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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진보정치

슬픈 호소인 드립

2022년 3월 15일 by 이상한 모자

박원순 성폭력 사건 이후 다들 무슨무슨 호소인 드립들을 치는데, 마음이 좀 그렇다. 그 사건 때도 방송에서 얘기했는데, 원래 있는 말이여 그게. 그 말을 쓰는 게 맞는지 고민도 하고 그랬지만 최소한 피해호소인이라는 말을 운동권들끼리 썼을 때는 나름대로 섬세한 맥락이 있었단 말야. 너무 처음부터 확정짓지 말자 그런 차원도 있지만… 가령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가 가해자가 법적대응 할 경우에 피해가 사실이어도 사실적시명훼 그런 걸로 털리잖아. 그런 걸 조금이라도 빠져나가보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거지. 거짓말 같냐? 나무위키라도 찾어봐라. 2016년에 작성된 이런 기사 같은 데도 피해호소인이라는 단어가 나오잖아. 이미 쓰던 단어고, 그런 게 나온 맥락과 이유란 게 있는 거예요.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612201431455579

내가 이거 박원순 사건 때 방송에서도 여러 번 얘기했거든? 근데 뻔히 알만한 사람들이 다들 그냥 더블민주당이 지어낸 말이라고 생각하고 믿고 그렇게 주장을 해요. 대표적으로 중궈니횽. 진짜 웃긴 사람이야. 뭐 그 외에도… 예를 들면 작년 말에 정의당에 강민진 씨가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이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1218/110844855/1

―정의당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초기에는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했던데.

“그 단어가… 사실 운동권이나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많이 쓰던 말이다.” (원래 쓰던 말이라고?) “시민사회, 운동권 내에도 성폭력 사건들이 있었다. 그래서 어떤 공동체적 해결이 필요할 때 피해자, 가해자, 또 공동체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한 담론들이 만들어져 온 역사가 있다. 거기서 일단 피해 사실을 누군가가 이야기를 했는데, 아직은 확정적인 조사까지는 안 갔을 때는 ‘피해호소인’ ‘가해지목인’ 이렇게 불러왔다. 민주당이 그때 처음 만든 게 아니라 그들도 운동권에 있었기 때문에 그 단어를 아는 거다.”

※지난해 7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빈소에서 당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피해호소인에 대한 신상 털기나 2차 가해는 절대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 후보는 올 9월 정의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피해호소인은 피해자 변호인이 등장하기 전까지 당 내에서 그렇게 정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처음부터 ‘피해자’로 불렀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진구 기자라는 사람이 처음 알았다는 듯이 “원래 쓰던 말이라고?”라고 반문을 한다. 이렇다니깐.

근데 진짜 어이가 없는 게 뭔지 아냐? 남인순 등 더블민주당 의원들이 단톡방에서 떠든 거 나중에 공개된 걸 보면 2차가해성으로 피해호소인이란 말을 쓰자고 한 게 또 명백하게 맞단 말이야! 그니까 여기서 이전에 운동권들이 그런 용어를 쓰는 걸로 달성하고자 했던 어떤 목적 같은 거는 그냥 다 없어지는 거지. 다 필요 없고 그냥 아 피해호소인이라는 말 쓰는 새끼들은 다 위선자들이구나… 그냥 이렇게 되는 거야. 더 항변할 말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

이게 단지 피해호소인이라는 용어와 박원순 사건에만 한정된 맥락이 아님. 비슷한 게 계속 반복돼온 게 있어. 문정권이 진보도 아닌데 왜 진보가 문정권과 함께 심판을 받게 되었느냐 하는 이유가 이런 것에 있음.

정의당이 맨날 문통과 더블민주당 들이받고 괴롭히고 막 그랬으면 달랐을까? 아니라고 본다. 그건 사람들이 보기에 선거법 개정처럼 어떤 당리당략의 차원일 뿐이다. 애초에 진보의 원조랄지 본가랄지 근본이랄지 그런 것은 더블민주당의 좌측에 있는 거고, 더블민주당들은 그냥 이미지를 갖다 쓰는 존재들이다 라는 인식이 있어야 됐던 거지. 이건 선거 또는 원내 전술이나 무슨 홍보의 영역이 아니고 근본적 차원에서 대중정치의 영역인 거다.

