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과 손익만 보는 세상

한겨레가 홍 선생님 기사도 대문짝만하게 쓰고(돌아가신 바로 다음날 1면에 부터 크게 썼었다), 잡지에도 쓰고, 인터넷에도 내고, 여러가지 하는데, 난 여러 생각을 했다. 이걸 계기로 그동안의 논조라든가 지면이라든가 이런 것을 한 번 총체적으로 평가를 해봤으면 좋겠다든지, 좌표를 다시 한 번 재설정해보면 어떨까 라든지, 하다못해 상이라도 만들어보면 어떨까 라든지…… 계기라는 게 있는 거 아니겠나. 근데 인터넷 댓글을 보니 또 팔아먹는다고 쓰고 자빠졌더라. 뭘 팔아먹나? 그런 생각밖에 못하나? 대한민국에서 한겨레가 안 하면 어디가 해야하나?

홍 선생님 마지막 말씀이 민주시민인지 고객인지 자문해보라는 것이다. 민주시민은 주체로서 참여하는 이고 고객은 가격을 평가하고 손익을 따지는 이다. 나름대로 추모를 하고 선생님의 마지막 말씀과 고인의 삶을 전하는데 ‘팔아먹는다’고 평하는 것은 어느 쪽인가? 내용엔 관심없고 이게 누구에게 어떤 이익이 될지부터 따지는 건 민주시민의 논리인가 고객의 논리인가? 인터넷이 없었을 세상엔 그냥 술자리에서나 수군거리는 수준에서 끝나고 말았을 고객들의 얘기가 기록으로 남아 퍼지고 더 많은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SNS에서는 자기들끼리 따봉의 힘으로 이게 더 극단화 된다. 저는 냉소사회에선 소비주의라고 썼다. 감히 말씀드리면 선생님 말씀하신 바의 1% 정도는 저도 거기서 말씀드리지 않았을까 한다.

쓰다 보니까 제가 여기다 이런 얘기를 쓰는 것에 대해서도 그런 말씀 하시는 분이 있을까 갑자기 걱정된다. 확인해보진 않았으나… 뭐 그 정도의 관심 혹은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거둘 수 있는 이익은 없겠지만… 그러나 혹시 만에 하나… 그런 생각을 하시는 분이 한 분이라도 있다면, 적어도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데…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보다는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다들 나름의 이유로 떠나고, 정의당에 힘을 보태고, 심지어 이준석의 품에 안길 때, 스스로 생각해도 이유를 잘 알 수 없지만 하여간 당적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 그 중엔 이름을 들으면 깜짝 놀랄만한 사람도 아마 있을 것이다. 홍 선생님은 오르고 싶지 않은 무대에 오르신 이래로, 마지막까지 당원이셨다.

그러고보니… 최근에 어느 자리에 가서 선거 얘기를 했는데, 아무래도 운동권 출신이거나 그 언저리에 있는 분들이 다수였다. 건설노조에서 일할 때 얘기가 잠깐 나왔다. 나는 그때 만난 최모님 얘기를 했다. 2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거기 있고 얼마 전 윤통의 건폭 난리 때에는 잡혀가셨더라… 그러자 노동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갑자기 하다가 그만둔 운동권 유력 인사가 말씀했다. 아! 그 최모 이번에 선거운동 열심히 했습니다! 이 어르신은 나에 대해 잘 몰랐을 거다. 나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나도 그 분과 2024년에 같은 조직 소속이 돼있을 거라고는 생각치 못했기 때문이다.

말이 긴데, 요는 한겨레든 노동당이든 녹색당이든, 추모를 하면 추모를 하는대로 좀 두라는 것이다. 고인의 삶을 곱씹고 스스로 옷깃을 여미는 기회로 삼으면 되는 것이잖나. 이런 데서까지 이용하니 팔아먹니 하는 댓글을 봐야 하니 너무 슬프다. 이 댓글다는 놈들 뭐 평소에 관심이나 있었냐? 서럽다.

SNS를 끊어라

SNS, 그 고유의 기능을 이용하지 않은지 10년쯤 돼간다. SNS라는 플랫폼 그 자체는 조금은 이용하고 있다. 당장 이 블로그의 글이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발행되고, 언론사 속보만 모아서 보는 트위터 계정을 이용하고 있으며, 사진 파일을 저장해놓는 용도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다른 이용자와 교류하는 등의 관계를 맺거나 소통을 하는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는다. 그런 차원에서 나는 나 나름대로 SNS를 보이콧하고 있다.

SNS에 뭘 올리면 내용보다 의도에 집착하는 경향이 더 강해지는 거 같다. 관계가 중요한 플랫폼이라 그런 게 아니겠는가. 이에 대하여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지만 귀찮다. 귀찮으니 다 건너뛰고 계속 하자면, 욕망이 투명하게 반영된다. 내 욕망을 투명하게 반영하고 있으니 남도 다 그러는 줄 안다. 지겨워 죽겠다… 특히 SNS로 정치 얘기 하는 사람들… 그런 생각이 계속 들어 SNS를 증오하게 되었다.

