딱 그걸로 야마 잡아 가지고 가는 거 봐라. 이런 것만 봐도 보수 신문 분석하는 게 왜 중요한지가 드러난단 말이다. 그러나 아무도 이런 걸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내가 조중동을 왜 봐야 되냐고 길길이 날뛰다 끝난다.

이런 논리의 조금 세련된 버전으로 ‘뭘 어떻게 보도했느냐보다 뭘 보도하지 않았는지가 중요하다’라는 게 있다. 말 자체는 그럴듯한 얘기다. 그러나 ‘뭘 보도하지 않았는지’를 당신은 어떻게 아는가? ‘보도해야 할 것’이 있다는 걸 알아야 ‘보도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는 거 아닌가? ‘보도하지 않았다’는 것들의 대다수는 어떤 놈이 보도했으나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거나, 상대적으로 작게 다뤄진 거다(‘이런 해석을 왜 기사에 쓰지 않는가’란 불만은 별론으로 하자). 즉, ‘뭘 보도하지 않았는지’란 문제는 ‘뭘 어떻게 보도했느냐’의 문제와 직결된다. 그러나… 이런 설명을 해도 다 소용 없는 거다. 그냥 그만 하는 게 답이다.

그러고보니, 앞서의 방송에서 그런 대목이 있었다. 박근혜-최순실 경제공동체 말씀을 다른 평론가 분이 하시는 거였다. 나는 재빨리 “그런데 공동정범으로 기소되었다”라고 말씀드렸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그 얘기를 왜 하는지 몰랐을 거다. 내가 알기로 ‘경제공동체’는 ‘같은 지갑’을 의미한다. 돈은 B가 받았으나 결국 A가 받은 걸로도 간주할 수 있다는 것으로, 주로 부부의 경우 적용되는 얘기다. 그래서 박근혜-최순실의 관계에 있어선 그 둘이 특수한 관계이기 때문에 ‘최순실이 받은 것도 박근혜가 받은 거나 다름이 없다’고 하는 주장이 ‘경제공동체’ 얘기가 되겠다.

그런데 실제 박근혜-최순실은 뇌물죄의 ‘공동정범’으로 기소됐고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건 쉽게 말해 범죄를 둘이 함께 기획하고 실행했다는 거다. 둘이 함께 저지른 범죄이니 돈이 최순실에게 있든 박근혜에게 있든 상관이 없다는 거지. 이건 ‘경제공동체’하고는 다른 것임. 이 차이를 옛날에 꾸기님이 다 설명을 했는데 아직까지도 언론에서는 경제공동체 경제공동체 하고 국회에서 국회의원님도 ‘박근혜-최순실은 경제공동체’라고 하고 그런다고.

이건 실제 재판 과정에서도 나온 얘기임. 아래 기사.

최씨 변호인은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뇌물수수 사건 첫 공판에서 특검이 박 전 대통령의 의상비를 최씨가 대납했다는 증거들을 제시하자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경제공동체’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대통령 의상비를 최씨가 냈기 때문에 경제공동체가 아니냐는 입증 취지에 주안을 두고 조사한 것 같다”며 “이 부분에 대해 최씨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경제공동체에 관한 입증은 충분히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최씨가 대통령에게서 돈을 받아 의상비를 모두 정산했다고 덧붙였다.

또 변호인은 과도한 수사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특검법 (조사 대상)을 보면 대통령 의상 관련 의혹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는 명백한 수사권 남용”이라고도 비판했다.

이런 주장에 특검 측은 “경제적 공동체라는 개념은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걸 전제로 기소하지 않았다. 경제공동체를 입증할 생각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대통령과 최씨 관계를 조사한 건 공무원인 대통령과 민간인인 최씨가 뇌물 혐의 ‘공동정범’에 해당하느냐 등을 입증하기 위해, 사회·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부분을 입증하려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두 사람은 각자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정범’이고, 이들이 공동으로 뇌물죄를 저지른 점을 입증하고자 관련된 내용을 조사한 것일 뿐이며 혐의 입증에 ‘경제공동체’ 논리가 필요한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특검 측은 “뇌물수수의 공동정범을 입증하기 위해 경제공동체가 필요한 개념은 아니다. 뇌물을 받는 과정에서 역할을 분담하면 그것으로 공동정범이 된다”고 부연했다.

