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개강'이란 소재에 맞춰서 글을 써달라고 해서 쓰긴 썼는데,
역시 난 이런 글은 별로 안 어울리는 듯.
어쨌든 개강날 아침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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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과 새내기 대학생은 인간이 아니라는 말이 있었다. 고3때는 공부하느라, 새내기는 노느라 인간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격언(?)이건만, 요즈음의 세태와는 너무나도 다르다. 입시지옥을 뚫고 도착한 곳은 낭만의 공간이 아니라 취업 전쟁에 필요한 ‘스펙’을 높이느라 무한경쟁을 펼쳐야 하는 또 다른 지옥이다.
씀씀이가 평균 수준인데도 용돈이 남지 않는 처지라면 굳이 재테크 책을 봐야 할 필요가 없다. 그 책들은 단지 잠시동안 ‘나는 미래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라는 만족감을 주기 위해 소비될 뿐이다. 그 시간에 정말 읽고 싶은 다른 책들을, 혹은 그런 것이 없다면 전공에 관련된 책을 한권이라도 더 읽는 것이 낫다. 토익 공부를 안 할 수는 없지만 거기에만 정신이 팔려 전공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그건 어리석은 일이다. 어차피 우리는 자신의 전공으로 세상과 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 ‘쓸모’라는 말을 너무 좁게, 근시안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공부의 쓸모라는 것은 원래 돌아서 돌아서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에서 오는 것이니까.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마음에 맞는 친구와 만나서 수다를 떠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시간낭비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런 낭비가 없다면 우울함에 젖어드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는 것도 물론 좋은 일이지만, 언제 어디서나 그렇게 생각하려고 억지로 애쓸 필요는 없다.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언제나 미소지어야 한다는 생각도 버리자. 미소짓는 것이 일의 일부인 사람이라도, 언짢을 때 찡그릴 수 있는 공간을 어딘가에 마련해야 하는 거니까. 그리고 가끔은 서로를 향해 돌아보기. 힘든 것이 나 혼자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기. 이상은 이기는 법이 아니라 견디는 법밖에 알려줄 수 없는 무능한 선배의 어줍잖은 조언이었다. |
한윤형 서울대 인문 01 (대학내일 410호) |
제가 지난 달에 '입학을 압둔 후배들에게' 라는 제목으로 출신 고등학교 편집부에 보낸 글과 요점이 꽤 일치하네요. 저 역시 '이런 얘기 밖에 못 해줘 미안하다'는 감상을 달았는데. 요새 등록금을 보면 제가 이미 대졸이라는 게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능..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