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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정치 사회 현안

박영선 양정철 김종민 관련 설로 보는 용산의 난맥상

2024년 4월 17일 by 이상한 모자

오늘 오후 라디오 방송에서 박영선 양정철 등 얘기를 두고 용산이 붕괴된 상황 그 자체를 보여준다고 얘기했다. 언론에 나오는 얘기를 보면 용산의 어떤 놈은 금시초문이라고 하는데, 또 어떤 놈은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은 맞다고 한다. 이건 업무 시스템이 붕괴된 거다. 있을 수 없는 얘기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 때 되니까 반나절 동안 다 붙어서 취재한 결과로 별 얘기 다 보도되고 있다.

일단 공식라인이 모르는 얘기였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래는 아마 내일 지면에 실릴 동아일보 기사.

윤 대통령이 여러 후보군 중 하나로 박 전 장관과 양 전 원장 인선을 검토하는 과정에 공식 인사업무를 맡고 있지 않은 윤 대통령 측근 그룹이 해당 인사를 추천하는 등 관여했고 대통령실 내 인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관섭 비서실장이 검토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통령실 인사 시스템 자체가 흔들리며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실 내부 회의에서는 특정 참모가 조직 체계를 무시하고 의견을 내고 있다며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비판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https://www.donga.com/news/Politics/article/all/20240417/124531680/1

당연한 얘기지만 채널A가 비슷한 얘기를 전하고 있다.

총선 참패 후 사의를 표명한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 후임 인선을 두고 대통령실이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총리와 비서실장에 문재인 정부 인사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 장관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유력하게 검토된다는 보도가 오늘 새벽에 나오면서입니다.

대통령실 한 비서관급 인사는 “대통령과 철학을 같이하면 출신 당이 무슨 소용이냐”라며 “그분들이 하면 좋겠다는 게 대통령 생각이라서 유력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보도 약 3시간 만에 “검토된 바 없다”고 공식 입장을 냈습니다.

정권 투톱 자리에 민주당 출신 인사를 앉힐 경우 보수층의 반발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강하게 개진된 겁니다.

오늘 대통령실 내부 회의에서는 특정 비서관이 조직 체계를 무시하고 의견을 내고 있다며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격앙된 반응도 나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실제로 두 사람에 대한 인사 추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총리와 비서실장직에 대한 여러 추천 인사들 중 하나”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https://www.ichannela.com/news/main/news_detailPage.do?publishId=000000404876

Q. 그럼 공식 라인에서는 대통령이 검토하는지 몰랐다는 거예요?

시스템에 혼선이 빚어진 건 분명해 보입니다.

일단 박영선-양정철 카드가 비서실장-정무-홍보 공식 라인에서 검토한 것은 아닌 것으로 취재됐습니다.

대통령실내 ‘제3의 라인’을 통해 여론을 살피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언론에 보도가 된 겁니다.

저희 취재 과정에서도 혼선 기류가 느껴졌는데요.

보도 이후 인사와 관련돼있는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황당한 얘기다. 대통령이 그렇게 하겠는가”라고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인사 업무와 무관한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과 철학을 같이하는 사람이라면 당적이 무슨 소용이냐”면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공식 라인으로 정식 검토해보기 전에 여론을 살펴보는 차원의 해프닝이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인데, 대통령실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우려스러운 대목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https://www.ichannela.com/news/main/news_detailPage.do?publishId=000000404878

여기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얘기가 “특정 비서관이 조직 체계를 무시하고 의견을 내고 있다”, “대통령실내 ‘제3의 라인'” 등인데, 이게 뭐지? 가령 박영선 총리를 추진하고 싶다면 정무라인에서 야권 분위기를 확인하고 제안을 하고 해야 할 거고, 이걸 언론에 흘리고 반응을 확인한다는 개념이면 홍보라인이 관여해야 할 거고 이걸 최종적으로는 비서실장이 컨트롤해야 할 것인데, 이들은 다들 이런 얘기가 오가는 줄 몰랐다… 근데 또 정작 대통령은 이런 얘기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특정 비서관’이나 ‘제3의 라인’을 통해 했다는 거는, 뭘 의미하나?

그러니까 아래와 같은 기사가 나오는 거다.

