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모 언론사에서 하는 유튜브에 다른 평론가 및 변호사 분들과 떼를 지어 나간 일이 있다. 뭐라고 막 떠들고 있는데, 글쎄 주최측이 시청자들 대상으로 인기 투표를 진행하는 것 아닌가? 이런 염병…. 이런 거 하면 결과는 뻔하다. 당연히 꼴찌를 기록하였다. 꼴찌 평론가…. 다른 두 분을 A, B라고 하면 이런 댓글도 있었다. “A, B의 평론이 갈수록 좋아진다!” … 뭐지?
이렇게 대중의 준엄한 심판을 받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를 잠시 고민하였다. 최근 경험을 종합해보면, 시청자들은 신선한 결론 좋아하지 않는다. 결론이 뻔해도 깊이 고민해야 하는 얘기 안 좋아 한다. 논리 구조가 복잡하면 안 좋아 한다. 말이 길면 안 좋아 한다.
근데 세상사는 대개 복잡하다. 이건 님이 평소에 하고 있는 일을 생각해보면 압니다. 늘 말씀 드리듯, 하다 못해 편의점주를 해도, 실제 하려고 들면 그게 얼마나 복잡한 일이냐? 이 복잡한 세상사를 이 분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해설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잘 생각해보면 세상 사람들은 그런 역할을 평론가에게 바라지도 않는다. 나도 가끔 칭찬을 받거나 할 때가 있는데, 대개 의외의 포인트다. 그런 때는 도대체 평론가는 무슨 일을 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평론가의 역할이라는 건 있다. 그게 뭔지는 여기다가 여러 차례 적었다. 그러나 세상 사람 누구도 평론가에게 그런 역할 바라지 않는다. 그냥 개그맨 비슷한 역할인 거 같다. 또 정확하게 개그맨을 바라는 건 아니다. 대체…. 지금 개그맨을 폄하 하자는 것은 아니다. 개그맨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사는가! 개그맨이 아닌데 그걸 바라는 거 같으니 하는 얘기다.
신문 가지고 떠드는 코너를 좀 했는데,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그만 없어져 버렸다. 그걸 여태 했으면 이번 주엔 그런 얘길 했을 거다. 이번 주에 조선일보가 보수 정치에 주문한 게 크게 보면 두 가지다. 첫째, 한동훈 야당하고 싸워라! 왜 싸우지 않는가! 싸워! 둘째, 친일 공세는 후쿠시마 괴담 이런 걸로 반격해라! 이번 주 후반에 용산과 여당이 딱 그걸로 야마 잡아 가지고 가는 거 봐라. 이런 것만 봐도 보수 신문 분석하는 게 왜 중요한지가 드러난단 말이다. 그러나 아무도 이런 걸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내가 조중동을 왜 봐야 되냐고 길길이 날뛰다 끝난다.
이런 논리의 조금 세련된 버전으로 ‘뭘 어떻게 보도했느냐보다 뭘 보도하지 않았는지가 중요하다’라는 게 있다. 말 자체는 그럴듯한 얘기다. 그러나 ‘뭘 보도하지 않았는지’를 당신은 어떻게 아는가? ‘보도해야 할 것’이 있다는 걸 알아야 ‘보도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는 거 아닌가? ‘보도하지 않았다’는 것들의 대다수는 어떤 놈이 보도했으나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거나, 상대적으로 작게 다뤄진 거다(‘이런 해석을 왜 기사에 쓰지 않는가’란 불만은 별론으로 하자). 즉, ‘뭘 보도하지 않았는지’란 문제는 ‘뭘 어떻게 보도했느냐’의 문제와 직결된다. 그러나… 이런 설명을 해도 다 소용 없는 거다. 그냥 그만 하는 게 답이다.
