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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이란

삼성과 이란에 대한 방송 내용

2020년 1월 14일 by 이상한 모자

아래는 지난 일요일 방송 내용이다.

  1. 삼성

삼성이 준법감시위를 만들었다는데, 법을 그냥 지키면 되는데 도저히 스스로 알아서는 법을 지킬 수가 없어서 누가 와서 감시를 해줘야 한다는 취지이다. 도저히 스스로는 법을 지킬 수가 없다고 한다.

김지형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고 전체 7명 중 6명이 외부인사로 꾸려졌다고 한다. 고계현 전 경실련 사무총장, 권태선 전 한겨레신문 편집국장,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봉욱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그들이다. 내부인사는 이인용 삼성전자 사회공헌업무총괄 담당 고문이다.

김지형 전 대법관은 진보적 성향이라는 평가가 있다. 대법관 시절 진보성향의 판결을 내렸던 사람으로 알려져 있고 특히 노동분야에 전문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던 인물이다. 삼성 관련 반도체 사업장에서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 위원장으로 합의를 이끌었고 김용균 씨 사건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장을 맡은이력도 있다. 이런 인물이 뭔가를 맡는다고 하니까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었는데 김지형 전 대법관도 경영진에게 진정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돼서 처음에는 완곡한 거절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끝내 수락한 이유는 이런 설명이다. 삼성이 여러 경로로 경영진의 진정성을 전달하려 했지만 지금도 완전한 확증을 갖고 있지는 않은데, 따라서 완전한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해주겠다는 그룹 총수의 확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약속과 다짐을 받았기 때문에 더는 거절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여전히 준법감시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있는 게 사실이다. 준법감시위가 만들어진 맥락 자체부터 의심을 받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가 재판을 시작하자마자 훈계를 하면서 제안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재판부가 이재용 부회장 감형을 위한 힌트를 준 것이고 삼성이 이를 충실히 따르는 모습을 보여 결과적으로 집행유예를 이끌어 내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물론 그런 의도로 만들어졌더라도 자기 책임을 다할 수 있다면 그나마 낫다. 하지만 준법감시위가 법적기구도 아니고 권한과 책임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불법이나 탈법 사실을 적발하고 막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을 수밖에 없다. 준법감시위에서 결론을 내려도 그건 권고일 뿐 법적 구속력은 없다.

또 위원장을 맡은 김지형 전 대법관의 경우도 진보적 인사로 알려져 있다고는 하지만 삼성과 관련해서는 일부 약한 모습을 보여온 거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과거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사건에서 주심을 맡았었는데 이건희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는 거다. 또, 김지형 전 대법관은 위원장 취임 직전 대표적인 노동탄압 기업인 유성기업의 소송대리를 했다는 문제제기를 받고 이의 철회를 결정한 바도 있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1991년에 처음 준법감시제도가 도입이 되면서 이후 기업문화가 바뀌었다는 평가도 있다. 삼성이 제대로 이 제도를 정착시켜서 모범을 만들면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이게 첫 술도 아니라는 건 문제이다. 삼성은 과거에도 무관용준법경영을 선포하고 2010년에는 준법감시 전담조직인 컴플라이언스팀을 신설해 지금도 운영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계속 반복되어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회의적 시선이 있을 수밖에 없는 거다.

이런 조직을 설치하면서까지 삼성이 지키고 싶은 게 뭔지를 다시 한 번 상기해봐야 한다. 기업이미지나 법 위반 리스크에 대한 고려가 분명히 있겠지만 결국 이재용 부회장이 중심이 된 체제를 지키려는 것이다. 그동안 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등의 지적이었다. 삼성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의 다수는 총수의 경영권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있다. 뭘 만들든 이 부분에서 진전이 있어야 문제 해결로 가기 위한 것이라고 믿어줄 수 있을 것이고, 앞으로 그런 시선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다.