대통령실의 인사 난맥상, 특히 비선 라인의 인사 개입 정황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당장 대통령실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익명의 대통령실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박영선, 양정철을 비롯해 김종민 특임장관까지 모두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은 맞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의 공식 라인도 모르게 비선 라인이 인사에 개입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404172035015

생각해보면, 윤통이 그립이 아주 강하신 분인데, 이런 분이 지배하는 용산에서 비선 노릇을 하는 게 가능하다고 한다면… 그것은 어떠한 분일까? 검색이라도 한 번 해봐야겠다. 하여간 이게 뭐냐 도대체… 내일 신문 기대된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국무총리, 김종민, 박영선, 비선, 양정철, 윤석열

탄핵-개헌 게임

2024년 4월 13일 by 이상한 모자

어제 모임에서 느낀 게, 운동권 유관 인사들이라고 해도 탄핵이라든가 등등을 보는 시각은 범민주당 지지층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거 같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늘 강조하면서 또 공감도 하는 바이지만, 뭘 해도 다 양당제 강화로 이어지는 게 알맹이 없는 진보만 안고 사는 우리 시대의 비극이다. 병립형을 하든 연동형을 하든 다 양당제 강화… 그게 뭘 하든 다 자본주의가 체제내화하는 거랑 마찬가지인 것임.

아무튼 보수언론을 보는 게 일인데, 요즘 심상찮다.

1) 조선일보는 윤정권을 권위주의 정부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윤 모 교수가 대표적인데, 투표일에도 의미심장한 글을 조선일보에 기고했다. 윤정권을 ‘비민주주의적 자유주의’, 민주당을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로 규정하고 총선을 양대 세력의 대결구도로 표현한 거다. 다만 이재명-조국은 구제불가고 한동훈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식이었긴 하지만, 중요한 건 ‘비민주주의적 자유주의’라는 조어가 등장했다는 거다. 내가 알기로 윤 모 교수가 이 표현을 여기서 처음 쓴 건 아닌데, 결국 이건 ‘독재’적 측면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조선일보의 이런 규정은 선거 지고 나서도 이어지는데, 보수적 학자와 애매한 학자, 비교적 진보적 학자를 모아 선거 평가를 한 거였다. 이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학자들은 이번 총선 결과에서 한국 사회의 ‘모럴(도덕)의 추락’ ‘반(反)권위주의 성향의 확산’ ‘주류 세력의 변화 조짐’ 등의 큰 변화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기존 보수 이념을 고집하지 않는 ‘자유주의적 보수’를 아우르지 못한다면 보수 정당의 축소는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이 좌담에 낀 윤 모 교수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 책임에서 권위주의적 통치 스타일로 일관한 윤석열 대통령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의 50대까지도 ‘선진국민’이라는 자의식을 지니고 있는데, 검찰 특유의 상명하복 문화, 항의 구호를 외친 사람의 입을 막는 ‘입틀막’이나 ‘대파 소동’을 보고 그들이 과연 어떤 생각을 갖겠는가”. 심 모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사실 권위주의적 태도를 보인 것은 정부·여당과 야당이 마찬가지였다고 할 수 있지만, 이번엔 사람들이 정부·여당을 ‘더 큰 권위주의’라고 느꼈던 것”. 기사는 이렇게 해설한다. “과거 경제성장기에 국민의 삶이 나아졌을 때는 권위주의적 지도자도 용인했지만 지금처럼 서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는 그걸 바라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박 모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최근 치러진 총선들은 보수 정당의 지지 기반이 계속 줄어드는 방향으로 진행돼 왔다”. 기사는 이렇게 해설한다. “한국 보수세력 중에서 대단히 중요한 날개가 규제 완화를 바라는 ‘자유주의적 보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이 떨어져 나간 것이 2016년쯤이고 그게 탄핵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다시 박 모 교수는 이렇게 얘기한다. “2022년 대선에선 이들이 다시 윤 대통령을 지지했는데 이번에 다시 떨어져 나간 것”, “여당 입장에선 앞으로 이들을 어떻게 아우를 것인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

2) 미래 세대를 띄우는데 집중한다.

