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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프랑켄슈타인 같은 연금 개혁

2024년 8월 29일 by 이상한 모자

오늘 몇 군데 다니면서 이 얘기를 했는데 잘 정리가 안 된 것 같다. 물론 사람들도 관심없고…. 그래서 메모를 남긴다. 그냥 비전문가의 생각이다.

원래 연금 얘기하면 크게 두 조류로 나뉜다. 이름을 붙이자면 소득보장론자와 재정안정론자다. 더 받자는 게 전자고, 받는 걸 줄이는 것까지도 해야 한다는 게 후자다. 이걸 기본으로 보험료를 더 낼지 현상유지 할지, 기타 다른 소득보장 취지의 제도하고 어떻게 결합할지 등등을 각자 얘기하는 구도다. 국회가 지난 번에 합의를 도출하려다 못한 거는 더 내고 더 받자는 것으로 소득보장론에 기울어진 얘기였다. 일단 이렇게 정리.

당시 여야 간 쟁점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에 관한 거였다. 이 숫자 따지는 걸 모수개혁이라 한다. 용산과 일부의 주장은 모수개혁 만으로는 안 되고 구조개혁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이때는 보수언론까지 총출동해서, ‘그 얘기를 하려면 처음에 하셨어야지 국회와 전문가들에게 다 떠넘기고 손 놓고 있다가 이제와서 구조개혁 얘기하면서 그나마 숙의의 단계를 거친 모수개혁을 거부하면 그건 연금개혁 하지 말자는 얘기나 똑같다’라고 했다.

여튼 이번에 한 얘기를 보면, 모수개혁 부분은 자동안정화장치로 퉁쳤다. 9월 초의 정부안에 구체적인 숫자가 나오고 거기에 자동안정화장치를 덧붙이는 건지는 좀 봐야겠지만, 아무튼 자동안정화장치란 건 결국 경향적으로 ‘더 내고 덜 받기’로 수렴될 수밖에 없는 얘기다. 가령 경제성장률이 뭐 폭발적으로 높아지겠나? 앞으로 성장률은 장기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는 건데…. 아무튼 그러면 이건 재정안정화론자의 입장에 가까운 얘기고.

그담에 세대별 차등 같은 경우는, 예를 들어 이렇게 접근하면 말이 된다. 다른 변수를 다 통제해도 기본적으로 고령층이 받는 연금 혜택이 크다고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즉 소득대체율이 높다든가 하기 때문에) 젊은층의 전체 연금 시스템에 대한 신뢰 제고를 위해 이런 게 필요하다…. 이런 논리면 생각해볼 수 있다고 본다. 근데 한국의 경우 그렇다기 보다는 젊은층의 연금 시스템에 대한 불신은 기금 고갈 우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단순히 세대별 차등 얘기만 놓고 보면 이 얘기를 왜 하는지 잘 이해할 수 없다.

오히려 기금 고갈 우려에 대한 대책은 지급 보장 명문화라고 볼 수 있다. 이건 소득보장론자들이 주장하는 내용으로 안다. ‘더 받자’라고 할 때 ‘기금고갈 우려’가 반론으로 나오니 ‘지급보장’으로 방어하는 거다. 즉, 앞에는 재정안정화론의 손을 다 들어 주면서 알리바이처럼 뒤에는 소득보장론이 주장하는 바도 하나 끼워넣은 것 같은 모양새가 되는 거다.

근데 그러면, 기금고갈 우려는 어느 정도 완화된 거지? 그럼 세대별 차등이 왜 필요하냐? 결국 이걸 통해 알 수 있는 건 세대별 차등은 보험요율의 전반적 인상을 전제해야 나올 수 있는 개념이라는 거다. 이렇게 되면 앞서 자동안정화장치와 함께 ‘더 내고 덜 받으면서 펑크나면 나랏돈으로 메꾸는’ 게 윤통식 연금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첫째, 이 방안은 재정안정화론자와 소득보장론자가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인가? 둘째, 어느 입장을 떠나 이전의 숙의 과정의 내용과는 취지가 완전히 다른 안 아닌가? 셋째, 프랑켄슈타인 같은 방안이라도 임기 초에 대통령이 ‘나는 이런 구상을 갖고 있다’는 취지로 대략의 얼개를 제출했으면 이를 감안해서 전문가든 국회든 논의를 진행할 수 있었을 거다. 근데 임기 거의 절반을 두꺼운 자료만 계속 갖다 주면서 전문가들이 ‘도대체 어쩌자는 거냐’는 볼멘소리를 하게 만들어 놓고 이제와서 이런 프랑켄슈타인 같은 안을 내놓으면, 처음부터 다시 다 얘기하자는 건가? 이전의 언론 지적대로 그냥 하지 말자는 건가? 그런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는 말씀.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연금개혁

인공지능 추리 게임

2024년 8월 28일 by 이상한 모자

유튜브 아무거나 누르다가 침착맨이 AI 챗봇 기반의 추리 게임을 하는 걸 보았다. 이런 게임이 존재한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한국 게임인데 헐벗은 특정 신체 부위가 비현실적으로 강조된 여성 캐릭터 따위는 나오지 않는다. 로봇만 나온다. 추리물에 사족을 못 쓰는 나는, 스포일러를 당하면 안 되기 때문에 얼른 유튜브를 꺼버리고 스팀에 달려가서 게임을 사버렸다.

