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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홍세화

홍세화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2024년 4월 18일 by 이상한 모자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37136.html

20년도 더 된 옛날 일이다. 꺠손이니 진보누리니 하는 웹사이트에서 이 생활을 시작했다. 안티조선 운동으로 유입된 인사들이 많았기 때문에, 홍 선생님을 모르고 살 수 없었다. 다들 톨레랑스니 뭐니 하면서, 홍 선생님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나도 글 몇 줄 읽고 멋모르고 존경했다. 그때 뜨거웠던 주제가 언론인의 정치적 의사 표명과 관련한 거였다. 홍 선생님이 한겨레 기획위원 자격으로 100분 토론에 나가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에 대해, 한겨레가 직무정지로 대응한 거였다. 그때 다들 나서서 1인 시위를 하고 그걸 지지한다고 쓰기도 하고 그랬는데, 아래는 그 때의 일을 쓴 기사이다. 익숙한 이름들이 많이 보일 것이다.

http://www.peoplepower21.org/Magazine/714383

그 시절에 오프라인 모임에서도 몇 번 뵈었던 거 같다. 빵에서 나온지 얼마 안 된 박용진이 그런 자리에 함께 있었던 거 같기도 하다. 그 때만 해도 홍 선생님은 나에게 셀렙 같은 거였다. 좀 다른 관계가 된 건 통합진보당 창당 이후 남겨진 진보신당에 대표로 오셨을 때다. 나는 당직자였다. 극히 불리한 상황에서 총선을 치러야 했다. 홍 선생님을 비례대표 후보로 내보내야 하는데, 극구 거부하셨다. 청소노동자이자 비례 1번이었던 김순자 선생님과 묶어서, 배제된 노동과 사상이 함께 국회에 진출하는 모양새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로 편지를 써 겨우 설득했다. 아침에 출근한 홍 선생님은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나쁜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다른 이의 ‘좋은 후배를 뒀다’는 말에는 그러하다는 취지로 답하셨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홍 선생님을 당에서 만드는 팟캐스트에 출연시키고는 ‘실비’ 농담 같은 것을 하면서 무리하게 부려먹었지만, 결과는 정당득표 1.13%로 아쉽게 되었다.

당은 법에 따라 해산됐고, 최소한의 인건비 보전을 위해 당직자들 상당수가 그만두는 안까지 거론됐지만, 홍 선생님이 그러한 안을 거부했다. 더디더라도 함께 가야하고, 우리가 지향하는 세상의 모습을 지금부터 만들어 가야 한다는 이유였다. 홍 선생님은 선거 전부터 하방을 말했다. 그만두고 떠난다는 게 아닌, 좀 더 철학적인 얘기였다. 당사를 여의도에서 젊은이들이 많은 홍대입구로 옮겼다. 젊은이들로의 하방이랄까. 물론 우리는 의도한 바를 다 이루진 못했다. 대선 과정은 혼란스러웠다. 어머니의 병으로 직업을 조금 더 돈을 벌 수 있는 매체전문비평지 기자로 바꾸면서, 직업인으로서는 당을 떠났다. 그 시기에 홍 선생님을 조금 원망했던 것도 같다. 어찌되었건 어려운 시기에 대표를 하면서 여러 결정을 할 수밖에 없으셨던 거고, 아랫사람으로서는 어느 정도 이해를 하면서도 서운함이 없을 수는 없는 거 아니겠나.

그리고 시간이 지나 냉소사회를 썼을 때, 출판사에서 추천사 같은 걸 써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홍 선생님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원망했던 것에 대한 죄스러운 마음으로 연락을 드렸다. 홍 선생님답게 원고를 다 보고 말씀을 주겠다고 했다.

당에 있을 때 홍 선생님 앞으로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엄청나게 두꺼운 책이 배달된 일이 있었다.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것이었는데, 자비출판을 한 걸로 추정됐다. 가끔 그런 사람들 있다. 자기가 평생 마르크스주의를 연구했노라, 두꺼운 노트 10권 들고 와서 내가 한국 마르크스주의의 대가인데 세상이 알아주지 않노라 하는 사람들. 그런거 아닌가 싶었고 홍 선생님에게는 필요가 없는 책으로 생각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 말씀을 드리면서 얘기했다. 이 책은 저를 주십시오. 어차피 버려질 것 같은데. 홍 선생님은 좀 망설이며 답했다. 나도 책을 주고 싶지만, 이 책은 어쨌든 나에게 온 것이니 함부로 남에게 줄 수가 없네. 홍 선생님은 실제로 그 책을 소중히 집에 가져갔다.

