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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정치 사회 현안

대통령이 멋대로 매뉴얼 무시했다는 지적에 대해

2023년 8월 9일 by 이상한 모자

어느 방송에 가서 내가 그런 취지로 얘기했다. 잼버리가 관광화 되고 참가자들은 각 지자체에 분산되는데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인지 숙소와 식사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모두 우왕좌왕이다. 폭염, 침수, 태풍은 애초 예상할 수 있는 거였고,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이런 문제를 어떻게 결정할지 등은 이미 정해져 있어야 했다. 이것은 이 상황에 대비한 매뉴얼조차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앞으로 유사한 행사를 유치할 때는 완벽하게 대비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들어야 하고, 매뉴얼이 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도 대비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 해야 한다.

마이크 꺼지고 나서 진행자가 그러는 거였다. 매뉴얼은 있었다! 대통령이 매뉴얼을 무시하고 컨틴전시 플랜을 결정하는 바람에 이렇게 된 것이다! 그래서 답을 했다. 나도 한겨레 등의 보도를 봤지만, 태풍 피해가 예상보다 심각하리라 봐서 컨틴전시 플랜으로 간 거라는 반론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드린 것이다…

여가부 장관은 어제 이렇게 브리핑했다. “(대응 매뉴얼 속) 구호소는 다시 영지로 돌아오는 걸 전제로 한 일시 수용장소”, “(태풍이 상륙하는) 전국적 재난상황이기 때문에 매뉴얼에 따라 (수도권 등으로) 철수하게 됐다” …

한겨레에 따르면 매뉴얼의 내용은 이렇다.

조직위는 이 매뉴얼에서 태풍·호우·강풍, 폭염 등 재난 유형별로 기상 특보에 따라 위기 단계를 3단계(주의·경계·심각)로 구분하고, 태풍이 ‘심각’ 단계인 경우에는 미리 지정한 근거리 대피지역 4개 시군(군산·김제·부안·정읍) 실내 구호소 204곳과 원거리 대피지역 4개 시군(고창·완주·익산·전주) 실내 구호소 138곳에 참가 인원들을 대피시킨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날 발표로 사전에 마련한 대책은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03402.html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것조차 주먹구구다.

지정한 대피장소가 대부분 초등학교, 중학교 강당·다목적홀이다 보니 ‘숙영지’로써 운영이 어렵단 판단에서다. 잠자리부터 단체급식소·샤워실 등 편의시설 대비도 부족했다고 한다. 숙소·화장실 등을 충분히 확보한 게 아니라, 수용인원을 2.6㎡당 1명씩 단순 계산한 게 전부였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3348

이번에 오는 태풍은 드물게도 한반도를 직접 남에서 북으로 관통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의 태풍은 육지에 상륙해도 세력이 줄지 않고 천천히 이동하며 피해를 키운 경우가 있었다. 그래도 태풍이 먼저 상륙하는 곳은 남부지방이다. 내가 본 기사 중에는 태풍이 상륙해 전북 지역의 주민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이재민을 수용할 공간이 필요할텐데 잼버리 참가자들(3만6천명이다)이 이미 대피한 상태일 경우 더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인용된 것도 있었다(지금 찾으려는데 못 찾겠다. 꿈에서 봤나?).

그러니까 이 경우는 매뉴얼이 있어도 부실한 것이거나, 지금과 같은 태풍이 발생해 수도권으로 대피?이동? 해야할 경우의 매뉴얼은 없다고 봐야 한다는 얘기다.

윤석열이 매뉴얼 무시하고 지맘대로 결정해서 혼란이 가중됐다!! 이런 방식으로 비난을 하고 싶겠지만, 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그런 결정도 할 수 있다고 본다. 태풍의 직접적 영향이 우려되는데 3만6천명을 전북이 감당하는 그러한 일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준비가 부실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매뉴얼이 이렇게 부실한 책임은 물론 정부에 있다. 조직위 책임인데, 인터넷 댓글 같은데선 조직위라고 그러면 다 전북 얘기 하지만 조직위 공동위원장에는 여가부, 행안부, 문체부 장관이 포함되며 여전히 주무부처는 여가부고 이러한 장관들을 부리는 것은 대통령이다. 준비 안 하고 뭐했냐는 비판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거다.

