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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잡감

결혼식 다녀온 이야기

2020년 2월 9일 by 이상한 모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난린데 결혼식은 뭔 결혼식이여. 하지만 하기로 했는데 해야지 어쩌겠냐. 웨딩홀인지 웨딩공장인지는 초치기로 꾸역꾸역 웨딩들을 소화하는 중이었다. 하객들의 상당수가 마스크를 쓰고 왔다. 사회자가 이런 시국에도 와주셔서 감사하다 이런 멘트를 해야했다. 여러모로 진귀한 경험이다.

매번 경험하는 거지만 연습에서 100을 하면 무대에 올라가선 70밖에 안 나온다. 기타를 약간 틀리긴 했지만 반주는 괜찮았다. 그러나 싱어가 멜로디를 틀렸다. 곡을 만들 때 후렴의 가장 높은 부분을 기준으로 해서 음을 맞추는데, 연습할 때 처음 만든 버전을 부르도록 해보니 음이 전반적으로 높아서 목에 무리가 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즉석에서 멜로디와 조성을 이리 저리 바꿔서 새로운 버전을 완성했다. 그런데 오늘은 후렴을 원래대로 불러버린 거다. 물론 코드는 맞으니까, 그리고 아무도 들어본 일이 없는 노래니까 사람들은 틀린 줄 모르지… 그래서 사실 그냥 만족하면 되는 문제이다. 좋았어, 자연스러워! 

오랜만에 대학 때 후배들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는데 헤어지려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너네는 왜 다들 집에 간다고만 하냐! 뭐 이랬다. 옛날 같으면 이런 생각 안 했을텐데. 늙었나봐. 마음이 계속 약해져가지고… 몸 상태도 그렇고 남들보다 노화가 빠른 거 같다. 

돌아오는 길에도 가는 길과 같이 나루님 차를 빌어 타면서 키린지를 들었다. 잠을 안 잤기 때문에 그러다 깜빡 잠이 들었다. 작년 11월에 나온 cherish란 앨범인데 나는 저번에 그 노래를 좋다고 추천했으나 나루님은 뒤에 있는 노래들이 좋다고 한다. 나루님은 음악이 업이어서 그런지 음악을 듣는 감각이 맛이 가버렸다. 본인도 더 이상 무난한 멜로디는 못 듣겠다고 했다.

아무튼 위의 노래가 내가 추천한 노래. 가사가 “번뜩임(ひらめき)은 찰나, 반짝임(かがやき)은 영원”으로 시작하는데 멋있지. 가사 전체 해석은 링크. 작사는 욘욘(yon yon)이란 분이 했는데 서울서 태어나서 도쿄에서 자라 지금까지 거기 있는 분이다. 국뽕 크~? 사이트 링크. 국뽕 얘기 나왔으니까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유미키 에리노란 이름인데 어머니가 재일교포 2세인가 그렇다고. 트위터를 보면 하세가와 요헤이 이런 사람들 팔로잉하고. 지난해에 한국에 와서 한국어를 배우고 돌아갔다고 한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공중캠프 티셔츠를 입은 사진도 있음. 이거… 아무래도 실제 만난 사람이 내 주변에 있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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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일본에 돌아왔을 때 타카키 씨나 치가사키 씨가 가르쳐준 서울의 『공중캠프』에 금요일에 처음 갔다왔어요. 너무 멋진 가게라서 한순간에 좋아하게 되었는데 점원분에게서 내일이면 공중캠프는 문을 닫는다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폐점하는 마지막 날에 다같이 파티를 한다고 해서 꼭 참가하고 싶어서 어제도 또 공중캠프에 갔다왔어요! Fishmans나 일본 음악을 좋아해서 공중캠프에 오시는 분들도 물론 많이 있었지만 그냥 공중캠프라는 가게를 좋아해서 다니신 분들도 많이 있었어요. 마지막 날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공중캠프가 닫히는 것을 모두가 아쉬워하고 있었고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서 사랑받는 가게였던 걸 알게 됐어요. 이틀 전에 처음 갔던 저이지만 저도 많이 외로워요. 그래도 이렇게 멋진 공중캠프의 마지막 날에 올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고 너무 멋진 친구도 생기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너무 기뻤어요. 공중캠프에 많은 감사를 드립니다! この間日本に帰ったときに高樹さんや千ヶ崎さんに教えてもらったソウルの『空中キャンプ』に金曜日に初めて行ってきました。 とっても素敵なお店で、一瞬で好きになったのですが、店員さんから明日で空中キャンプは閉店するということを聞いてびっくりしました。 そして閉店する最後の日にみんなでパーティーをすると聞いて、ぜひ参加したいと思い、昨日もまた空中キャンプに行ってきました! Fishmansや日本の音楽が好きで空中キャンプに来ている方ももちろんたくさんいましたが、ただ空中キャンプというお店が好きで通っていた方もたくさんいました。 最後の日にたくさんの人が集まって、空中キャンプがなくなることをみんなが惜しんでいて、本当にたくさんの人に愛されていたお店だったんだなと思いました。 二日前に初めて行ったわたしですが、わたしもすごく寂しいです。 でも、こんなにも素敵な空中キャンプの最後の日に立ち会えてとても幸せでしたし、とても素敵な友達も出来て楽しい時間を過ごすことができてとても嬉しかったです。 #공중캠프 #空中キャンプ