그런 홍 선생님이 원고를 읽지도 않고 추천사를 쓸리는 없는 것이다. 며칠 후 홍 선생님에게 답이 왔다. “좋은 글 썼네” … 실제로 그렇게 생각을 해서 말씀하신 건지, 아니면 인사치레였는지… 그건 아직도 잘 모르겠다. 추천사는 이렇게 적어 주셨다. “저자가 냉소주의를 붙들고 파헤친 게 사회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되었기에. 그 실천 과정에서 열등감, 냉소주의, 소비주의에 대해 극복이 아니라 화해해야 한다고 말하는 섬세함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박근혜-새누리를 넘어 새로운 시대를 바라볼 시점에 수많은 시민이 이 책과 만나기 바란다.” 실제 이 보잘 것 없는 원고를 읽지 않았다면 쓸 수 없는 말이었기에, 나로서는 큰 영광이었다. 원망이랄까 그런 마음도 깨끗하게 없어졌지만, 다음에 직접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겠다 말만 하고 행동에 옮기지는 않았다. 다음에 직접 찾아뵙겠다고 말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 다음에는… 그렇게 오다 가다 몇 차례 스쳐 지나간 게 전부다. 실제로 찾아 뵙고 인사를 드렸어야 했다. 부고를 접하고, 당에서의 관계가 끝난 이후에 홍 선생님이 왜 그렇게 어렵게 느껴졌을까를 생각했다. 그건 어떤 고결함 때문이 아닌가. 홍 선생님이 여러 영역에서 한 결정이나 주장에 한 점의 오류도 없었다고 말하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건 고결한 분이라는 거다. 그런 고결함 앞에서 세상사든지 뭐든지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니까 부끄럽게 되고 싶지 않았던 거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다.

잊혀지지 않는 두 장의 사진이 있다. 둘 다 야간에 찍힌 사진이다. 하나는 홍 선생님이 누군가를 끌어 안고 우는 모습, 또 하나는 분향소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뒷모습. 특히, 무릎 꿇은 뒷모습은 떠올릴 때마다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저기에 저렇게 있어야 하는데… 이제 ‘우리’가 누군지도 모르게 되었지만… 앞으로 몇 십 년을 더 살아도 그런 모습으로 남는 것은 어려울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러한 고결함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것을 잃지 않기 위해, 그러니까 그런 노력을 하기 위해서, 홍 선생님의 뒷모습을 앞으로도 떠올릴 거 같다.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홍세화

지성계가 무너졌다

2020년 12월 8일 by 이상한 모자

며칠 전에 중궈니횽이 웬수같은 신문과 나눈 얘기를 보았다. 지성계가 무너졌다고 느낀다는 대목에서 생각이 많아졌다. 이성계 아니 지성계가… 그렇군요. 지성계가 뭘까? 교수니 지식인이니 하는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네 편 내 편 하면서 시시덕거리는 것? 어떤 권위의 문제도 있지만 안일함의 문제도 있다는 생각이다.

반-MB면 장땡이던 시절을 생각한다. 참여정부 때 서로 미워하던 사람들이 거악에 맞서기 위해 같은 편이 된 건 세상 이치가 그러하니 또 그러려니 한다. 그러나 누가 무슨 소리를 해도 보수 욕하는데 필요하면 안일하게 다 그렇다고 하고 뭐 그랬던 것도 사실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우리가 그 후과를 치르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그 시절에 오늘의 이 원인을 만들만한 일을 적극적으로 또 잘 한 사람 중 하나가 중궈니횽이다. 지성계라는 게 있다면, 그때 이미 지성계는 무너지게 돼있었어요.

