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논리와, 반-진영논리라는 진영논리
오늘은 한석호라는 분의 글을 조선일보를 통해 보았다. 모르겠다. 나는 이런 이유로 누굴 미워하거나 공격하거나 뭘 논박하거나 그럴 힘이 이제 없다. 그냥 지켜본다. 그럼에도 그냥 한 마디 덧붙인다. 우리 좌파 패밀리들이 평소에는 민주당을 진보로 인정하지 않는다(이 개념 규정 논쟁에 지쳐서 그냥 세상이 다 진보라 하니 진보라 불러주겠다 한 일은 있다). 근데 ‘탈진보’ 선언할 때에는 진보가 곧 민주당이다. 이 간극에 항상 의아하다. 옆집이 중국집이던, 공덕동의 2층 사무실 생각이 많이 난다. 벌써 거의 20년이 다 돼간다. 그땐 참 다들 꿈이 컸었다.
최근 벌어지는 여러 현상에 대한 풍문을 들으면서 여러 생각을 한다. 그런 일들이 많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 진영논리에 충실한 사람들이 있다. 자기 진영을 지키기 위해선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다. 민주당 얘긴가요? 국힘, 정의당, NL, PD, 민주노총 국민파 중앙파 현장파 다 마찬가지였다. 내 경험으로 볼 때 그렇다. 이게 조직논리인데, 뇌의 어떤 부분을 남한테 맡겨놓고 사는 거랑 비슷하다. ‘우리 편 논리’만 반복하고 그것에 의거해서 공격하고 방어하면 장땡이다. ‘우리 편 논리’가 아닌 건 일단 공박한다. 개미들 더듬이 움직이는 것처럼 상대를 파악하고 ‘우리 편 논리’에 근거해서 주장하는 거 같으면 일단 인정해준다. 이런 것만 수십년 한다.
그런데 이게 임계점이 있다. ‘우리 편 논리’라는 게 너무나 군색해지고 ‘우리 편’ 자체도 없어지고 이러다보면, ‘우리 편’에 의존해 살던 자기 자신에 대해 현타가 오는 것이다. 이제 나이도 먹고 해서 시간도 얼마 안 남은 거 같고. 이젠 뭐라도 주도적으로 해야 하지 않겠나. ‘반-진영논리’라는 또다른 진영논리에 의존하는 증세가 이런 식으로 나타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아니 그렇잖아. 진영논리에서 탈출하는 거면 사안에 따라 판단하고 이쪽 저쪽 경중을 따져서 이건 이게 잘못됐고, 저건 저게 잘못됐고 이렇게 따져야지 뭔 탈진영 선언을 하고는 탈진영 선언 집단에 몸을 의탁하냐고.
오늘 어떤 선생님 전화도 받았는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금 모라는 사람이 하는 제3지대에 정의당도 가야 된다고 보냐 묻기에 내가 그랬다. 정의당이 결국 뭐냐가 문제인데, 결론 못 내렸다. 정의당이 더 이상 진보 뭐라고 하는 데 있어서 효용을 다했다고 생각하면 금태섭 신당이라도 같이 하는 게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의당이 어찌됐건 여전히 진보 뭐라고 하는 효용이 있다고 하면 금태섭 신당 같이 하는 건 그 진보 뭐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될 거고 오히려 죽쒀서 개준 꼴 될 것이다… 근데 이제 이런 논리도 ‘안 되는 얘기 말고 뭐 좀 되는 얘기를 해봐’ 앞에선 무력하지. 답정너라고 있지? 답정너인 듯. 아마 저 선생님은 같이 하자고 할 모양.
언젠가 모 방송 진행자가 얘기했다. 세상에 도움도 안 되는 것 같고 개인적으로도 스트레스 받는 이 일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나도 비슷한 생각인데, 당신은 그만둬도 월급이 나오지만 난 생계 걱정부터 해야 한다… 말이 씨가 됐나? 이제 유일하게 남은 TV 출연 방송 제작진이 전화를 했다. 다음 방송까지만 나와 달라… 그니까 이게 파리 목숨이다. 내일부터 오지 말라고 하면 그냥 네 해야 한다. 방송국들은 그래도 된다고 생각한다. 뭐 그래도 되겠지. 억울하면 정직원 하시든가?
요즘 시국이 시국이라 방송 하나 짤리면 다른 섭외는 없다. 짤리면 그냥 끝이다. 다 얼마 안 남았다고 봐야지 신경 안 써. 난 하나도 신경 안 쓴다. 진짜 좌파연하던 사람들이 다 바람따라 강물따라 흔들리고 흔들고 하는 세상인데 떠들어 제끼는 걸로 먹고 사는 게 뭔 소용인가. 크게 봐서 이렇게 죽고 저렇게 죽고 하는 과정인 거지 하나도 걱정할 거 없어. 영화 타짜에서 짝귀가 그랬다. 별게 아니야… 니도 곧 이렇게 될끼다… 그냥 맘대로 하고 살어야지 별 수 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