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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이재용

오늘 신문 보며 한 생각

2023년 12월 15일 by 이상한 모자

보수언론은 김기현도 물러났으니 대충 한 템포 쉬어가는 분위기다. 그런 와중에 조선일보는 역시 깨알같은 뒤끝이 있는데, 사설로만 딱 한 대를 더 때렸다. 제목이 <대선 승리 정당이 1년 반 만에 3번째 비대위, 대통령 설명 듣고 싶다>이다. 지금까지 윤통이 뭘 잘못했는지를 조목조목 쓰고 뭐라도 한 마디 해보라고 했다. 아래와 같은 내용이다.

선거에 이기자마자 대통령 최측근들과 당대표가 매일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그 핵심에 대통령이 있었다. 측근과 주고받은 ‘내부 총질’ 문자가 드러났다. 이렇게 당대표를 쫓아내고 무리하게 구성한 비대위는 법적으로 무효화될 수밖에 없었고 다시 비대위가 구성돼야 했다. 그렇게 7개월간의 비대위를 끝내고 지난 3월 전당대회를 통해 김기현 대표 체제가 들어섰지만 그 과정 또한 무리한 일 연속이었다. 대표 경선에 출마한 사람들을 강제로 주저앉히고 대선 후보 단일화까지 한 사람은 “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렇게 대통령이 억지로 만들어 준 김기현 대표는 처음부터 어떤 존재감도 가질 수가 없었다.

윤 대통령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대법원 유죄 판결을 받아 구청장직을 상실한 사람을 3개월 만에 사면시켜 그 자리에 다시 출마시켰다. 국민 눈에는 오만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다.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후 대통령부터 변하겠다고 했지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아직 없다. 대통령 부인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만 불거졌을 뿐이다. 정부직에 검사 출신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는데도 오히려 또 검사 출신을 임명한다.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3/12/15/36ZV2LOR7NH7ZKD3CXMJ3UQHNY/

오늘 새벽에 제가 미디어스에 쓴 글에서는 “여당의 내홍과 관련한 사과 등 입장 표명과 배우자 등 가족 문제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뉘앙스”라고 썼다. 또 어떤 경우든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해서 여당 대표가 물러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말씀도 드렸다. 아래의 대목이다.

궁금한 것은 김기현 전 대표가 지역구 출마를 고집한 배경이다. 이걸 정확히 알 수 없으니 여러 ‘설’만 제기된다. 크게 나누면 세 가지다. 첫째는 ‘욕심설’이다. 총선 성적이 뻔한 상황에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대표직보다는 당선되면 자리가 보장되는 ‘5선 의원’이 되는 일을 우선한 것 아니겠느냐는 거다. 둘째는 ‘카드설’이다. 섣불리 불출마 선언을 했다가 그래도 내홍이 수습되지 않으면 결국 대표직도 내려놓게 될 수 있다는 거다. 둘 중 하나를 지키려다 둘 다 지키지 못하게 될 수 있으니 일단 둘 다 쥐고 있다가 천천히 결단해도 늦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는 거다. 셋째는 ‘공천갈등설’이다. 김기현 전 대표가 대표직 유지를 전제로 공관위 구성과 관련한 실질적 권한을 원했으나 용산이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결국 허울뿐인 대표는 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대표직 사퇴 및 지역구 출마 고수 입장이 나왔다는 거다.

그런데 어떤 경우든 대통령의 ‘격노’ 때문에 부자연스러운 당 대표 사퇴로 상황이 이어진 거라고 하면 누가 봐도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욕심설’이나 ‘카드설’의 경우라면 당 대표가 스스로 잘못된 판단을 했다는 비판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그건 당 대표가 감당하면서 대응해야 할 성격의 일이다. 그런 이유를 들어 대통령이 ‘격노’를 하며 ‘당신 그만 두라’는 식으로 압박했다고 한다면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당 대표는 대통령의 부하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령 이명박 정권 때 여당 대표가 감사원장 후보에 자진사퇴를 요구하며 사실상 낙마시킨 일이 있었는데, 그때도 청와대 대응은 한 달 동안 여당 지도부와 밥을 같이 안 먹는 정도였다. 그때도 여당이 할 일을 했는데 결국 청와대에 굴복했다는 둥 온갖 뒷말이 나올 정도였는데, 이 정권에서 그 정도로 그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최소 “아무 말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등의 반협박조의 비난을 받거나 권력에 줄 서는 데 혈안이 된 초선의원들에 정치적 집단 구타를 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

만일 일부 언론 보도대로 ‘공천갈등설’에 가까운 사태라고 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용산 권력이 공천관리위 구성에 개입할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거꾸로 당 대표의 관여를 용산이 차단했다는 것 아닌가? 처음부터 허수아비 당 대표를 세워놓고 공천은 용산이 전부 주도할 생각이었다고 한다면, 악질도 이런 악질이 없다. 애초 김기현 지도부는 용산이 세운 지도부였다. 어차피 공천을 전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지도부인데, 그것에조차 만족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7313

글을 써내고 자다가 병원 가는 날이란 걸 잊어먹고 느지막히 일어나 밥을 먹으려는데 한겨레 기사가 떠있는 것을 발견했다. 대통령이 빠리에서 이재용 회장 등과 함께 쏘폭을 말았다는 내용이다.

