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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어느 방송사의 사정

2022년 4월 4일 by 이상한 모자

요즘은 뭘 봐도 그냥 흥… 하게 된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 어쩌다 친여인사와 무슨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그런 말을 하는 거였다. 특정 방송사를 거론하며 그 방송사는 자꾸 왜 정권에 불리한 보도를 하는 것이냐… 임기 말이다 이거냐… 근데 말하는 투가 꼭 그 방송사는 무조건 자기 편을 당연히 들어줘야 한다는 듯했다. 그래서 대꾸를 했다. 나름대로 생존전략이 아닐까요. 보수야당에 안 좋은 뉴스 두 개 할 동안 욕 덜 먹기 위해 반대쪽에 불리한 뉴스도 하나 정도는 하는…

최근 모 방송사 라디오 프로를 개편했는데 아침과 저녁의 색깔이 완전히 다르다. 특히 저녁 방송은 원래 친명인사(?)가 진행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내부 출신으로 진행자가 바뀌었다. 이 프로그램에 가끔 대타 등을 했으므로 새로운 진행자와 두 차례 정도 방송을 하였는데 처음 본 순간부터 반말을 하는 등 느낌이 좋지 않았다. 거기다가… 방송을 진행하면서는 전형적인 보수우파의 목소리를 매우 분명하게 내는 것이었다. 이력을 찾아봤는데 화려한 과거의 소유자였다. 친명인사에서 보수우파로 급선회… 갑자기 이럴 수 있는가?

그러니까 이것도 이 방송사의 생존전략인 것이다. 아침프로에 확실한 민주당 색깔 넣고, 대신 저녁 때는 당신들 색깔로 할테니 좀 참아줘라… 이런 식이면 결국 편이 없는 놈들부터 설 자리가 없어지기 시작하는 거다. 그게 누구냐, 나다. 이런 1차원적인 얘기로 돌아가는 시스템의 톱니바퀴 중 하나라는 신세가 서글프다. 지방선거 끝나면 피바람이 몰아칠 것이다…

Posted in: 정치 사회 현안 Tagged: 방송, 언론

리갈 하이

2022년 3월 30일 by 이상한 모자

격리돼 고통받는 와중에 밥은 먹어야 하고, 밥을 먹는 동안에 뭐라도 여유있게 보면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철지난 일본드라마 리갈 하이를 정주행하였다. 원래 악덕변호사가 주인공이라는… 소재에 좀 거부감이 있어 멀리하였는데 생각 외로 좋은 느낌이다.

사카이 마사토 씨가 코믹연기를 하는… 주인공 고미카도 켄스케 변호사는 돈과 명예에 목숨을 건 전형적인 속물이다. 이 속물이라는 조건은 냉소적 세계관의 표현이다. 진실이든 정의든 그런 것은 의미가 없고 오직 손에 잡히는 실물만이 의미가 있다는… 그의 파트너 마유즈미 마치코 변호사는 여전히 대의니 뭐니를 포기하지 못하는 소시민인데 두 사람의 소소한 대립구도는 늘 속물의 압승으로 끝난다는 게 주요 스토리이다. 시즌2에서는 대의를 추구하는 어떤 순수가 라이벌처럼 등장하지만 그건 결국 어떤 독선으로 귀결되고 역시나 승자는 냉소적 속물이라는 전형적인 얘기로 흘러간다.

여기까지 말하면 아주 악질적인 스토린데, 그래도 의미가 있다고 보는 건 이게 또 우리가 처한 현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현실의 기본은 속물이며 냉소이다. 부정할 수 없다. 고미카도 켄스케는 늘 이긴다. 우리는 마유즈미 마치코처럼 어떤 방식으로든 속물적 세상에 순응하고 냉소주의를 받아들이며 그걸 내면화하면서 사는 수밖에 없다. 다른 방법은 없다. 말이 통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폐쇄적으로 정의를 논하는 것은 도피일 뿐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게 끝이 아니고, 졌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대의와 정의라는 순진한 소리로 다시 고미카도 켄스케에 맞서는 것만이 찰나의 기회라도 살리는 길이 된다는 것이다. 즉 우리 삶의 의미는 최종적인 승리를 거두는 것이라기보다는, 지워지지 않도록 버티는 것에 있다. 그렇게 버티는 중 어떤 순간에는 고미카도 켄스케도 마유즈미 마치코에게 뭔가 영향을 받은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도망치지 않는 싸움이라는 것은 그런 거다.

