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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잡감

박찬욱 씨 영화 본 짧은 감상

2022년 7월 18일 by 이상한 모자

코로나 평론가 하러 가기 전에 잠깐 여유가 있다. 또 한탄을 할까 했지만 최근 본 영화 얘기나 적으련다. 스포일러 있을 수 있다.

박찬욱 씨의 그 영화는 범죄자로 의심받지만 자기 자신에게 진실한 여자와 자타공인 모범적 경찰이지만 자기 기만을 반복하는 남자의 얘기다. 여자는 팜프파탈의 전형인듯 했으나 순애보를 가진 순정파고, 남자는 ‘여자’에 무너지는 반듯한 남자인듯 했으나 오히려 외설적인 인물이다. 남자는 겉으로는 직분에 충실한듯 하면서 끊임없이 여자를 의심하지만 그렇다고 선을 딱 긋지는 못하고 정작 눈 앞에 기대하는 광경이 펼쳐지면 도대체 뭘 하는 건지 제정신을 못 차린다. 이에 비해 여자는 그 끝이 자기파괴에 도달하는 파국이라 하더라도 사랑에 솔직하고 충실하다.

여기까지 보면 팜프파탈이란 클리셰를 박찬욱식으로 뒤집고 비튼 것처럼 보이는데, 하필 여자가 탕웨이고 극중에서도 중국인이란 점까지 가미하면, 저강도이긴 하지만 하여간 숨길 수 없는 정치적 맥락이 드러나는 느낌이 있다. 극중에 등장하는 한국인들은 역차별, 원전완전안전(대표적인 자기기만이다)과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거나 돈벌레이다. 민족적 정통성은 오히려 중국인에 있는데, 이 중국인은 모든 등장인물 중 가장 주체적인 선택을 시종일관 한다.

보통 흔히 떠올리는 구도는 반대였을 것이다. 다른 영화에서 중국인은 돈만 되면 살인이든 뭐든 무엇이든 하는 사람들로 그려진다. 이 구도를 의도적으로 뒤집었다는 데에서, 이건 난민과 같은 외부자들에 대한 우리의 자기기만적 태도를 돌아보게 만들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할법한 대목이다. 굳이 난민 문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어쨌든 의도적으로 구도를 비틀어 버린 건데, 현실적으로 이걸 관객에게 납득시키는 일은 탕웨이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거다. 그렇다. 이 역할은 탕웨이만 할 수 있다.

정치병자 입장에서 결국 정치적 얘기를 하고 말았는데, 박찬욱 씨가 굳이 정치적 코드(원전완전안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말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런데 그런 게 핵심이라기 보다는… 뭐랄까 영화에 대한 영화, 영화다운 영화였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영화를 별로 보지도 않는 제가 감히 말씀드리건대 영화다운 영화는 요즘 잘 없고… 설 자리가 많지 않은 것 같다. 영화의 마지막 해변 씬, 특히 탕웨이와 박해일이 차례로 통과하는 두 바위? 사이의 길과 이어지는 해변의 파도, 그러한 미장센은 완벽한 고전영화였다. 박찬욱은 봉준호보다 위대하다.

Posted in: 작품 감상, 잡감 Tagged: 박찬욱, 탕웨이, 헤어질 결심

굴욕감을 느끼며 방송국 다니는 신세

2022년 7월 15일 by 이상한 모자

어제는 어떤 방송 진행자가 또 나를 ‘김수민 평론가’라고 불렀다. 두 번째였다. 다른 방송국에선 출연은 내가 했는데 인터넷 기사엔 김수민 시사평론가라고 달아 놓은 일도 있었다. 비인기 시사평론가의 설움이다.

그런데 이런 건 적어도 실수에 해당하는 거니까 그러려니 한다.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누가 봐도 무슨 생각이 있구나 싶은 경우에 대해선 그냥 참고 있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령 많게는 한 주에 네 번도 나가던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는데, 최근 한 주에 두 번, 이번 주는 그것마저도 한 번으로 줄었다. 패널을 진보 보수 구도로 재편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이런 건 얼마든지 이해하고 납득도 한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뭐라고 떠들면 대담 전문을 기사로 쏘는 경우가 있는데 이 프로그램이 그렇다. 기사를 찾아보면 제목/소제목을 이렇게 달아놨다.