금요일 조선일보에 이준석 인터뷰가 크게 실렸다. 이 지면은 보수의 미래로 채워졌다. 지면 구성이 이준석, 김재섭, 천하람 흐름이다. 이날 동아일보, 한국일보엔 김재섭 인터뷰가 들어갔다. 다시, 오늘 조선일보는 김재섭 인터뷰다. 금요일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여권 일각에서는 이번 총선 패배를 계기로 당의 체질을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영남, 고령자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30대 초선인 김재섭(서울 도봉갑) 당선인, 김용태(경기 포천가평) 당선인을 지도부로 전면에 내세우자는 아이디어다”란 대목이 나온다. 독이 든 성배라는 걸 뻔히 아는 김재섭씨는 손사래를 쳤지만, 이런 얘기가 자꾸 나오는 배경에 어떤 집단-세력으로서의 욕망이 작용하고 있는지를 보는 게 중요하다. 1)의 논의와 연결해 이해해보라.

3) 제도를 탓하기 시작했다.

소선거구제가 국힘 피해를 키웠다는 식의 주장이 보수언론 전반을 통해 제기되기 시작했다. 가령 조선일보 오늘 기사 제목이 <득표율 5.4%p差, 지역구 의석 수는 63.4% 얻은 민주>다. 더 의미심장한 건 사설인데, 마찬가지로 제목이 <5.4%p 차이로 입법 독식, 0.7%p 차이로 행정 독식>이다.

4) 개헌을 암시하기 시작했다.

앞서 사설 얘기 이어서 하자면, 입법 독식은 선거제도 탓하는 얘기로 이해가 되는데 행정 독식은 뭔가? 다음의 내용을 보라.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에서 불과 0.73%포인트 앞섰다. 불통의 제왕적 대통령이 되지 않겠다며 청와대를 나왔지만 그 과정 자체가 ‘제왕적’이라고 느낀 국민이 적지 않았다. 그에 이어 많은 문제에서 오만과 독선, 불통이 이어지다 이번 총선에서 기록적 참패를 당했다.

지역구마다 국회의원 1명을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와 대통령제는 단 1표만 이겨도 모든 권력을 독점한다. 2·3등 후보를 찍은 절반 가까운 국민의 표는 전부 무의미하게 된다. 민의 반영이라고 할 수 없다. 승자 독식, 패자 절망 구조는 여야와 지지자 간 극한 대립을 부르게 된다. 그런 갈등으로 누가 무슨 이익을 얻었나. 여야와 국민 모두에게 결국 해로울 뿐이다. 소선거구제와 대통령제의 근본적 문제에 대해 모두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건 권력구조 개편, 즉 개헌을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어제 보수의 미래 중 하나인 천하람씨가 개헌에 대해 발언한 것에 눈길이 간다.

◇ 신율: 네. 이준석 위원장이 여러 가지 얘기를 했습니다만 이런 인터뷰에서 이런 얘기를 한 모양이에요. 다음 대선까지 3년 확실한가? 라고 얘기를 했다는 겁니다. 저는 이 부분이 상당히 놀랍고 중요하고 사실은 굉장히 좀 문제가 될 수 있는 발언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 천하람: 네. 저희가 그 부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입장을 정리를 했습니다. 물론 탄핵이라고 하는 절차도 헌법상에 있는 절차이기 때문에 탄핵 사유가 있고 국민들의 공감대가 있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탄핵이라는 것은 결코 가벼이 입에 담아서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 개혁신당에서는 저희가 저희의 공약으로서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줄이는 중임제 개헌,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서 결선투표제의 어떤 제도 개선을 저희가 공약으로 넣었고. 저도 그렇고 이준석 대표도 그렇고 윤석열 정권 제가 봤을 때는 국민들께 좋게 평가될 부분이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본인께서 본인 임기를 단축하는 형태로 개헌을 하신다면 그래도 윤석열 정권이 대한민국 정치 역사에 뭔가 긍정적인 영향을 남길 수 있는 방안이 아니겠느냐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신율: 제도적 안정성을 해친다고는 생각 안 하세요?

◆ 천하람: 어쨌든 저희가 4년 중임제 개헌을 한다면 특정 대통령의 임기 단축은 불가피한 면이 있습니다. 물론 그 이후 시점으로 시행 시기를 조정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국민들 눈높이에 맞는 정부 운영을 하기 어려운 그런 상황 속에서 저는 그런 식의 임기 단축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범위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조선일보의 어떤 논설 등을 통해서도 그런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만큼 저희가 과도하게 무리한 주장을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

◇ 신율: 그리고 제가 아까 그 개헌 말씀하실 때 4년 중임제 개헌 말씀하셨죠?

◆ 천하람: 네.

