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다녀온 이야기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난린데 결혼식은 뭔 결혼식이여. 하지만 하기로 했는데 해야지 어쩌겠냐. 웨딩홀인지 웨딩공장인지는 초치기로 꾸역꾸역 웨딩들을 소화하는 중이었다. 하객들의 상당수가 마스크를 쓰고 왔다. 사회자가 이런 시국에도 와주셔서 감사하다 이런 멘트를 해야했다. 여러모로 진귀한 경험이다.
매번 경험하는 거지만 연습에서 100을 하면 무대에 올라가선 70밖에 안 나온다. 기타를 약간 틀리긴 했지만 반주는 괜찮았다. 그러나 싱어가 멜로디를 틀렸다. 곡을 만들 때 후렴의 가장 높은 부분을 기준으로 해서 음을 맞추는데, 연습할 때 처음 만든 버전을 부르도록 해보니 음이 전반적으로 높아서 목에 무리가 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즉석에서 멜로디와 조성을 이리 저리 바꿔서 새로운 버전을 완성했다. 그런데 오늘은 후렴을 원래대로 불러버린 거다. 물론 코드는 맞으니까, 그리고 아무도 들어본 일이 없는 노래니까 사람들은 틀린 줄 모르지… 그래서 사실 그냥 만족하면 되는 문제이다. 좋았어, 자연스러워!
오랜만에 대학 때 후배들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는데 헤어지려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너네는 왜 다들 집에 간다고만 하냐! 뭐 이랬다. 옛날 같으면 이런 생각 안 했을텐데. 늙었나봐. 마음이 계속 약해져가지고… 몸 상태도 그렇고 남들보다 노화가 빠른 거 같다.
돌아오는 길에도 가는 길과 같이 나루님 차를 빌어 타면서 키린지를 들었다. 잠을 안 잤기 때문에 그러다 깜빡 잠이 들었다. 작년 11월에 나온 cherish란 앨범인데 나는 저번에 그 노래를 좋다고 추천했으나 나루님은 뒤에 있는 노래들이 좋다고 한다. 나루님은 음악이 업이어서 그런지 음악을 듣는 감각이 맛이 가버렸다. 본인도 더 이상 무난한 멜로디는 못 듣겠다고 했다.
아무튼 위의 노래가 내가 추천한 노래. 가사가 “번뜩임(ひらめき)은 찰나, 반짝임(かがやき)은 영원”으로 시작하는데 멋있지. 가사 전체 해석은 링크. 작사는 욘욘(yon yon)이란 분이 했는데 서울서 태어나서 도쿄에서 자라 지금까지 거기 있는 분이다. 국뽕 크~? 사이트 링크. 국뽕 얘기 나왔으니까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유미키 에리노란 이름인데 어머니가 재일교포 2세인가 그렇다고. 트위터를 보면 하세가와 요헤이 이런 사람들 팔로잉하고. 지난해에 한국에 와서 한국어를 배우고 돌아갔다고 한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공중캠프 티셔츠를 입은 사진도 있음. 이거… 아무래도 실제 만난 사람이 내 주변에 있는 거 아닌가??
아무튼. 나루님이 좋다고 한 노래는 善人の反省라는 거였을 걸로 추정된다. 왜냐면 졸다가 깨고 나니 나루님이 “반복이 별로 없는, 기타 멜로디와의 유니즌”을 언급했기 때문. 왜 이러시나… 나루님의 감성을 복구해야 하는데…
망원역에서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나루님의 사정을 봐서 거기서 내려 집으로 돌아온 후에 잠에 빠져들었다. 눈을 뜨니 다시 일을 해야 할 시간. 내일을 준비하고, 결과를 메일로 보내고, KFC시켜서 배를 채우고, 여기다가 뭐라고 적고 나니 이제 하루가 다 갔다.
이제부터 좀 놀고, 자고 일어나서부터는 다시 일이다… 이거 완전 주6일제라고. 이렇게까지 일하면 떼돈을 벌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해도 여유가 없는데, 인스타그램 이런 데서 행복한 사람들은 도대체 얼마나 벌고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