2. 이란

이란 문제, 이번엔 여객기 추락 사실을 인정하면서 새로운 국면이다.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증거를 미국 캐나다 우크라이나 등이 갖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란 체제의 특성상 이것만으로 신속하게 사실 인정을 하는 단계까지 가진 않았을 것이다. 이후 국면이 협상일 수밖에 없다는 점까지 보고 내린 결론이라는 생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이라크 내 미군기지 미사일 보복 이후 내놓은 입장을 보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공식화하고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핵협상을 통해 출구전략을 마련하자는 메세지가 같이 들어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언급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란의 잠재력을 언급하며 나름대로 당근을 내놓는 듯한 발언도 했다. 또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전제조건 없이 이란과 진지한 협상에 나설 준비가 됐다면서 이란의 번영과 세계와 조화를 이루는 미래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보복에 보복을 반복하는 경로로 갔다면 그 결론은 전면전인데 양쪽 모두 전면전을 수행할 준비가 안 돼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를 치러야 하는 정치적 부담이 있다. 벌써 석유를 위한 전쟁은 안 된다며 반전집회가 계속되는 분위기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나 탄핵 분위기도 있고 해서 더 문제다.

이란의 경우는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의 시아파 무장조직이나 아랍에미리트의 후티반군 등을 통한 대리전은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전면전을 수행하기에는 현재 경제 상황이 어렵다. 즉 서로 어떤 방식으로든 협상을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반미감정이 강한 이란의 경우는 협상 반대파도 있을텐데, 대표적으로는 혁명수비대를 비롯한 군부이다. 이번에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 책임이 군부에 있는데도 이를 부정해왔기 때문에 이들이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 이 비행기에 탄 사람의 상당수가 이란 국민이다. 이슬람 혁명 정신을 지키는 것이 국민을 지키는 것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게 또 드러난 것이다. 혁명수비대 고위 장성이 국영방송을 통해 모든 책임은 군에 있다며 사죄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을 정도로 파장이 크다.

반정부 시위도 격화돼서 최고지도자 사임 얘기 까지 나올 정도이다. 테헤란을 비롯해 이란 각 주요 도시에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이미 경제난으로 반발 여론이 지속적으로 확산돼왔고 지난해 11월에는 휘발유값 인상 등에 항의하는 사위가 벌어져 수백명이 사망한 일도 있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불이 붙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사임을 요구하는 구호까지 나온다는 것은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란은 신정과 공화정이 결합된 형태이다. 국민이 4년마다 대통령을 선출하지만 그 위에 정치와 종교 모든 방면에 결정권을 가진 종신직 최고지도자가 존재한다. 심지어 대통령 후보도 최고지도자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구에서 사실상 정해준다. 이번 일과 같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 일이 발생하면 사실상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지는 구조이다. 그러나 그 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아랍어로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용감하고 오래 고통받는 이란인들에게… 나는 취임 떄부터 당신들과 함께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시위를 지켜보고 있으며 당선들의 용기에 감명받았다… 는 등의 내용이다. 외부에서 이란 체제를 흔드는데 힘을 보태는 모양새인 것이다.

하지만 최고지도자가 바뀌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최고지도자가 종신직인 것은 교리를 통해 나온 결론이기 때문이다. 다만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액션을 취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는 2021년에 대선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그동안 온건개혁파로 분류돼왔다. 하지만 2021년에는 다른 성향의 정권이 집권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이란 체제의 특성상 하메네이가 퇴진까지 요구하는 급진적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볼 때, 하산 로하니보다 우측에 있는 인사들 중에 하메네이와 가까우면서 동시에 청렴하고 능력있어보이는 인물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이 인물은 대외정책이나 군부 영향력 약화 등의 대목에서는 개혁적인 행보에 나설 수 있지만 사회 불안을 통제하기 위해 종교적 보수주의는 오히려 더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바로 이런 게 민주주의의 딜레마일 것이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김지형, 녹색운동, 삼성 준법감시위, 이란, 이재용, 하메네이, 하산 로하니

곤 회장님과 이란에 대한 방송 내용

2020년 1월 9일 by 이상한 모자

오늘 오전까지 22매를 쓰라는 일이 있었는데, 11시에 쓰기 시작해서 1시 2분에 넘겨줬다. 배트맨은 항상 수단이 있기 마련이지.

아래는 지난 일요일 방송 내용이라 시일이 좀 됐다. 하지만 내용은 뭐 계속 똑같은 거 같아서 올림.

1. 