과거 어드벤처 게임은 명령을 텍스트로 입력했다. climb tree, get egg 이런 식으로… 그때 상상했다. 이용자가 입력할 수 있는 다양한 문장의 형태를 경우의 수를 따져서 여기에 대응하는 모든 값을 정해두고 반응하게 하면 어떨까? 지금 이름을 붙여 본다면, 일종의 튜링머신-어드벤처 이다. 그 시절에는 그냥 상상의 영역에나 있을 수 있는 거였다. 그랬기에 텍스트 명령 입력은 포인트 앤 클릭에 자리를 내주었다. 하지만 이제 LLM이 등장하면서 튜링머신-어드벤처는 현실이 되었다.

Uncover the Smoking Gun은 GPT를 탑재한 로봇들을 심문해 사건의 진상과 범인을 알아내는 게임이다. 선택지 같은 건 없다.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입력하면 된다. 추리에서 선택지는 그 자체가 힌트이자 스포일러다. 자유로운 사고와 창의적 시도를 방해한다. 그런데 이 게임은 GPT 덕분에 그런 제약이 없다. 추리다운 추리와 심문을 할 수 있다. 너무나 놀랍다. 심지어 거짓말 하는 로봇을 윽박질러 단서를 찾아낼 수도 있다. 자기 하기에 달렸다. 이런 신나는 일이?

물론 약점은 있다. GPT이기 때문에, 할루시네이션이 있다. 뭐 어차피 현실의 범죄자들도 지어내고 그짓말하니 상관없다. 다만 진상을 실토하는 상태인 자백모드에 들어가서도 진상이 아닌 그럴듯한 얘기를 지어내는 현상이 있다. 근데 뭐 상관없다. 챕터를 클리어 하려면 핵심 질문에 답만 적어 내면 되고, 제대로 클리어를 하면 대략의 진상은 게임이 알려주기 때문이다.

완벽한 추리 게임을 꿈꿔온 사람 입장에선 꿈의 게임이다. 지금까지의 추리 게임은 탐정-체험 게임이지 진정한 의미의 추리 게임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건 다르다. DLC 같은 걸 만들어 준다면 살 의향이 있다. 꾸준히 개발을 해서 에피소드를 100개 정도 만들어 줬으면 한다. 너무 흥분해서 챗GPT 플러스도 유료결제 해버렸다. 이건 다른 얘기지만 9월에 역전검사가 리메이크 돼서 나오는데 먼 옛날에 다 깨고 또 깨고 한 번 더 깼음에도 역시 사지 않을 수 없겠지.

옛날에 어떤 분이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라고 했습니다만, 아실려나? 세상은 다 게임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Uncover the Smoking Gun

세상이 포르노다

2024년 8월 26일 by 이상한 모자

그냥 도움은 되지 않는, 일기 같은 메모이다.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기사를 엊그제 한겨레에서 보고 놀랐다. 이런 짓거리를 이런 규모로 이렇게까지 하고 있나? 밑에 댓글을 보니 ‘잡았다는 얘기는 없네요’라고 써있었다. 아마 경찰 쪽에서 받은 소스도 있긴 할 건데… 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나온 기사까지 보고 나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이런 사건을 보면 우리(한국의 남성)가 세상을 보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기술이나 제도는 부차적 문제다. 왜 일상의 주변 여성을 보며 그들의 인격을 포르노에다가 갖다 붙이며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는가? 그것은 우리가 주변을 다 포르노로 보기 때문이다. 세계는 포르노이다. 오직 포르노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이 사태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

물론 이것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남자들이 세계의 최첨단을 달리는 것이다. 요즘 게임 산업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를 종종 들여다보는데, 한국 게임이 잘 나간다고 한다. 잘 모르지만 그렇다고 한다. 왜냐를 찾아보니 여캐를 예쁘게 묘사해서 라고 한다. 서양 게임계가 PC에 물들어 여캐를 못생기게 망쳐 놔 소비자들을 무시하는데, 한국(사실은 일본 중국도 마찬가지다) 게임이 PC 따위 무시하며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당당히 한 끝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식이다. 그들이 칭송하는 ‘한국 게임’은 기분이 나빠져 사지도 하지도 않고 있다. 어떤 녀석들이 게임을 만들었는데 그 게임에 대한 평가가 겨우 이런 거라면 도대체 그게 게임으로서 무슨 의미가 있나? 오직 그런 평가가 가치를 좌우한다면, 그건 게임이 아니라 역시 포르노일 것이다.

본질적으로… 영화, 웹툰, 인터넷 방송 뭐 등등에 대한 접근에 공통된 코드가 보인다고 보면 지나친 것일까? 더 나아가보자. 하다못해 ‘블라인드’라는 데에서 종종 논쟁거리가 된다고 하는 얘기들에도 마찬가지의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아니 그게 포르노랑 무슨 상관이요,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말하자면 이런 느낌이다. 세상은 오직 본질적인 것 뿐이며, 나머지는 의미가 없다. 여기서 ‘본질’이란 욕망이며, 돈이며, 권력이고, 좋아요 구독 알림설정이다. 이게 세상의 뼈대이며, 세상은 뼈대 뿐이다. 윤리니 뭐니 이런 건 이익과 손해와 결부되지 않는 한 아무 의미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의 사람을 욕망의 ‘재료’로 하여 포르노를 제작하는 것이다. 여러 사건이 있었지만, 법망을 피해나갈 수 있도록 방법만 달리하고 있을 뿐, 결국 똑같은 원리에 따라 똑같은 행동을 다수가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두통 때문에 이만…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딥페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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