https://www.yna.co.kr/view/AKR20170404118400004

이걸 자꾸 얘기하는 이유는, ‘박근혜-최순실 경제공동체가 인정이 됐으므로 A와 B도 경제공동체로 볼 수 있고 C와 D도 경제공동체로 볼 수 있고…’ 하는 식의 얘기를 사람들이 끝도 없이 하기 때문. 근데 뭐 이런 게 중요하겠냐. 그냥 경제공동체 경제공동체 신나는 노래 나도 한 번 불러본다~~ 그게 중요한 거지…. 그냥 그게 평론가지 뭐….

오해하실까봐…. 제가 이러한 평론의 정도를 걷고 있는데 사람들로부터 그것을 인정 받지 못해 꼴찌를 했다, 이런 말씀이 아니고! 제가 꼴찌를 한 것은 제가 못나서이고, 하여간 꼴찌를 했으니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면 1등을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나는 뭘 해도 1등 평론가 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지금 쓴 것이다 라는 걸 분명히 하는 바입니다.

자, 이렇게 쓰면 또 1등에 연연한다고 염병할까봐 또 분명히 하는데, 꼴찌니 1등이니가 중요한 게 아니고, ‘앞으로 평론가다운 평론가가 된다고 해서 1등을 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의 비애가 중요하다는 얘기라는 걸 다시 명확히 함.

오랜만에 사람들 반응에 대해서 생각하니까 괜히 이것 저것 신경쓰이네…. 이래서 댓글이니 투표니 이런 건 안 된다.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경제공동체, 평론가

드라마 이야기

2024년 8월 8일 by 이상한 모자

지난 주엔가 배PD를 만났다. 배PD는 별명이다. 그는 고교 시절 방송반이었으므로, 그때부터 다들 배PD라고 불렀다. 고교 시절의 관심사를 전공으로 살린 케이스로 지금도 촬영과 연출의 현업에 있다. 몇 안 되는 오랫동안 연락이 지속되는 친구인데, 한동안 연락을 안 하다가 어찌어찌 다시 연락이 닿았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먼저 연락을 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상대가 연락을 해왔다는 것은 대개 그쪽 상황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겼다는 걸 의미한다. 얘기를 들어보니 과연 코로나 시국 이후에 시절이 좀 좋았던 모양이다. 최근에는 넷플릭스에서 꽤 화제가 된 작품 2개에 참여했던데, 그 중 하나는 본인이 메인 연출을 했다. 돈 좀 버는가 하고 물었는데, 앞으로 벌어야지 하더라.

‘돌풍’ 얘기가 나왔는데, 시놉시스가 보도된 것만 보고 드라마를 보지는 않아서 좀 그랬다. 총리의 음모를 막으려는 경제부총리… 여기서부터 확 식는다. 대한민국 관료 사회를 너무 모르는 거 아닌가? 총리의 거대한 정치적 음모를 경제부총리가 막는 시도 자체를 어떻게 하나… 이걸 본 사람의 얘기를 들으면서 느낀 건, 떳떳한 녀석이 없는 구도는 좋은데 요즘 상황을 생각해보면 그것도 너무 전형적인 게 아닌가 하는… 아무튼 안 보고 쓰는 거니까 정확한 얘기는 거의 없겠지만, 내가 얘기하고 싶은 건 그런 선입견이 이미 생겼기 때문에 안 봤다, 그런 얘기인 거다. 뭐 어차피 넷플릭스니까 보고 싶어지면 보겠지. 음모나 권력 투쟁으로 점철된 얘기가 아니라 정치 드라마 다운 정치 드라마를 좀 봤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요즘 밥 먹으면서 본 것은 ‘지면사들’이다.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하는데, 역시 인플레의 시대로구나 하는 생각이… 이렇게 좀 간접적으로 생각할 거리가 많은 것도 좋다 싶다. 이것 말고 ‘에일리어니스트’라는 것도 조금 봤는데, 놀랍게도 드라마 등장인물 중에 역사 속 실존인물인 시어도어 루즈벨트가 있다. 뉴욕시 경찰청장 하던 시절인데, 주요 조연으로 나온다. 처음에 보고 아니 ‘얘는 시어도어 루즈벨트랑 똑같이 분장을 했네’ 라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루즈벨트였다. 루즈벨트는 심리학자쯤 되는 주인공의 대학 친구인데, 개혁(reform)이 곧 이성과 합리를 기반으로 한 진보이던 시대가 뭐였는지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최근 뉴진스라는 아이돌 그룹의 한 멤버가 일본에 가서 푸른 산호초를 불러갖고 화제가 꽤 되었는데, 대개 쇼와의 향수 같은 얘기를 많이 한다. 가령 한겨레의 길선생 같은 분들 하시는 말씀이 전형적이다. 아래의 말씀.

