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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잡감

당규 논쟁

2022년 7월 9일 by 이상한 모자

거대 정당에서 젊은 대표급 인사들이 연일 당헌 당규를 갖고 얘기를 하는데 옛날 생각 많이 난다. 당헌 당규 당권… 이거 우리는 거의 목숨 걸었다. 전쟁난다 진짜…

엊그제 어떤 평론가님이 그랬다. 민주당은 지금 자기 부정을 하고 있다, 비대위원장은 대표아니냐, 대표는 권리당원이어야 한다고 돼있다, 박지현 씨 비대위원장 할 때는 된다고 해주고 왜 이제와서 안 된다고 하냐… 이 말을 끝으로 코너가 끝났다. 그래서 시간이 없어서 반론을 못하고 넘어갔다. 답답했다.

비대위원회라는 거는 본질적으로 초법적인 거다. 그런 점에서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선 당헌 당규에 근거를 써놓을 필요도 없다(근데 비대위 구성이 잦고 그와 관련된 역사적 맥락이 있는 어떤 당은 당헌에다가 구성 요건을 정해놨다). 비대위원장은 한시적 임시적으로 대표의 권한과 지위를 갖는 거지 그 자체로 대표가 아니다. 대표의 선출에 필요한 요건을 비대위원장한테 댈 수 없는 거고, 그 역도 마찬가지다.

다른 당의 이대표님이 징계처분권 얘기하는 것도 비슷한 느낌이다. 이대표님이 말하는 윤리위 규정은 실제 이렇게 돼있다.

제 23 조 (징계절차의 개시와 징계처분권자) ① 위원회의 징계절차는 당무감사위원회의 징계안건 회부나 위원회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에 의하여 개시된다.
② 위원회의 징계 의결에 따른 처분은 당 대표 또는 그 위임을 받은 주요당직자가 행한다.

이 조항은 절차적인 것에 관한 것으로, 심의 의결은 윤리위가 하고 그와 관련된 집행을 대표 등이 한다는 얘기에 가깝다. 대표가 직권으로 윤리위 결정을 뒤집거나 보류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말 그대로 처분을 행하라는 거지, 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아니다. 행하지 않을 수 있는 길은 다른 규정을 적용해야 열린다.

제 30 조 (처분의 취소·정지) 당 대표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

이게 당대표의 권한을 사용해 징계 처분을 행하지 않는 경우를 규정한 조항인데, ‘특별한 사유’와 ‘최고위원회의 의결’이 필요하다. 이대표님 입장에선 JTBC의 윗선 보도 같은 게 ‘특별한 사유’일텐데, ‘최고위원회 의결’이라는 대목을 고려하면 ‘셀프 징계 취소’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니까 이대표님이 직권으로 징계처분을 어떻게 해볼 여지는 거의 업슨ㄴ 거다.

물론 이대표님 이거 다 알고 있다. 그래서 징계처분권은 대표에게 있다라고 하면서 ‘보류’라는 단어를 쓰는 거다. 그런데 예를 들어 국회가 법 개정안을 의결해서 정부에 이송했는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아니고 국무회의 의결 공포하는 것도 아니고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이 법이 이상하다 이러고 있으면 되겠어?

이대표님은 당사자니까 그렇다 치는데, 이런 당헌 당규 등을 해석을 제대로 못해서 갈팡질팡하는 언론은 웃기다는 생각이다. 법조인들에게 묻는 거는 그래도 양반이다. 엊그제 간 방송에선 “당대표는 그럼 징계를 못하게 돼있는거냐” 하더라. 우리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는데, 꼭 로스쿨 갈 생각 없어도 시사를 다루려면 리갈마인드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당규, 박지현, 이준석

평론가의 도

2022년 7월 9일 by 이상한 모자

아베 신조의 죽음은 황당하다. 좀 어이가 없다. 처음에 사람들은 총기 모양만 보고 샷건이라고들 했는데 게임의 폐해 아닌가? 탄이 산탄이어야지 생긴 게 무슨 상관인가, 그냥 딱 봐도 사제총인데(그러니 모양이 이럴수도 저럴수도 있단 얘기)… 아베 신조가 쓰러져있는 모습을 보고 산탄총은 아니지 않나 했다. 아무튼… 그의 정치를 긍정적으로 평할 수 없지만, 대단한 정치인이었다.