A post shared by 弓木英梨乃 (@yumikitoy) on Oct 19, 2019 at 11:28pm PDT

아무튼. 나루님이 좋다고 한 노래는 善人の反省라는 거였을 걸로 추정된다. 왜냐면 졸다가 깨고 나니 나루님이 “반복이 별로 없는, 기타 멜로디와의 유니즌”을 언급했기 때문. 왜 이러시나… 나루님의 감성을 복구해야 하는데…

망원역에서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나루님의 사정을 봐서 거기서 내려 집으로 돌아온 후에 잠에 빠져들었다. 눈을 뜨니 다시 일을 해야 할 시간. 내일을 준비하고, 결과를 메일로 보내고, KFC시켜서 배를 채우고, 여기다가 뭐라고 적고 나니 이제 하루가 다 갔다.

이제부터 좀 놀고, 자고 일어나서부터는 다시 일이다… 이거 완전 주6일제라고. 이렇게까지 일하면 떼돈을 벌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해도 여유가 없는데, 인스타그램 이런 데서 행복한 사람들은 도대체 얼마나 벌고 있는 건가.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결혼식, 에리노 유미키, 축가, 키린지

트랜스젠더와 각자도생의 세계

2020년 2월 8일 by 이상한 모자

이런 부류는 이런 혐오를 하고 저런 부류는 저런 혐오를 하고, 우리는 혐오를 하지 말아야 되고… 이런 설명은 대개 어떤 규범을 논하는 걸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말씀하시는 분들의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하지만…

엊그제 글쓰기 수업 시간에 한 얘기인데, 여성주의를 말하면서 트랜스 여성에 대한 ‘혐오’를 정당화 하는 것은 그냥 어떤 이상한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시대정신이다. 명분을 기만적으로 말하면서 실제로는 사적이해관계의 득실로 세상만사를 번역하는 세계관이다. 

트랜스 여성인 게 문제라는 인식의 핵심 뼈대는 그 존재가 사익추구를 위해 가짜-성별이라는 걸 통해 만든 명분을 뒤집어 쓰고 ‘우리’가 확보한 ‘이익’에 ‘숟가락’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그게 세계관이라는 뜻이다. 안전이든, 학벌이든, 아니면 어떤 혜택이든… 이 세상은 오직 이해관계라는 세계관이란 거다. 여기서 이익을 공유하는 주체가 늘면 늘수록 개별 이익은 감소한다. 이게 여기서는 여성주의를 말하면서 저기서는 트랜스 여성의 문제를 말하는 것을 일관적으로 설명하는 단 하나의 틀이다.

이런 세계관에서 투쟁이란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진정한 여성’의 허들을 끝없이 높이면서 ‘이익’을 공유할 대상을 반복해서 줄여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트랜스 여성, 기혼 여성, 쓰까페미? 흉자? 등등… 집회에 생물학적 여성만 참여해야 하는 이유는? 투쟁에 참여한 사람만이 이익을 얻을 자격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이 독립적으로 살기 위한 조건은 오직 돈을 많이 버는 것 뿐(능력!)이란 주장도 이 세계관에서는 그래서 당연한 거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투쟁은 ‘우리’가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에게 있어서 여성주의적 투쟁은 만인을 대상으로 한 만인의 투쟁이고 그것은 곧 각자도생이다.

각자도생은 명분과 대의를 기만적인 방식으로만 생각하는 냉소적 세계관의 결론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렇게 분절된 세계를 다시 하나로 통합해 총체적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걸 우리는 정치라고 부르고… 이제 여서부턴 지겹지? 맨날 하는 말… 그냥 수많은 똑같은 일들의 반복이라고 이게…

물론 그냥 집에 있는 내 생각이지. 난 종종 여기서 이러는 나도 SNS인지 뭔지에서 열심히 지적질 하는 여러분도 어떤 부분에선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남을 지적할 자격이 없다거나 닥치고 있자는 얘기가 아니지. 그게 우리의 조건이라는 거고, 모든 것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 좁은 집의 가구 배치도 바꾸고 싶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트랜스젠더, 혐오

