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비판
뭔 평론가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자처하고 다니니 뉴스를 안 볼 수 없는데, 이딴 걸 선거라고 치르고 있나 라는 생각을 하며…
세상만사에 대한 이런 저런 의견과 비판을 보는데 편의적인 것이 많다. 어쩔 수 없다. 쉬운 비판은 형식이 정해져있다. 어떤 정치, 정책, 담론의 문제를 지적하며 주관적인 원인을 지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 정책이 잘못됐다고 할 때는 의지가 없다든지 무능하다든지 기득권 눈치를 본다든지, 어디다 갖다 붙여도 말이 되는 쉬운 얘기가 원인으로 등장한다. 그건 뭐 그럴 수밖에 없어요… 어떻게 아냐고, 원인을 우리가. 하지만 최대한 할 수 있는데 까지는 해봐야지.
또는 이런 건 어떠냐? 세대론 같은 거. 막 일반화 하지 말라고 그래. 세대론에 의도가 있다! 그런 비판도 가능하다고 봐. 하지만 근데 따지고 보면 세상만사 다 그렇지 않나? 정치인들은 썩었다! 왜 일반화 합니까? 기성세대는 의지가 없다! 왜 일반화를? 그래서 일반화 하지 마라, 이렇게 끝나는 게 아니고 그 담론 자체에 대한 분석을 해야되는 거다. 예를 들어 82년 83년 개새끼론이라고 해봐. 그러면 내가 나쁜 놈입니까?, 내가 이럴 수 있어. 하지만 그게 또 뭐 그렇게 중요하냐는 거지. 82년 83년 개새끼론이 왜 나왔는지, 뭘 보고들 그러는 건지, 귀인이 어디서 잘못됐는지, 이 문제가 가리키는 현상을 어떻게 해결할지, 이걸 논해야지.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내가 싫은 게 뭐냐면 마치 뭘 잘 하면 뭐가 되는 것처럼… 그러니까 의지가 충만하고, 유능하고, 기득권 눈치도 안 보고(검찰개혁???) 막 하면 이 세상 문제가 해결되냐 이거야. 그냥 제3당이 50석씩 먹으면 자동으로 되는 거냐. 직접민주주의 실현하면 그냥 다 되는 거냐. 뭘 갖다 놔도 여러분이 만족할만큼은 해결이 안 되거든. 그게 진짜 문제예요. 누가 무슨 수단을 갖고 뭘 해도 해결이 안 된다는 거. 그리고 그것이야 말로 구조라는 거지.
그냥 뭐 권력을 가진 놈들이 나쁜 놈들이라서 세상이 이렇게 밖에 안 됩니다, 이 얘기만 버전을 달리해서 계속하면 나쁜 놈들의 목록만 늘어나는 거야. 나쁜 놈 말고 착한 놈을 빨리 찾자 이런 얘기보다는 나쁜 놈이 왜 나쁜 놈일 수밖에 없었는지를 성실하게 논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염병할 SNS 이게 싫어. 그냥 나쁜 놈임을 설명하는 얘기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 따봉 누르고 수집하고 전시하고…
요즘은 오프라인도 그래. 분명히 논의든지 논쟁이든지 토론이든지 그런 걸 했어. 나중에 보면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내가 했다고 그래. 그냥 자기가 인터넷에서 본 전형적 주장에 내 얘기를 넣고 이해하는 거지. 심지어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아. 요즘에 너무 많이 겪어. 단어 3개 얘기하면 벌써 상대가 이런 말씀이죠 라면서 막 앞질러 가.
예를 들면…
“제가 오늘 밥을”
“아~~ 밥 안 드셨어요 아직까지?”
“아뇨, 제가 오늘 밥을 집에서”
“아~~ 집에서 해드셨어요? 요리 뭐 하셨는데요?”
“아뇨, 그게 아니고 집에서 배달을 시키려고”
“아~~ 배달앱 먹통됐어요!? 코로나 시국인데~~”
“아뇨, 그게 아니고요. 배달을 시키려고 하는데 카드가”
“아~~ 카드 잃어버리셨어요!? 빨리 분실신고하세요! 그런데 요즘은 앱에서 다 결제 되지 않아요?”
“아뇨, 그건 되는데. 카드가 체크카드”
“아~~ 체크카드는 배달앱에서 안 돼요!? 되던데 이상하다??”
“아뇨, 체크카드라서 통장에 잔고가 있어야 되는데 없어서 출연료를 빨리 주시면…”
KFC 먹으면서 썼는데 다 먹었으니까 고만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