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폭탄
세금 신고를 다시 해야 할 기간은 2023년이 아니라 2020년과 2021년이었다. 기타소득 사업소득…. 단순하게 구분하면 1회성 출연은 기타소득이다. 반복적으로 주기적으로 출연하면 사업소득이다. 그걸 구분해서 신고해야 하는데 다 기타소득으로 신고한 게 잘못됐다는 것이 요지다.
1차적으로 사업소득인지 기타소득인지 구분하는 것은 원천징수의무자가 한다. 3.3%를 떼냐, 8.8%를 떼냐 그 얘기. 세금 신고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원천징수의무자가 구분한대로 돈을 받고 그런가보다 하고 신고한다. 나의 경우는 방송국이다. 대개의 방송국은 그냥 기타소득으로 준다. 추측컨대 돈을 주는 부서에서 출연자가 1회성으로 나오는 건지 주기적으로 나오는 건지 구분하기 싫은 상황이 아니었을까 한다. 아무튼 방송국에서 이렇게 줬더라도 자기가 알아서 사업소득이 맞으면 사업소득으로 바꿔서 신고하라는 게 세법의 취지다. 하지만 대개는 이렇게 두들겨 맞기 전까진 방송국에서 처리해준대로 신고한다. 세무사한테 물어봐도 두들겨 맞기 전까진 일단 돼있는 대로 하라고 한다. 이번에 여기저기 알아보는 과정에 어떤 세무사는 “우리가 정의의 사도는 아니잖아요”라고 했다.
하여간 그래서 2020년과 2021년은 수입의 상당분이 기타소득으로 돼있다. 더군다나 이 해는 코로나의 해였다. 나는 거의 코로나 평론가였다. 남들이 힘들 때 돈을 좀 더 벌었다. 기타소득은 소득금액별로 필요경비 비율이 임의로 잡힌다. 그래서 과표가 상당히 줄어든다. 반면 사업소득은 필요경비를 자기가 쓴 돈에서 알아서 골라내 신고해야 한다. 필요경비를 많이 신고하지 않으면 과표가 줄지 않는다. 평소 경비를 지출하지 않는 사람, 그러니까 나처럼 돈을 크게 쓸 일이 없는 사람은 사업소득으로 받는 게 크게 불리하다. 즉, 기타소득을 사업소득으로 바꿔서 다시 신고하라는 거는 거의 무조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 다음에, 세금을 늦게 내면 가산세라는 게 붙는다. 가산세는 계산하는 공식이 있는데, 늦게 내는 만큼 커지게 돼있다. 2020년과 2021년은 꽤 오래 전이다.
세무대리인이 계산을 해보니 천문학적 액수의 산출세액이 나왔다. 내가 이건희야? 물론, 원래 냈어야 할 세금이라고 한다면 불평할 거리는 아니다. 그러나 그냥 방송국이 해주는대로 헬렐레 있다가 내지 않아도 됐을 가산세+장부 작성 비용(제 때 신고하는 경우 장부 작성까지는 맡기지 않기 때문에, 이번의 경우는 돈을 더 줘야 한다)을 짊어지게 된 거다. 구체적으로 숫자를 쓸 수는 없지만, 한 두푼이 아니다. 어지럽다. 세무사 측이 이런 저런 ‘절세’ 수단을 강구할 것을 권했으나 나로서는 아예 할 수 없거나, 차마 할 수 없거나 하는 일이었다. 그냥 어떻게든 내가 다 안고 가야지 별 수 없다.
오다가다 만나는 평론가라는 분들에게 하소연을 하니 다들 비슷한 경험이 있다. 언젠가는 한 번씩 다 겪은 일이라고 한다. 내가 액수를 얘기하자 어느 변호사는 “축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몇 년 전에 자기도 똑같은 경험을 했다며 낸 세금 액수를 말해줬는데, 정확히 내가 내야 할 세액의 10배였다. 어떤 평론가님은 연달아 두 번 이런 일을 당해 가산세를 내려고 집을 담보로 잡히고 대출을 받았다고 한다. 이 평론가는 심지어 불안해서 국세청에 물어봤는데 “뭐 별일이야 있겠어요?”라고 했었는데 이렇게 되었다고 한다. 이 분들이 주변의 다른 평론가들 얘기도 했는데, 이번에 똑같은 일로 누구는 몇 천만원을 낸다고 하고 누구는 1억 얼마를 낸다고 한다. 어떤 분은 사업자등록을 하겠다고도 한다(근데 그럼 뭐 달라지나?)… 이 분들이 내게 된 돈에 비하면 내가 내야 할 돈은 푼돈에 불과해서 이상한 위안이 되었다.
아니 가만있어. 그럼 다들 도대체 얼마를 벌고 있는거야? 갑자기 왜 이렇게 아등바등 살고 있는가 회의가 느껴졌다. 어쨌든 내 경제 규모에서는 이건 핵폭탄급 재앙이기 때문에 앞으로 뭐라도 해서 좀 더 벌충해야 한다…. 지금보다 더 나쁜 최악의 인간이 되어야 하는 것인가…. 그래도 어떻게든 감당 할 수 있는 액수라는 게 어디냐… 다른 평론가만큼 나왔으면 그냥 저승으로 갔어야 했을 것이다.
오늘의 교훈: 1) 방송국을 믿지 말자, 2) 세금은 내야 할 때 많이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