오늘은 영화같은 탈주극 덕분에 잠을 못 이룬다.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 소식인데, 악기 케이스에 숨어서 탈출했다 어쨌다 얘기가 많다 보니 다들 영화 같은 이야기라며 감탄하고 있다. 일부 언론들은 곤 전 회장이 할리우드 관계자와 접촉했다며 이를 근거로 영화화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중이다. 하지만 이런 스펙터클이 과연 사건의 본질일까는 의문이다.

곤 전 회장이 탈출한 이유는 횡령이나 배임 등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는 사내 쿠데타에 의한 것이고 일본 검찰과 사법부가 여기에 호응하고 있어서 부당하다는 것이다. 일본 검찰은 곤 전 회장의 구속기일이 만료될 떄마다 추가 기소해 구속기간을 늘려왔다. 보석으로 풀려난 곤 전 회장이 트위터에 곧 진실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쓰자 바로 다음날 검찰이 또 추가 기소를 해 다시 구속되기도 했다. 곤 전 회장이 두 차례 보석을 위해 쓴 돈만 우리 돈으로 150억에 달한다.

일본도 검찰의 힘이 세다. 특히 이번 수사를 주도한 도쿄지검 특수부는 권력과 유착한 거악을 잡는 걸로 유명했던 조직이다. 일본 정계에 엄청난 영향을 준 록히드 사건, 리크루트 사건, 사가와규빈 사건 등을 모두 도쿄지검 특수부가 수사했고 전현직 수상의 연루 사실을 밝혀내는 등 큰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2천년대 들어서는 몰락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고 오사카지검 특수부에서 증거조작 사건이 일어나면서 특수부 무용론이 제기되던 상황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일본 언론들은 검찰의 강압적이고 무리한 수사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닛산은 엄밀히 말하면 르노 닛산 연합 구조 안에 있다. 곤 전 회장은 프랑스 르노 출신인데 닛산이 위기일 때 구조조정을 통해 다시 회생시킨 장본인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오랫동안 집권해왔기 때문에 닛산의 일본 경영진과는 갈등 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곤 전 회장의 혐의도 닛산 측 내부고발에 의한 자체 감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 검찰로 넘어가면서 적용된 것이다.

하지만 언론에서 나오는 얘기를 보면 단순한 사내 쿠데타의 문제는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올랑드 내각에서 경제산업부 장관일 때부터 르노의 닛산 합병을 주장해왔다. 프랑스 제조업을 살리는 일에 이용하겠다는 명분이다. 이를 위해서 르노의 정부 지분 영향력을 2배로 늘릴 수 있는 차등의결권제 도입도 추진했다. 애초 곤 전 회장은 여기에 저항했지만 마크롱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회장 임기 연장을 위해 합병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는 얘기가 있다. 형식상 프랑스 기업이 일본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게 되므로 이건 일본 정부 입장에서도 큰일이다. 그래서 일본 정부나 정계 인사 배후론이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더욱 영화같은 이야기일 수 있다. 앞서 곤 전 회장의 탈출극보다 더욱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라고 볼 수도 있다. 하여간 영화 같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사실 다들 자기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언제나 현실은 영화보다 훨씬 영화 같다.

우리가 던져봐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사법정의나 검찰권력의 문제는 전용기를 굴릴 정도의 부자나 유명인이 억울한 일을 당해야 그나마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도 요즘 검찰개혁이 뜨거운 감자인데 한 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둘째로 정치권력이든 기업이든 자유무역이니 시장원리니 하지만 자기들에게 필요할 때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는 것이다. 르노와 닛산의 합병은 양사 노동자들에게는 좋은 일인지, 프랑스인과 일본인의 입장에선 어떤지, 에마뉴엘 마크롱과 아베 신조에게는 정치적으로 어떤 문제인지스펙터클을 떠나서 한 번 생각해보자.

2.

미국과 이란이 또 갈등을 빚고 있어서 잠이 안 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또 트윗을 썼다. 자신들이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제거한 것에 대해 이란이 보복을 거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미국 자산이나 미국인이 공격을 받을 경우 이란 내 52개 목표물에 대한 공격을 하겠다고 한 것이다. 하필 52개로 한 것은 과거 이란이 인질로 삼은 미국인 52명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발언은 이란 본토에서의 직접적인 군사작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기 때문에 심각하다.