많이들 봤겠지만, 심지어 이런 방식으로도 할 수 있다…

대통령이 개영식에 갔으면 보이스카우트 복장 입고 사진만 찍고 올 게 아니라 제대로 야영장을 둘러봤어야 했다. 그래도 왕년의 보이스카우트인데 늪지 같은 야영장을 봤다면 느껴지는 게 있지 않았을까. 일선에게만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현장까지 가서 아무 눈치도 채지 못한 자신부터 자책해야 한다.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30808/120624326/1

돈이 없다는 이유로 보이스카웃 못한 사람으로서 초반부가 공감이 되지만… 그건 뭐 이정도로 마무리 하시죠.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잼버리

원세훈 가석방은 윤석열의 자기부정인가

2023년 8월 9일 by 이상한 모자

가령 한겨레는 사설에서 이렇게 썼다.

원 전 원장은 지난해 말 특별사면 때 남은 형기 7년의 절반을 감형받는 특혜를 누렸다. 이로써 그는 전체 형기의 60% 이상을 복역해야 한다는 가석방 기준을 충족하게 됐다. 그리고 이번엔 기다렸다는 듯 가석방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다. 원 전 원장을 조기에 풀어주기 위해 복역 기간을 계산해 미리 감형 수순을 밟았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더구나 원 전 원장처럼 ‘전과 3범’인 경우 지난 10년 동안 가석방 허가율은 1.5%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특혜에 특혜가 겹친 ‘황제 가석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일이 다른 사람도 아닌 윤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체제에서 이뤄진다는 게 더욱 어이가 없다. 윤 대통령이 대중적 명성을 얻게 된 건 ‘댓글 공작’ 수사에서부터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원 전 원장의 불법 정치공작 단죄를 이끌어내 오늘날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는 정치적 자산을 쌓았다. 한 장관도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로 원 전 원장 수사를 지휘했다. 이제 와 원 전 원장을 서둘러 풀어주는 건 자신들의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검사 때와 정의의 기준이 달라졌느냐’는 비아냥을 들어 마땅하다. 권력을 잡은 뒤 이렇게 법치를 무너뜨리는 행태를 보면 진실로 법치 실현을 위해 수사를 했던 것인지조차 의문스러워진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103528.html

이렇게 보는 게 정론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누군가.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삐딱하게 봐야 한다. 나는 검사 출신들의 기준이나 태도가 달라졌다기 보다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본다. 그 결과가 이렇게 나오는 거다. 안 달라졌기에 이렇게 되는 거다.

일전에도 여기에 썼는데 기소라는 게 뭐 복잡한 사건에서 늘 그렇지만, 엘리트 특수부 검사들이 맡는 대형 사건들은 더 그런 성향이 두드러지는데, 문제라고 하면 문제고 아니라고 하면 아닌 그런 요소를 이들이 어떻게 다루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정치인이나 회장님들이 대놓고 법을 어기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정말 중요한 이익이 걸린 문제를 다룰 때에는 나름대로 법적 검토를 다 할 것 아닌가. 좀 구린 일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고 해도 한다는 거다. 특수부 검사의 능력은 이 구멍을 막고 이쪽을 걸고 저쪽을 제끼고 여론에 호소하여 이게 죄라는 것을 얼마나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이 때의 수사와 기소는 사건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할 수 없이 편의적 임의적 성격이 커질 것이다. 그러니까 어떤 엘리트 특수부 검사의 시각에서 보면 원세훈이 합계 징역 14년 얼마의 옥살이를 치르게 된 것은 법을 위반한 대가라기 보다는 전적으로 자신의 결정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즉, 기소 내용이 달랐으면 14년이 아니라 4년으로 끝났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내가 결단해서 옥살이를 하게 된 사람이니 그것을 면하는 것도 절차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내가 결정하면 될 일이 아니겠는가? 대통령이나 장관의 내면이 혹시라도 이런 것이라면 과거 부정이라기 보다는 여전한 오만과 독선일 것이다. 그냥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느냐는 그러한 얘기.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원세훈

훈수는 확실할 때 둬라

2023년 8월 8일 by 이상한 모자

밀린 칼럼들 다시 읽으면서 오늘 나온 칼럼들도 몇 개 봤는데 이 글이 눈에 띄었다. 구체적으론 다음 대목이다.