미국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에 대한 방송 내용

2020년 2월 8일 by 이상한 모자

금요일 오전 방송분이다. 게이가 미국 대통령이 되는 것도 좋겠지. 근데 그게 전부인가? 아니지. 그런데 이 녀석, 나랑 나이가 같은데… 누구는 미국을 쥐락펴락하고 누구는 집에서 혼자 끙끙 앓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사람들에 대해 알아보자. 부티지지의 돌풍이다.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버니 샌더스와 양강구도를 형성하면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반면 유력 후보라고 봤던 조 바이든은 4위를 차지하며 대단히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이제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는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됐다. 그동안 아이오와주에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부티지지와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이 강세였고 조 바이든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이런 결과는 백인이 절대 다수이고 농촌지역인 아이오와주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이다. 이 때문인지 조 바이든은 아이오와 코커스에 상대적으로 적은 자원을 투입한 걸로도 알려졌는데, 그렇더라도 이 정도 대패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15% 이하 득표 후보를 지지한 당원이 2차투표권을 갖는 형태로 진행됐는데 피터 부티지지는 2차 투표에서 몰표를 받았다고 한다. 현재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유력후보들의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뜻이다.

/ 부티지지는 1982년생으로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인물 중 가장 젊은 38세로, 저와 동갑이다…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출신이고 독실한 성공회 교인이라고 한다. 2015년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커밍아웃한 바 있고 이번 코커스 과정에서도 동성파트너와 연단에서 포옹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부티지지의 집안은 남유럽의 몰타에서 온 이민자 출신인데, 아버지인 조지프 부티지지는 교수 출신으로 안토니오 그람시의 옥중수고를 미국에서 처음 번역한 좌파 성향의 인물이라고 한다.

부티지지는 학창시절부터 공부를 잘했고 지금도 8개국어를 한다는데, 하버드 대학교에서 역사와 문학을 전공했다. 2007년에는 로즈장학금을 받아 옥스퍼드 대학으로 유학을 가 철학 정치 경제를 전공했다. 이후 민주당 소속 지역 정치인들의 선거를 돕는 등의 활동을 하다가 맥킨지 앤 컴퍼니의 컨설턴트로 일했고 2007년에는 버락 오바마 대선 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근무했다. 2011년에 고향인 사우스벤드 시장직에 도전해 29세의 나이로 사상 두 번째로 젊은 시장이 됐다.

사우스벤드는 인디애나주의 도시이다. 인디애나주 역시 시골 분위기인데, 주도인 인디애나폴리스 외에는 중소도시와 농촌으로 구성돼있다. 사우스벤드 인구는 10만명을 조금 넘는 수준인데 가톨릭 명문으로 유명하고 미식축구를 잘 하는 걸로 알려져 있는 노틀댐 대학이 위치해있다(웨스트윙의 제드 바트렛이 이 대학 출신이라는 설정). 1960년대 중반 까지는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제조업이 경제를 지탱했는데 자동차 산업이 쇠퇴하면서 도시 전체가 몰락했다. 전형적인 러스트벨트 사례인 셈이다. 부티지지는 시장으로 일하면서 노틀댐 대학 등과 산학협력을 통해 보건의료 등 첨단산업을 유치하고 투자를 끌어 들이는 데에도 성공했다. 또 공동화 된 거주지역이나 공장부지 등을 없애거나 되살렸고 재정건전화를 위해 시가 갖고 있는 부동산을 처분하는 등의 정책으로 성공적인 도시재생의 사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결과 2015년부터 사우스벤드 시의 인구가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점은 러스트벨트 여론에 강점이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가능하게 한다. 인디애나주는 보수적 성향인데,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원래 인디애나주지사였다는 점을 봐도 확인된다. 부티지지가 커밍아웃을 하게 된 것도 마이크 펜스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인 법안을 밀어 붙인 것에 반대하면서 생긴 일이라는 평가이다. 이런 지역에서 성과를 낸 인물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의 유권자들, 즉 러스트벨트의 백인들에게 상당히 어필할만한 요소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부티지지는 시장 재임 도중인 2014년 7개월 간 아프가니스탄에서 정보 장교로 파병돼 근무한 독특한 이력도 갖고 있다. 즉 능력있는 엘리트이면서 자기 책임을 다하는 신선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부티지지 최대의 강점이다. 이게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러스트벨트에 대한 호소력은 버니 샌더스의 강점이기도 할 것이다. 2016년 대선에서도 확인됐듯 버니 샌더스의 주요 지지층은 백인 노동자 계층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부티지지와 지지층이 일부 겹친다고 볼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다만 버니 샌더스는 미국 정치에서 가장 왼쪽에 있다고 볼만한 정책을 주장하고 있는데 부티지지는 정책적으로 중도파 후보로 분류된다. 따라서 블루칼라보다는 화이트칼라와 엘리트들의 지지를 얻고 있어 버니 샌더스보다는 같은 중도파인 조 바이든과 지지층이 겹친다고도 볼 수 있다. 즉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는 조 바이든을 포함한 중도파 후보 지지자들이 부티지지를 선택한 결과로도 분석 가능하다는 거다.

