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안내
  • 이상한 모자
  • 야채인간
  • 김민하 공화국
  • 신간 안내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비상계엄

내란 1년

2025년 12월 3일 by 이상한 모자

수요일은 격주로 바쁘다. 한 주는 이것 저것 할 일이 많은데, 다른 한 주는 아예 일이 없다. 이번 주는 일이 없었어야 했던 날이다. 하지만 내란 1년이므로 일이 조금 있었다. 일정은 2개였지만 왠지 바쁘게 느껴졌고, 추웠다.

아무래도 지난해 12월 3일의 상황과 느낌을 개인적 차원에서 설명하는 내용이 많았는데, 남들이 현장에서 이리 저리 부딪칠 때 자리에 앉아서 떠드는 걸로 때운 것 같아 좀 죄책감 비슷한 것이 있었다. 그 때 국회에 가보지 못해 아쉽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이번에 모처럼 국회를 찾아 일종의 ‘다크투어’를 했다. 옆에서 김종대님이 해설사 역할을 해 그 날의 상황을 생생하게 대리체험 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보니, ‘이재명은 숲에 숨었지만 여당 대표인 나는 당당히…’라고 잘난 척을 하는 후니횽의 허세를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국회 동쪽에 담을 넘어서 본관으로 넘어오는 곳에 솔밭이 있다. 해가 지고 나니 컴컴하고 으슥한 것이 매복을 하기에 좋은 공간 같았다. 국회의원들도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계엄군이 뭘 할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들로서는 당연히 몸을 조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거기다 대고 나는 당당히 들어갔으며, 내가 모두를 구해낸 거나 다름이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Q. 국회에선 어땠나요?
A. “정문이 막혀 도서관 쪽으로 진입했는데, 우리가 들어간 직후 죄다 봉쇄됐어요. 본회의장에 들어가니 민주당 의원들이 겁먹은 표정으로 앉아있다가 안도하면서 ‘고맙다’고 인사하더군요. ‘여당이 왔으니 군인들에게 끌려나가진 않겠구나’고 생각한 거죠. 한참 뒤 이재명 대표가 들어왔는데, 굳이 저한테 오더군요. 의원들은 ‘피하세요’ 했지만 맞아줬죠. 뒷얘기인데, 해제 표결이 끝난 뒤에도 이재명 대표·우원식 국회의장이 제게 여러 번 전화했어요. 안 받았죠. 언론플레이 같은 정치적 활용 의도가 훤히 보여서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5087 

이런 사람을, 마치 희망은 후니횽 뿐이라는 듯… 일간지에다가 한동훈 각하 만세에 가까운 글을 써제끼는 중궈니횽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심지어 당사자가 얘기를 안 해줬으면 이걸 어떻게 알지 싶은 대목도 있다.

주가조작 재판의 유죄판결은 사건의 전모를 꿰는 수사검사가 재판 전 과정에 참여한 덕. 그는 론스타 측 인사들을 법정에 세워 자백을 받아냈다.

(…)

당시 민주당은 항소를 결정한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엄청난 정치적 압박을 가했다. 심지어 윤 정권도 임기 내에 패소 판정을 받을지 모르는 항소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패소할 경우 주변의 만류에도 항소를 강행한 이는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공적 책임감으로 기꺼이 끌어안은 관료가 그때만 해도 적어도 한 사람 있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5441

관련 뉴스가 다 나와 있는데 내가 성실하지 못해 찾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어쩄든 이렇게까지… 오직 한 사람~ 분위기로 글을 쓰는 것은 창피하다. 이런 분들이 2022년에 윤석열의 자유민주주의 타령에 속아 오로지 민주당을 혼내줘야 한다는 일념으로 사실상의 윤석열 지지 활동(겉으로는 진보 지지라고 했으나, 아크로비스타까지 갔다고 본인이 실토한 사실을 놓고 보면 윤석열 안 찍었다는 식의 얘기는 포장지, 알리바이에 불과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을 한 덕에 내란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고리가 만들어 졌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뒤숭숭한 가운데 저녁을 먹으러 갔다. 해물탕과 굴전을 먹으면서, 김종대님의 흥미진진한 말씀을 들었다. 군인들 얘기 등등을 들으니 헌법존중~~ TF 같은 걸 그냥 줄 세우기라고 평면적으로 평가하는 게 얼마나 게으른 일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런 얘기를 하다가 결국 AI 얘기로 빠졌는데… AI 담론, 정확히는 AGI 담론이 과장돼있다는 얘기로 시작을 했다. 요지는 아래의 글과 같은 얘기다.

