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요건이 안 되는데 왜 자꾸
뻔히 알면서들 왜 그러는지…
재심이 되려면 새로운 증거가 발견됐든지 어쨌든 뭐가 크게 달라졌을 때, 또는 수사 과정이라든지 증거라든지 뭔가가 잘못됐다는 게 확정판결을 통해 밝혀졌을 때 등등의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한명숙 사건은 그래서 재심이 안됨. 다만 지금 한참 시끄러웠던거, 모해위증교사가 있었다고 하면 재심 요건 충족됨.
하지만 이건 박범계-김오수 선에서 해결 가능한 문제가 아니다. 법무부-검찰이 할 수 있는 건 모해위증교사로 당시 수사한 검사를 기소하는 건데 앞서 봤듯 ‘확정판결’이 돼야, 즉 모해위증교사가 맞다고 대법원 판결이 나야 재심으로 갈 수 있다. 갈 길이 멀다. 그러나 기소조차도 못하는 걸로 결론이 난 게 지난 번 사태다. 그래서 이걸로는 지금 재심이 안 된다.
한명숙 유죄 판결은 증언이 아니고 물증에 의한 것이라 이 모든 일은 소용이 없다는 주장은 재심에 갔을 때에야 맞는 얘기다. 9억 중에 3억 중에 1억 그 얘기는 일단 재심이 돼야 다퉈볼 수 있다. 지금 단계에선 중요하지 않다.
그러면 모해위증교사 얘기 자꾸 왜 하냐, 결국 사면 명분 쌓기 아니냐는 건데 이것도 쉽지는 않다. 전직 대통령들 사면해줄 때 한 큐에 다 해주든지 해야 하는데, 당사자가 별로 사면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이 건은 같은 진영 내에서도 의견들이 갈린다고 보는데, 나눠보자면 대략 이렇다.
1) 한명숙 재심과는 관계 없이 부적절한 수사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뉴스타파가 취재하고 책 낸 것은 여기에 가깝다(그런데 뉴스타파들도 다 같은 생각은 아닌 것 같다).
2) 어떻게든 재심으로 가서 9억 3억 1억 얘기를 다퉈보자: 정권 내 이 생각 하는 사람들 있다고 보지만 앞서 봤듯 방법이 없어서 실체는 좀 막연하고 뭐라도 해봐야 되지 않느냐에 가깝다고 본다.
3) 재심은 됐고 사면이라도 해보자: 대개는 이 정도 생각이라고 보는데 당사자가 역사의 법정 얘기로 그냥 퉁치려는 거 같아서 잘 안 되는 듯 하다.
4) 그냥 하느라 하고 잘 넘어가보자
굳이 4)를 왜 넣었냐면 박범계가 여기에 해당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잘 보면 한명숙 구하기에 앞장서서 뭘 하는 듯 소리를 요란하게 내고 있지만 추미애처럼 밀어 붙일 생각은 전혀 없는 거 같다. 결정적 순간에 다 물러나고 있다. “난 지지 않았어!”라고 말하지만 한 손으로 수건 던질 준비… 만지작 만지작 하는… 그런 면에서 박범계-김오수 콤비는 상당히 죽이 잘 맞는다고 본다. 이 사람들이 볼 땐 조남관은 눈새에 가깝겠지.
그럼 감찰은 왜 이렇게 요란하게 됐냐. 1) 한동수 임은정 등 적당히 면세워주고 넘어가기, 2) 공수처 윤석열 수사 등 떠밀기 내지는 공 넘기기 라고 본다. 2)에 대해서는 다른 언론에서도 이미 다룬 거지만 굳이 내가 후원하는 한겨레 기사를 링크한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03655.html
링크만 하면 안 읽으시니까 발췌.
공수처는 지난달 초 윤 전 총장의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대한 수사방해와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부실수사 의혹을 정식 입건했지만 수사에 진척이 없는 상태였다. 공수처는 앞서 법무부와 대검에 윤 전 총장 관련 감찰 자료를 요청했지만,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자료를 제출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 합동감찰 결과 발표로 공수처의 윤 전 총장 관련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