생각해보면, ‘푸른 산호초’와 오자키의 ‘15살의 밤’은 거의 같은 시기의 노래다. 한쪽에선 모든 게 풍성했던 ‘쇼와 말기’ 일본 사회의 달뜬 분위기, 다른 노래에선 그런 풍요 속에서 갈 길을 몰라 헤매는 젊은이의 저항 의식을 느낄 수 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52284.html

그런데, 쇼와를 통으로 보면 두 노래는 같은 시기라고 볼 수도 있지만 버블을 중심으로 보면 상황이 다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80년대 초하고 80년대 말은 분위기가 다르지 않나… 아, 근데, 어라 내가 이 생각을 갑자기 왜 했지 라는 느낌으로 더듬어 보니… 아 그 이즈미인지 치하루인지 하는 분이 쓴 글을 다른 신문에서 본 거 같은데, 성함이 뭐였지… 이즈미? 치하루? 뭐였지? 한참 헤맸는데, ‘이즈미 치하루’ 씨였다. 아래의 글…

한국에서는 하니의 ‘푸른 산호초’에 대한 일본 반응을 ‘풍요로운 버블 경제 시기를 떠올리게끔 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당시가 풍요로운 시기는 아니었다. 버블 경제의 풍요로움을 맛볼 수 있는 시기는 그때부터 5∼6년 후인 1986년부터 1990년경이다.

일본은 1945년 패전 후 부흥의 시기를 거쳐 1955년경부터 고도 성장을 시작한다. 그러나 1972년 1차 석유 위기로 성장이 멈추고 물가는 급등했다. TV, 냉장고, 자동차 등의 소유율이 높아지면서 어느 정도 생활 수준은 올라갔지만 그간 무리한 개발로 사회문제와 공해가 촉발됐다.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남존여비의 구태의연한 기존 세대의 사고방식이 사회를 지배했고 부모님과의 소통이 어려웠다. 특히 내가 살던 시골은 보수적인 경향이 여전했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쉽지 않았다.

내 경우도 대학 진학을 원했지만 완고한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혔다. 집에서 다닐 수 있는 국립대, 게다가 약대나 간호학과가 아니면 등록금을 내주지 않겠다고 하셨다.

그런 시대 속에서 등장한 게 마쓰다였다. 마쓰다 또한 아버지가 연예계 진출을 반대하는 바람에 설득을 거듭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야 데뷔했다. 처음에는 귀엽고 노래를 잘 부르는 ‘잠깐 등장했다 사라지는 아이돌’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사회의 기존 가치와 싸우는 의연한 여전사임을 드러냈다.

데뷔 당시 별명은 ‘귀여운 척하는 아이’라는 의미의 ‘부릿코(ぶりっこ)’였다. 여성보다 남성 팬이 더 많았다. ‘세이코 짱 컷(聖子ちゃんカット)’이란 헤어스타일이 유행하기도 했다. 1985년에 결혼하고 이듬해 엄마가 되며 서서히 대중의 기대를 벗어나는 듯했다.