미국은 이란이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중심으로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을 준비 중이었기 때문에 제거가 불가피했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이 실제로 존재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이라크 전쟁 때도 대량살상무기의 존재 등을 얘기한 일이 있지만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거짓말이 물론 아닐 수도 있으나 100% 믿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의 군사옵션을 가능케 한 사건인 바그다드 대사관 습격도 미국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배후에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라크 주민들의 정치적 경제적 불만이 시위로 터져나왔고 이게 이전 사건들과 묶여서 맥락화 된 영향도 클 수 있다. 즉 솔레이마니 배후론은 과장됐을 수 있다는 건데 따라서 아무래도 정치적 영향을 중심에 놓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대선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뭔가 대외정책에서 성과를 냈다고 말하고 싶어하는데 그럴만한 것이 없다. 북한에 대해서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을 자기가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해왔지만 이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국면에 들어왔다. 특히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통제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따라서 중동에서 뭔가 자랑거리를 찾으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한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의 노선은 고립주의고 오히려 군사개입 가능성을 크게 만드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고립주의가 그냥 미군 철수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중동의 극단주의 세력을 내버려 뒀다가 9.11 같은 사태를 다시 맞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군사적인 개입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드려면 선택지는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중동 전체를 아우르는 평화체제를 만들어서 자체적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을 만들어 주고 손을 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미국의 대리인들을 활용해서 지역을 알아서 힘으로 통제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의 방식은 후자라고 볼 수 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이끄는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은 이란의 시아파 벨트 전략을 관철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나라를 지키는 임무가 아니라 이란 혁명 즉 정치적 노선을 관철하는 게 주 임무인 군대이다. 공화국과 신정 체제의 결합인 이란 노선에 반대하는 중동 국가는 왕정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와 적대하는 수니파 국가들, 그리고 이스라엘이다. 즉 중동에 이란 대 반이란 전선을 만들고 반이란 세력의 미국의 대리인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물론 트럼프 본인은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하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와 결합한 관료제의 특성이 원래 그런 식이다. 관료조직은 지도자에게 선택지를 주고 선택하게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거기에 맞는 정책적 시나리오를 제공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은 국내정치만 고려해 즉흥적으로 선택한 것일 수 있지만 그것은 이미 준비된 선택지 중 하나라는 것이다. 즉, 이 배경에는 미국 내 대외적 강경파들의 의도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란 입장에선 굳이 보복을 해서 미국의 전략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문제는 이란 정치도 미국에 대한 적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란은 중요한 결정은 종교지도자가 하지만 그 정치적 책임은 대통령이 지는 구조이다. 오바마 정권에서 이란 핵합의는 오랜 제재로 생겨난 경제적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온건파 대통령이 결단을 한 것처럼 돼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핵합의가 사실상 파기됐고 경제적 어려움이 계속되는 지금 이란의 현재 체제는 정치적 위기이다. 따라서 대외적으로 강경파적인 노선을 꺼내 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데 다만 이른바 중재국들을 활용한다든지, 그 수위가 조절될 가능성은 있다.

미국의 반전세력은 석유 문제를 거론하기도 하는데 당장 유가가 상승했고 주식시장도 출렁였는데 이건 단기적 영향이고 장기적인 문제를 봐야 한다. 오바마 정권의 해법처럼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풀려서 석유 수출이 가능해질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다른 산유국들은 피해를 보게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대이란 전략에는 이런 영향도 있을 수 있다.

앞으로 미국과 이란이 전면전까지 가느냐가 관심사인데 둘 다 각자 본토를 타격하는 전면전까지 가는 것은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따라서 실질적으로는 다른 지역에서 대리전의 형태로 충돌이 지속될 수 있다. 최근까지 일어난 모든 사건은 이라크 지역에서 일어났다. 최악의 경우 제2의 이라크 전쟁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지난 이라크 전쟁에 대한 평가가 어땠는지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아래 동영상은 어젯밤에 KBS라디오에서 떠드는거. 앞에 조금 나오고 없어진다. 버벅대는데, 왜냐면 낭독용 원고가 없다. 앞에 놓여있는 건 일종의 참고자료들. 이런 데서 실력이 다 드러나는 것.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닛산, 르노, 에마뉴엘 마크롱, 이라크, 이란, 카를로스 곤,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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