프랑스 현지 식당과 복수의 5대 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재벌 총수들과 ㅇ식당의 2층 단독룸에서 술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엘지(LG)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들이 참석했다. 저녁 식사에는 소주와 맥주가 곁들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비공식 일정으로, 재벌 총수들은 수행원 없이 홀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ㅇ식당은 1994년 파리에 문을 연 고급 한식당이다. 누리집에는 “간단한 전식부터 고급 회 요리까지 음식에 맞는 와인을 추천하고 있다”고 돼 있다. ㅇ식당 관계자는 12월12일(현지시각)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 정의선 회장, 구광모 회장 등 경제인들이 다 와서 저녁 식사를 했다”며 “2층 단독룸은 15명 이상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술도 곁들인 저녁 식사를 했다. 정확하게 몇 명이 얼마나 마시고, 언제까지 있었는지는 얘기할 수 없다”고 답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기업 쪽 관계자들도 윤 대통령과의 술자리 사실을 인정했지만, 끝난 시간은 엇갈렸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5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실의 요청으로 수행 없이 총수들끼리만 참석했다. 식당 예약 등 준비도 대통령실에서 했고, 저녁 8시에 시작해 밤 11시까지 술을 곁들인 저녁 식사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그룹 관계자는 “저녁 8시부터 밤 10시까지 ‘소폭’을 마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다른 그룹 관계자는 “ㅇ식당에서 윤 대통령이 재벌 총수 등과 함께 저녁 8시부터 술자리를 가졌다”고 말했다. 다른 그룹 관계자 역시 “저녁 8시부터 밤 10시까지 술자리를 했다고 전해들었는데 얼마나 마셨는지는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20545.html

너무 윤석열답고 윤석열스러운 얘기여서 뭐 놀랍지도 않은데, 혹시 묵시적 청탁 뭐 그런걸? 에이 이재용도 그렇게 혼이 한 번 나봤는데 아니겠지. 묵시적 청탁 될까봐 막 눈도 안 마주치고 최대한 눈을 막 굴리면서 마신 거 아녀?

외국에 나가야 돼서 나가는 게 아니라 나갈 일을 맨들어서 나가는 거 아니냐라는 식의 시각은 경향신문도 갖고 있다. 오늘 사설을 보니 이런 얘길 한다.

뤼터 총리는 지난 7월 정계은퇴를 선언했고 퇴임을 코앞에 두고 있다. 뤼터 총리 정부는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의 과도 내각이어서 외국과 새로운 약속을 할 처지가 아니다. 곧 해체될 내각과의 합의가 다음 정부로 이어질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네덜란드는 지난달 총선에서 극우 성향 자유당이 제1당에 오르며 정치적 격변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네덜란드 방문은 시기를 조정했어야 했다. 윤 대통령과 뤼터 총리는 이미 세 번이나 만난 사이다. 꼭 만나야 할 필요가 있었다면 지난달 프랑스 방문 계기를 활용하는 게 나았다. 이렇다 할 외교현안이 없는 데다 국가정상이 은퇴 예정인 나라를 단독 방문한 것은 아무리 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대통령실은 네덜란드 국왕 초청으로 잡힌 일정이어서 바꾸기 어렵다고 하겠지만, 방문 일정이 발표된 것은 뤼터 총리가 은퇴를 발표한 지 2개월이 지나서였다. 네덜란드와 협의해 일정을 조정할 시간이 충분했다는 뜻이다. 방문 계획을 짤 때 총리의 은퇴 사실을 감안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강행했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하다.

https://www.khan.co.kr/opinion/editorial/article/202312141808001

여사님이 암스텔담에서 개식용 얘기도 했던데, 그렇게 말을 해도 이렇게 계속 마음대로 하고 해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김기현, 네덜란드, 이재용

안철수가 왜 나와

2020년 2월 14일 by 이상한 모자

별 꼴 다보네… 어제 우리 이부님 뉴스 정리하면서 딱 느낌이 왔다. 근데 삼성 입장 보니까 아예 노골적으로 써있어.

