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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정치 사회 현안

현수 씨 퍼즐 맞추기

2021년 2월 21일 by 이상한 모자

소위 기자라는 사람들, 뭐 대단한 거 취재했다고 자기만 아는 큰 뭐가 있는 듯이 얘기하는데 세상사가 그렇지 않다.

1) 쓸만한 취재를 해서 모처럼 빨리 썼다: 기사를 냈든 안 냈든 다른데도 그만큼은 취재했다.
2) 쓸만한 걸 취재했지만 아직 못 썼다: 다른 신문에 이미 났거나 곧 난다.
3) 아직 쓸만큼 취재는 안 됐지만 술자리에서 잘난척 떠들만한 정도는 된다: 종종, 다음날 술 깨면 내 해석과 상반된 팩트가 나온다.

그래서 남의 신문 꼼꼼히 보는 게 미덕이다. 기자가 할 일이 너무 많다.

어쨌든 신현수 씨 얘기로 너무 많은 정보가 나오니 어떤 게 맞고 틀린지 혼란스럽고 이런데, 그럴 때는 모든 얘기가 사실에 가깝다고 보고 추리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 토요일 라디오 방송에서 한 얘기다.

지금까지 나온 얘기 정리하면 대통령이 민정수석 배제를 알았느냐 몰랐느냐로 크게 시나리오가 나뉜다.

1) 대통령은 민정수석 배제 몰랐고 박범계 혹은 민정비서관이 직보했으며 대통령은 나중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
– 반론: 민정수석이 보고하는 게 디폴트이므로 대통령이 조율 여부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어 배제 사실 모르기 어려움.
– 의문: 그럼 박범계 인사안엔 누구의 의중이 실린 건가?

1-1) 박범계 장관이 재가 안 받고 민정수석 배제한 채로 인사 공개했고 민정수석이 이를 문제 삼았으나 대통령이 나중에 인사안을 추인했다.
– 반론: 재가 안 받은 거 아니다. (청와대)
– 의문: 박범계는 도대체 무엇을 누구를 믿고 그랬나?, 대통령은 왜 박범계를 혼내지 않고 그냥 추인했나?

2) 대통령이 민정수석 배제를 알면서도 인사안 재가했다.
– 반론: “박 장관이 자기 주장을 관철하는 대로 절차를 진행했다. (신 수석과 박 장관 사이) 이견이 있는 상태에서 발표가 났다”, 대통령 보고 과정 등은 묻지 마라 (청와대)
– 의문: 이럴 거면 신현수 씨를 왜 썼나? 연초와 판단이 달라진 이유가 뭔가?

2-1) 대통령이 백운규 전 장관 영장청구에 진노해 박범계 인사안 재가했다.
– 반론: 백운규 전 장관 문제는 관계가 없다. (청와대)

2-2) 추미애 윤석열 두 사람 입장 다 감안해서 연착륙 시도한 것이다. (김종민 주장)
– 반론: 그런 취지면 신현수 설득이 왜 안 됐나?

이제 이 모든 설명을 대체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시나리오를 상상해보자. 어디까지나 상상이다. 기자분들 저를 자꾸 무시하지 마라. 평론가가 상상 좀 하면 안 되냐?

신현수 씨도 문통의 최측근이다. 검찰과의 휴전은 어떻게 가능한가? 내가 신현수 씨라면, 지난해에 너무 밀어붙여 놨으니 휴전을 하려면 일단 윤석열 쪽에 전쟁을 지속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보여야 나도 검찰을 핸들링 할 수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검사장급 인사는 이 계기다. 임기가 얼마 안 남았으나 검찰총장 권한 정상화시켜준다는 신호가 있어야 한다. 그러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다른데로 보내는 거다. 검찰총장은 수사지휘와 인사로 조직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는데 둘 다 무력화되는 중심에 이성윤 검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추미애 씨를 앞세웠던 검찰-강경파 입장에서 보면 이성윤 검사는 꼭 지켜야 한다. 첫째, 조남관 고기영 등이 비겁하게 후퇴할 때에도 개망신을 자초하면서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충신이다. 둘째, 윤석열을 어떻게 믿는가? 조국 수사 못봤나? 이성윤이 정권으로 오는 부담을 장판파 장비처럼 혼자 막고 있는데 어떻게 빼나? 백운규 영장 청구하는거 봐라. 셋째, 나 추미애도 대권주자인데 면이 안 서지 않습니까.

