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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평론가

추석을 앞둔 평론가의 생각

2021년 9월 15일 by 이상한 모자

친여 성향 기자 출신 인사와 무슨 촌철님들 어쩌고 하는 라디오 방송의 유튜브 컨텐츠에 함께 나가 떠든 일이 있었다. 뉴스브리핑보다 요구 레벨이 한 단계 높은… 정치대담이었다. 3주만에 짤렸다. 코너 자체를 바꾸기로 했다는 설명을 들었으나 아니었다. 나만 바뀌었다. 나의 철없는 발언들에 촌철님들이 크게 분노했고 진행자와 제작진이 용단을 내린 게 아닌가 추측한다.

같이 방송했던 그 분은 아무래도 방송국을 돌면서 몇 차례 마주치기도 했는데, 프로의 세계에선 짤리고 말고 늘 있는 일이니 원한을 가질 일은 없다. 그런데 최근 뭔가 좀 슬금슬금 피하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앞의 그 일은 벌써 오래되었는데… 물론 착각일 수도 있다.

그 분과 최근 모 라디오의 추석 특집 대담을 녹음하기로 했다. 3인이 나오는 구성이어서 부담이 덜할 걸로 생각했다. 그런데 녹음 직전에 고위직이 된다는 뉴스가 나와 급히 패널이 바뀌었다. 입진보 둘, 보수 하나의 구성이 돼버렸는데, 멋대로 떠들고 나서 생각하니 여당 편들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또 짤리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늘 강조하지만 짤리는 게 걱정돼 할 말을 안 하진 않는다.

그 횡설수설의 와중에 대선의 시대정신이 뭐냐는 얘기가 나왔다. 뻔한 선택지들이 있으나 남들이 알아듣는 수준에서 정리했다. 정직과 책임이다… 국민들은 정치가 자기 유리할 때만 대의명분 챙기고 앞에선 좋은 얘기 하면서 뒤로는 사익 챙긴다고 본다… 정치가 그러느라 민생을 도외시 해서 삶이 어려워졌다고 생각한다… 그 얘기를 하면서 예를 들었다. 가령, 국민의힘이 손검사가 한 일이 윤석열 책임이면 드루킹이 한 일도 문재인 책임 아니냐고 하는데 이미 그렇게 주장하고 있지 않느냐! 그 논리면 오히려 드루킹이 문재인 책임이라고 했으면 손검사도 윤석열 책임이라고 하는 게 맞지 않냐! 여당도 똑같다…

본질은 어디다 두고 자기에게만 유리한 말장난을 하느냔 얘기였지만 역시나 제대로 전달은 안 됐다. 보수 패널로 나오신 분이 말씀하셨다. 근데 손준성이와 드루킹은 다르다… 드루킹은 법적 판단이 끝났지만… 여기까지 얘기가 나오자 성급한 운동권 본능이 발동했다. 그러면 법적 판단이 나오기 전엔 문통 책임이 아니었단 거냐, 휙 찔렀다. 근데 또 그럴 것은 아니었다. 아마 그 분도 손준성과 드루킹은 다르기 때문에 국힘이 그런 얘기 하는 것도 물론 잘못됐다고 하려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했으나 이미 늦었다.

애플이 검사들이 사랑하는 아이폰 신작을 발표했다는 게 오늘 나온 뉴스 중 가장 흥미롭다. 이런 자신을 돌아보며 평론가에 대해 생각했다. 이제 방송하러 가야한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추석, 평론가

평론가 계급을 알려주마

2021년 9월 7일 by 이상한 모자

자… 평론가의 삶 한탄 시작한다. 평론가라고 하면 뭐 별거 아니야. 자기가 평론가라고 하면 평론가지. 내가 평론가라는데 뭐 이의있음? 그런데 평론가의 세계가 이것도 만만한 게 아닙니다. 평론가에도 끕이 있어요. 평론가 TOP TEAR 아니지 Tier… 옛날에 고성국 씨 같은 사람. 배지 달기 전 이처리 정도? 돈 많이 받고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자기 주장과 정견을 딱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손 모으고 경청하거든. 그리고 그게 그럴듯해요. 이 정도 돼야 평론가지. 물론 이제 한 분은 유튜브 한 분은 청와대로 완전히 뭐 그렇게 됐습니다만… 근데 전성기로 따지면 이처리보단 고성국이었다고 본다. 그때는 진짜 대단했는데. 물론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 천지겠지… 이거는 어차피 취존이니까 넘어갑시다. 지금은 슬픔 뿐이니 더 얘기 말고…

그담에 인제 그 다음 등급이 자기 프로그램 있는 분들. 이건 순전히 내 기준이야. 자기 프로그램이 있으면 또 거기서 생기는 여러 효과와 그런 게 있기 때문에 평론가로서도 상당히 가치가 높은 일을 할 수 있다, 그런 거지. 데일리 시사프로 매일 진행해봐라. 뭐든지 맨날하면 뭐가 돼도 되는 거야. 물론 그래도 거의 정치무관심층을 못 벗어나는 사람이 있긴 합디다만…

그 다음 등급이 이제 내 생각엔 정치 대담 나가시는 분들이야. 정치권 사건 갖고 교수님 모시고 소장님 모시고 하잖아. 양쪽에 앉혀 놓고 고견 듣는 거. 가끔 전 의원님 오시고. 이거 어쨌든 자기 생각을 갖고 얘기를 하는 거기 때문에 상당히 격이 있어 보인다고 할 수 있지. 내용이 어떻든지 간에. 이 정도 해도 그래도 무게감이 있는 평론가겠지. 나는 이런거 하다가 어디 캠프 드가고 이러면 방송 하차하는 건 줄 알았어. 아니더라고. 그렇구나.