◇ 신율: 대통령제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 천하람: 아니요. 저희는 집착하는 것은 아니고요. 모든 제도가 다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마는 지금 4년 중임제도 절대선은 아니겠지만 지금의 5년 단임제보다는 훨씬 나은 제도다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 신율: 어떤 면에서요?

◆ 천하람: 지금 대통령 5년 단임제 같은 경우에는 대통령이 특히 윤석열 대통령같이 정치의 첫 선거가 대통령 선거이신 분 같으면 다시 국민의 판단을 받을 필요가 없죠.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임기 초부터 폭주를 하더라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사실 마땅치 않습니다. 물론 국회의원 선거라든지 지방선거를 통해서 국민들이 심판은 하지만 대통령 본인에 대한 직접적인 심판은 아니기 때문에 결국은 중간평가를 두는 것이 더 낫고 또 잘하는 대통령이라면 5년보다는 8년 정도 국정의 연속성을 유지해 주는 것이 낫지 않나 생각합니다.

◇ 신율: 제가 궁금한 게요. 뭐 아까 임기 단축, 개헌 이런 말씀하셨는데 그 마음에 안 들고 못한다고 생각하면 바꿀 수 있는 의원내각제 낫지 않아요? 왜 내각제 얘기는 안 하십니까?

◆ 천하람: 저희도 내각제를 완전히 배척하고 이런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 국민들의 국회의원에 대한 어떤 수준이, 어떤 신뢰 수준이라든가 이런 부분들이 낮은 상황에서 저희가 지금 바로 내각제 논의를 개시하는 것은 조금 시기상조 아닌가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https://radio.ytn.co.kr/program/?f=2&id=95238&s_mcd=0263&s_hcd=01

…

인터뷰 내용을 더 자세히 보면 대략적인 구상을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선거제도-개헌(임기단축)-특검을 하나로 묶는 협상이 물 밑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짚을 게 범야권 대권주자라는 이재명-조국 콤비의 사법리스크 문제다. 호사가들이 즐겨 하는 얘기, 그리고 보수진영에서 또 하는 얘기는 뭐냐면 두 대권주자 입장에서는 형이 확정되기 전에 대선을 치르는 게 좋으니 대선이 앞당겨지는 게 좋고, 그러니 탄핵을 하고 싶어하지 않겠느냐는 거다. 그런데 탄핵이라는 건 탄핵 사유가 있어야 하고, 특검이든 보수 내 균열이든 그런 일이 확인될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런데 만일 개헌이라는 명분으로 임기단축이 가능하다면? 이 논의에 이들로서는 ‘유인’이 있을 수 있다는 거다.

정리하면…

1) 보수는 앞으로도 집권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한다. (선거 이후 조선일보 주필은 “이제 민주당이 이기는 게 정상이고 국민의힘이 이기는 게 이변이다”라고 썼다.)
2) 따라서 ‘자유주의 보수’를 포섭할 수 있는 미래세대를 키우고자 하는데 변하지 않는 윤석열 덕에 쉽지 않다.
3) 제도(선거제도, 권력구조)를 바꾸는 논의를 통해 집권 가능성을 더 높이는 논의도 진행하고 싶다.
4) 윤석열의 임기 단축이 탄핵을 원하는 민주당-조국당 일각의 니즈와 맞다면 선거제도개편-개헌 논의에 끌어들일 수 있을 거다.
5) 이게 실제로 되려면 국힘 이탈자들이 필요한데, 여기서 탄핵 가능성을 높이는(즉 ‘변하지 않는 윤석열’이란 변수의 제거) 특검은 자유주의보수-민주당-국힘비주류를 묶는 아교가 될 수 있다.

이게 일단은 주요 관심사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 탄핵-개헌 게임이라 할 만한데, 앞에서도 강조했지만 그 게임 테이블에 이른바 진보쓰의 자리는 없다는 거…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개헌, 선거제도, 소선거구제, 조선일보, 탄핵

또다시 진보의 재구성?

2024년 4월 13일 by 이상한 모자

2008년 분당 때 내걸었던 슬로건이 ‘진보의 재구성’이었다. 이것과 함께 얘기한 게 ‘보다 적색으로, 보다 녹색으로’… 엊그제 정의당 출신 인사와 대화를 하는데 이 ‘진보의 재구성’이라는 조어가 다시 언급되었다. 귤이 회수를 건너 탱자가 된다고, 옛날에 우리(?)가 얘기하던 것과는 느낌이 달랐다.