여기서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할까? 선택을 해야 한다. “이번에는 무조건 신현수 말대로 하시오” 하든가 “이성윤 그대로 두되 최대한 신현수를 설득해보시오” 하든가. 삼국지에 보면 국외의 일은 주유에게 묻고 국내의 일은 장소에게 물으라 하셨다… 검찰 관련 문통의 마지막 선택은 언제나 나도 검찰은 못 믿는다는 거다. ‘우리 편’들은 이성윤 유임에 공감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볼 때 박범계가 무슨루트로든지 받은 훈령은 1) 이성윤은 유임할 것, 2) 이에 대해 신현수를 설득하고 나머지 인사 양보 등 협의할 것… 이었다고 본다. “당신은 우리편이냐”라고 박범계가 신현수를 윽박지른 게(중앙일보 보도) 이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데, 장관과 총장이 만난 사실 공개되고 사진도 공개되고 하니(윤석열은 인사 임박 신호가 된다는 이유로 밀실협의를 고집해왔다) 역시 윤석열 검찰로선 의심이 생겼던 것 아닐까 한다. 이성윤 유임 방침은 움직일 수 없다는데… 이성윤 검사의 태도가 바뀔 것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하는 걸 보면 여전히 식물총장 만들겠다는 것 아닌가. 그러니 [단독] 이성윤 유임… 장관이 총장에게 통보했다더라, 이 기사가 나버리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건 인사가 샌 것이기 때문에 법무부도 빨리 인사를 확정해 발표를 해버릴 필요가 있다. 이미 인사안 즉 1)은 ‘우리편’들에 의해 확정돼있었고 신현수를 통한 협상 즉 2)는 시간상 불가능하게 됐기 때문에 2)는 못하고 1)만 실행된 거고 그 결과가 일요일의 이례적 인사 발표 아니냐는 거다. 이게 형식적으로는 재가 전 인사 발표가 됐을 수도 있고, 이를 안 신현수 씨가 감찰 요구를 했을 수 있으나, 대통령 입장에선 이미 예상한 시나리오의 범주 내였으므로 OK한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다.

윤석열 검찰 입장에선 혹시나가 역시가나 된 거고 이제 앞으로 신현수 씨도 믿지 못하는 입장일 것이다. 신현수 씨는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 정권과 검찰 사이를 정상화해야 된다는 것에 동의해서 직을 맡았을 텐데, 이게 불가능하게 됐으니 직을 유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앞에 말했지? 그냥 상상이라고. 아니면 말고, 평론가가 하는 일이 그거여. 아니면 말고.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문재인, 민정수석, 박범계, 신현수, 윤석열, 이성윤