당원들이 바이든의 대안으로 부티지지를 선택했다면 바이든이 갖지 못한 걸 부티지지가 갖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앞서 언급한 정치적 신선함, 즉 젊고 중앙정치무대 경력이 없다는 게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1942년생으로 만77세인 바이든은 자신의 경험과 관록 특히 외교정책을 다뤄본 경험을 내세우며 부티지지를 10만명 이상 인구를 가진 도시도 다뤄본 일이 없는 초보 정치인으로 평가했었다. 하지만 최소한 아이오와에서는 이런 논리가 전혀 먹히지 않았다는 점이 증명됐다. 이렇다보니 오히려 버니 샌더스나 엘리자베스 워런 등 좌파 후보를 막기 위해선 바이든보다 부티지지가 유리하다는 여론이 형성된 측면이 있다.

바이든이 최근 국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상태였다는 것도 코커스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나 탄핵 국면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끌어 들이면서 바이든의 지지세가 크게 하락했다. 만일 민주당이 탄핵 카드를 쓰지 않았으면 바이든의 회생은 어려웠을 것이다. 탄핵 국면이 이어지면서 바이든 지지층이 단결해 지지율이 일부 복구됐지만 탄핵이 상원에서 최종 부결됐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즉, 아직 불안한 상황인데 부티지지는 이런 곤란한 정치적 스캔들로부터 자유롭다는 강점이 있다.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가 바이든에게는 큰 정치적 위기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바이든은 자신이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적임자라고 주장해왔다. 흑인 유권자들이 오바마 정권에서 부통령을 역임했던 자신을 조직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러스트벨트의 백인노동자들로 득표력을 확산시킬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는 논리였다. 그런데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는 오히려 바이든 카드가 러스트벨트에서 먹히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만일 흑인 유권자들이 바이든 카드를 포기하고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로 전략적 투표를 하게 된다면 바이든은 완전히 몰락하게 된다. 원래 바이든은 러닝메이트로 공화당원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는데 아이오와 코커스 이후에는 흑인 러닝메이트를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지지층부터 다지자는 전략으로 바꾼 것인데, 이번에 상당히 강한 타격을 받았다는 방증이다. 또 바이든은 대통령이 될 준비가 된 사람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하겠다는 언급도 했는데 자신이 고령이기 때문에 재선 도전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논리에 대한 반대 논리를 제기하는 걸로 보인다.

어쨌든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결과가 중요하다. 바이든 캠프는 뉴햄프셔에 거의 10억원 넘는 금액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만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바이든이 기사회생하면 유색인 유권자 수가 많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좋은 성적을 이어갈 수 있고 이어지는 슈퍼화요일에서의 성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반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또 패배하게 된다면 사실상 경선은 접어야 되는 처지가 될 수 있다. 일단 뉴햄프셔 주의 여론조사를 종합해보면 아이오와보다는 바이든에게 나쁘지 않은 결과지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국면도 아니다. 뉴햄프셔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좋게 보면 흥행으로 갈 수 있는 거고 나쁘게 보면 과열양상으로 갈 수 있다.

이는 2016년엔 경선 이후 후유증 극복이 안 됐던 상황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 지금 구도는 사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대 버니 샌더스라는 구도에서 크게 변했다고 볼 수 없다. 힐러리 클린턴은 중도적 정책과 여성 대통령이라는 진보적인 구호, 흑인들의 지지 확보를 조합하는데 성공했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진보 성향을 보이는 버니 샌더스 지지자들이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힐러리 클린턴이 가졌던 장점을 부티지지와 바이든이 나눠 갖고 있는 형국인데, 부티지지는 힐러리만큼 흑인 유권자들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바이든은 힐러리 만큼의 상징성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 샌더스 지지자들은 2016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태도이다. 경선 과정을 통해 이런 격차가 해소돼야 트럼프 재선을 민주당이 막을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다. 2016년의 학습효과가 있어서 이번에는 경선에서 이긴 후보를 분명하게 밀어주자는 목소리가 강한 것도 사실이지만 당장 샌더스 지지자들이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에 대해 부정선거가 의심된다며 과열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당 전국위 의장이 재확인을 요구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이런 점에서도 앞으로의 흐름을 주목해봐야 한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버니 샌더스, 아이오와 코커스., 조 바이든, 피터 부티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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