원외로 밀려난 진보가 어디로 가야 하고,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묻지만, 허무하다고 생각한다. 무슨 얘기를 해도 들리지 않고, 수용되지 않고, 기억되지 않는다. 이건 ‘왜 내 얘기를 듣지 않느냐’는 항변이 아니다. 대화가 되려면 공통지반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진보라는 사람들조차 같은 말을 서로 다른 의미로 말하고 이해하기 시작했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했다는 사람들이 갖는 공통지반이라는 게 사실은 모래성 같은 것 정도에 불과했다는 것… 뒤집어 말하면 그게 제가 늘 말씀드린 ‘반대의 정치’가 진보정치 행동양식의 상당분을 차지했다는 걸 보여주는 거 아닌가 한다. ‘반대’하느라 연대한 것이지, 같은 사상을 나누면서 모인 게 아니었다. 그런 맥락에서 ‘양당에 반대한다’는 맥락에 동조해 진보정당 활동을 했던 사람들의 일부는 다른 제3지대로 갔고, ‘민주당에 반대한다’는 맥락에 동조해왔던 사람들은 범보수를 ‘비판적’으로 지지하거나 조선일보와의 협업에 나서거나 한다. ‘보수세력에 반대한다’는 맥락이 민주당으로의 유실로 이어진 건 이미 오래된 딜레마이다.

정의당이 망한 얘기를 계속 보고 있는데, 좀 얄궂다는 생각이 든다. 망했다거나 누가 은퇴했다는 거 아니면 잘 기사가 나오지 않는 세력… 기사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이런 저런 얘기를 하지만, 어떤 건 핀트가 엇나갔다는 생각도 들고, 또 어떤 건 너무 자기 중심적 해석이라는 생각이 들고… 이래 저래 심란하다.

그 와중에 다음의 대목은 눈에 띄고 공감이 갔다. 내부인이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

정의당 공동대표를 지낸 나경채 녹색정의당 양경규 의원 보좌관도 “당의 노선이 형해화(내용은 없고 형식만 남음)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당에서 이탈한 사람들이 하나로 뭉친 게 아니라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더불어민주당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어요. 누구나 당에서 이탈할 수 있죠. 그런데 그 이탈의 흐름이 하나로 모이지 않았다는 건, 당의 노선이 그만큼 형해화했다고 봐야 하는 게 아니냐, 당의 노선이 내파됐다고 보는 거죠.”

https://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5356.html

그런데 이런 말도, 듣는 사람에 따라 각자 다르게 해석될 거다. 그리고 그게 바로 노선이 형해화했다는 또 하나의 증거다. 구심이 없어졌으니 원심력이 작용하는 거고, 이건 조직뿐만이 아니라 각자의 인식과 경험에 대한 해석에도 영향을 미치는 거다.

개표날 어떤 기자님이 정의당의 몰락 이유에 대해 물어왔는데, 뭐라고 답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됐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얘기해야 하나. 고전적인 틀로 얘기했다.

지금까지 원내의 진보정당이 가져온 득표 논리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전형적인 제3지대 득표 논리. 양당은 부패했고 무능하니 깨끗하고 유능한 정치 세력이 이 공간을 대체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게 바로 진보정당이다, 라는 것… 이게 ‘지역구에선 민주당 찍더라도 비례대표는 미래 정치세력인 진보정당 찍어주세요’라는 논리로 이어지는 거다. 둘째는 없는 사람은 없는 사람 대변하는 정당 찍으라는 논리.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과 같은 슬로건이 보여주는 게 여기에 해당한다. 대중운동을 조직하고 유기적 협력을 만들어 내고 이걸 당적으로 조직화하는 일이 여기에 포함될 거다. 이게 전략적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려면 1) 제3지대 득표 논리로 확보한 지지를 2) 없는 사람은 없는 사람 대변하는 정당 찍으라는 득표 논리를 강화하는데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돼야 했다.