SNS를 안 하면 하고 싶은 얘긴 어디다 해야 하나? 주변에 사람도 없고… 결국 블로그에다가 쓰는 것이다. 답답하고 말할 데도 없으니 어떡하나. 여기다가라도 감정 표현을 해야지. 여기다가 쓴다고 뭐가 나오는 건 아니다. 따봉도 없다. 그저 카타르시스일 뿐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냐. 또, 그거면 되는 거 아니냐.

그러니 이제 그만들 하시고 SNS를 떠나시라. 그거 백날 해봐야 남는 거 없음. 뭐가 남나요? 결산 한 번 해보시요. 인간관계가 남나, 지식이 남나, 재미가 남나… 그냥 내가 내 욕망 투명하게 전시한 부끄러운 기록만 남는 것 아님?

차라리 그 시간에 게임을 하든가, 아니면 드라마를 봅시다. 밥 먹으면서 인데버라는 영국 드라마를 보았는데 재밌더라. 모스 경감의 젊은 시절 얘긴데, 나도 저렇게 뭔가 나를 알아주고 이끌어주는 선배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내가 저런 선배가 될 수 있는 처지였다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지금은 둘 다 어려운 인생이지.

넋두리 2

모처럼 옛날 사진들을 보면서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관계라는 것에 대해서 특히 얇은 삶을 살아왔다. 주변에 사람이 없다. 그런데도 인간관계라는 게 어쩔 수 없는 게 있다. 가령, 운동권을 하면서 내 입장에서 실제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많이 배웠다 생각하는 분은 장선생님 김선생님이다. 두 분이 사이가 안 좋고 서로 데면데면해도 뭐 어쩔 수 없다. 인생이 그랬는데 이제와서 바꿀 수 없는 거 아니겠나. 영화 타짜에 정마담이 평경장을 두고 그 양반 덕에 내가 이 길로 들어 섰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처럼,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하면 그거는 깨손-진보누리 활동 하시고 조선공산당…에 대한 책을 썼으며 한때는 레닌의 아들을 자처한 최모라는 분이다. 뵌지가 한참 됐는데… 가끔 연락오는데 언제 한 번 식사하시자고 하고 뭐 늘 그렇듯 기약 없다.

김선생님하고 문자로 오랜만에 안부를 나누는데 레디앙의 정모 선생님에 대한 말씀이 나왔다. 운동권 인생 이모작 같은 것을 하시는지, 뭔가 새출발을 응원하는 자리가 있다고 하더라. 김선생님이 보내준 것에 의하면 웹포스터 비슷한 것을 만들었던데, 서울시당 위원장 하던 전성기의 모습이다. 차세대 주자였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그런데, 내가 시사 장돌뱅이 같은 것을 하고 다니면서 감을 잃으면 안되지 하는 생각에 일부러 진보 또는 노동 이런 매체들을 찾아보고 하는데, 얼마 전에 레디앙에 윤모 교수의 글인지 말인지 같은 게 올라온 거였다. 근데 단서가 붙어 있는 게, 주장이 무리일 순 있어도 토론을 해야 되는 주제라나? 근데 나는 그 얘기가 토론을 해야 되는 그런 건지 모르겠더라. 너무 전형적이던데… 토론 주제라기 보다는 아 그러시냐, 그렇게 생각하시냐, 그건 놀랍다 이렇게 말하고 넘어가는 것 외엔 방법이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오히려 그 글을 올려야만 하는 그 마음이라는 건 어디서 왔을까를 생각해보면, 그게 인간관계에 대한 어떤 얽매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앞서의 장선생님이나 김선생님이 윤모 교수 같은 주장을 막 한다면… 난 주변에 막 두 분이 맛이 가버렸다고 험담을 하고 다닐 거 같은데… 그런 점에서 정모 선생님은 마음이 따뜻한 분인 게 틀림 없다. 물론, 다시 또 말씀드리지만 여기다가 굳이 쓸 수 없는 그런 게 있다… 하여간 무엇을 어디로부터 어떻게 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새출발이라는 것이 잘 되기를 기원한다. 진심이다. 화는 내지 마시고…

그리고… 글쟁이, 지식인 이쪽에서는 뭐 헤아릴 수 없다. 그리고, 여기다가 굳이 쓰지 않겠다. 이 분들에 대한 얘기는 웬만하면 글로 남기지 않는 게 좋다. 글로벌 철학자 이모 교수님도 언제 한 번 뵙기는 해야 하는데…

인간관계에 대해 더 써놓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 눈의 초점이 잘 안 맞아서 쓰기가 어렵다. 여기까진 거 같다. 본론을 아직 안 꺼낸 거 같은데, 건강상 문제로 할 수 없다. 하여간 하려던 얘기는 좌파에 인간관계는 사치이지만 동시에 또 인간관계에 있어선 좌파가 묘하게 호사스러운데가 있다 이런 건데, 갑작스럽지만 이만 줄이고… 혹시 이 글을 SNS로 보는 분들이 있다면, SNS를 좀 줄이시라. 인간관계라는 측면에서 말씀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