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미컴 탐정 크루
시답잖은 정치 뉴스에서 벗어나 취미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최근에 패미컴 탐정 크루 에미오 웃는 남자 라는 똥게임을 완결하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이 시리즈는 패미컴 탐정 구락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로컬라이징을 패미컴 탐정 클럽으로 하면 된다. 근데 왜 패미컴 탐정 크루냐? 나는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하지만? 없었다. 탐정 크루라는 표현을 주인공이 딱 한 번 하는데, 그냥 탐정 클럽이라고 하는 게 훨씬 자연스러운 맥락이었다. 도대체 왜! 탐정 크루냐! 이놈들아!
패미컴 탐정 클럽이라고 하면 역시 파트2 뒤에서 선 소녀이다. 나는 슈퍼패미컴 버전을 했었다. 일본어를 거의 모르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그냥 때려 맞춰가면서 했다. 사실 그건 전혀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일본식 선택형 텍스트 어드벤처라는 게… 그냥 막 무작정 누르면 되는 거니까… 그러나 내가 그 시절의 나를 칭찬하고 싶은 건 인내와 끈기라고 해야 할까, 그런 점이다. 뭔 소린지도 모르면서 최대한 머리를 굴려가며 이게 이런 내용이지 싶은데… 이렇게 생각해가며 어떻게든 엔딩까지 간 거지. 당시에도 상당히 뿌듯했다.
패미컴 탐정 클럽 파트2 뒤에 선 소녀 이 작품은 오늘날로 따지면 신하야리가미 같은 괴담류 어드벤처의 조상 정도라고 해야 할까? 신하야리가미는 이 작품과 카마이타치의 밤을 섞은 작품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패미컴 탐정 클럽이 현역이던 시절의 게임의 타겟이 어디까지나 어린이 혹은 청소년층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괴담을 다루는 솜씨는 꽤 대단했다. 학교의 괴담, 15년 전의 살인 사건, 현재의 살인 사건이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의 플롯에 감탄했던 기억이다.
이 탐정 크루 에미오 어쩌구 이 작품도 그런 전통을 따르려 했던 건지 구조는 비슷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좀 더 어설프고 심지어는 게임을 만들다 만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과거 사건의 진상을 공목선생(우츠기 선생이라고 불러야 하는데… 일본어를 몰랐을 때 전작을 하면서 한자를 그대로 공목선생이라고 읽고 있었다…)이 자기가 조사를 해왔다며 줄줄이 설명해주는 데에서 김이 다 빠져버린다.
뒤에 선 소녀에서는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느끼던 그런 묘한 감성이 살아있었다. 학교 괴담이라는 게 그런 거 아닌가? 또래집단으로서의 공동체이면서 동시에 교육의 현장이면서 또한 억압적 기구(어디까지나 학생의 입장에서)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부조리가 괴담의 동력이자 실체이다. 뒤에 선 소녀에서 묘사된 사건이 그런 건데…
그런데 이 탐정 크루 에미오 이거는 무엇에 기원한 괴담이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도시괴담이라는 거는 그냥 통칭 그렇게 부르는 거고, 가정폭력 괴담인가? 시골 괴담인가? 정작 사건은 또 학교의 학생한테 일어나고… 그래서, 선생을 상대하는 파트가 쓸데없이 장황한 것도 그렇고… 사실은 학교 괴담을 하고 싶었는데 일본 사회가 이제는 더 이상 학교 괴담 얘기가 불가능한 어떤 상태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유토리 사토리 얘기하고 그런 거 있지 않나. 그런 영향이 있지 않나 생각했다.
오히려 현실과 맞으려면 괴담이 디지털 영역으로 갔어야 하지 않나? 커뮤니티 유튜브 이런 쪽으로… 그런데 이게 또 전통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주인공들은 이번 작에서 휴대폰이라는 신문물을 처음 지급받고 신기해 하는 처지다. 119 같은 데에 장난전화도 할 수 있다. 아무튼, 이러한 과거 작품과의 연결고리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 시대적 한계가 겹쳐진… 이래저래 비운의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뭐 그래도 오랜만에 공목선생과 아유미짱을 볼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