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신문 보며 한 생각
보수언론은 김기현도 물러났으니 대충 한 템포 쉬어가는 분위기다. 그런 와중에 조선일보는 역시 깨알같은 뒤끝이 있는데, 사설로만 딱 한 대를 더 때렸다. 제목이 <대선 승리 정당이 1년 반 만에 3번째 비대위, 대통령 설명 듣고 싶다>이다. 지금까지 윤통이 뭘 잘못했는지를 조목조목 쓰고 뭐라도 한 마디 해보라고 했다. 아래와 같은 내용이다.
선거에 이기자마자 대통령 최측근들과 당대표가 매일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그 핵심에 대통령이 있었다. 측근과 주고받은 ‘내부 총질’ 문자가 드러났다. 이렇게 당대표를 쫓아내고 무리하게 구성한 비대위는 법적으로 무효화될 수밖에 없었고 다시 비대위가 구성돼야 했다. 그렇게 7개월간의 비대위를 끝내고 지난 3월 전당대회를 통해 김기현 대표 체제가 들어섰지만 그 과정 또한 무리한 일 연속이었다. 대표 경선에 출마한 사람들을 강제로 주저앉히고 대선 후보 단일화까지 한 사람은 “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렇게 대통령이 억지로 만들어 준 김기현 대표는 처음부터 어떤 존재감도 가질 수가 없었다.
윤 대통령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대법원 유죄 판결을 받아 구청장직을 상실한 사람을 3개월 만에 사면시켜 그 자리에 다시 출마시켰다. 국민 눈에는 오만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다.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후 대통령부터 변하겠다고 했지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아직 없다. 대통령 부인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만 불거졌을 뿐이다. 정부직에 검사 출신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는데도 오히려 또 검사 출신을 임명한다.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3/12/15/36ZV2LOR7NH7ZKD3CXMJ3UQHNY/
오늘 새벽에 제가 미디어스에 쓴 글에서는 “여당의 내홍과 관련한 사과 등 입장 표명과 배우자 등 가족 문제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뉘앙스”라고 썼다. 또 어떤 경우든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해서 여당 대표가 물러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말씀도 드렸다. 아래의 대목이다.
궁금한 것은 김기현 전 대표가 지역구 출마를 고집한 배경이다. 이걸 정확히 알 수 없으니 여러 ‘설’만 제기된다. 크게 나누면 세 가지다. 첫째는 ‘욕심설’이다. 총선 성적이 뻔한 상황에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대표직보다는 당선되면 자리가 보장되는 ‘5선 의원’이 되는 일을 우선한 것 아니겠느냐는 거다. 둘째는 ‘카드설’이다. 섣불리 불출마 선언을 했다가 그래도 내홍이 수습되지 않으면 결국 대표직도 내려놓게 될 수 있다는 거다. 둘 중 하나를 지키려다 둘 다 지키지 못하게 될 수 있으니 일단 둘 다 쥐고 있다가 천천히 결단해도 늦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는 거다. 셋째는 ‘공천갈등설’이다. 김기현 전 대표가 대표직 유지를 전제로 공관위 구성과 관련한 실질적 권한을 원했으나 용산이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결국 허울뿐인 대표는 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대표직 사퇴 및 지역구 출마 고수 입장이 나왔다는 거다.
그런데 어떤 경우든 대통령의 ‘격노’ 때문에 부자연스러운 당 대표 사퇴로 상황이 이어진 거라고 하면 누가 봐도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욕심설’이나 ‘카드설’의 경우라면 당 대표가 스스로 잘못된 판단을 했다는 비판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그건 당 대표가 감당하면서 대응해야 할 성격의 일이다. 그런 이유를 들어 대통령이 ‘격노’를 하며 ‘당신 그만 두라’는 식으로 압박했다고 한다면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당 대표는 대통령의 부하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령 이명박 정권 때 여당 대표가 감사원장 후보에 자진사퇴를 요구하며 사실상 낙마시킨 일이 있었는데, 그때도 청와대 대응은 한 달 동안 여당 지도부와 밥을 같이 안 먹는 정도였다. 그때도 여당이 할 일을 했는데 결국 청와대에 굴복했다는 둥 온갖 뒷말이 나올 정도였는데, 이 정권에서 그 정도로 그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최소 “아무 말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등의 반협박조의 비난을 받거나 권력에 줄 서는 데 혈안이 된 초선의원들에 정치적 집단 구타를 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
만일 일부 언론 보도대로 ‘공천갈등설’에 가까운 사태라고 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용산 권력이 공천관리위 구성에 개입할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거꾸로 당 대표의 관여를 용산이 차단했다는 것 아닌가? 처음부터 허수아비 당 대표를 세워놓고 공천은 용산이 전부 주도할 생각이었다고 한다면, 악질도 이런 악질이 없다. 애초 김기현 지도부는 용산이 세운 지도부였다. 어차피 공천을 전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지도부인데, 그것에조차 만족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글을 써내고 자다가 병원 가는 날이란 걸 잊어먹고 느지막히 일어나 밥을 먹으려는데 한겨레 기사가 떠있는 것을 발견했다. 대통령이 빠리에서 이재용 회장 등과 함께 쏘폭을 말았다는 내용이다.