“해당 보도는 다툼이 있는 관련자들의 추측과 오해, 서로에 대한 의심 등을 근거로 한 일방적 주장”

… 그니까 이부님이 간호사님에게 껄떡대서 열받은 남치니가 이렇게 한 거다 뭐 그런 얘기 아니야 이게. 그 얘기를 너무 하고 싶은 거 아니야. 이게 안 하느니만 못한 얘기 아닌가? 카톡까지 공개돼서 할 수 없었던 건가?

더블민주당이 하는 일이 똑같은데, 거기서 안철수가 왜 나오냐. 안철수가 “제가 엠비 아바타입니까”하는 거랑 뭐 달라. 철수는 좋겠다. 더블민주당이 이렇게 저를 무서워하네요 그럴 수 있어서…

뭐 모르지 않겠지 선거 전문가들이.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일 거라고 본다. 여러분 저희가 호구가 아니고 할 만 해서 한 겁니다. 여러분 선거 초치는 촬스 기억 하시죠~? 이거 또 촬스예요~ 지금은 할 수 없이 물러납니다만…

지금 이거 갖고 다들 더블민주당의 오만을 말하는데, 실체적으로는 쫄은 거 같다. 다녀보면 진짜 분위기 안 좋거든. 쫄리고 조급해지다 보면 헛발질 하게 되는 거지.

임 교수 글을 트집잡았지만 사실 제일 신경쓰이는 건 중거니횽일걸? 철수네 가서 강연을 하질 않나. 지금까지는 무대응 외면 전략으로 왔는데, 이거 뭐 하나 해야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와중에 딱 걸린 거지. 참 별 꼴 다보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안철수, 이재용, 임미리, 진중권

삼성과 이란에 대한 방송 내용

2020년 1월 14일 by 이상한 모자

아래는 지난 일요일 방송 내용이다.

  1. 삼성

삼성이 준법감시위를 만들었다는데, 법을 그냥 지키면 되는데 도저히 스스로 알아서는 법을 지킬 수가 없어서 누가 와서 감시를 해줘야 한다는 취지이다. 도저히 스스로는 법을 지킬 수가 없다고 한다.

김지형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고 전체 7명 중 6명이 외부인사로 꾸려졌다고 한다. 고계현 전 경실련 사무총장, 권태선 전 한겨레신문 편집국장,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봉욱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그들이다. 내부인사는 이인용 삼성전자 사회공헌업무총괄 담당 고문이다.

김지형 전 대법관은 진보적 성향이라는 평가가 있다. 대법관 시절 진보성향의 판결을 내렸던 사람으로 알려져 있고 특히 노동분야에 전문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던 인물이다. 삼성 관련 반도체 사업장에서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 위원장으로 합의를 이끌었고 김용균 씨 사건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장을 맡은이력도 있다. 이런 인물이 뭔가를 맡는다고 하니까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었는데 김지형 전 대법관도 경영진에게 진정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돼서 처음에는 완곡한 거절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끝내 수락한 이유는 이런 설명이다. 삼성이 여러 경로로 경영진의 진정성을 전달하려 했지만 지금도 완전한 확증을 갖고 있지는 않은데, 따라서 완전한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해주겠다는 그룹 총수의 확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약속과 다짐을 받았기 때문에 더는 거절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여전히 준법감시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있는 게 사실이다. 준법감시위가 만들어진 맥락 자체부터 의심을 받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가 재판을 시작하자마자 훈계를 하면서 제안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재판부가 이재용 부회장 감형을 위한 힌트를 준 것이고 삼성이 이를 충실히 따르는 모습을 보여 결과적으로 집행유예를 이끌어 내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물론 그런 의도로 만들어졌더라도 자기 책임을 다할 수 있다면 그나마 낫다. 하지만 준법감시위가 법적기구도 아니고 권한과 책임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불법이나 탈법 사실을 적발하고 막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을 수밖에 없다. 준법감시위에서 결론을 내려도 그건 권고일 뿐 법적 구속력은 없다.

또 위원장을 맡은 김지형 전 대법관의 경우도 진보적 인사로 알려져 있다고는 하지만 삼성과 관련해서는 일부 약한 모습을 보여온 거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과거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사건에서 주심을 맡았었는데 이건희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는 거다. 또, 김지형 전 대법관은 위원장 취임 직전 대표적인 노동탄압 기업인 유성기업의 소송대리를 했다는 문제제기를 받고 이의 철회를 결정한 바도 있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1991년에 처음 준법감시제도가 도입이 되면서 이후 기업문화가 바뀌었다는 평가도 있다. 삼성이 제대로 이 제도를 정착시켜서 모범을 만들면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이게 첫 술도 아니라는 건 문제이다. 삼성은 과거에도 무관용준법경영을 선포하고 2010년에는 준법감시 전담조직인 컴플라이언스팀을 신설해 지금도 운영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계속 반복되어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회의적 시선이 있을 수밖에 없는 거다.