그녀는 엄마가 되었어도 가수 활동을 멈추지 않아 ‘원조 마마돌(ママドル)’이라고 불렸다. 그러곤 데뷔한 지 10년째 되던 해 홀로 미국으로 떠났다. 두 번의 이혼과 재혼도 했다. 한때 사회적으로 심한 비난도 받았지만 변명 한마디 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노래했다. 그런 모습이 동시대에 사는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인내, 순정을 강요받아 온 여성들에게 마쓰다는 노래와 미모를 무기로 사회의 기존 가치에 대항하며 싸우는 여전사 그 자체였다. 나 역시 그런 그녀를 보며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40730/126218699/2

물론 글에도 나와있지만 일본의 고도성장 자체는 전후의 재건, 1960년대 이케다 정권의 소득배증계획, 70년대 다나카 정권의 일본열도개조론으로 계속 되는 것이지만 ‘푸른 산호초’는 흥청망청하는 전형적 버블의 이미지까지 간 시점은 아니었다는 것.

다만, 희망은 희망인 게 시골의 소녀가 꿈을 안고 상경하는 모습 같은 게 그려지지 않는가. 사실 이런 전형적인 장면이 ‘아마짱’에 나온다. 지금은 배우인지 아닌지 좀 애매한 노넨 레나의 엄마 역을 맡은 고이즈미 쿄코의 젊은 시절 역을 맡은 아리무라 카스미가, 마츠다 세이코의 ‘그 머리’를 하고 해녀의 마을에서 아이돌을 하기 위해 도쿄로 가출하는 얘기… 저 글을 읽으면서 아 그게 이런 거겠지 아마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배PD와 헤어지면서 그랬다. 나도 좀 언제 출연을 시켜줘라. 어차피 농담인거 뻔히 알고 하는 얘기다. 배PD가 그러더라. 사이버렉카 역할로 함 해보자. 됐습니다~ 그랬다. 나는 지금도 유튜브를 아주 죽여버리고 싶으니깐… 날씨도 더운데 뉴스보면 괜히 열만 받고… 이런 시기에는 홋카이도 같은 데 가서 살고 싶어진다. 그러고보니 홋카이도 후라노를 배경으로 한 옛날 드라마에도 푸른 산호초 곡조가 잠깐 나오더라. 도쿄에서 부모의 결별로 아빠의 고향으로 따라온 애들이 티비를 보며 마츠다 세이코에 열광하는… 곧 대자연에 거의 유기되다시피 하지만… 여튼 드라마를 보면서도 세상사를 생각하게 된다 이것이예요.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도쿄 사기꾼들, 돌풍, 마츠다 세이코, 배PD, 북쪽의 나라에서, 에일리어니스트, 푸른 산호초

홍대인들의 한가운데서

2024년 7월 22일 by 이상한 모자

토요일에는 나루님이 밥을 산다고 하여 홍대로 향했다. 나루님의 누추한 집 외관을 잠시 구경하고, 나루님이 마음 속으로 점찍어 놓은 산해진미를 파는 식당에 방문하려 했으나… 쉬는 날이더라. 근처에 있는 야키토리집에 가서 요기를 하며 40대 아저씨들이 다들 그렇듯 세상 걱정을 했다.

나루님이 자기들 앨범에 꽤 자신감을 피력하기에, 넓은 무대가 상상이 되는 곡들이라고 덕담을 해줬다. 무대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뛰어가는 장면이 저절로 떠오르더라… 하는… 빈말이 아니고 이건 진짜 그랬다. 셈을 해보니 나루님은 진지하게 곡을 쓰기 시작한지가 20년이라고 했다. 난 언제부터로 따져야 하나. 게시판에 글 쓰는 걸로 따지면 2002년(이건 뭐 별거 아닌게, 저와 비슷한 나이인데 안티조선부터 하신 분들은 1999~2000년일 거다)이고, 직업적 운동권 한 걸로 따지면 2006년이 시작이고… 라디오 방송은 2013년이고… 모르것다.