그런데 그간의 과정 속에서 원내의 진보정당이 마주하게 된 것은 1)로 확보한 정치적 자원을 1)에 상당분 재투자하는 것만으로도 1)을 유지하는 게 벅찬 게 현실이라는 점이다. 물론 2)를 강화하기 위한 이런 저런 노력이 있었던 걸 평가해야겠지만, 하나의 전략적 조직적 흐름으로 수렴해가는 것에는 지속적으로 실패했다. 원내의 진보정당은 경향적으로 1)에 쏠렸으며, 당의 체질은 선거 일정을 무엇보다 우선시하게 됐고 주요 정치인의 흥망성쇠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쪽으로 변해갔다. 거기에는 전체 대중운동의 위축과 분열 역시 기여한 바가 있는데(가령, 당이 노동운동도 옛날같지 않지 않냐며 노동자 표심의 조직이 어렵다고 항변하는 것이다), 원내의 진보정당이 2)를 앞서와 같은 이유로 잃게 되면서 대중운동이 방향을 잃거나 양당에 포섭되는 일에 일조하는 바가 있었을 것이다. 선순환이 아니라 악순환의 구조가 만들어진 거다.

조국과 선거제도를 맞바꾼 것은(혹은 그런 것처럼 보이게 된 것은) 이러한 과정을 증명하는 결정타였다고 본다. 냉정하게 말해 정의당은 그 때 가장 ‘전략적’이었다. 그 다음에는 어떤 ‘전략’을 본 게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후로 정의당은 2)를 버리고 1)에 경도된 상태로 ‘지역구에선 민주당 비례대표는 정의당’을 외치며 민주당에 얹혀 사는 게 전부인 세력이 아닌가 하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름의 노력이 있었음에도 2)가 없어진 게 핵심이다.

이렇게 1)만 남은 상태에서, 정의당은 대선을 완주해 민주당 지지층에 피해의식을 안겼다(완주를 한 게 잘못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버티려면 2)가 필요했다는 거다). 거기다 이번 총선엔 제3지대 세력이 난립했고, 조국당(자꾸 제3지대 얘기하면 이 얘길 하시는데, 저는 이 당을 제3지대 정당으로 생각하지 않는다)이 등장하면서 정의당이 가진 1)의 공간은 완전히 없어졌다. 0석은 슬프게도 당연한 결과다.

어제는 유력 운동권 인사가 포함된 어느 모임에 가서 선거 얘기를 했는데, 역시 막막했다. 앞서 언급한 공통지반의 문제도 있고, 이런 모임의 특성도 있다. 또 정치에 대해 사람들 앞에서 얘기하는 건 평론가든 뭐든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정치에 대한 품평이라는 것에 있어선 결국 다들 전문가일 수밖에 없으며 그 중에서도 뉴비가 짱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진보정당에 대한 얘기도 했는데 ‘공통지반’이라는 면에 있어서 무엇을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 고민이 많이 되었다.

앞서 사상이 형해화됐다는 것이 문제라면, 사상적 구심을 다시 확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거다. 이러면 무슨 마르크스-레닌주의로 돌아가자! 이런 구호로 들릴까봐 걱정부터 되는데, 그런 얘기가 아니다. 그게 무슨 주의든간에 뭐가 있지 않으면 확장은 커녕 자기들끼리 공감도 대화도 어렵다는 게 핵심이다. 그래서 나는 민주노동당 시절에 얘기했던 ‘민주적사회주의(이념 지향, 여기서는 ‘민주적’이란 게 중요하다)-진보적 구조개혁(이념을 관철하는 방법론)-사회운동적 대중정당(실천을 위한 형식)’의 틀이 유효하다고 생각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걸 하나 하나 떼서 말하면 원래 의미와 달라진다. 반드시 하나로 묶어서 말해야 한다. 자꾸 이런 얘기하면 사회운동적 대중정당으론 안 된다 이런 얘기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묶어서’ 말하는 게 핵심이다.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된다.

가령 앞서 한겨레21의 기사에선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오늘날 ‘진보정치를 지지하는 유권자’도 형해화한 상황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정치외교학)가 한국종합사회조사 누적데이터(2003~2018)를 활용해 2020년 10월 공개한 논문 ‘한국정치의 유권자 지형: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와 다당제의 가능성을 중심으로’를 보면 “진보정당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 정치이념의 차이는 크게 부각되지 않으며, 정책 이슈 분야에서도 두 정당 지지자들 간 선호 차이는 일부 이슈에 국한돼 나타난다”는 내용이 나온다. 특히 제21대 총선에서 “오히려 진보정당인 정의당 지지자들이 중도에 더 가까운 아이러니한 이념 분포”가 보였다. 양당 혐오에서 비롯된 제3정당 선택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이재묵 교수는 “정의당이 옛날보다 다양성 차원을 커버하다보니 지지자들이 분화했다”고 해석했다. “지금 녹색정의당이 환경, 노동뿐만 아니라 젠더까지 커버하다보니 선명성은 떨어지고 당 구성이 분화했을 가능성이 있죠. 특히 정의당에서 보여준 페미니즘 정치 지지층은 전통적인 진보정치 지지층이랑 성격이 달라 재구성된 측면이 있고요. 옛날에는 ‘지민비정’(지역구는 민주당, 비례정당은 정의당)이었잖아요.”