샘 올트먼, 일론 머스크와 구글 등 미국의 거대 빅테크들이 한결같이 AGI를 목표로 치열한 AI 경쟁을 하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이 새로운 버전의 AI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인간의 능력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를 매번 강조하며, 앞으로 AGI에 도달할 시간이 얼마 남았는지 점을 치기도 한다. AGI라는 성배를 먼저 움켜쥔 기업과 국가는 엄청난 수익과 권력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과 국가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AI의 게임 규칙을 독점하게 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최근 ‘포린어페어스’는 ‘AGI 환상에 치르는 대가’라는 기고를 통해, AGI가 무엇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합의도 없는 상황에서 AGI를 목표로 삼는 것은 오히려 경쟁에서 뒤질 가능성을 높인다고 문제 삼았다. 물론 현재 적자에 시달리는 AI 기업이 AGI라는 원대한 환상을 목표로 내걸면, ‘마케팅 차원’에서 투기적인 벤처 자본으로부터 대규모 추가 자본을 동원하는 데는 확실히 유리하다. 그러나 이는 보이지 않는 신화를 향해 헛된 경주를 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여기서 묘한 대조를 보이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 사기업들은 미국처럼 AGI에 매력을 느끼지만, 중국 정치권은 전체적으로 AGI 경쟁보다는 ‘AI의 실용적 응용’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8월26일 중국 정부가 발표한 ‘AI 플러스’ 행동 심층 실시에 관한 의견이다. 과학기술, 산업, 소비, 민생, 거버넌스, 글로벌 협력 등 분야를 중심으로 AI를 다양하게 응용하겠다는 것이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10212027015

이런 얘기하면 보통 AI를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 놈들이 어쩌구 할텐데, 김종대님은 AI를 상당히 고급지게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번에 대선할 때 들은 얘기가 있는데, 토론 답변의 모범답안 같은 걸 만들 때 AI로 잘 다듬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걸 누가 못하냐 라고 할텐데, 그때 내가 들은 얘기는 AI를 학습을 시켜서 자신의 전용 도구로 만들었다는 거였다. 설마 모델을 파인튜닝해서 쓴다는 건가? GPT api를 발급 받아서…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오늘 들어보니 오픈인터프리터 혹은 anything llm류의 도구까지 활용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그런 식의 AI 활용에 관한 많은 얘기가 있었는데, 연구자면 그런 활용이 필요하겠지만 평론가 수준에서는 그 정도까지는 안 해도 된다. 나이 문제인 것도 같다. 김종대님은 나이를 먹을수록 AI를 활용해 떨어진 기억 및 추론 능력 등을 보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나는 하는 일도 그렇고 나이(영포티)도 그렇고 아직은 그렇게까지 안 들어가도 될 거 같다. 그래서 챗gpt에다가 글 쓴 걸 던져주고 반론을 받아 보완을 하고, 모르는 학자나 책 이름을 찾아낼 때 실마리를 얻는 정도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왠지 스스로 쪼렙이 된 거 같아서 기분이 좀 그랬다.

그래서 나에게 필요한 방식으로… 기사를 하이라이트, 저장,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등의 방법을 모색해보고자 했다. 이걸 챗gpt에게 물어보니 여러 대안을 가르쳐 줬는데, 유료 서비스를 쓰고 옵시디언을 연동하는 정도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까지 AI에 의존하다니… 이런 판국에… AI를 그렇게까지 쓰면 지구가 너무 괴롭지 않을까요 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였다.