이런 조직을 설치하면서까지 삼성이 지키고 싶은 게 뭔지를 다시 한 번 상기해봐야 한다. 기업이미지나 법 위반 리스크에 대한 고려가 분명히 있겠지만 결국 이재용 부회장이 중심이 된 체제를 지키려는 것이다. 그동안 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등의 지적이었다. 삼성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의 다수는 총수의 경영권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있다. 뭘 만들든 이 부분에서 진전이 있어야 문제 해결로 가기 위한 것이라고 믿어줄 수 있을 것이고, 앞으로 그런 시선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다.

2. 이란

이란 문제, 이번엔 여객기 추락 사실을 인정하면서 새로운 국면이다.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증거를 미국 캐나다 우크라이나 등이 갖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란 체제의 특성상 이것만으로 신속하게 사실 인정을 하는 단계까지 가진 않았을 것이다. 이후 국면이 협상일 수밖에 없다는 점까지 보고 내린 결론이라는 생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이라크 내 미군기지 미사일 보복 이후 내놓은 입장을 보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공식화하고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핵협상을 통해 출구전략을 마련하자는 메세지가 같이 들어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언급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란의 잠재력을 언급하며 나름대로 당근을 내놓는 듯한 발언도 했다. 또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전제조건 없이 이란과 진지한 협상에 나설 준비가 됐다면서 이란의 번영과 세계와 조화를 이루는 미래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보복에 보복을 반복하는 경로로 갔다면 그 결론은 전면전인데 양쪽 모두 전면전을 수행할 준비가 안 돼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를 치러야 하는 정치적 부담이 있다. 벌써 석유를 위한 전쟁은 안 된다며 반전집회가 계속되는 분위기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나 탄핵 분위기도 있고 해서 더 문제다.

이란의 경우는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의 시아파 무장조직이나 아랍에미리트의 후티반군 등을 통한 대리전은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전면전을 수행하기에는 현재 경제 상황이 어렵다. 즉 서로 어떤 방식으로든 협상을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반미감정이 강한 이란의 경우는 협상 반대파도 있을텐데, 대표적으로는 혁명수비대를 비롯한 군부이다. 이번에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 책임이 군부에 있는데도 이를 부정해왔기 때문에 이들이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 이 비행기에 탄 사람의 상당수가 이란 국민이다. 이슬람 혁명 정신을 지키는 것이 국민을 지키는 것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게 또 드러난 것이다. 혁명수비대 고위 장성이 국영방송을 통해 모든 책임은 군에 있다며 사죄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을 정도로 파장이 크다.

반정부 시위도 격화돼서 최고지도자 사임 얘기 까지 나올 정도이다. 테헤란을 비롯해 이란 각 주요 도시에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이미 경제난으로 반발 여론이 지속적으로 확산돼왔고 지난해 11월에는 휘발유값 인상 등에 항의하는 사위가 벌어져 수백명이 사망한 일도 있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불이 붙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사임을 요구하는 구호까지 나온다는 것은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란은 신정과 공화정이 결합된 형태이다. 국민이 4년마다 대통령을 선출하지만 그 위에 정치와 종교 모든 방면에 결정권을 가진 종신직 최고지도자가 존재한다. 심지어 대통령 후보도 최고지도자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구에서 사실상 정해준다. 이번 일과 같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 일이 발생하면 사실상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지는 구조이다. 그러나 그 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아랍어로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용감하고 오래 고통받는 이란인들에게… 나는 취임 떄부터 당신들과 함께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시위를 지켜보고 있으며 당선들의 용기에 감명받았다… 는 등의 내용이다. 외부에서 이란 체제를 흔드는데 힘을 보태는 모양새인 것이다.

하지만 최고지도자가 바뀌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최고지도자가 종신직인 것은 교리를 통해 나온 결론이기 때문이다. 다만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액션을 취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는 2021년에 대선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그동안 온건개혁파로 분류돼왔다. 하지만 2021년에는 다른 성향의 정권이 집권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이란 체제의 특성상 하메네이가 퇴진까지 요구하는 급진적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볼 때, 하산 로하니보다 우측에 있는 인사들 중에 하메네이와 가까우면서 동시에 청렴하고 능력있어보이는 인물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이 인물은 대외정책이나 군부 영향력 약화 등의 대목에서는 개혁적인 행보에 나설 수 있지만 사회 불안을 통제하기 위해 종교적 보수주의는 오히려 더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바로 이런 게 민주주의의 딜레마일 것이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김지형, 녹색운동, 삼성 준법감시위, 이란, 이재용, 하메네이, 하산 로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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