장성철 “어민 북송 문제, 대통령실 개입은 부적절.. 통일부의 입장 번복은 자기변명성 회피!”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
– 어민 북송 문제, 靑 안보실 · 국정원의 부당 개입 흔적 있어
– 정치권은 조용히 하고 검찰 수사 지켜봤으면

출연자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 김민하 시사평론가

보통 둘이 말하면 적어도 두 사람이 뭐라고 말한지를 놓고 제목/소제목을 달고, 제목에는 한 사람만 나오더라도 소제목에는 두 명이 다 써있기 마련인데 장소장님만 있고 저는 없다.

같은 코너 다른 요일의 출연자들의 대담 내용도 이런 식인가 찾아봤다.

장예찬 “이재명, 민주당을 팬덤 정치로 몰아가.. ‘개딸정당’ 될 수도” 권지웅 “尹, 공정한 척만 하고 공정하지 않아.. 지지율 더 떨어질 수도”

<장예찬 전 인수위 청년소통TF 단장>
– 尹 정부 인사, 딱히 문제 있지 않아
– 이재명 팬덤정치, 다른 정치인들에게도 악영향 끼쳐
<권지웅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
– 尹 도어스테핑 중단, 코로나를 핑계 삼은 것
– 尹 긍정 평가 고작 30%대.. 심각하게 봐야 해

흠… 여긴 여야니까 특별히 양쪽 다 쓴 건가? 하지만 둘 중 한 사람 얘기로 제목이나 소제목 혹은 요약을 쓰는 거면 100번 중에 1번 정도는 제 얘기도 있는 게 맞지 않나?

장성철 “국민의힘, 총체적 난국.. 윤 대통령의 인식이 근본 원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
– 尹 말과 메시지로 국민에게 상처를 주고 있어
– ‘도어스테핑’ 하는 거 자체는 상당히 좋아
– 대통령 참모들 너무 눈치만 보지 말고 쓴소리해야 해

출연자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 김민하 시사평론가

장윤선 “이준석 징계?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 판단은 매우 단호해”

<장윤선 정치전문기자>
– 이양희 윤리위원장, 이준석 당사자의 소명절차 강조하고 있어
– 尹 측근은 이준석에게 단호히 대응하려 해
– 국민의힘, 친尹 · 반尹 간의 갈등이 증폭되는 시기

출연자 : 김민하 평론가, 장윤선 정치전문기자

장성철 “이재명, 당대표 출마한다면 민주당 망하게 하는 것”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
– 이재명, 당대표 출마 선언하는 순간 당내 갈등 심해질 듯
– 우상호, 무엇을 바꿀만한 권위가 없는 인물
– 尹 반도체 강조, 방향을 잘 잡은 것

출연자 :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 김민하 시사평론가

윤호중, 만찬장에서 웃은 이유? 김건희가 ‘줄리’ 언급해서

<장윤선 정치전문기자>
– 윤호중 · 김건희, 대통령 만찬회에서 ‘줄리’ 이야기 나눠
– 기자들도 많은 자리였기 때문에 굉장히 당혹스러운 장면
– 김건희, 공과 사 구분 없이 얼마나 과감한 사람인지 드러나

출연자 : 김민하 평론가, 장윤선 정치전문기자

장예찬 “박지현 혼자 고군분투.. 민주당 비겁해”

<장예찬 전 인수위 청년소통TF 단장>
– 박지현 비대위원장, 당내 권한이나 지분은 사실상 없는 상태
–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586 용퇴 받아들일 생각 없는 듯
– 이재명 선거판 등장, 보수층 결집시키는 효과 있어

출연자 : 장예찬 전 인수위 청년소통TF 단장, 김민하 시사 평론가

장예찬 “민주당, 한덕수 인준 동의하는 게 탈출 전략”

<장예찬 전 인수위 청년소통TF 단장>
– 김은혜-강용석, 단일화는 사실상 무산
– 강용석, 尹과 통화 주장은 큰 실수.. 자중해야
– 윤재순 비서관 직접 사과, 높게 평가해

출연자 : 김민하 시사평론가, 장예찬 인수위 청년소통TF 단장

장예찬 “정호영 검찰 수사? 조국 전 장관이 민정수석시절 검경수사권 조정해서 불가능”

