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와 위성정당과 각자의 셈법
선거제와 위성정당 얘기할 때 보면 보통 두 가지 논거로 말씀들 하신다 1) 당위, 2) 각 당이 얻을 수 있는 총 의석 수. 1)은 뭐 말해야 입 아프고. 그렇잖아? 멋있게 지면 뭐 하냐는 판에 뭐 더 할 얘기 있나? 2)는 이제 주로 시뮬레이션이 맞네 틀리네 하는 거지. 우리 진보 출신 최모씨가 돌린 시뮬레이션이 틀렸다 내지는 맞는다는 보장 있느냐는 식.
근데, 이건 지난 주엔가 김비대위원장님 만나 카메라 앞에서도 한 얘기고… 또 그 전에 여기다가도 쓴 얘기지만 본질적으로 양당 내의 생각은 앞의 두 쟁점에 방점이 찍히는 건 아니라고 본다. 연동형하면 위성정당 만들면 되고, 위성정당 안 만들 거면 병립형으로 가면 되고 그런 거지만, 그 중에서도 병립형으로 돌아가는 게 더 이득이라고 볼만한 이유는 총 의석수가 아닌 다른 걸 염두에 둘 것이기 때문.
그니까 1) 연동형을 유지할 경우에 더블민주당 내의 쟁점은 1-1) 위성정당을 만들 거냐, 1-2) 아니면 진보들하고 선거연합을 할 거냐… 이게 아니라(이건 정의당 등의 한 여름 밤 꿈 같은 시나리오)… 지난 번에 더블시민당 사례보다도 강력한 정파적 리더십을 발휘해갖고 실질적인 비례공천을 더블민주당 위주로 관철할 수 있도록 할 거냐, 아니면 조국신당 같은 잡스런 세력들이 사실상 비례공천권을 갖고 가는 거나 다름없는 상황을 용인할 거냐의 문제임.
근데 지난 번에는 180석도 180석이지만 이해찬 체제잖아. 지금 이재명 체제인데 그 때보다 리더십의 구심력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나? 그렇지 않지. 더군다나 이재명의 목표는 뭡니까? 이번에야 말로 확실한 정파 내 절대 다수가 돼갖고 대권 재수하는 거지? 그러니까 병립형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99%이고 나머지는 간 보는 게 남은 거지. 총 의석 수의 변동이라는 거는 1) 선거캠페인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변동 여지가 있고 2) 대충 과반 이상, 핵심 승부처에서의 승리만 있으면 잘싸웠다 이겼다 하면서 뭉개고 가도 되는 거거든. 그니까 상관이 없는 것임.
그담에, 한겨레에서 이준석 특집 할 때 권역별 비례제 얘기를 잠깐 했었다. 아무도 기억 못하겠지만. 그때는 이준석이 제3지대 신당 쪽으로 접근하는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을 때임. 권역별 비례제 하면 나름대로 후보를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돌파해볼 여지가 생기는데, 권역에서 의석 수 배분 최소 득표율 기준이 올라가는 문제가 있어 이준석 신당이 그걸 돌파할 정도가 될지는 모르겠다라고 발언한 일이 있음. 그 문제를 오늘 이준석이 얘기를 했는데…
◆ 이준석> 이렇게 보시면 돼요. 어떤 분들은 병립형이냐 아니면 연동형이냐에 따라 가지고 신당 추진 가능성이 달라지느냐 묻는 분들이 있는데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만약에 지금 이재명 대표가 제 꾀에 제가 넘어가 가지고 병립형, 권역별로 간다라고 하면 어떤 거냐면 이런 겁니다. 3당 정도 빼고는 나머지 다 죽습니다.
◇ 김현정> 병립병으로 가면.
◆ 이준석> 병립형, 권역별 병립형으로 가면 예를 들어 남부지방 같은 경우 한 7% 이상 받아야지만 의석이 하나 나오는 거거든요. 그러면 지금 예를 들어 정의당의 득표율 예상치도 지금 여론조사에 보면 그렇게 7%를 상회하지 않는 것으로 나오는 상황 속에서 그러면 나머지 정당들, 예를 들어 한 작은 당들. 진보당이나 정의당들이나 이런 당들이 만약에 결과가 그렇게 나온다 그러면 그들이 받는 표가 사표가 되어버리는 상황이 생깁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1, 2, 3당 정도에게 표가 몰리게 돼 있거든요. 그럼 오히려 3당은 원래 연동형이었을 때 갈라지는 표보다는 더 많이 받게 되고 그러니까 이런 겁니다. 연동형 위성정당이 있는 것보다는 병립형 권역별이 더 나은 상황이 나올 수도 있는 겁니다.