내가 후원회원인 모 신문에서 거의 사건 직후에 분석기사를 올렸던데, 전형적인 아는 척 하는 기사였다. 일본 특파원 3년 반 하면 남이 쓴 글을 좀 고쳐도 된다고 생각하는 분이 썼는데, 이럴 때에는 일본에 대해 잘 아는 것보다 정치에 대한 통찰을 갖는 게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정치 또는 시사평론가라는, 오늘날 무슨 방송계의 하이에나(다른 동물이 남기고 간 음식을 알뜰살뜰 먹어서 처리하는, 너무나도 고마운 청소부 같은 존재이다) 같은 직군이 해야 할 일도 핵심은 그런 거다. 해석을 하고 인사이트를 얘기해야지.

그런데 특히 요즘은 그런 것보다는 그냥 ‘내가 취재해보니’라며 인간 지라시 역할을 하는 게 훨씬 잘 먹힌다. 평론가가 뭔데 네까짓 것의 의견을 듣느냐는 방송계 관계자, 시청자 청취자들의 생각이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싶다. 뭐 솔직히 평론가, 뭔데? 시험봐서 자격증 따냐? 그냥 자기가 평론가라고 하면 평론가 되는 거 아니야?

근데 애초 취재라는 건 기자들이 훨씬 잘할 수 있는데, 그 기자가 그 ‘취재해보니’를 안 쓴 이유가 뭐겠냐. 뒤집어 말하면 평론가가 말하는 ‘취재해보니’ 에는 이미 신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나온 얘기일 가능성이 크다는 거다.

그니까, 취재와 폭로는 기자와 내부고발자가 하는 거고, 평론가는 제한된 정보를 갖고 그 시점과 조건에서 최선의 해석과 해설에 주력하는 게 본업이다. 그걸 청자가 듣게 하고 스스로 뉴스를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그 역할에 얼마나 충실한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방송 보조 같은 처지 말고, 의견을 구하기 위해 부르는 데가 없어 외로워져 써봤다.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평론가

아 다르고 어 다른 언론의 세계

2022년 7월 7일 by 이상한 모자

기자들의 전화를 가끔 받는다. 아주 가끔이다. “어떻게 보세요”류의 뜬구름 잡는 질문을 해오면 이런 저런 답을 하는데 보통은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것 같다. 말한 걸 제대로 들었는지도 늘 의문이다. 뭘 기대하고 나 같은 사람에게까지 전화를 했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지방선거 끝나고 어느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사전투표율이 높아서 투표율이 높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니더라 하기에, 그건 충분히 예상된 바 아니었느냐고 했다. 사전투표날부터 방송에 나가서 계속 한 얘기고 다들 비슷한 생각이었다 했는데, “제가 모든 방송을 보지는 못해서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내가 당신이 방송에서 하고 다니는 얘기를 다 알아야 하느냐’란 뜻인가 해서 잠시 고민… 그런데 내 얘기의 취지는 그만큼 대체적인 의견 일치가 있었던 문제 아니냐란 뜻이었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특히나 아 다르고 어 다른게 언론과 정치의 세계이다.

우리 한겨레의 박모라는 분이 글을 썼는데 이런 대목이 나온다.

지난 5일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에 관한 질문에 “전 정권에서 유능한 사람이 하나라도 있었나”라고 답변한 건, 검찰총장 시절 자신을 핍박했던 문재인 정부에 대한 트라우마와 집착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49903.html

큰 따옴표니까 직접 인용이다. 윤통이 저렇게 말한 게 있던가 싶어 검색을 해봤으나 안 나온다. 발언의 의도를 살리는 방향으로 마사지한 거 아닌가 싶은데, 여기서 아 다르고 어 다른 세계의 문제가 발생한다.