<장예찬 인수위 청년소통TF 단장>
– 정호영, 방어하고 싶은 열정 안 생겨
– 정호영 수사, 검찰이 나설 주제는 아냐
– 민주당 입법 폭주, 합법적으로 막을 방법 없어

출연자 : 김민하 시사평론가, 장예찬 인수위 청년소통TF 단장

이거 뭐냐? 백 번 붙어 백 번 다 지는 사람 같지 않나? 물론 그런 개념이라기 보다는, 어차피 방송 나와서 아무도 관심갖지 않는 개쓰잘데기 없는 소리나 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이런 기분을 느끼며 이런 일을 계속 해야할까?

너는 뭐 홍보 목적으로 기사로 쏜 것 가지고도 이 난리냐, 여러분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근데 지금 내가 이것만 갖고 얘기할까? 여기다가 차마 안 쓰는 얘기도 있겠지. 세상이랑 단절돼서 왕따같이 사는데 나도 하소연 할데도 있고 이래야 되는 거 아니야? 여기다가 내가 누구 욕을 썼어 뭘 썼어. 그냥 하소연 좀 했습니다. 사전적으로 변명 해본다.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방송

자위대 존립 근거를 헌법에 넣는 것의 의미

2022년 7월 13일 by 이상한 모자

애초 국방군 설치였던 자민당 개헌안과 비교하면 지금 하자는 건 암것도 아닌 거 아니냐, 아베는 신중한 매파이다… 이런 평가를 신문에서 보았다. 신중이라기 보다는 주도면밀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자위대 얘길 헌법에 넣는 것만으로는 별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이게 다른 퍼즐조각들과 하나의 큰 그림을 완성하는 순간 문제의 성격은 달라진다.

우익 입장에서 헌법 9조를 개정하는 건 어렵다. 하지만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자위대 운영 근거를 넣자는 건 우회로다. 일단 헌법에서 합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헌법 외의 부분에서 자위대가 할 수 있는 일을 군대나 다름없는 걸로 만들면 된다. 그 길은 이미 착착 진행돼왔다. 적극적 평화주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그 연장선인 ‘반격능력’의 보유는 사실상 해석개헌에 가깝다. 언젠가 아소 다로가 나치의 예를 들면서 이미 말한 바도 있다. 아소 다로의 능력은 다른 사람이 했으면 큰일이 날 말을 ‘망언’으로 보이게 함으로써 오히려 은근슬쩍 넘어갈 수 있는 얘기로 만든다는 데에 있다. 안보법제 어쩌구 하는 난리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자위대 얘기를 헌법에 넣는 건 그래서 이 모든 일의 종착점이다.

이게 용납되는가? 안 되지. 그런데, 용납이 안 되는 이유는 뭔가? 여기에 문제가 있다. 시간은 일본 우익의 편이다. 전쟁을 기억하는 사람의 층이 엷어지면 왜 일본만 보통국가가 되면 안 되는가란 의문은 커질 수밖에 없다. 대만에 경향적으로 독립을 원하는 사람의 숫자가 많아지는 것과 비슷하다. 일본의 미래 세대에게 너희는 전범이니까 특별한 취급을 해야 한다랄지 하는 얘긴 그래서 별로 소용이 없다. 그래도 지금까진 옆집 독일이는 지금도 틈만 나면 반성하고 잘 사는데 넌 왜 그모양이니 라고 면박을 줄 수 있었으나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때린 이후에는 그렇게만 말할 수도 없게 되었다.

내 생각에 보편타당하게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논리는 이런 거다. 전세계가 모두 군축을 해야 하지 않겠어? 그래야 평화가 오지 않겠어? 너희는 과거에 뭔 일을 했든 군축을 해야 되는 나라가 이미 돼있는데 그걸 굳이 바꿔야 될 이유가 있겠어? 우리도 군축할게, 너희도 하던 거 계속 해… 그래서 우리 좌파들이 한일 간에 나아가서는 동아시아의 평화군축 세력이 손을 잡고 뭔가 연대투쟁을 해야 한다고… 내가 이런 얘기 하면 웃지? 그만합시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개헌, 평화군축, 평화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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