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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마츠다 세이코

드라마 이야기

2024년 8월 8일 by 이상한 모자

지난 주엔가 배PD를 만났다. 배PD는 별명이다. 그는 고교 시절 방송반이었으므로, 그때부터 다들 배PD라고 불렀다. 고교 시절의 관심사를 전공으로 살린 케이스로 지금도 촬영과 연출의 현업에 있다. 몇 안 되는 오랫동안 연락이 지속되는 친구인데, 한동안 연락을 안 하다가 어찌어찌 다시 연락이 닿았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먼저 연락을 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상대가 연락을 해왔다는 것은 대개 그쪽 상황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겼다는 걸 의미한다. 얘기를 들어보니 과연 코로나 시국 이후에 시절이 좀 좋았던 모양이다. 최근에는 넷플릭스에서 꽤 화제가 된 작품 2개에 참여했던데, 그 중 하나는 본인이 메인 연출을 했다. 돈 좀 버는가 하고 물었는데, 앞으로 벌어야지 하더라.

‘돌풍’ 얘기가 나왔는데, 시놉시스가 보도된 것만 보고 드라마를 보지는 않아서 좀 그랬다. 총리의 음모를 막으려는 경제부총리… 여기서부터 확 식는다. 대한민국 관료 사회를 너무 모르는 거 아닌가? 총리의 거대한 정치적 음모를 경제부총리가 막는 시도 자체를 어떻게 하나… 이걸 본 사람의 얘기를 들으면서 느낀 건, 떳떳한 녀석이 없는 구도는 좋은데 요즘 상황을 생각해보면 그것도 너무 전형적인 게 아닌가 하는… 아무튼 안 보고 쓰는 거니까 정확한 얘기는 거의 없겠지만, 내가 얘기하고 싶은 건 그런 선입견이 이미 생겼기 때문에 안 봤다, 그런 얘기인 거다. 뭐 어차피 넷플릭스니까 보고 싶어지면 보겠지. 음모나 권력 투쟁으로 점철된 얘기가 아니라 정치 드라마 다운 정치 드라마를 좀 봤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요즘 밥 먹으면서 본 것은 ‘지면사들’이다.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하는데, 역시 인플레의 시대로구나 하는 생각이… 이렇게 좀 간접적으로 생각할 거리가 많은 것도 좋다 싶다. 이것 말고 ‘에일리어니스트’라는 것도 조금 봤는데, 놀랍게도 드라마 등장인물 중에 역사 속 실존인물인 시어도어 루즈벨트가 있다. 뉴욕시 경찰청장 하던 시절인데, 주요 조연으로 나온다. 처음에 보고 아니 ‘얘는 시어도어 루즈벨트랑 똑같이 분장을 했네’ 라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루즈벨트였다. 루즈벨트는 심리학자쯤 되는 주인공의 대학 친구인데, 개혁(reform)이 곧 이성과 합리를 기반으로 한 진보이던 시대가 뭐였는지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최근 뉴진스라는 아이돌 그룹의 한 멤버가 일본에 가서 푸른 산호초를 불러갖고 화제가 꽤 되었는데, 대개 쇼와의 향수 같은 얘기를 많이 한다. 가령 한겨레의 길선생 같은 분들 하시는 말씀이 전형적이다. 아래의 말씀.

생각해보면, ‘푸른 산호초’와 오자키의 ‘15살의 밤’은 거의 같은 시기의 노래다. 한쪽에선 모든 게 풍성했던 ‘쇼와 말기’ 일본 사회의 달뜬 분위기, 다른 노래에선 그런 풍요 속에서 갈 길을 몰라 헤매는 젊은이의 저항 의식을 느낄 수 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52284.html

그런데, 쇼와를 통으로 보면 두 노래는 같은 시기라고 볼 수도 있지만 버블을 중심으로 보면 상황이 다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80년대 초하고 80년대 말은 분위기가 다르지 않나… 아, 근데, 어라 내가 이 생각을 갑자기 왜 했지 라는 느낌으로 더듬어 보니… 아 그 이즈미인지 치하루인지 하는 분이 쓴 글을 다른 신문에서 본 거 같은데, 성함이 뭐였지… 이즈미? 치하루? 뭐였지? 한참 헤맸는데, ‘이즈미 치하루’ 씨였다. 아래의 글…

한국에서는 하니의 ‘푸른 산호초’에 대한 일본 반응을 ‘풍요로운 버블 경제 시기를 떠올리게끔 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당시가 풍요로운 시기는 아니었다. 버블 경제의 풍요로움을 맛볼 수 있는 시기는 그때부터 5∼6년 후인 1986년부터 1990년경이다.

일본은 1945년 패전 후 부흥의 시기를 거쳐 1955년경부터 고도 성장을 시작한다. 그러나 1972년 1차 석유 위기로 성장이 멈추고 물가는 급등했다. TV, 냉장고, 자동차 등의 소유율이 높아지면서 어느 정도 생활 수준은 올라갔지만 그간 무리한 개발로 사회문제와 공해가 촉발됐다.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남존여비의 구태의연한 기존 세대의 사고방식이 사회를 지배했고 부모님과의 소통이 어려웠다. 특히 내가 살던 시골은 보수적인 경향이 여전했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쉽지 않았다.

내 경우도 대학 진학을 원했지만 완고한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혔다. 집에서 다닐 수 있는 국립대, 게다가 약대나 간호학과가 아니면 등록금을 내주지 않겠다고 하셨다.