뭐 모르리라 보지 않고. 알아도 수단이 없는 거겠지. 그래서 미래가 중요하고 지난 대선은 그런 진보의 미래를 보여주는 캠페인을 잘 했어야 했다고 보는데 뭐 모르겠다. 잘 되겠지. 근데 아무튼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호소인 드립은 하지 않게 되었다는 말을 하려고 했었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박원순, 진보정치, 피해호소인

비판적 지지를 했다

2022년 3월 11일 by 이상한 모자

방송한다고 돌아다니다가 생각지도 않은 분이 민주노동당 정책위 출신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도 이런 저런 사람들 안다 하니 장식이 현식이 석준이 막 그러시더라. 주대환더러 형이라고 그러고… 근데 윤찍었다는 거 같더라고. 사투리가 심하셔 갖고 제대로 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맞게 들었다면, 이게 그 역-비판적 지지 그거지.

오늘 또 방송국 가서 젊은 여성 AD한테 괜히 또 물어봤어. 누구 지지하셨느냐? 말 안 한다고 그러다가 한 번 더 물어보니 20대 여성은 다들 윤석열이 되는 걸 원치 않지 않았겠느냐 하더라고. 그래서 한 번 더 물어봤지. 그래서 누구 찍었단 거요? 심 찍으면 사표 되니까 이 찍었대.

나는… 이번만은 심을 찍지 않겠노라 결심했었다. 철밥통 후보 찍든지 내 이름 석자 쓰고 나오든지. 근데 칩거해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약해졌다. 그래도 한 번 결심한 바 흔들리면 안 되지. 칩거 끝나고 나와 ‘해야 할 일’을 하면 그때가서 생각해보리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야 할 일’을 충분히 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적어도 그러한 시도의 진심 같은 것은 느꼈다. 눈물을 머금고 심을 찍었다. 고양시로 이사가지 않는 이상 마지막 심-투표일 것이다. 이제 내 인생의 심은 심시티랑 심즈 뿐이야…

1세대 진보정치인의 실패라고 말씀했다는데… 씁쓸하다. 지도자니까 져야 하는 책임이지 심 책임이기만 하겠는가. 그 뒷세대는 뭐 좀 나은가? 다른 사람 탓하지 말라. 지못미로 12억 모아주고 했다고 다시 신발끈 묶고 하던 대로 하자 이럴 게 아니다. 기성정치뿐 아니라 거기도 변해야 한다. 절체절명의 뭔가를 걸고 반 발짝이라도 맞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자기들끼리만 맞말 그런 거 하지 말고…

김진숙 지도위원 복직을 보면서 좀 딴 생각을 했다. 민주노동당 시절에, 그니까 그 때는 정동영과 희망버스 투어하기 한참 전인데, 그때 비례대표로 밀어보면 어떻겠느냐 하는 참 순진한 사람들의 자기들끼리 하는 얘기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얘기를 떠올렸는데, 만약에 우리가 제대로 뭘 하지도 못하면서 분당을 한다 뭘 한다 분주하게 이리 찢고 저리 찢고 하지 않았더라면… (분당이 잘못이라는 게 아니고, 분당을 했으면… 업데이트 된 이념적 지향을 가진 명실상부한 노동자 정당을 만들었어야지…) 그러한 일도 가능했으리라 생각도 하고 뭐 그런다.

그러니까… 심은 1세대 진보정치인이라고 쉽게 얘기했지만… 단병호 위원장 이후(뭐 이것도 논란 있겠지…) 모두가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는 노동-지도자를 만드는 것에 실패한 결과가 오늘의 이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역사에 가정은 필요없다 라고 말들하고 이제와선 다 늦은 얘기이긴 하지만… 그게 실제 그렇게 되는 것이든 아니면 순전히 심리적인 것이든, 지도자감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노동계 인사를 꼽으라면 그것은 김지도가 아니었을까 라고 나는 생각하는 것이다.

내 비판적 지지가 담긴 한 표가 과연 세상의 뭐에 어떤 도움이 되는 것인지, 확신은 없는데… 적어도 심에 대해 김지도가 말하는 그 장면이 상당한 영향을 줬다는 거다. 방송국 가서 윤정권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이런거 떠들고 와서 좀 기분 그래서 적어봄.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김진숙, 단병호, 심상정, 정의당, 진보정치

진보 그만 할 거냐?