윤통이 당일에 했다는 명언은 처음에 속보로 이렇게 전해졌다.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훌륭한 사람 봤나”

두 눈을 의심했고, 기사를 검색해봤는데 이때만 해도 기사에 다 이렇게 써있었다. 나도 이 발언을 근거로 인터넷 방송에 가서 얘기를 했는데, 같이 출연한 사람들은 다른 말을 봤다고 했다. 나중에 검색을 해보니 발언이 바뀌어 있는데, 그것도 하나가 아니고 두 개의 예가 있었다.

1)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나”
2)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나”

그런데 추가된 부분이 ‘그렇게’냐 ‘이렇게’냐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렇게’라고 할 때는 ‘전 정부 장관들도 다 문제있는 사람들이었다’라는 거다. ‘이렇게’라고 하면 ‘내가 지명한 후보자는 전 정부 장관들 보다 훌륭한 사람이다’란 뜻이다. 즉, 전자는 ‘전 정부 문제’가 핵심이고 후자는 ‘내가 지명한 사람의 능력’이 핵심이다.

한겨레 박모님의 글은 내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윤통의 발언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면 큰따옴표를 쓴 것부터가 잘못인데, 그건 그렇다치고 어쨌든 마사지라고 봐도 ‘그렇게’의 경우인 때에야 대강 맞는 얘기가 된다. ‘이렇게’인 경우에도 갖다 붙이면 못할 얘기까진 아니지만, 확대해석이다.

그러면 실제 윤통은 뭐라고 말했을까? 현장 동영상을 돌려보면 ‘이렇게’가 맞다. 그럼 애초에 왜 속보는 저렇게 전달됐을까? 이후 보도에 혼동이 있는 이유는 뭘까? 윤통이 이 말을 할 때 하필이면 카메라 셔터음이 파바박 하고 막 플래시가 터진다. 현장에서 펜기자가 잘못 들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이지 않았나 한다.

그러니까 박모님과 제가 후원회원인 그 신문은 잘 좀 하시고.

그건 그렇고, 윤통의 문제가 된 이 발언과 최근 지인찬스 논란 등은 뭘 보여주나? 오늘 대통령실이 6촌이라는 이유만으로 채용이 안 된다면 그것도 차별이라고 했다. 권력의 무게를 아주 우습게 아는 발언이다. 저런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건 대통령의 세계관을 거스르지 않는 한도 내에서 수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윤통의 인사관이란 뭘까? 전 정권은 운동권 출신들 막 갖다 쓰고 민변으로 도배를 했으면서, 능력있는 사람을 나랑 가깝단 이유만으로 배제해야 할 이유가 뭐 있냐! 이런 항변 아닌가? 그러나 오늘날 운동권이니 뭐니로 폄훼되고 있지만 그건 어쨌든 최소한 지식인 사회의 어떤 네트워크의 연장이긴 한 것이다. 그 안에서의 평가와 판단에 대한 체계는 어쨌든 돌아가는 게 있단 말이다. 엘리트 시스템에서 못하는 걸 해보라는 취지의 정책 판단을 실현하는 수단이란 평가를 할 수 있다는 것.

반면 윤통식 측근인사는 크게 두 개의 필터로 이뤄지는데 첫째는 검찰에서 잘 나가던 사람이란 필터, 둘째는 나와 가깝고 내가 써봤고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이라는 필터이다. 대통령실은 대검찰청이 아니고 후자는 그저 정실인사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이건 ‘운동권 출신’이나 ‘민변’에 댈 것 조차도 아니다.

‘윤석열 사단’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굳이 대통령실을 대검찰청으로 만든 효과는 조만간 보게 될 것이다. 국정원의 움직임은 그 신호탄이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윤석열,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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