그런 시대 속에서 등장한 게 마쓰다였다. 마쓰다 또한 아버지가 연예계 진출을 반대하는 바람에 설득을 거듭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야 데뷔했다. 처음에는 귀엽고 노래를 잘 부르는 ‘잠깐 등장했다 사라지는 아이돌’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사회의 기존 가치와 싸우는 의연한 여전사임을 드러냈다.

데뷔 당시 별명은 ‘귀여운 척하는 아이’라는 의미의 ‘부릿코(ぶりっこ)’였다. 여성보다 남성 팬이 더 많았다. ‘세이코 짱 컷(聖子ちゃんカット)’이란 헤어스타일이 유행하기도 했다. 1985년에 결혼하고 이듬해 엄마가 되며 서서히 대중의 기대를 벗어나는 듯했다.

그녀는 엄마가 되었어도 가수 활동을 멈추지 않아 ‘원조 마마돌(ママドル)’이라고 불렸다. 그러곤 데뷔한 지 10년째 되던 해 홀로 미국으로 떠났다. 두 번의 이혼과 재혼도 했다. 한때 사회적으로 심한 비난도 받았지만 변명 한마디 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노래했다. 그런 모습이 동시대에 사는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인내, 순정을 강요받아 온 여성들에게 마쓰다는 노래와 미모를 무기로 사회의 기존 가치에 대항하며 싸우는 여전사 그 자체였다. 나 역시 그런 그녀를 보며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40730/126218699/2

물론 글에도 나와있지만 일본의 고도성장 자체는 전후의 재건, 1960년대 이케다 정권의 소득배증계획, 70년대 다나카 정권의 일본열도개조론으로 계속 되는 것이지만 ‘푸른 산호초’는 흥청망청하는 전형적 버블의 이미지까지 간 시점은 아니었다는 것.

다만, 희망은 희망인 게 시골의 소녀가 꿈을 안고 상경하는 모습 같은 게 그려지지 않는가. 사실 이런 전형적인 장면이 ‘아마짱’에 나온다. 지금은 배우인지 아닌지 좀 애매한 노넨 레나의 엄마 역을 맡은 고이즈미 쿄코의 젊은 시절 역을 맡은 아리무라 카스미가, 마츠다 세이코의 ‘그 머리’를 하고 해녀의 마을에서 아이돌을 하기 위해 도쿄로 가출하는 얘기… 저 글을 읽으면서 아 그게 이런 거겠지 아마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배PD와 헤어지면서 그랬다. 나도 좀 언제 출연을 시켜줘라. 어차피 농담인거 뻔히 알고 하는 얘기다. 배PD가 그러더라. 사이버렉카 역할로 함 해보자. 됐습니다~ 그랬다. 나는 지금도 유튜브를 아주 죽여버리고 싶으니깐… 날씨도 더운데 뉴스보면 괜히 열만 받고… 이런 시기에는 홋카이도 같은 데 가서 살고 싶어진다. 그러고보니 홋카이도 후라노를 배경으로 한 옛날 드라마에도 푸른 산호초 곡조가 잠깐 나오더라. 도쿄에서 부모의 결별로 아빠의 고향으로 따라온 애들이 티비를 보며 마츠다 세이코에 열광하는… 곧 대자연에 거의 유기되다시피 하지만… 여튼 드라마를 보면서도 세상사를 생각하게 된다 이것이예요.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도쿄 사기꾼들, 돌풍, 마츠다 세이코, 배PD, 북쪽의 나라에서, 에일리어니스트, 푸른 산호초

특이한 일 걱정되는 일

2020년 9월 4일 by 이상한 모자

오늘은 택시를 탔는데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거였다. 이게 뭐더라 뭐더라 했는데, 가사를 잘 들어보니 일본어였다. 일본 노래구나. 그래서 익숙하구나. 그런데 누구지? 창법이 익숙한데… 계속 생각하고 있는데 푸른 산호초가 나왔다. 아… 기사님이 마츠다 세이코 좋아하시는구나… 뭐 이런 일이 있나?? 나이도 있어 보이시는데… 심지어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나 나카모리 아키나는요 하려다가 말았다.

https://youtu.be/CpwCb4J_6Qs

위 영상 초반부에서 마츠다 세이코 뒷편 왼쪽 사람은 후세 아키라 아닌가? 그리고 사회를 보는 남성은 이노우에 준? 모두 라지오의 시간에 출연한 사람들?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B마트로 탄산수 등 이런 저런 기호품들을 시켰다. 초인종이 울려 문을 여니 여성이 서있었다. 존재한다는 얘긴 들었지만 실제 여성 라이더가 온 것은 처음이다. 당황해서 옷매무새를 급히 단정히 하고 물건을 받았다. 특이한 일이라 기록을 남기고…

요즘 걱정되는 것은 역시 건강인데 특히 목디스크이다. 사실 목디스크는 예전부터 엑스레이를 찍으면 늘 있다고 그래왔다. 이게 언젠가부터 편두통을 유발하는 것 같다. 주로 낮에 자면 증상이 생기는데 한 번에 엄청난 두통이 구토감과 함께 밀려온다. 다른 병인가 해서 CT를 찍어본 일도 있는데 말끔했다. 원인이 목디스크인 걸로 확정된 건 아닌데, 의심하고 있다. 요즘 빈도가 더 잦아져서 고민이다. 목디스크 치료법이 있긴 한가? 다 나이 먹어서 생긴 문제가 아닐까 한다.

내일 아침 비대면 전화연결 해야되는데 준비하기 싫어서 딴청을 피워보았다…

Posted in: 소박한 철학, 잡감 Tagged: 마츠다 세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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