그러고보니, 앞서의 방송에서 그런 대목이 있었다. 박근혜-최순실 경제공동체 말씀을 다른 평론가 분이 하시는 거였다. 나는 재빨리 “그런데 공동정범으로 기소되었다”라고 말씀드렸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그 얘기를 왜 하는지 몰랐을 거다. 내가 알기로 ‘경제공동체’는 ‘같은 지갑’을 의미한다. 돈은 B가 받았으나 결국 A가 받은 걸로도 간주할 수 있다는 것으로, 주로 부부의 경우 적용되는 얘기다. 그래서 박근혜-최순실의 관계에 있어선 그 둘이 특수한 관계이기 때문에 ‘최순실이 받은 것도 박근혜가 받은 거나 다름이 없다’고 하는 주장이 ‘경제공동체’ 얘기가 되겠다.
그런데 실제 박근혜-최순실은 뇌물죄의 ‘공동정범’으로 기소됐고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건 쉽게 말해 범죄를 둘이 함께 기획하고 실행했다는 거다. 둘이 함께 저지른 범죄이니 돈이 최순실에게 있든 박근혜에게 있든 상관이 없다는 거지. 이건 ‘경제공동체’하고는 다른 것임. 이 차이를 옛날에 꾸기님이 다 설명을 했는데 아직까지도 언론에서는 경제공동체 경제공동체 하고 국회에서 국회의원님도 ‘박근혜-최순실은 경제공동체’라고 하고 그런다고.
이건 실제 재판 과정에서도 나온 얘기임. 아래 기사.
최씨 변호인은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뇌물수수 사건 첫 공판에서 특검이 박 전 대통령의 의상비를 최씨가 대납했다는 증거들을 제시하자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경제공동체’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대통령 의상비를 최씨가 냈기 때문에 경제공동체가 아니냐는 입증 취지에 주안을 두고 조사한 것 같다”며 “이 부분에 대해 최씨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경제공동체에 관한 입증은 충분히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최씨가 대통령에게서 돈을 받아 의상비를 모두 정산했다고 덧붙였다.
또 변호인은 과도한 수사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특검법 (조사 대상)을 보면 대통령 의상 관련 의혹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는 명백한 수사권 남용”이라고도 비판했다.
이런 주장에 특검 측은 “경제적 공동체라는 개념은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걸 전제로 기소하지 않았다. 경제공동체를 입증할 생각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대통령과 최씨 관계를 조사한 건 공무원인 대통령과 민간인인 최씨가 뇌물 혐의 ‘공동정범’에 해당하느냐 등을 입증하기 위해, 사회·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부분을 입증하려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두 사람은 각자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정범’이고, 이들이 공동으로 뇌물죄를 저지른 점을 입증하고자 관련된 내용을 조사한 것일 뿐이며 혐의 입증에 ‘경제공동체’ 논리가 필요한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특검 측은 “뇌물수수의 공동정범을 입증하기 위해 경제공동체가 필요한 개념은 아니다. 뇌물을 받는 과정에서 역할을 분담하면 그것으로 공동정범이 된다”고 부연했다.
이걸 자꾸 얘기하는 이유는, ‘박근혜-최순실 경제공동체가 인정이 됐으므로 A와 B도 경제공동체로 볼 수 있고 C와 D도 경제공동체로 볼 수 있고…’ 하는 식의 얘기를 사람들이 끝도 없이 하기 때문. 근데 뭐 이런 게 중요하겠냐. 그냥 경제공동체 경제공동체 신나는 노래 나도 한 번 불러본다~~ 그게 중요한 거지…. 그냥 그게 평론가지 뭐….
오해하실까봐…. 제가 이러한 평론의 정도를 걷고 있는데 사람들로부터 그것을 인정 받지 못해 꼴찌를 했다, 이런 말씀이 아니고! 제가 꼴찌를 한 것은 제가 못나서이고, 하여간 꼴찌를 했으니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면 1등을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나는 뭘 해도 1등 평론가 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지금 쓴 것이다 라는 걸 분명히 하는 바입니다.
자, 이렇게 쓰면 또 1등에 연연한다고 염병할까봐 또 분명히 하는데, 꼴찌니 1등이니가 중요한 게 아니고, ‘앞으로 평론가다운 평론가가 된다고 해서 1등을 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의 비애가 중요하다는 얘기라는 걸 다시 명확히 함.
오랜만에 사람들 반응에 대해서 생각하니까 괜히 이것 저것 신경쓰이네…. 이래서 댓글이니 투표니 이런 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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