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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정치 사회 현안

진영논리와, 반-진영논리라는 진영논리

2023년 4월 24일 by 이상한 모자

오늘은 한석호라는 분의 글을 조선일보를 통해 보았다. 모르겠다. 나는 이런 이유로 누굴 미워하거나 공격하거나 뭘 논박하거나 그럴 힘이 이제 없다. 그냥 지켜본다. 그럼에도 그냥 한 마디 덧붙인다. 우리 좌파 패밀리들이 평소에는 민주당을 진보로 인정하지 않는다(이 개념 규정 논쟁에 지쳐서 그냥 세상이 다 진보라 하니 진보라 불러주겠다 한 일은 있다). 근데 ‘탈진보’ 선언할 때에는 진보가 곧 민주당이다. 이 간극에 항상 의아하다. 옆집이 중국집이던, 공덕동의 2층 사무실 생각이 많이 난다. 벌써 거의 20년이 다 돼간다. 그땐 참 다들 꿈이 컸었다.

최근 벌어지는 여러 현상에 대한 풍문을 들으면서 여러 생각을 한다. 그런 일들이 많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 진영논리에 충실한 사람들이 있다. 자기 진영을 지키기 위해선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다. 민주당 얘긴가요? 국힘, 정의당, NL, PD, 민주노총 국민파 중앙파 현장파 다 마찬가지였다. 내 경험으로 볼 때 그렇다. 이게 조직논리인데, 뇌의 어떤 부분을 남한테 맡겨놓고 사는 거랑 비슷하다. ‘우리 편 논리’만 반복하고 그것에 의거해서 공격하고 방어하면 장땡이다. ‘우리 편 논리’가 아닌 건 일단 공박한다. 개미들 더듬이 움직이는 것처럼 상대를 파악하고 ‘우리 편 논리’에 근거해서 주장하는 거 같으면 일단 인정해준다. 이런 것만 수십년 한다.

그런데 이게 임계점이 있다. ‘우리 편 논리’라는 게 너무나 군색해지고 ‘우리 편’ 자체도 없어지고 이러다보면, ‘우리 편’에 의존해 살던 자기 자신에 대해 현타가 오는 것이다. 이제 나이도 먹고 해서 시간도 얼마 안 남은 거 같고. 이젠 뭐라도 주도적으로 해야 하지 않겠나. ‘반-진영논리’라는 또다른 진영논리에 의존하는 증세가 이런 식으로 나타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아니 그렇잖아. 진영논리에서 탈출하는 거면 사안에 따라 판단하고 이쪽 저쪽 경중을 따져서 이건 이게 잘못됐고, 저건 저게 잘못됐고 이렇게 따져야지 뭔 탈진영 선언을 하고는 탈진영 선언 집단에 몸을 의탁하냐고.

오늘 어떤 선생님 전화도 받았는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금 모라는 사람이 하는 제3지대에 정의당도 가야 된다고 보냐 묻기에 내가 그랬다. 정의당이 결국 뭐냐가 문제인데, 결론 못 내렸다. 정의당이 더 이상 진보 뭐라고 하는 데 있어서 효용을 다했다고 생각하면 금태섭 신당이라도 같이 하는 게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의당이 어찌됐건 여전히 진보 뭐라고 하는 효용이 있다고 하면 금태섭 신당 같이 하는 건 그 진보 뭐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될 거고 오히려 죽쒀서 개준 꼴 될 것이다… 근데 이제 이런 논리도 ‘안 되는 얘기 말고 뭐 좀 되는 얘기를 해봐’ 앞에선 무력하지. 답정너라고 있지? 답정너인 듯. 아마 저 선생님은 같이 하자고 할 모양.

언젠가 모 방송 진행자가 얘기했다. 세상에 도움도 안 되는 것 같고 개인적으로도 스트레스 받는 이 일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나도 비슷한 생각인데, 당신은 그만둬도 월급이 나오지만 난 생계 걱정부터 해야 한다… 말이 씨가 됐나? 이제 유일하게 남은 TV 출연 방송 제작진이 전화를 했다. 다음 방송까지만 나와 달라… 그니까 이게 파리 목숨이다. 내일부터 오지 말라고 하면 그냥 네 해야 한다. 방송국들은 그래도 된다고 생각한다. 뭐 그래도 되겠지. 억울하면 정직원 하시든가?

