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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경향신문] 사이버 민중주의

조회 수 1842 추천 수 0 2010.03.13 10:46:03

경향신문 '2030콘서트' 원고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3121758215&code=990000&s_code=ao051


지면에서 "코갤 vs 별*" 뭐 이런 얘기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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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소통’이 화두가 되지만, 사실 한국 사회에서 ‘소통’은 희소한 사건이다. 인터넷 문화 좌담에서 만난 어떤 분은 외국에서는 기자에게 항의 메일을 보내면 기자가 직접 답을 주는 일도 많은데, 한국에서는 그런 경우가 없으니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기사 밑에 ‘악플’이나 달고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의 착상은 한국의 인터넷문화 전반에 유효하다. 사회적인 관계에서 상하가 뚜렷하고 하급자의 이견이나 항변을 수용하지 않는 사회에서, 인터넷은 해소되지 못한 욕망이 들끓는 뜨거운 냄비가 될 수밖에 없다.


이 욕망은 기득권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사회에서 나름의 정의를 실현하고자 한다. 지난 10년 동안 그들은 담합해서 과외비를 동결하자고 주장하는 철부지 서울대생, 국제경기에서 한국에 불리한 판정을 내린 심판, 지하철에서 매너 없는 행동을 하는 여성, 파벌 싸움을 벌이는 한국 체육계의 관행, 흉악한 죄를 저지른 범죄자 등 실로 다양한 대상에 대해 분노를 표출했다. 물론 각각의 행위에 참여하는 주체들이 동일한 건 아니지만, 이들의 욕망과 행동방식이 보여주는 뚜렷한 경향성을 볼 때, 나는 이러한 현상들을 ‘사이버 민중주의’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지칭해도 괜찮을 거라 생각한다.


권력을 가진 이가 그러지 못한 이의 항변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의무를 느끼지 않을 때, 사이버 민중주의는 탄생한다. 그리고 사이버 세상의 민중은 ‘적’들의 사생활을 폭로하면서 자신의 분노를 표현할 것이다. 그곳에서 다른 사람을 욕보이게 하는 것은 사생활 폭로를 통한 여론재판뿐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오늘날의 사이버 세상이 자신의 삶을 남들에게 전시하려는 욕망으로 가득 찬 공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선 고전적인 의미의 공사 구분이 허물어진다. 사람들은 더 이상 사적인 생활을 보호하지 않고, 본인 스스로 그것을 드러낸다. 이 욕망은 현실세계의 언론윤리마저 바꾼다. 2PM에서 퇴출된 재범군의 과거 발언이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었을 때, 동아일보 기자는 인터넷문화의 문제에 대해 꼬집었다. 맞는 말이었지만, 디시인사이드에서 논란이 된 재범군의 발언을 처음으로 기사화한 것도 동아일보 관계사인 동아닷컴이었다.


각 언론사의 연예뉴스를 보면, 남의 사생활을 관람하려는 사이버세상의 욕망을 트래픽으로 잡아내기 위해 이들이 얼마나 이전투구를 벌이는지 여실히 볼 수 있다. 특정한 범죄자에 대한 오늘날 언론의 과잉보도 역시, 이러한 대중적 욕망에 편승하여 다른 정치적 문제들을 덮어두려는 모종의 정치적 의도에서 기획된 것은 아닌가? 이렇게 스스로의 힘으로 혹은 언론의 협조 아래 남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면서, 대중은 그 사생활에 대한 도덕적 판결을 할 ‘권리’를 얻는다.


그것은 엘리트들에 대한 민중의 승리일까? 하지만 이 여론재판에선 엉뚱한 희생자가 생겨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사생활을 폭로하는 징벌 방식이 그의 잘못에 비해 과대한 것일 수도 있다. 또 연예인과 달리 정치인들은 이런 식의 공세에 둔감하다는 것도 문제다.


사이버 민중주의는 거스를 수 없는 이 시대의 욕망의 표현이다. 그러나 그 흐름 안에서도 우리는 그것의 폐해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이버 민중주의가 정치영역에서 그다지 쓸모있는 도구가 아니라면, 시민들이 정치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방법론에 대한 고민도 절실할 것이다.



보라보라돌이

2010.03.14 02:04:17
*.171.69.90

마치 현실정치가 사회경제적 갈등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역주의가 팽배한 것처럼, 현실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사이버 민중주의가 할거하는 듯 합니다.
사이버 민중주의가 머 그리 덕이 될지 저도 의문입니다. 황우석 논문 사진 포샵하는 거 잡아내는데에는 일조하긴 했지만, 그게 최대치인듯해요.

하뉴녕

2010.03.17 18:05:20
*.49.65.16

뭐 그래도 사이버 공간의 특성이 몇 마디로 정리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고 다양한 층위가 있으니 여러가지 접근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ir

2010.03.16 20:47:20
*.24.9.122

사담입니다. 오늘 딴지일보 진중권 인터뷰2 보다가 넘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진중권 왈, "...한윤형 같은 경우 봐요. 내가 아무 것도 안해줬자나요. 지가 알아서 크잖아요. 그게 제대로 된 거지..." ㅎㅎ 크셔서 살림살이는 좀 나아지셨는지요? 암턴, 축하합니다. 키워는 참 외롭겠습니다. 혼자 가야하는 길이라. 같은 편이라 빨아주다 보면 좀 망가지는 부분이 발생하는 게 사실인 듯 합니다. 연이은 진중권의 담화. "무슨 장사하듯이 내가 당신을 위해 씹어줬으니 이거 해주고 이따위... 이건 똘마니 키우는 거지."

하뉴녕

2010.03.17 18:06:33
*.49.65.16

살림살이는 아직 그닥...ㅎㅎㅎ 글쟁이라는 게 참 위태위태하죠 ^^;

702

2011.07.26 23:01:02
*.36.33.64

제가 그 인터뷰 찾아서 읽어봤는데, 윤형 님에 대한 언급은 없던데요...

하뉴녕

2011.07.27 00:24:46
*.141.20.106

702// 진선생님이 변희재에 대해 언급한 부분을 지워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그때 지워질 때 ir님이 말씀하신 부분이 함께 날라간 겁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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