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미러링
오늘 신문을 보다 보니 뭔 미러링 기사가 있는데… 이것의 유용성은 그렇다 치고. 사람들이 말하다 막히면 결국 ‘네가 먼저 했잖아’란 초딩 논리로 가는 것에 질려버려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움찔하게 된다.
어차피 다 예정돼있다. 좌착맨은 뇌절 아니냐 이런 저런 반론하면 좌빨들도 똑같이 했잖아~~ 라고 할 것이다. 메갈이랄지 미러링이랄지 얘기하면서. 근데 애초에 미러링도 남들이 하는 걸 똑같이 돌려주자는 취지에서 나왔던 거 아니냐. 이게 꼭 젠더갈등에만 등장하는 논리가 아니예요. 운동권 운운은 색깔론 아니냐 하면 민주당도 아무데나 적폐라지 않았느냐~~ 라면서 반드시 등장하는 한 마디가 “내로남불이다”이다. 뭐가 색깔론이고 뭐가 적폐인지는 온데간데 없다.
하도 지긋지긋해서 지난 번에 무슨 인터넷 방송에서 “물론 문재인 정권도 내로남불이란 공격에 대해선 억울한 부분도 있다”고 했는데 바로 보수 평론가님이 끝까지 듣지도 않고 도대체 그게 뭐냐며 말해보라고 하는 게 아닌가. 갑자기 물어봐서 잘 생각이 안 났지만, 강남 다주택자는 1주택자 위주 정책을 펴면 안 되는 거냐, 보수언론이 내로남불이라고 엄청 떄렸는데 그게 왜 내로남불이냐, 다주택자는 다주택자들더러 임대사업자를 하든지 집 팔라고 하면 안 되는 거냐, 주겠다는 불이익을 자기도 감수하면 되는 거 아니냐… 근데 이러면 얘기는 안드로메다로 간다. 그래서 다시 강조했는데, 정책의 효과나 구체적인 사건을 놓고 평가하자는 거면 몰라도 내로남불 타령만 해서는 진전이 없다… 윤석열 당선인도 똑같이 당할 거다… 보수정치가 “그런 무리한 내로남불 타령은 하지 마라”고 하면 민주당이 뭐라고 할 것 같나… “너네도 무리한 내로남불 타령 하지 않았는가!”라고 할 것이다… 내로남불의 내로남불인 셈이다… 끝이 없다… 언제까지 그럴 거냐? 뭐 그제서야 끄덕끄덕 하더라.
이렇게 블로그에 쓰는 것조차 피곤. 내 소박한 꿈 중 하나는 언젠가 RPG쯔꾸르로 일본식 롤플레잉 게임을 만들어 완성하는 것이다. 일본식이니까 스토리가 중요하지. 어렸을 때는 구체적인 세계관 그런 걸 막 상상하기도 했는데 요즘 들어선 다 쓸데없는 것 같고. 복수의 복수, 끝없는 복수를 체감하게 하는 시나리오면 어떨까 한다. 예를 들어 영웅전설 가가브트릴로지를 보면 주인공들이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 상황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과거에 한 잘못 때문에 복수당하고 있는 거였잖아. 그걸 유사-예수 하얀마녀가 대속하는… 근데 이걸 몇 번 더 꼬는 거야.
예를 들면… 주인공은 저항군이다. 인종청소의 범죄에 항거하고 있지. 그런데 알고보니! 그것은 우리 민족이 저쪽 민족을 먼저 탄압한 것의 복수였어! 이럴수가 우리에게 원죄가 있었군요. 그런데, 또 알고 보니 그 복수는 저쪽이 먼저 이쪽을 공격해서 나온 거였어! 아, 원죄도 정당한 이유가 있었군요. 그런데! 그 복수 역시 그 이전 잊혀진 역사 속 이쪽이 저쪽을 먼저 친 분쟁… 끝도 없이 이걸 반복하다 ‘최초의 분쟁’은 현세의 이쪽 민족이 민족갈등의 뿌리부터 제거하기 위해 과거로 타임머신 타고 돌아가 뭔가 노력을 했지만 의도치 않게 실패한 결과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하는 거지. 그리고 그 실패자는 바로 미래의 너 즉 주인공이다!
격리 중이니 너른 이해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