요즘 시국이 시국이라 방송 하나 짤리면 다른 섭외는 없다. 짤리면 그냥 끝이다. 다 얼마 안 남았다고 봐야지 신경 안 써. 난 하나도 신경 안 쓴다. 진짜 좌파연하던 사람들이 다 바람따라 강물따라 흔들리고 흔들고 하는 세상인데 떠들어 제끼는 걸로 먹고 사는 게 뭔 소용인가. 크게 봐서 이렇게 죽고 저렇게 죽고 하는 과정인 거지 하나도 걱정할 거 없어. 영화 타짜에서 짝귀가 그랬다. 별게 아니야… 니도 곧 이렇게 될끼다… 그냥 맘대로 하고 살어야지 별 수 있냐?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제3지대, 진영논리

현실을 초월하는 현실이 되어야

2023년 4월 22일 by 이상한 모자

오늘은 어떤 선거컨설턴트가 지금 상황을 ‘초현실적’이라고 말하는 얘기를 보았다. 심정적으로는 100% 공감한다. 그런데 냉정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상황이 너무나도 비상식적이고 초현실적이어서 총선 앞두고 제3당, 4자구도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진단의 현실성은 얼마나 될까?

물론 나도 일단은 그렇게 말을 하고 다닌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제3지대에 대한 국민적 수요는 높다! 각 당이 뭔가를 바로잡지 않으면 큰일날 것이다! 그러나 실제 유의미한 신당 출현 가능성은 높게 보지 않는다. 지난 번에 썼듯 어떤 조건들이 갖춰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더 나아가서는, 지금 신당 얘기하는 주요 플레이어들이 그런 걸 모르고 움직인다고 보지도 않는다. 그래서 ‘적당히 하고 말겠지’ 하는 생각부터 드는 거다. 물론 이 분들이 어느 당의 비대위원장이나 무슨 단일 후보 역할을 하는 데에서 그치는 게 아닌, 그것을 초월하는 끈기를 갖고 이 문제에 접근한다고 하면 나는 그 신당의 성격이 뭐든 박수를 칠 것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냉정하게 접근해야 한다. 기존의 상식부터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양당의 삽질은 과연 제3당의 출현 가능성을 높이는가? 요즘은 오히려 양당의 삽질이 양당제를 유지하는 핵심 요인으로 비춰지지 않는가? 한쪽이 정신차리면 아마 다른 한쪽도 정신차리는 척 할 것이다. 제3당이라는 옵션을 놔두면서도 양당은 서로 증오할 수 있는 한 얼마든지 마치 압력솥의 추를 다루듯 여의도 정치의 압력을 조정할 수 있다.

양당제는 기득권이다. 기득권이라는 것의 핵심은 기득권이 아닌 쪽의 선택지를 무력화하거나 제거할 수단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배트맨시리즈를 보라. 여기서 기득권은 배트맨이다. 악당은 보통 원패턴이다. 배트맨은 다양한 악당들을 다양한 수단으로 제압한다. 차를 부수면 그 안에서 오토바이가 튀어 나오고, 오토바이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 붙이면 비행기로 갈아 타고 나온다. 배트맨에게는 언제나 수단이 있다. 마찬가지다. 제3당 출현? 다 수단이 있다. 역대 제3지대 세력들이 결과적으로는 다 양당제에 흡수되거나 굴복한 것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이런 얘기하면 넌 무슨 안 된다는 얘기부터 하느냐고 면박주는 사람들 있는데 그게 아니다. 첫째, 이 모든 일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옛날에 다 있었던 일이다. 안 된다는 얘기부터 하는 게 아니라, 옛날에 그렇게 해서 안 됐다는 얘기 하는 거다. 둘째, 우리에게 필요한 건 현실에 이러 저러한 비관이 있더라도 필요한 얘기를 계속하며 끈기있게 행동하는 것이다. 그런 전제가 있다면 비관을 말하는 것은 오히려 용기다. 뭔가를 안 하기 위해서 비관을 말하는 것은 비겁이지만, 뭔가를 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현실을 인정하는비관은 언제나 필요한 것이다. 오히려 이런 종류의 비관을 덮어놓고 비난하는 게 정확히 양당제적 사고방식이다. 양당 지지자들에게 너희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 이 얘기 해봐라. 정확히 ‘네가 안 된다는 얘기를 하는 배경엔 안 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게 아니냐’, ‘뭔가를 해보겠다는데 왜 재부터 뿌리냐’란 논리로 말하지. 양당의 지지자들이 그렇게 하는 것에도 다 이유가 있는 거다.