프랑스 현지 식당과 복수의 5대 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재벌 총수들과 ㅇ식당의 2층 단독룸에서 술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엘지(LG)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들이 참석했다. 저녁 식사에는 소주와 맥주가 곁들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비공식 일정으로, 재벌 총수들은 수행원 없이 홀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ㅇ식당은 1994년 파리에 문을 연 고급 한식당이다. 누리집에는 “간단한 전식부터 고급 회 요리까지 음식에 맞는 와인을 추천하고 있다”고 돼 있다. ㅇ식당 관계자는 12월12일(현지시각)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 정의선 회장, 구광모 회장 등 경제인들이 다 와서 저녁 식사를 했다”며 “2층 단독룸은 15명 이상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술도 곁들인 저녁 식사를 했다. 정확하게 몇 명이 얼마나 마시고, 언제까지 있었는지는 얘기할 수 없다”고 답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기업 쪽 관계자들도 윤 대통령과의 술자리 사실을 인정했지만, 끝난 시간은 엇갈렸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5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실의 요청으로 수행 없이 총수들끼리만 참석했다. 식당 예약 등 준비도 대통령실에서 했고, 저녁 8시에 시작해 밤 11시까지 술을 곁들인 저녁 식사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그룹 관계자는 “저녁 8시부터 밤 10시까지 ‘소폭’을 마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다른 그룹 관계자는 “ㅇ식당에서 윤 대통령이 재벌 총수 등과 함께 저녁 8시부터 술자리를 가졌다”고 말했다. 다른 그룹 관계자 역시 “저녁 8시부터 밤 10시까지 술자리를 했다고 전해들었는데 얼마나 마셨는지는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20545.html
너무 윤석열답고 윤석열스러운 얘기여서 뭐 놀랍지도 않은데, 혹시 묵시적 청탁 뭐 그런걸? 에이 이재용도 그렇게 혼이 한 번 나봤는데 아니겠지. 묵시적 청탁 될까봐 막 눈도 안 마주치고 최대한 눈을 막 굴리면서 마신 거 아녀?
외국에 나가야 돼서 나가는 게 아니라 나갈 일을 맨들어서 나가는 거 아니냐라는 식의 시각은 경향신문도 갖고 있다. 오늘 사설을 보니 이런 얘길 한다.
뤼터 총리는 지난 7월 정계은퇴를 선언했고 퇴임을 코앞에 두고 있다. 뤼터 총리 정부는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의 과도 내각이어서 외국과 새로운 약속을 할 처지가 아니다. 곧 해체될 내각과의 합의가 다음 정부로 이어질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네덜란드는 지난달 총선에서 극우 성향 자유당이 제1당에 오르며 정치적 격변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네덜란드 방문은 시기를 조정했어야 했다. 윤 대통령과 뤼터 총리는 이미 세 번이나 만난 사이다. 꼭 만나야 할 필요가 있었다면 지난달 프랑스 방문 계기를 활용하는 게 나았다. 이렇다 할 외교현안이 없는 데다 국가정상이 은퇴 예정인 나라를 단독 방문한 것은 아무리 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대통령실은 네덜란드 국왕 초청으로 잡힌 일정이어서 바꾸기 어렵다고 하겠지만, 방문 일정이 발표된 것은 뤼터 총리가 은퇴를 발표한 지 2개월이 지나서였다. 네덜란드와 협의해 일정을 조정할 시간이 충분했다는 뜻이다. 방문 계획을 짤 때 총리의 은퇴 사실을 감안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강행했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하다.
https://www.khan.co.kr/opinion/editorial/article/202312141808001
여사님이 암스텔담에서 개식용 얘기도 했던데, 그렇게 말을 해도 이렇게 계속 마음대로 하고 해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