인연이 닿아 그곳을 종종 찾다가 지역 활동가들도 알게 됐다. 때로 새만금 이야기가 나왔다. 핵폐기장은 반대하는 주민들이 새만금에는 우호적이라고 했다. 뭐라도 먹거리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한다는 것이다. 결국 토건자본의 이윤으로 돌아갈 뿐이라는 환경운동단체들의 비판에 반발한다고도 했다. ‘노가다’나 ‘함바집’ 찬모 같은 일자리조차 아쉬운 게 지역의 낙후한 현실이라며. 갯벌을 지키자는 주장이 주민들에게는 아쉬울 것 없는 서울 중산층의 배부른 낭만처럼 들린다는 것이었다. 충격이었다.

온 나라에 텅 빈 공항, 뻥뻥 뚫린 고속도로, 한산한 다리가 건설 중이다. 환경을 파괴하고 적자만 늘어난다는 비판이 많다. 이익은 토건자본 몫이라는 고발은 물론이다. 옳은 말이지만 더 나가야 한다. 좋은 것은 서울, 수도권이 독점하면서 지방은 자연과 함께 가난하게 살라고 하면 화가 치미는 게 인지상정이다. 수도권 중심주의에 대한 분노와 피해의식을 자양분 삼아 개발주의가 정당화된다. 기득권 정치세력들도 이익을 얻는다. 개발주의 비판도, 수도권 중심주의 비판도 그 자체로는 반쪽일 뿐이다. 둘 다 비판하면서 동시에 대안적인 평등사회의 전망을 키워야 한다. 무엇보다 수도권 사는 이익은 다 누리면서, 지방에 대해 남 일 보듯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새만금에 돌을 던지기는 쉽다. 나도 던졌다. 자기도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03531.html

다 떼어 놓고 보면 틀린 얘기 아닌데 내가 볼 때는 공허하다. 이 시점의 새만금 사업 비판의 핵심은 도대체 그걸 왜 했냐는 거다. 수도권 중심이고 갯벌의 낭만이고 저어새고 다 떠나서 새만금 사업 왜 했나?? 이 사업의 골때리는 점은 ‘~을 하기 위해 간척을 해야 한다’가 아니라 ‘간척을 했으니 ~라도 해야 한다’라는 것에 있다. 지금 정부 자료 등 찾아보면 거기다가 산업단지 유치하고 이것도 유치하고 저것도 유치하고 막 그랬다는데, 전북에 새만금이 아니면 걔네를 유치할 데가 없나요? 잼버리가 그걸 보여주는 거 아닌가? 새만금이 아니면 잼버리 할 데가 없어? 당장 전북 중에서도 무주 얘기 하잖아. 태권도원이든 구천동이든 얘기하잖아. 잼버리를 유치해야 하니 새만금이 필요하다, 이게 아니라 새만금 간척을 했으니 잼버리라도 유치해서 뭔가를 해야 한다, 이거 아닌가?

이런 쓰잘데기 없고 인류에 해만 되는 일을 오로지 유권자 표심만 노리고 막 던지는 정치가 문제라고 하는 것이다. 던질 때 잘 던져야지, 이딴 걸 던져 놓고 안해줄 거 같으니까 유권자들은 매달리게 되고, 유권자들이 매달리니까 또 안 하면 안 되는 일이 되고, 그러다 보면 아무도 반대할 수 없는 일이 되고, 이렇게 온 거라니까. 1988년도에 김대중 평화민주당 총재가 노태우씨한테 새만금 사업 빨리 해내라 막 요구를 했다고. 대선공약으로만 내놓고 실제로는 안 해줄 거 같으니까. 김대중 당시 총재가 지금 뭐 이렇게 될줄 알고 그랬겠나. 지금은 편집인인 양권모씨가 논설위원이던 참여정부 때 글 읽어보라.

https://www.khan.co.kr/opinion/khan-column/article/200604241804531

마찬가지로 훼손 논란 등이 있었겠지만 차라리 갯벌을 관광자원화 하고 그에 따른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게 나았을 것이다(갯벌을 매립할 필요가 없었다는 거지 호남을 갯벌 말고 아무것도 없는데로 만들자는 데가 아니다). 이런 여러가지 면을 보지 않고 이걸 수도권-환경낭만주의 대 지방-경제주의의 대립구도인 양 묘사하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납작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런 훈수는 그게 필요한 게 확실할 때에나 둬야 한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새만금 사업, 잼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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