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몰락에 대한 글
이런 주제가 늘 그렇듯 자기 멋대로들 얘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와 같은 이들(저만 하는 얘기가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하는 얘기다)이 계속 해온 얘기와 유사한 결의 글이 한겨레21에 실렸기에 링크한다. 아래는 주요 대목 발췌.
정의당의 몰락은 예견된 것이었다. 장기적으로는 민주노동당이 막 원내 진입을 해서 첫 국회의원 임기를 끝내던 바로 그 시기부터, 2010년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에서 무상급식 조례가 통과되던 때를 거쳐,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과 박근혜가 모두 복지국가를 국가 비전으로 제시하고 경쟁하던 시기, 그리고 2016년 촛불과 2020년 총선을 거치면서, 정의당의 독자적인 지지층은 신속하고도 분명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어떻게 진보정당은 20년 가까이 원내 정당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여러 연구와 조사 결과들의 내용이 거짓이 아니라면, 이것은 한국의 민주진보 진영에서 일부 유권자가 ‘원내에 진보정당도 하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외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조금 매정하게 말하자면, 정의당은 원내정당 진입에 필요한 독자적 지지 기반을 가졌던 적이 거의 없다. 다만, 잠재적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 정의당의 역할을 인정하는 사람들의 표를 받아서 의석을 유지했던 셈이다. 이것이 정의당이 ‘2중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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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이 처음부터 고려했어야 하는 전략은 단 2개뿐이다. 현실을 인정하고 민주당의 당내당이 되거나 혹은 민주당과 협력·경쟁·견인하는 진보정당이 되든지, 아니면 정의당의 독자적 지지 블록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전력을 다하는 것이다. 정의당은 대체로 이상적으로는 후자를 지향했지만 방법을 찾지 못했고, 현실적으로는 전자에 가까운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이 둘 사이에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통합된 지도부를 가질 수 없었다. 그리고 이것이 결국 정의당을 원외로 내몰았다.
https://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5582.html
그리고 이 글에는 저도 비슷하게 해왔던 얘기가 같이 있는데 이것 역시 주목해서 보시길 바란다.
연동형 선거제도가 도입됐는데 양대 정당이 위성정당을 만들고, 정의당이 이를 비판할 때 유권자들이 공분하려면, 또 그 비판이 내용적으로 타당하려면 한 가지 조건이 형성돼야 한다. 정의당을 독자적으로 지지하는 유권자들, 곧 다른 정당들의 의석과 관계없이 정의당이 많은 의석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독자적 지지층이 유의미한 규모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을 찍든 정의당을 찍든 상관없는 유권자들에게는 가장 피해야 할 것이 보수정당 의석이 늘어나는 것이다. 정의당 의석이 득표의 비례성에 맞게 확보되는 것은 그다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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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점에서 필자는 한국의 진보정당이 하나의 함정에 빠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제도 만능주의다. 이번 총선에서는 그 민낯이 드러났다. 지난 총선에서 정의당은 위성정당을 탓했다. 그러나 이번 제22대 총선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일단 3% 이상을 득표해야, 표를 얻은 만큼의 의석을 배분받지 못했다는 비판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녹색정의당의 득표율은 2.14%로 많이 못 미쳤다. 심지어 3.61%로 비례에서 2석을 얻은 개혁신당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더불어민주연합이라는 위성정당이 있었음에도 조국혁신당은 24%를 넘게 득표했다. 제3지대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제3지대에 정의당이 설 자리가 없었다.
선거개혁 캠페인의 이러한 측면에 대해선 저쪽이 싫은 책에 저의 시각으로 서술해 놓은 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