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주의

SNS를 안 하는 관계로 워낙 고립된 삶을 사는 탓에 사람들과의 접점이 없다. 일로만 만난다. 그러다보니 사회적인 어떤 교류 능력을 잃어가는 것 같다. 아니지… 원래 없었는데, 이제 나이가 40인데, 그걸 키웠어야 됐는데, 시기를 놓친 것 같다.

얼마 전 잘 알지 못하는 어려운 분께 연락을 받았다. 점심이나 한끼 하자는 거다. 비즈니스인듯 비즈니스 아닌듯 그런 자린데 아니라고 할 일도 아니어서 그럽시다 했다. 그런데 약속 잡아놓은 전날 코로나가 심각한데 괜찮겠느냐는 거였다. 이게 그냥 코로나시대의 매너일 수도 있고, 에둘러서 취소하자는 것일 수도 있다. 평소 알고 지내는 사람이면 스타일에 맞춰 유추할텐데 이건 어렵다. 정답은 아무 생각없이 지르는 거다. 다음에 뵙자 하였는데, 하여간 쉽지 않다.

방송국에 드나들 때 필연적으로 경비원 선생님들과 대면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인사를 하는 게 맞는지 안 하는 게 맞는지 고민이 되었다. 개중엔 자주 뵙게 되어 알아서 패스해주는 분들도 있다. 인사를 안할 수 없다. 이 분에게 인사를 할 거면, 저 분에게도 해야 한다. 그냥 마주치는대로, 눈에 익은 분이든 아니든 다 하는 게 답이다.

그런데, 그렇게 인사를 드리는 경비원 선생님 중 한 분이 오늘은 “저서를 내셨다고 들었다”고 하시는 게 아닌가. 놀랐다. 이 방송국에는 책 홍보를 한 일이 없다. 워낙 정신없이 돌아가는 곳이기 때문에… 어디 다른 데서 보신 건지… 기쁜 일이다.

개인적으로 꾸준히 만들고 있는 잡담 팟캐스트의 10년 청취자를 자처하는 분으로부터 일거리를 받는 일도 있었다. 그래도 헛짓거리만 하며 산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잡담을 한 것이라 하더라도… 근데 이걸 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는 모른다.

여기다가 이런 얘길 쓰는 것도 결국 어찌할 바를 몰라서다. 웃으면 된다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