아무튼 그래서 난 우리 편 입장은 이런 거니까 이렇게 주장해야 유리하고, 저쪽 편은 이런 주장일테니 이렇게 말해야 타격이 될 거라는 식의 판단을 일부러라도 안 한다. 어차피 뭐라고 말해도 ‘너는 누구 편이다’, ‘돈 때문이냐 아니면 명예냐’ 라고 한다. 사람들 정말 한심하다. 그럴거면 그냥 사건 자체에 대한 내 생각만 말하고 마는 게 마음이 편하다. 내 생각이 옳아서? 아니다. 사람이 하는 생각이란 다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틀렸고 그런 거다.

중궈니횽은 그나마 자기들이 열심히 해서 최교수님이니 홍선생님이니 하는 분들이 나서고 있다 라고 말했는데… 여보세요, 님들이 그러기 훨씬 전부터 투덜대던 분들인데… 심지어 나 같은 조무래기도 조 장관님 임명 강행은 안 된다고 썼거든?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것도 지성계들의 특징인데, 이런 건 참 안 변해요.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지성계, 진중권, 최장집, 홍세화

우리 편에겐 따뜻하겠지

2020년 7월 28일 by 이상한 모자

홍선생님의 비분강개를 보고 좀 의아했다. 인터뷰를 읽었지만 100% 이해되진 않는다. 이재용과 한동훈을 나란히 놓으면 안 될 이유가 뭔가. 수사심의위의 문제를 짚는 맥락 안에서 말이다.

물론 홍선생님의 반응이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홍선생님이 언급한 한겨레의 윤석열 접대 얘긴 이상한 보도였다. 무슨 음모가 있는 것 아닌가 해서 당시에도 추론을 여러모로 했었는데 (이 블로그에도 기록이 있다. http://weirdhat.net/blog/archives/3898 ) 결국 그냥 삽질한 걸로 된 거 같다. 아무튼 한겨레의 검찰 문제 나아가서는 조국 문제에 대한 보도 태도로부터 누적된 불만을 표현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홍선생님의 윤석열을 쫓아내기라도 하면 진보가 할 일을 다 하는 시대라는 말은 종종 잘 인용해서 써먹고 있다.

아무튼 음모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게 문제라기 보다는 독자층에 대한 눈치보기와 안이함의 문제라고 본다. 독자 다 떨어져 나가면 뭘로 장사하나, 높으신 분들은 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 하루이틀 얘기도 아니고. 그런데 그걸 지면에서 표현하는 건 또다른 문제다. 이재용 한동훈을 동렬에 놓은 사설보다 그런 안이함이 더 문제라고 본다. 그냥 넘겨 짚듯이 생각하는 것이지만 결국 끼리끼리의 논리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읽는 사람이나 쓰는 사람이나 다들 끼리끼리…

예를 들면 이런 칼럼이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53937.html 이런 걸 막 자랑스럽게 쓴다. 기자가 청와대 관계자에게 무슨 루트로 정책제안을 했다는 건지 궁금하다. ‘무슨 루트’는 중요하다. 출입처 폐지 필요성을 말해왔는데, 뭐 그래도 소용은 없을 거 같다. 한겨레를 보면 이 분이 공정거래유공자상도 받았다는 기사가 있는데, 때가 되면 직업을 바꾸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여기 저기 다니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박시장 문제에 있어선 너무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안 그럴 것 같은 사람들(그러니까 페이스북에 막 쓰는 음식칼럼니스트 그런 사람들 말고)이 ‘박시장이 그랬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더라. 대개는 중년 남성들이다. 여성단체가 지목하면 무조건 가해자가 되는 거냐 라는 말도 들었다. 이제는 인수인계서를 갖고 막 흔드는데, 그럼 거기다가 박시장은 이러저러하니 조심해라 뭐 이렇게 쓰겠나? 비서가 비번을 어떻게 알았냐는데, 아마 ‘상대편’이 그랬으면 비서가 핸드폰 비번 풀고 알아서 전화까지 걸어서 귀에다가 가져다 주는 사례까지 얘기했을 거다.

자기 편일수록 엄격해야 되지 않느냐는 글을 쓴 일도 있었다.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48894.html 7월 3일에 쓴 거니까 지금과는 분위기가 또 달랐지만 엊그제 쓴 글과 맥락은 같다. 이렇게 써도 그래서 누가 옳다는 거냐 이런 식으로만 볼 것이다. 이런 시대에 뭘 떠들고 다니려면 스스로 왕따가 되는 것만이 답이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검언유착, 수사심의위, 한겨레, 홍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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