◇ 김현정> 병립형이면서 권역별로 갔을 때.
◆ 이준석> 그랬을 때는 소위 말하는 한 당 4~5개 이외로는 다 안 나옵니다.
◇ 김현정> 이준석 신당에는 불리할 게 없다.
◆ 이준석> 만약 그거야 제가 추진하는 신당이 만약에 그 7%나 이런 선을 넘는다는 가정 하에고 못 넘으면 같이 망하는 거죠. 그런데 어차피 못 넣으면 망한 거거든요. 그러니까 넘는다고 했을 때는 결코 권역별 병립형이 연동형보다 의석수가 적지 않을 겁니다.
그니까 3당 입장에선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는 얘길 하는 거거든. 근데 저 상황에서 7% 넘는 거는 이준석도 자신 할 수는 없겠지. 그러니까 은근히 이런 얘기도 하는 거 아니겠나.
◆ 이준석> 저는 제가 이재명 대표의 위치에 있으면 이런 선택 잘 안 할 거거든요.
◇ 김현정> 이게 지금 현실적으로 유리하다는 거거든요.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 이거거든요.
◆ 이준석> 이렇게 보시면 돼요. 제가 항상 얘기하듯이 연동형을 가게 되면 본 정당과 위성정당 간의 상호 교류가 금지돼요. 사실상. 무슨 말이냐면 한동훈 장관 같은 경우에도 국민의 입장에서는 마지막 동아줄처럼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는 건데 만약에 연동형이 되면 한동훈 장관이 비례 출마를 못 합니다.
◇ 김현정> 그렇죠. 저쪽 당으로 가야죠. 위성정당.
◆ 이준석> 위성당에서 본당을 지휘하는 것이 선거법 위반입니다.
◇ 김현정> 나중에는 합칠지언정 선거 중에는 따로따로예요, 완전.
◆ 이준석> 통합 선대위 이런 것도 안 돼요.
◇ 김현정> 안 돼요.
◆ 이준석>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이 구조적으로 봐야 되는 게 국민의힘이라는 당이 의석 배분이 영남 비례, 이거가 지금 현역 의원은 다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나중에 선거 때 가면 후보들은 개별 약진을 하고 선대위가 중앙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느냐가 되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보통은 나중에 선대위가 어떻게 꾸려지냐면 수도권에 있는 의원들 중에서 여유가 있는 사람 플러스 비례 출마자 정도가 모여가지고 대변인도 하고 회의도 하고 이렇게 합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비례가 없어지면 국민의힘의 수도권에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냐면 TK에서 여유가 있는 사람이 서울로 올라와가지고 선거를 돕습니다. 그러다 보면 가장 대표적으로 그러다 사고 터지는 게 뭐냐면 이부망천 같은 겁니다. 그런 약간 수도권에 민감한 선거를 안 치러본 분들이 와가지고. 그러니까 저는 이게 어떤 의미인지를 저는 이재명 대표가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 김현정> 국민의힘 도와주는 거다.
◆ 이준석> 뒤집어 말하면 이렇게 되면 비례에 아무나 집어넣고 비례에 한 20여 명 정도의 명단을 선대위에 그대로 쓸 수 있게 되는 거거든요. 그런 자잘한 것들, 국민의힘 사정을 이재명 대표가 잘 모를 수 있지만 어쨌든 본인이 지금 이렇게 해야 이긴다라고 판단하는 것들에는 단순 엑셀 작업 외에는 다른 변수들이 있다는 걸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이 얘기는 뒤집어 말하면 바로 앞의 사정 때문에 이재명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얘기다. 이재명도 비례에 한 20여 명 집어 넣고 싶은 마음인데, 하여간 이준석도 연동형으로 가서 비교적 안전하게 해보고 싶은 생각이 없을리는 없는 것이다. 뭐 오늘까지 나오는 얘기 보면 더블민주당이 그런 상황을 방치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러면, 권역별-병립형 갔을 경우 선거연합정당을 추진하는 진보쓰의 예상 성적표는? 그것은 상상을 삼가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