선거법 개정 문제도 마찬가지야. 오피니언 리더들의 선거법 개정 여론이 있으니까 양당제는 한 발짝 앞으로 갔다가 다시 한 발짝 후퇴하는 걸 앞으로 가는 거라고 속이면서 계속 스텝을 밟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아주 비관적으로 본다. 그러나, 그러니까 얘기하지 말잔 얘긴가? 아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얘기해야 하는 거고, 그렇든 아니든 얘기해야 한다는 거다. 현실적 조건이 어떠하든 해야 하니까 한다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거다.

앞으로 나아가려는 사람은 앞을 똑바로 봐야지 외면하고 정신승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눈 앞을 외면하고 걸어온 사람일수록 앞이 낭떠러지인 걸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을 때 절망하고 뒤돌아 나갈 확률이 높다. 지금 조선일보랑 인터뷰 하고 막 이상한 얘기 하고 다니는 한 때의 진보들이 거의 그런 사례다. 숀 코너리의 연구 수첩을 갖고 있었던 인디아나 존스는 낭떠러지인데도 앞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안 하면 대배우 숀 코너리가 죽게 생겼기 때문!(트릭 자체는 조잡한 것이었지만…) 하여간 저는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도, 그런 절박한 태도를 고수하기를 계속해서 요구하고 싶은 것이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양당제, 제3지대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에 대한 생각

2023년 4월 21일 by 이상한 모자

모든 것은 맥락이다 그런 말씀 여러차례 드린 일 있다. 만약에 우리가 포탄을 지원하면 전쟁을 끝낼 수 있다, 그런 전제가 있다면 나는 포탄 지원 찬성이다. 그런데 어제도 썼듯이 이거는 그런 맥락이 아니고 ‘현상유지’에 조력하겠다는 거다.

우크라이나전의 가장 큰 비극은 어떤 선택지든 대안이 아니라는 거다. 미국은 작년 어느 시점까진 우크라이나에 적당한 타협을 간접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는데, 바이든 재선 준비를 해야 하는 시점에 와선 지구상의 그 누구보다도 전쟁 상황의 유지에 적극적이다. 그 반대편에는 ‘평화협정’을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러시아의 전술적 목표를 달성한 상황을 인정하고, 그니까 러시아가 이긴 걸로 끝내자는 러시아와 중국의 농간이 있다.

전쟁 치르는 당사자인 젤렌스키는 크림반도 수복까지 이루지 않으면 전쟁을 끝낼 수 없다고 한다. 뭐 이해할 수도 있다. 반대로 우려되는 바도 있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러시아와 벨라루스인들을 우크라이나 주요 정치인들이 공격한 바를 보면 그렇다. 어쩔 수 없이 친유럽과 친러시아가 갈려 오랫동안 대립해 온 우크라이나 내부 정치를 생각하게 된다. 젤렌스키는 친유럽과 친러시아에 질려버린 유권자들이 선택한 봉합적 성격의 카드이므로 어느 쪽을 선택하기 어렵고, 어떤 경우든 전쟁이 지속돼야 정치적으로 유리한 것이다. 이게 노벨평화상을 둘러싼 갈등이 보여준 우크라이나 상황의 한 단면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어떤 선택이 가능할까? 여기서 레선생의 일방적 패배 선언을 돌이켜보게 된다. 혁명적 패배주의 어쩌고 했는데. 이게 가능했던 조건이 두 가지였지. 첫째, 러시아는 땅덩어리가 넓다… 둘째, 일방적 선언을 떠받칠 수 있는 정치적 조건(볼셰비키 운동, 혁명, 집권)이 존재했다. 근데 첫째는 바꾸거나 다른 데 적용할 수 없는 조건이니까 여기선 넘어가고, 둘째로 볼 것 같으면 그니까 적어도 어떤 결정을 할 때에는 그게 뭐든 그 다음이 중요한 거라는 거거든. 전제정이 그대로 유지됐으면 그 패배 선언이 정치적으로 수용이 됐겠냐? 아니지.

그니까 어떤 경우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느냐 라는 것은 우크라이나란 무엇인가란 본질적 질문을 야기한다는 것. 그리고 그 본질적 질문에 대한 답의 연장선에서 역할을 할 때에야 군사적 지원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방송 이런 데서 떠들 수가 있겠어요? 할 수 없는 세상이다… 방송 뿐인가. 이젠 글로도 못하고 SNS로도 못하고(SNS… 없기도 하고…)… 블로그에다가나 써야지.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레닌,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 혁명적 패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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