연휴

2021년 2월 16일 by 이상한 모자

연휴를 눈 앞에 두면 이런 저런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지. 그러나 이룬 것은 잠을 많이 잔다는 것 뿐이다. 첫날 10시간 이상을 잤는데, 게을러서가 아니고 실제로 평소에 잠이 부족하다. 오래 잘 수도 없다. 연휴 전날까지 명절용 녹음이다 뭐다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10시간을 자면 잠시나마 건강할 줄 알았다. 그러나 황당하게도, 뒷목에 연결된 모든 근육이 굳어버린 것이었다. 목을 돌릴 수가 없었다. 이렇게 되면 어김없이 두통이 찾아온다. 그런 상태로 줌을 활용한 무슨 동영상 콘텐츠 촬영을 했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아픈 일이 많다. 근육통과 구토감을 동반한다. 위아래로 가스가 분출된다. 앉아서 좀 마음이 진정되는 활동, 예를 들면 비디오 게임을 하고 있으면 나아지는 일도 있다. 언제는 심야 방송도 두통을 참으며 했다. 여러 원인을 생각했지만 목 어깨 등 등등 근육 문제인 것 같다. 작년인지 재작년 겨울에도 목이 돌아가지 않아 큰 주사를 몇 대나 맞았다. 이번에도 며칠이 지났는데 몸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연휴가 끝나면 한 2주간 못하고 있는 링피트 어드벤처를 다시 열심히 할까 생각했는데… 하릴없이 앉아있다. 백선생 어쩌고 기사들을 보며 1992년 23만표와 2012년에 진보신당 24만표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하여간 그렇게 지연된 일 중에는 책 쓰기가 있는데, 연휴에 조금 밖에 진도를 빼지 못했다. 그래도 팔만대장경 정도, 그러니까 내가 예상한 분량의 거의 반 정도에 도달하였는데 되짚어보면 무슨 쓸데없는 얘기를 이렇게 썼는가 하는 생각이다. 애초에 책을 내봐야 무관심에 여럿이 비웃기나 할 것 아닌가. 그게 싫으면 좋은 얘기를 써야 하는데 뭘 쓸까를 생각해보면 아는 게 없어 쓸 말도 없다. 배운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고… 책에 뭘 쓰나. 결국 세상을 보는 방식에 대해 쓸 것인데, 그것도 어차피 다 아는 얘기 아냐? 반대한 하는 정치에 대해 쓰고 있다. 언제부터 반대만 하게 되었는가? 세상 태어날 때부터 그랬다는 게 결론이다. 뭐 중궈니횽이 주사파 반일 어쩌구 하는데, 대한민국은 맨 시작부터 반공 대 반일이었어요… 건국절 얘기가 뭐냐? 대한민국의 기원이라는 게 뭘 반대하는 게 아니고 일본에서 왔다고 해야 되는데, 친일파 얘기 때문에 그 얘기를 못하니, 뭔가 우리를 정당화하는 다른 파지티브 한 걸 찾아보자 그래서 나온 거 아니냐. 미국 사람들 건국의 아버지 섬기는 거 부러워하면서… 근데 미국도 유럽과 왕정을 반대하면서… 아이고 됐다.

만약에 내가 다음에 책을 또 쓰게 된다면, 쓰지도 않을 것이지만, 만약에 쓰게 된다면 죽기 전에 떡볶이를 먹자와 같은 책을 쓸 것이다. 제목이 이게 아닌가? 뭐 그런 제목 있잖아. 나만의 시덥잖은 에세이를 쓸 것이다. 무슨 세상을 논하고 정치를 논하고… 그만하고 신세한탄이나 하고 그러면 되는 거지.

모르겠다. 이게 다 뭐하는 건지. 23만표… 1992년과 비교하면 분명히 세상이 좋아진 것도 있을텐데… 진보 어쩌구들은 나아진 게 있나? 모르겠다 정말.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연휴

추모

2021년 2월 15일 by 이상한 모자

보수언론도 더블민주당도 백선생 추모를 한다고 하는데 뭘 추모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뭘 추모해야 되냐? 백선생님이 12살 때부터 통일운동을 했다 이런 거는 레닌이 8살 때 마르크스 원전을 깨우쳤다는 얘기랑 비슷한 거 같고… 운동의 역사성을 봐야 한다. 백선생 운동의 시작은 어찌됐든 김구 장준하 등 우파 민족주의 계열이다. 좌익은 여운형은 암살되고 박헌영 등은 북으로 가고 이러면서 남한에 사실상 없었다.

근데 또 운동이라는 건 변하는 거여서, 예를 들면 김건우 씨 저작을 보면 장준하는 애초에 김구보다도 반공주의적 인물이었다고 돼있다. 하지만 6.3 즈음에 이르러 통일론자가 된 거고 백선생과의 공통분모도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장준하는 암살당했으므로 그의 변화는 거기서 멈추었다.

백선생은 계속 나아갔다. 1987년 대선의 양김단일화 촉구 사퇴는 오늘날 보면 독자적 진보 노선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로 느껴진다. 그러나 1992년 대선 완주는 그럼에도 독자적 진보를 모색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세대의 문제겠지만 당시 운동권들이 귤을 팔았다든지 부모님에게 곧 아빠가 되게 생겼다는 뻥을 치고 돈을 타냈다든지 등록금을 빼돌렸다든지 하는 얘기를 숱하게 들었다.

백선생의 이후 행로는 더 보탤 것도 없다. 애초 자기 문제의식을 지키면서도 타협하지 않고 낮은 곳으로 시선을 확장해 나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독자적 진보의 사표였다. 나는 그것을 추모한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백기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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