그 밑에가 이제 사건사고 주로 말씀하시는 분들. 이건 주로 TV에서 많이 하는데. 어떻게 보면 시사평론가라는 직함에 가장 맞는 일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 거기다가 좀 험난해요. 변호사들이랑 경쟁해야 되거든. 사건사고 얘기하는데 변호사 이길 수 있겠냐? 요새는 여기에 코로나 추가…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이거 보통 일 아니다. 원고라고 보내주면 질문 10개씩 되는데 답은 하나도 안 써있어. 그리고 두 명 앉혀놓고 누구한테 물어볼 건지 써있으면 다행인데 안 써있는 경우가 많아. 그럼 제한시간 내에 답을 다 찾아가지고 대충 정리해서 가야 된다고. 일주일에 두 번만 해도 코로나 석사된다. 그나마 코로나는 계속 이어지는 플로우가 있잖아. 사건사고는 그것도 없어요. 밑도 끝도 없이 오늘은 누가 누구 등쳐먹은 얘기, 내일은 금융사기 얘기, 그러다가 윤석열 얘기, 검찰 얘기 이런 거 한다고. 답은 없어. 질문만 있어. 다 찾아가야 돼. 근데 그래도 이건 그나마 자기 의견을 얘기할 수 있지.

그 담에가 이 세계의 가장 밑바닥, 뉴스브리핑이야. 여기서부터는 Tier아니고 TEAR다. Tears다. 이거는 오늘 뉴스 뭐 나왔다 정리를 하면 끝나는 거거든. 네 의견은 중요하지 않아. 뉴스를 얘기해. 그리고 이거 라디오에서 주로 하는데 작업 특성상 거의 하청이나 마찬가지야. 원고 이런 거를 다 첨부터 끝까지 써가야 한다고. 엊그제부터 가는 데는 자기들이 쓰는 한글 파일 양식에다가 맞춰서 달라고 하더라고. 이럴 때는 좀 비참하지. 그리고 의견을 말할 기회가 없어. 말하면 지루해 해. 비웃든지. 내가 주로 하는 게 이거… 그니까 나는 평론가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다고 할 수 있지. 근데 코로나는 할 때마다 아이템이 들어가니까 종합하면 거의 일주일 내내 코로나 얘기를 떠들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 차라리 코로나 평론가라고 하는 게 어떨까?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시사평론가, 평론가

진보 파괴

2021년 7월 26일 by 이상한 모자

요즘에는 또 낮밤이 바뀌어서 새벽 방송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이 시간부터 슬슬 눈이 감기기 시작한다. 그래서 낮에 방송 일정이 있는 날은 매우 취약하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처지에 일을 가릴 수 없어 일하는 시간이 양극화 된 탓이다. 아주 아침이거나 아주 밤에… 체중이 늘고 있어 화가 난다.

원래 저녁 때에는 CBS에 매일 출연했다. 2015년부터였다. 작년부터인가는 1주 6일을 출근했다. 얼마 전부터는 매일이 주 2회로, 그마저도 1회로 줄었다. 왕년에는 진중권 키드였다. 함께 방송을 하는 것은 그런 차원에선 영광일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난도가 너무 높은 일이었다. 제작진에게 그만 두겠다고 말씀드렸다. 프로그램에 누를 끼치기 보다는 확실히 잘 할 수 있는 분들이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친여 성향의 모 평론가가 말했다. 보수정권에서 탄압 당할 때 CBS에서 유일하게 방송을 할 수 있었고 그렇게 버틴 덕에 여기까지 왔다… 성향을 떠나 중요한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주말 프로그램에는 나가고 있으나, 아무튼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늘 말하지만 인맥도 없고 백도 없다. 그 흔한 같은 학교 동기 같은 것도 하나도 없다. 그런 면에서 행운아였다. 언젠가 또 함께 일할 일이 있으리라 믿는다.

윤석열 캠프에 합류했다는 김병민 씨는 한 1년 정도 또 다른 방송사에서 방송을 함께 한 사이다. 잘 하시겠지. 근데 방송 출연자들의 대거 캠프행을 보니 마음이 좀 그렇다. 언젠가 모 진행자는 당신은 다른 일은 안 하시냐고 물었다. 어디 캠프나 뭐 직책을 맡는 것인지를 묻는 거다. 왜냐면 짝을 맞춰야 되는데 난 누구 편인지 애매하거든. 이젠 누구 편 아니라고 막 짤려. 그냥 뉴스브리핑, 사건사고, 코로나이야기 아니면 무소속 평론가가 할 얘기가 없어요. 도대체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자꾸 돌아보게 된다.

진보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이즈미가 자민당을 파괴하겠다고 한 일을 떠올린다. 포퓰리즘이고 극장정치였지만 필요할 때는 또 하는 거다. 진보를 파괴하겠다고 하는 의미있는 플레이어가 등장할 수 있을까. 진보는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

월말까지 책 원고 손질을 마무리 해야 한다. 시간도 그렇고 정신도 그렇고, 잘 안 된다. 이런 책 쓰면 사람들이 읽을까, 읽으면 기억을 할까, 기억해도 과연 쓴 그대로 이해를 할까, 계속 의문이다. 전반적으로, 뭘 어떻게 해도 안 되는 것 같다. 뭘 어떻게 해도 안 되는데 도대체 지금 뭐하는 거냐… 이 생각에서 빠져 나오기 어렵다. 다음 번에는 꼭 떡볶이 같은 책으로…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CBS,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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