이 드라마는 민주당 정권 말기부터 아베 신조 2차 집권 초기에 걸쳐 방영되었다. 그런 점까지 고려해보면… 신자유주의적 개혁이 ‘변화’의 자리를 대체해 버린 결과, 변화를 강요하는 시류를 거부하지는 못하면서도 인간의 존엄은 끝내 포기할 수 없다고 소극적으로나마 말하는 어떤 사회상을 반영한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 우리는 공정과 상식의 시대… 참고가 될 수도 있겠네요.

Posted in: 작품 감상, 잡감 Tagged: 리갈 하이

독서 왜 하는가

2022년 3월 30일 by 이상한 모자

어제 어떤 방송국에 갔는데, 제작진이 앞으로 코너를 개편하기로 해 여러명이 나와야 한다며 아이템 협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카톡을 이용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강한 어조로 말하는 것이었다. 눈 앞이 깜깜해졌다. 카톡은 어떤 사람들만을 위해 사용할 수 없는 플랫폼이다. 문자로 보내라면 주저할 얘기를 그냥 부담없이 막 던지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그 수많은 쓰잘데기 없는 단톡방들… 벌써 현기증 난다.

그러나 내 고집 때문에 프로그램 제작을 방해할 순 없는 것이다. 그래서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 카톡 안 깔면 짜른다는데(물론 이 분들이 그렇게 말한 적은 없었다)… 수긍하면서도 수동공격성을 표출하니 그분들도 좀 그랬는지 다른 대안을 찾느라 분주하다. 미안하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하고 복잡한 감정이다.

고립된 삶… 어떤 분들이 무슨 지원금을 받기 위해 독서모임을 만들었다는 연락을 주시기도 하고 그렇다. 지식이 목마른 분들의 독서모임은 권장할만한 일이다.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서로 잘난척이나 하는 모임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책에 대한 반응을 여기다가도 죽 올렸지만 정말 좋은 말씀 주시고 잘 읽었다는 분들이 많다.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찾아보면 애초에 별로 책을 읽을 마음도 없는데 읽어야 했던 분들도 있는 것 같다. 좀 배운 분들이 다수라고 보는데, 이 분들의 특징. 책을 읽기 전에 이미 책의 내용과 저자의 성향을 본인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읽다가 모르는 얘기 나오면 그냥 무시한다. 자기 예단에 맞는 얘기나 표현들만 계속 수집해서 그 무슨 확증편향 한다. 그 결과를 독서모임 같은 데서 서평이랍시고 자랑스레 말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책의 메시지를 받아들일 마음을 갖지 않고 있는데 왜 독서를 하는가. 결국 비판 뭐 그런 거를 하는 자신의 모습에 심취하며 남들이 따봉이나 눌러 주길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카톡은 집단적 독백이 되고 네이트판과 트위터에선 작품 경연장이 막 열리는 거다. 내가 비판하는 거 자체를 놓고 뭐라고 하는 게 아니다. 그건 얼마든지 하시고… 심지어 권장한다. 근데 그게 아니고 똑바로 안 읽고 말하니까 하는 얘기다.

아무튼 갑자기 딴 생각하다 열 받아서 여까지 왔는데… 독서는 결국 책이 중요한 거고 책이라는 거는 거기에 담긴 메시지가 중요한 거 아니냐. ‘책을 읽는 나’라는 서사의 주인공이 돼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에요. 서사든지 주인공이든지 그런 것은 다 필요 없고 나는 그냥 나대로 존재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를 잃고 무슨 허구의 주인공이 돼봐야 뭘 합니까. 그런 것은 환상이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다이어트도 할 수 없다. 몸무게 90킬로그램 이제 어떡할거냐.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독서, 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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