실제로 지역 현장에서 당원들과 소통하는 왕복근 녹색정의당 관악구위원회 위원장도 비슷한 토로를 했다. “녹색정의당의 청년 정책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리를 대변해서 무슨 얘기를 딱 해준다’라고 하기엔 모호하게 느끼고 있어요. (…) 그러니까 사실은 확고한 지지층을 정하고 그 주변을 확장해나가는 모습이 돼줘야 하는데 ‘누구 얘기를 대변하지?’가 된 거예요.”

이현우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녹색당과 정의당이 힘을 합쳐도 시너지 효과가 안 났다”며 선명성의 중요성을 말했다. “(진보정치 지지자들은) 양당과 대등하지 못해도 소수의 목소리를 전하는 정당, 우리 사회가 장기적으로 가야 할 옳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정당을 바라잖아요. 여기서 녹색당과 정의당은 현실을 생각하면 지지자 동원이 어려우니 고민될 거예요. 그러나 예를 들어 ‘노동자 계층에 대한 정체성을 확실히 가져가겠다’는 식으로 표방하면 군소정당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운명적 한계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국민이 진보정치에 기대하는 정치는 그런 쪽인 것 같거든요.”

https://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5356.html

가령 이념 지향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이게 과거와 같지 않다는 건 현실이다. 이념의 빈곤이라는 건 각각의 지향이 문제가 아니라 그걸 하나로 꿰어 맞추는, 세계를 총체적으로 인식하는 틀이 부재하다는 얘길 하는 거다. ‘보다 좌측으로’를 말하려는 게 아니라, 하나로 꿰어 맞추는 게 중요하다는 걸 계속 얘기하는 게 그래서다. 가령 녹색, 여성 및 소수자, 노동 등의 키워드는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단지 이걸 나열하는 것은 답이 안 된다. 그건 그냥 각각의 분절적 세계 인식(보다 넓게 보면, 무언가에 대한 반대라는 한계)을 하나로 모아 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게 앞서 한겨레21 기사 내용이 보여주는 바다.

그럼 뒤집어서, 녹색-여성 및 소수자-노동 등을 하나로 묶는 사상적 재구성이라는 건 불가능한가? 불가능하지 않다. 그건 이미 답이 나와있다. 기후위기를 말하는 이론가들에게 물어보라. 여성주의의 최첨단을 들여다보라. 이미 다 안다고 생각하지 말고. 다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가장 아는 게 없는 사람이다. 앞서 1)에 가까운 논리로 분절적 세계 인식을 모아 다시 2)의 논리에서 어떤 결합과 조직화 즉 ‘소외된 사람은 소외된 목소리 전하는 당 찍으라’는 논리로 설득력있게 외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이 오늘날의 현실에 맞는 대안적 이념 즉 ‘사회주의’인 것이고(사회주의가 싫으면 사회주의가 아닌 다른 말로 불러도 된다. 뭐라 불러도 상관없다 이제와서…), 그 요체는 더 넓게 더 아래로 내려가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체제에 반영하도록 하는 것 즉 ‘민주주의’인 것이다.

기자가 물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래서 그랬다. 중단없이, 계속해야 합니다. 이번 주 신문에서 읽은 글 중에 마음이 와 닿았던 문구는 이거였다.

수십 년에 걸친 여정 끝에 진보정당운동이 다시 원점에 선 셈이다. 진보정당들로서는 너무나 절망스러운 상황일 수 있다. 그러나 애당초 이 운동이 참여자들의 행복과 자아실현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민중을 위한 것이었음을 상기한다면, 실의와 좌절은 사치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36124.html

하나의 말을 하기 위하여, 너무 많은 노력이 필요한 오늘이 가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전해지지 않는 ‘말’에 대해 절망하면서도… 그럼에도 중단없이, 운동은 계속돼야 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녹색정의당, 진보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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