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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평론가

평론가의 도

2022년 7월 9일 by 이상한 모자

아베 신조의 죽음은 황당하다. 좀 어이가 없다. 처음에 사람들은 총기 모양만 보고 샷건이라고들 했는데 게임의 폐해 아닌가? 탄이 산탄이어야지 생긴 게 무슨 상관인가, 그냥 딱 봐도 사제총인데(그러니 모양이 이럴수도 저럴수도 있단 얘기)… 아베 신조가 쓰러져있는 모습을 보고 산탄총은 아니지 않나 했다. 아무튼… 그의 정치를 긍정적으로 평할 수 없지만, 대단한 정치인이었다.

내가 후원회원인 모 신문에서 거의 사건 직후에 분석기사를 올렸던데, 전형적인 아는 척 하는 기사였다. 일본 특파원 3년 반 하면 남이 쓴 글을 좀 고쳐도 된다고 생각하는 분이 썼는데, 이럴 때에는 일본에 대해 잘 아는 것보다 정치에 대한 통찰을 갖는 게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정치 또는 시사평론가라는, 오늘날 무슨 방송계의 하이에나(다른 동물이 남기고 간 음식을 알뜰살뜰 먹어서 처리하는, 너무나도 고마운 청소부 같은 존재이다) 같은 직군이 해야 할 일도 핵심은 그런 거다. 해석을 하고 인사이트를 얘기해야지.

그런데 특히 요즘은 그런 것보다는 그냥 ‘내가 취재해보니’라며 인간 지라시 역할을 하는 게 훨씬 잘 먹힌다. 평론가가 뭔데 네까짓 것의 의견을 듣느냐는 방송계 관계자, 시청자 청취자들의 생각이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싶다. 뭐 솔직히 평론가, 뭔데? 시험봐서 자격증 따냐? 그냥 자기가 평론가라고 하면 평론가 되는 거 아니야?

근데 애초 취재라는 건 기자들이 훨씬 잘할 수 있는데, 그 기자가 그 ‘취재해보니’를 안 쓴 이유가 뭐겠냐. 뒤집어 말하면 평론가가 말하는 ‘취재해보니’ 에는 이미 신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나온 얘기일 가능성이 크다는 거다.

그니까, 취재와 폭로는 기자와 내부고발자가 하는 거고, 평론가는 제한된 정보를 갖고 그 시점과 조건에서 최선의 해석과 해설에 주력하는 게 본업이다. 그걸 청자가 듣게 하고 스스로 뉴스를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그 역할에 얼마나 충실한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방송 보조 같은 처지 말고, 의견을 구하기 위해 부르는 데가 없어 외로워져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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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하다

2022년 5월 23일 by 이상한 모자

방송인으로 먹고 살다 보니까 이 즈음 되면 느껴지는 싸늘한 기운 같은 게 있다. 뭔가 논의가 시작됐구나… 그러면 여러 생각을 하게 되는데, 거기엔 내가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생각도 있다. 이쪽에선 이런 이유로 난리치고, 저쪽에선 저런 이유로 물어뜯고… 그러나, 그런 생각은 그냥 잠시 하는 거고 모두에게는 커녕 한쪽으로부터 사랑 받는 것도 포기한지 오래다. 어차피 요즘에는 종편에 안 나가면 방송인으로 얼굴을 알릴 수 없다. 그런 삶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이런 생각을 할 때에는 과거부터 최근까지 쓴 글들을 다시 돌아보곤 한데. 그렇게까지 틀린 말 쓴 것은 없다. 그러면 되었다. 세상살이는 맞는 말 하는 걸로 다 되지 않는다. 정치인들이 기꺼이 바보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보라서가 아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맞는 말 하는 것밖에 못하는 놈도 필요하다. 물론 그 ‘맞는 말’이 세상 다른 사람들도 인정할 수 있는 내용이냐는 것은 별개다. 나는 지금 어떤 태도로 세상을 살아가느냐를 말하는 거다.

요즘 너무 어깨에 힘이 들어갔거나, 이를 아득바득 가는 방송인들이 더러 있다. 맞말만 하고 살려면 이는 언제든 평생 갈아야 한다. 이를 하도 갈아서 그런지 요즘 두통이 더 심하다. 지난 주에는 거의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방송을 한 경우도 몇 번 있었다. 하여간 멀지 않은 느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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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

2022년 1월 28일 by 이상한 모자

인간관계가 협소하다보니 사람들 전화번호를 잘 저장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전화거는 스타일이 다른데, 혹시 자기 전화번호가 저장돼있지 않을까봐 매번 자기가 누군지를 밝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장이 됐을 걸로 전제하고 직설적으로 용건부터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전화가 올 때마다 누구시냐고 되묻는 것도 뭐하여 후자의 경우는 대충 누구겠구나 어림짐작으로 대화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얼마 전에 어떤 기자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전에 통화한 기억은 있는데 어디 소속이신지가 잘… 대충 한겨레 기자겠거니 생각하고 통화를 했다. 정치 현안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 책 얘기도 하고… 한겨레 사람들은 평론가들 특히 아주 나를 얕본다 이런 얘기도 하고… 언제 인터뷰도 한 번 하시자고 하기에 한겨레는 원래 아주 나를 무시한다 이런 얘기도 하고… 하여간 한겨레는 아주 그냥… 자연스럽게 대화가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기사가 나온 걸 보니 다른 매체 기자이다. 이럴수가… 아마 그 분은 나한테 왜 자꾸 한겨레 얘기를 하지 했을 것이다.

인간관계가 서툴러가지고… 뒤늦게 얘기하기도 그렇고. 아무튼 일전에 여기다가도 썼지만 평론가니 뭐니 하는 사람들도 ‘끕’이 있는 거다. 동네방네 돌아다니면서 방송 출연하는 평론가들, 진지한 저널리스트 선생님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 전화를 걸어주시거나 글을 청탁해주시거나 뭔가 하여간 같이 해보자고 하는 몇 안 되는 분들에게는 늘 감사하고 있다.

한때는 적자가 아니면 다행인 시절도 있었다. 1원이라도 수입이 지출보다 많게 유지하는 게 목표였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누가 집권을 하든 앞으로는 일이 좀 줄어들 것이다. 비아냥대는 누구들 상상과는 달리 별다른 연줄도 뭣도 없기 때문에… 밀면 밀려나는 거다. 하여간 버티면서 더 많이 읽고 쓰고 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나가다 만난 어떤 분이 그랬다. 글보다는 방송이 더 맞으시는 거 같으세요… 그래서 그렇다고 하면서 답했다. 그래도 글을 안 쓰면 생각을 정리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일부로라도 쓰려고 한다… 남들 눈에는 똑같은 평론가겠지만 자기 편 논리 속성 암기해서 녹음 테이프 틀듯 하는 사람은 스스로 되고 싶지가 않다.

이상 야식 먹으면서 쓴 글… 그만 먹어야지…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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