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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미컴 탐정 클럽

패미컴 탐정 크루

2025년 1월 19일 by 이상한 모자

시답잖은 정치 뉴스에서 벗어나 취미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최근에 패미컴 탐정 크루 에미오 웃는 남자 라는 똥게임을 완결하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이 시리즈는 패미컴 탐정 구락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로컬라이징을 패미컴 탐정 클럽으로 하면 된다. 근데 왜 패미컴 탐정 크루냐? 나는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하지만? 없었다. 탐정 크루라는 표현을 주인공이 딱 한 번 하는데, 그냥 탐정 클럽이라고 하는 게 훨씬 자연스러운 맥락이었다. 도대체 왜! 탐정 크루냐! 이놈들아!

패미컴 탐정 클럽이라고 하면 역시 파트2 뒤에서 선 소녀이다. 나는 슈퍼패미컴 버전을 했었다. 일본어를 거의 모르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그냥 때려 맞춰가면서 했다. 사실 그건 전혀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일본식 선택형 텍스트 어드벤처라는 게… 그냥 막 무작정 누르면 되는 거니까… 그러나 내가 그 시절의 나를 칭찬하고 싶은 건 인내와 끈기라고 해야 할까, 그런 점이다. 뭔 소린지도 모르면서 최대한 머리를 굴려가며 이게 이런 내용이지 싶은데… 이렇게 생각해가며 어떻게든 엔딩까지 간 거지. 당시에도 상당히 뿌듯했다.

패미컴 탐정 클럽 파트2 뒤에 선 소녀 이 작품은 오늘날로 따지면 신하야리가미 같은 괴담류 어드벤처의 조상 정도라고 해야 할까? 신하야리가미는 이 작품과 카마이타치의 밤을 섞은 작품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패미컴 탐정 클럽이 현역이던 시절의 게임의 타겟이 어디까지나 어린이 혹은 청소년층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괴담을 다루는 솜씨는 꽤 대단했다. 학교의 괴담, 15년 전의 살인 사건, 현재의 살인 사건이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의 플롯에 감탄했던 기억이다.

이 탐정 크루 에미오 어쩌구 이 작품도 그런 전통을 따르려 했던 건지 구조는 비슷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좀 더 어설프고 심지어는 게임을 만들다 만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과거 사건의 진상을 공목선생(우츠기 선생이라고 불러야 하는데… 일본어를 몰랐을 때 전작을 하면서 한자를 그대로 공목선생이라고 읽고 있었다…)이 자기가 조사를 해왔다며 줄줄이 설명해주는 데에서 김이 다 빠져버린다.

뒤에 선 소녀에서는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느끼던 그런 묘한 감성이 살아있었다. 학교 괴담이라는 게 그런 거 아닌가? 또래집단으로서의 공동체이면서 동시에 교육의 현장이면서 또한 억압적 기구(어디까지나 학생의 입장에서)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부조리가 괴담의 동력이자 실체이다. 뒤에 선 소녀에서 묘사된 사건이 그런 건데…

그런데 이 탐정 크루 에미오 이거는 무엇에 기원한 괴담이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도시괴담이라는 거는 그냥 통칭 그렇게 부르는 거고, 가정폭력 괴담인가? 시골 괴담인가? 정작 사건은 또 학교의 학생한테 일어나고… 그래서, 선생을 상대하는 파트가 쓸데없이 장황한 것도 그렇고… 사실은 학교 괴담을 하고 싶었는데 일본 사회가 이제는 더 이상 학교 괴담 얘기가 불가능한 어떤 상태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유토리 사토리 얘기하고 그런 거 있지 않나. 그런 영향이 있지 않나 생각했다.

오히려 현실과 맞으려면 괴담이 디지털 영역으로 갔어야 하지 않나? 커뮤니티 유튜브 이런 쪽으로… 그런데 이게 또 전통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주인공들은 이번 작에서 휴대폰이라는 신문물을 처음 지급받고 신기해 하는 처지다. 119 같은 데에 장난전화도 할 수 있다. 아무튼, 이러한 과거 작품과의 연결고리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 시대적 한계가 겹쳐진… 이래저래 비운의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뭐 그래도 오랜만에 공목선생과 아유미짱을 볼 수 있어 좋았다.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패미컴 탐정 크루 에미오 웃는 남자, 패미컴 탐정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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