2022년 1월 20일 by 이상한 모자

엊그제 한 때의 열성적 진보이다 부동층으로 튕겨져나간 상태인 분과 잠시 말씀을 나누었는데 야권이 단일화를 하면 그 후보를 찍겠다는 거였다. 내가 그랬다. 그게 그렇~~~게 욕하던 비판적 지지랑 뭐가 다르냐. 그랬더니 그러는 거다. 심이 마음에 안 들어서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내가 다시 답을 했다. 당신이 뭐 좌파입니까? 사회주의 철밥통 후보 찍는 사람입니까? 이런 저런 얘기하다가 마지막으로 나온 얘기가 이거였다. 그래도 심이 마지막 소임이라는데 3%로 끝낼 순 없다는 마음도 있긴 있다…

절실함이 안 보인다는 게 이런 거다. 정말 배수의 진을 치고 이 선거 망치면 심도 정의당도 끝이다, 이런 개념이 있어야지. 그래야 하다못해 동정론이라도 등에 업지. 지금 심이 하는 선거전, 저거는 메이저 전략인데 뭔 절실함이 보이겠냐. 그렇다면 왜 절실하지 않은가? 다른 선거, 당선가능성 있는 선거를 또 나가실건가보지! 이번 선거 망해도 그게 심 혼자일지 정의당까지일지 모르지만 인생은 계속된다 뭐 이거 아니야?

재명대장이 ‘나를 위해’라는데, 더블민주당이 촛불시위 따라 춤추다가 이렇게 된 이유가 저의 신간에 다 써있다.

촛불시위의 시각에서 나라를 망친 ‘비정상’이란 보수적 정책과 사익추구의 결합인 셈이다. 따라서 이를 ‘정상화’하려면 진보적 정책과 사익추구의 방지를 결합해야 한다.

(…)

다시 말해 사회공공성 강화와 각자도생은 비정상화를 반대하는 맥락에서 한 바구니에 담긴 셈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으로 비정상에 반대하는 캠페인은 1차적으로 완료됐다. 그러니 사회공공성 강화와 각자도생이 함께 들어있던 바구니는 그 형태가 희미해질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양쪽이 분리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

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성장 과정에서 경쟁을 통한 성과와 보상이라는 체제를 내면화했다. 게다가 기성세대는 이런 체제의 원리를 더욱 전면적으로 세상만사에 적용하는 것이 곧 ‘진보’라는 논리를 주입해왔다. 앞서 묘사한 것과 같이 이 논리는 ‘보수’가 초래한 비정상적 이익배분 시스템이 ‘나의 이익’을 훼손하고 있다는 인식을 전제하는 것이다. 이런 인식에 따르면 ‘보수’가 만든 체제적 왜곡을 바로잡고 ‘공정한 경쟁’과 이 결과에 따른 보상이 주어지는 체제로 ‘회귀’할 수 있다면 ‘나의 이익’ 또한 정상화될 것이다. 그러나 이 서사에서 생략된 것은 여기서의 ‘나’는 경쟁이 공정하기만 하면 반드시 승리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가?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는 법이다. 따라서 공정한 경쟁의 질서를 확립하는 게 중심인 ‘진보’와 ‘나의 이익’이 언제나 양립할 수는 없다.

(…)

진보와 각자도생이 ‘정상화’라는 한 지붕 아래 더 이상 공존할 수 없다고 하면, 갈라서게 될 둘 중 어느 쪽이 ‘정상화’의 타이틀을 가져가는지가 중요해진다.

(…)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젊은 세대에게 가르쳐온 것은 실제로 진보가 아닌 시장원리였다. 실상 이 사회가 ‘진보’라고 불러온 이념과 사상의 어떤 덩어리들은 독재에 반대하고 개인의 자유를 쟁취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표현해왔다는 점에서 보다 엄격한 시장원리의 구현이라는 요구에 편승해 온 측면이 있다. 따라서 젊은 세대가 진보와 ‘손해’ 사이의 부조리한 연결고리를 발견한 것은 ‘정상화’의 이름을 각자도생 쪽이 가져갈 확률이 높게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책에 이렇게 쓴대로의 결과가 ‘나를 위해’라는 재명대장의 슬로건인 것이다. 그러면 진보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 ‘나를 위해’에 포함되지 않는 ‘나’들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그들을 대변하겠다는 행보를 적극적으로 밀어 붙이면서 그 지워진 ‘나’를 더욱 확장된 ‘우리’로 만들어 가자는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제는 진보라는 사람들도 이런 저런 ‘나’들이 좋아할만한 얘기를 하며 윙크를 보내는 게 ‘정치’고 ‘전략’이라고 생각하는 듯 보인다.

할 말이 정 그런 것만 남아있다면, 진보를 그만하면 되는 거다.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나! 막 화를 내는 분들이 있을 거다. 여러분이 희망이다. 진보의 미래? 걱정하지마. 남아있는 사람들이 100년 내로 어떻게든 하겠지. 그러니 할 말이 더 이상 없는 분들은 진보를 그만하세요.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진보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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