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또 낮밤이 바뀌어서 새벽 방송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이 시간부터 슬슬 눈이 감기기 시작한다. 그래서 낮에 방송 일정이 있는 날은 매우 취약하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처지에 일을 가릴 수 없어 일하는 시간이 양극화 된 탓이다. 아주 아침이거나 아주 밤에… 체중이 늘고 있어 화가 난다.
원래 저녁 때에는 CBS에 매일 출연했다. 2015년부터였다. 작년부터인가는 1주 6일을 출근했다. 얼마 전부터는 매일이 주 2회로, 그마저도 1회로 줄었다. 왕년에는 진중권 키드였다. 함께 방송을 하는 것은 그런 차원에선 영광일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난도가 너무 높은 일이었다. 제작진에게 그만 두겠다고 말씀드렸다. 프로그램에 누를 끼치기 보다는 확실히 잘 할 수 있는 분들이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친여 성향의 모 평론가가 말했다. 보수정권에서 탄압 당할 때 CBS에서 유일하게 방송을 할 수 있었고 그렇게 버틴 덕에 여기까지 왔다… 성향을 떠나 중요한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주말 프로그램에는 나가고 있으나, 아무튼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늘 말하지만 인맥도 없고 백도 없다. 그 흔한 같은 학교 동기 같은 것도 하나도 없다. 그런 면에서 행운아였다. 언젠가 또 함께 일할 일이 있으리라 믿는다.
윤석열 캠프에 합류했다는 김병민 씨는 한 1년 정도 또 다른 방송사에서 방송을 함께 한 사이다. 잘 하시겠지. 근데 방송 출연자들의 대거 캠프행을 보니 마음이 좀 그렇다. 언젠가 모 진행자는 당신은 다른 일은 안 하시냐고 물었다. 어디 캠프나 뭐 직책을 맡는 것인지를 묻는 거다. 왜냐면 짝을 맞춰야 되는데 난 누구 편인지 애매하거든. 이젠 누구 편 아니라고 막 짤려. 그냥 뉴스브리핑, 사건사고, 코로나이야기 아니면 무소속 평론가가 할 얘기가 없어요. 도대체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자꾸 돌아보게 된다.
진보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이즈미가 자민당을 파괴하겠다고 한 일을 떠올린다. 포퓰리즘이고 극장정치였지만 필요할 때는 또 하는 거다. 진보를 파괴하겠다고 하는 의미있는 플레이어가 등장할 수 있을까. 진보는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
월말까지 책 원고 손질을 마무리 해야 한다. 시간도 그렇고 정신도 그렇고, 잘 안 된다. 이런 책 쓰면 사람들이 읽을까, 읽으면 기억을 할까, 기억해도 과연 쓴 그대로 이해를 할까, 계속 의문이다. 전반적으로, 뭘 어떻게 해도 안 되는 것 같다. 뭘 어떻게 해도 안 되는데 도대체 지금 뭐하는 거냐… 이 생각에서 빠져 나오기 어렵다. 다음 번에는 꼭 떡볶이 같은 책으로…
Comments are closed, but trackbacks and pingbacks are op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