이상하네. 분명 내란 1년으로 시작을 했는데 AI로 끝나버린, 다분히 2025년 같은 그러한 하루였다.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김종대, 내란, 다크투어, 비상계엄, 시사인, 윤석열, 한동훈

한동훈식 ‘질서있는 퇴진’

2024년 12월 5일 by 이상한 모자

오늘 아침까지 여러 얘기를 하고 다니고 있는데, 정리하면 이런 거다. 지금 집권세력 내에 윤통으로 계속 갈 수 있다고 실제로 믿는 사람은 사실상 없다고 본다. 문제는 ‘윤석열 이후’다. 사고쳤으니까 그냥 내려놓고 더블민주당에게 정권을 넘겨 줄 것인가? 그렇게 할 경우 어떤 수모를 당한다는 것은 이 사람들이 문정권에서 너무나 뼈져리게 느꼈다고들 생각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한동훈식 출구전략은 무엇인가? 대통령 탈당, 내각 총사퇴 이게 뭘 요구하는 거냐? 두 개를 합치면 거국내각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런데 대통령 임기 절반 지난 시점의 거국내각이라는 게 뭐냐, 거국내각이라는 거는 사실상 대통령이 내치에서 손을 떼는 거나 마찬가지다. 근데 임기 중반에 벌써 그런 일을 벌인다? 그건 어떤 방식으로든 조기 퇴진을 전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될 수 있다. 여기다가 최근까지 계속 거론되던 임기단축개헌 같은 걸 덧붙여봐라.

이 방안의 좋은 점은 윤통을 어떻게든 설득하기만 하면 조기대선의 시점을 범여권의 컨센서스로 플렉서블하게 가져갈 수 있다는 거다. 쉽게 말하면 이재명 판결 이후로 할 수도 있다는 것임. 어제 용산에 한동훈 한덕수 추경호뿐만이 아니라 중진이라는 나경원 주호영 김기현 권성동 등이 왜 딸려갔는지도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또 대통령 궐위시 권한대행을 해야 하는 입장인 한덕수에 대해, 그래도 한덕수가 비상계엄엔 반대했어~ 마지막에 국회 결정 수용하라고 설득한 것도 한덕수여~ 이렇게 나오는 이유가 뭔지에 대해서도 함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이 방안의 최대 걸림돌은 탄핵소추임. 윤통이 탄핵소추가 돼서 직무정지 상태에 빠지면 스스로 결단할 수 있는 길이 막힘. 그럼 조기대선의 시점을 결정하는 건 헌재가 되는데, 사안의 특성상 예측불가능한 상황 되는 거지. 그러면, 그렇잖아도 당게니 뭐니 말 많은데, 윤석열 제끼고 이재명 보내야 대권을 잡을 수 있는 한동훈이 해야 할 일은 뭐다? 그게 오늘 아침에 하는 얘기인 것임.

“당대표로서 이번 탄핵은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자 피해를 막기 위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범죄 혐의를 피하기 위해 정권 잡으려는 세력은 또 막아야 한다“, ”당대표로서 대통령의 탈당을 다시 한 번 요구한다“, ”제가 책임지고 앞장서서 이 사태를 수습하겠다“

방법이야 어찌됐든 최종적으로는 정권을 자기한테 넘겨달라는 거지. 나라가 망할 뻔한 것에 책임지는 일에는 별 관심도 없고… 뱌아흐로 집권세력의 핵심부는 이제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본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비상계엄, 윤석열, 한동훈

최근 글

  • 내란 1년
  • 심야노동을 할 거냐 말 거냐
  • 하이퍼 능력주의와 공정 담론
  • 민주당에 화가 나면 뭐든지 해도 되나
  • 영포티 생일 대모험

분류

누적 카운터

  • 1,519,109 hits

블로그 구독

Flickr 사진

추가 사진

____________

  • 로그인
  • 입력 내용 피드
  • 댓글 피드
  • WordPress.org

Copyright © 2025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Omega WordPress Theme by ThemeH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