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에, 이쯤 왔으면 우리윤총장은 사퇴가 맞다. 이거 얘기하면 꼭 잘못도 안 했는데 왜! 가해자가 아니고 피해자에게 사퇴를! 난리 난리… 요즘은 무조건 그 구도로만 얘기한다. 지난 번에 둘 다 자르라 했을 때도 똑같았다. 모든 손해는 가해자에게! 모든 권리는 피해자에게! 여기가 중고등학교도 아니고, 초엘리트끼리의 통치에 어떻게 그 기준만 들이대겠나. 이 얘기는 한겨레21이란 잡지에 쓴 글로 대신한다.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49657.html
그건 그렇고 오늘은 한겨레 기사를 보다가 너무하다 싶은 대목을 발견했다. 오후에 여기다가 쓰자 하고 미뤄놨다가 찾아보는데, 사설이었다고 생각했는데 기사였다. <징계위 “윤 총장 혐의 4가지, 해임 해당 중대사안이지만…”> 제목 기사의 이 대목이다.
특히 문건에서 사법농단 사건 재판부 판사가 과거에 술을 마시고 늦게 일어나 영장심문기일에 불출석해 ‘물의 야기 법관’에 포함됐다고 적은 부분에 대해선 “(당시) 언론에는 그와 같이 상세한 내용이 보도되지 않았고 실제 ‘물의야기법관 리스트’에 그와 동일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징계위가 사법농단 사건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에 사실조회를 의뢰했더니 실제 재판기록에 그와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답변이 왔다는 것이다. 징계위는 이를 근거로 “사법농단 수사팀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중 해당 정보를 그대로 수사정보정책관실에 제공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수사 과정에서 입수한 정보가 부적절하게 공유됐다는 판단이다.
앞서 윤 총장 쪽은 추 장관이 ‘판사 사찰’ 의혹을 제기하며 직무배제를 명령했을 때 “법정에서 공개된 내용을 옮겨 적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사법농단 사건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단성한 서울중앙지검 특별공판1팀장도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공소유지 업무를 담당하는 검사들은 대검 수사정책관실은 물론 다른 어떤 부서에도 (문건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 서술만 보면 검사가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를 검찰 내의 국정원 격인 수사정보정책관실에 그대로 넘긴 것이라는 뉘앙스가 강하다. 그런데 실제 징계위 문건에는 뭐라고 써있느냐, 한겨레가 공개한 전문을 보면 다음과 같이 돼있다.
특히, “행정처 16년도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포함(15, 휴일 당직 전날 술을 마시고 다음날 늦게 일어나 당직법관으로서 영장심문기일에 불출석, 언론에서 보도)”라는 내용은 언론에는 그와 같이 상세한 내용이 보도되지 않았고, 실제 ‘물의야기법관 리스트’에 그와 동일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음(징계위원회가 이 사건 징계절차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에 대해 한 사실조회 결과에 따르면, 실제 재판기록에 그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 그렇다면, 공판검사들이 재판기록에서 확보하였거나 속칭 ‘사법농단’수사팀이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중 해당 정보를 그대로 수사정보정책관실에 제공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함.
‘공판검사들이 재판기록에서 확보하였거나’란 대목이 기사엔 없는 것이다. 그게 뭐 중요하냐, 이 문건을 쓴 검사들의 주장을 리마인드 해보라. 문건을 작성한 검사는 아래와 같이 주장한 바 있다.
그 내용은 현재 언론에서 언급하는 조국 전 장관사건 재판을 담당하는 김모 판사님이 아니라, 사법행정권 남용사건 중 한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 구성원 중 에이 판사님이 전임 대법원장 시절에 작성된 물의야기법관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는 것입니다.
그 사실은 공판 검사들 사이에서 이미 알려져 있었습니다. 2019년에 이미 피고인의 변호인이 그 사실을 재판부에 문제제기하며 ‘배석 판사가 물의야기 법관 문건에 들어가 있다’고 지적했고, 따라서 공판팀이 이미 아는 내용을 리마인드 차원에서 기재한 것입니다. 수사팀으로부터 자료를 받거나 할 이유도 없고 그런 사실도 전혀 없다. 또한 이 부분은 피해 당사자가 재판을 맡은 것으로 볼 여지도 있어 재판결과의 공정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었기에 참고하라는 취지였습니다.
아래는 한겨레 기사에 ‘문건을 공유한 바 없다’는 주장을 한, 사법농단 재판 공소유지 업무를 총괄하는 검사의 주장에 대한 다른 기사 일부이다.
이에 단 부장검사는 “해당 법관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중 한 사건의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부의 배석판사”라며 “2019년도 상반기 피고인 측 변호인이 `물의 야기 법관 문건에 배석판사 관련 내용이 있어 재판의 공정성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혀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내용을 공판팀 다른 검사들과 공유하고 소속부장에게도 보고했다”며 “이 배석판사가 리스트에 포함된 사실은 우리 사건 공판 관여 검사를 통해 확인된 내용일 수 있다는 정도로 추측한다”고 밝혔다.
종합하면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문건의 전체 혹은 일부가 직접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로 넘어갔다고 추정할만한 근거는 여전히 없는 거 아닌가?
물론 수사정보정책관실이 공소유지 관련 정보를 모으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이 있고 그건 일리있는 얘기다. 하지만 그것과 수사 과정에서 증거를 통해 확보된 정보가 별도로 수집된 게 확인됐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것이다. 조중동에 속하지 않는 한국일보 기사의 해당 내용을 비교해보라.
특히 ‘물의야기법관 리스트’가 언급된 부분과 관련, 언론에는 상세히 보도되지 않았는데도 법원행정처가 만든 원본 문건의 내용이 정확히 포함된 점을 근거로 “공판검사들이 재판기록에서 확보했거나 ‘사법농단’ 수사팀이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정보를 그대로 제공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봤다. 다만 정확히 어떤 ‘위법한 방법’으로 판사 정보를 수집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프레임 형성을 위해 문건을 작성했다’는 결론과 관련해서도 “문건 주요 내용에 비추어 보면 그렇게 판단된다”고만 정리했다. 징계위는 ‘불법 사찰’이라고 단정할 구체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일각의 지적을 의식한 듯,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징계를 청구할 당시 썼던 ‘판사 사찰’이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한겨레는 오늘 주요 언론 중 사설을 통해 거의 유일하게 정직을 당할 만한 일들이라고 써놨다. 상당한 의문이다.
Comments are closed, but trackbacks and pingbacks are op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