뭐 그런 얘기를 하다 구운 명란을 먹고 나서 슬슬 좀이 쑤셨는지 나루님이 같이 어디를 가자는 거였다. 자기 친구가 음악을 틀고 있다니 같이 가보자 한 것인데, 가면서 물어보니 호도리님이 함께하는 디제잉 파티다. 호도리님은 한 10년 만이다. 그때도 홍대 어디였던거 같은데, 난 취해있었다. 취해서 좀 무례했을지 모른다. 정신을 차려보니 정색을 하는 분위기였던 거 같다. 사과를 했나 그랬던 거 같은데… 하여간 루프탑이 어쩌고 하는 장소인 모양인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했다. 엘리베이터에 탄 어떤 분이 “이상한 모자님 아니세요?”했다. 엘리베이터 안은 매우 좁았다. 저 그냥 따라온 거예요 라고 했다.

파티가 열리고 있는 클럽 안은 매우 어두웠다. 콜라를 한 잔 마시며 상황을 살피다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는 옥상으로 올라왔다. 나루님은 자기 친구들과 활발히 대화를 나누었다. 보는 사람마다 “어제도 봤다”라고 하더라. 파티를 맨날 하는 거니? 도대체 맨날 무엇을 하는 거니? 그러는 동안 나는 그냥 서있었다. 다양한 생각을 했다.

사실 몇 년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다른 루트로 갔는데 가고 보니 나루님이 뭘 하는 날이었나 그랬던 거 같은데, 그때는 나루님의 대학 동기인 나의 대학 후배를 우연히 만났다. 흥이 나서 막춤을 추고 막 그랬던 거 같다. 지금은 더 늙어서 그러긴 어렵고… 사람들 분위기도 그런 판은 아직 아니고… 뻘쭘하게 서서 음악을 유심히 들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데려온 손님이 너무 방치되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나루님은 자기 친구들을 소개시켜주려고 했다. 이 분은 이 밴드에서 베이스를 치시고… 저 분은 저 밴드에서 드럼을 치시고… 나름대로 잘 알려진 팀이다. 여기가 홍대는 홍대구나 생각했다. 그러면서 나루님은 나를 ‘유튜브에 나오는 사람’, ‘평론가’라고 소개했는데, 한 여성 분이 춤을 추면서 “그럴 거 같아요”라고 했다. 열정적인 공연을 마치고 옥상으로 올라온 호도리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술은 끊었다고 말씀을 드렸다. 호도리님은 몽골에 다녀왔는데, 외모 덕에 몽골 사람들이 다들 자기나라 사람인줄 알고 몽골어로 말을 걸더라고 했다. 그 외 술에 좀 취한 독일인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한국말에 완전히 익숙한 상태는 아니어서 좀 어려움이 있었다. 나루님은 독일인에게 나를 ‘코뮤니스트’로 소개했다. 독일인은 기후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밖으로 나와 소주를 한 병씩 들고 나발을 부는 외국인 여성들 옆에서 호도리님, 독일인, 나루님과 함께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사먹으며 조금 대화했다. 나도 모르게 혼잣말로 ‘와 병나발 대단하다’라고 했는데 바로 쳐다보더라… 아이 씨 죄송합니다… ‘메이드 카페 버틀러 카페 카와이’라는 간판의 아래였다. 나루님은 다시 클럽으로 간다기에 난 늙어서 이제 집에 가야겠다고 말씀드렸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오면서 홍대인들의 인생에 대해 생각했다. 디제잉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다들 열심인 게 좋았다. 이렇게 저렇게 쫄리며 사는 것보다 낫지 않나 싶기도 하고…

오늘은 밀린 숙제를 한다는 차원에서, ‘나르시시즘의 고통’이라는 책을 읽었다. 한 20년 전에 보고 들은 얘기인 알튀세 호명 얘기로 시작해서 프로이트, 라캉, 스피노자 거쳐 헤겔, 지젝으로 끝나는 책이다. 지젝… 그럼 그렇지… 냉소사회 쓸 때 생각이 조금 났다.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 달린 댓글을 보며, 이 책은 라깡이고 지젝이는 얘기를 모르면 잘 이해가 안됐을텐데 하는 생각이…

책을 다 읽고 나니 홍대인들 생각이 다시 나서 기록으로 남기는 바이다.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나르시시즘의 고통, 이졸데 카림, 호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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