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안내
  • 이상한 모자
  • 야채인간
  • 김민하 공화국
  • 신간 안내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코로나19

기부로 회수하자는 발상에 대해

2020년 4월 26일 by 이상한 모자

그러니까, 돈을 시급하게 줘야 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고소득층에게 준 돈은 회수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다들 세금을 말했지만 관료 입장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국가가 주는 지원금을 소득으로 잡아 세금을 붙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을 일반적 차원에서 강화할 수도 있겠으나 1회적으로 주는 성격이란 걸 명확히 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도 어렵다. 4인가구 100만원 한 번 주면서 종부세를 영원히 올리겠다는 것이냐 이런 얘기고… 그리고 일회적으로 하더라도 지원금을 회수해야 할 대상과 세금 부과 대상이 명확히 일치하지 않는 문제도 있다. 그러니까 이 문제는 ‘회수해야 한다’와 ‘1회적’이란 간극에서 발생하는 게 큰 것 같다.

이럴수도 없고 저럴수도 없으니 결국 등장한 게 알아서들 성의를 표하라는 것인데, 이걸 ‘기부’로 포장하려니 이것도 쉽지는 않다. 법정기부금으로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새로운 항목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국가나 지자체에 내는 돈으로 걍 포괄적으로 볼 것인가? 그렇다면 ‘안 받겠습니다’란 의사표시를 ‘드리겠습니다’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인가? 등등…

이런 난점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기부를 하라고 하면 기부할 사람이 많다고 본다. 이건 국가시책에 적극적으로 따르는 국민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비상 상황에서의 공동체 유지를 위한 서바이벌(일전에 썼듯)의 연장선이라는 생각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마스크 나눔’을 하고 정부가 우리 국민 너무 좋습니다~ 이런 거랑 비슷한 모습이랄까. 게다가 외국이 입을 모아 칭찬하잖아, 우리가 잘한다고. ‘살아남았다’는 지위 유지를 위해선 당연히 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그리고 이런 때 멋진 모습 보여줘야 이득인 측면도 있고. 작년에 일부 영민한 자들이 반일 마케팅 하던거 떠올려보라.

원래 재난 상황에선 물론 약탈과 폭동도 있지만 상부상조의 미덕이 발휘되기도 하는 것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카트리나 때 그랬다는 거 아니냐. 그래서 인류에겐 하여간 희망이 있고 포스트-아포칼립스라는 게 그런 면에서 주는 역설적 위안이라는 게 있지. 이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어쨌든 꾸역꾸역 살아 나가는 구나 뭐 그런 감정… 근데 그것과 별개로, 거기에 하나 더 얹어서 이게 이득이, 그러니까 돈이 된다 라는 맥락이 있다.

진단키트 수출과 바이오 제약업계의 주가 급등 등등은 일전에 여기도 썼는데, 이런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도 비슷한 생각을 갖게 한다. 방역 대책이 외국으로부터 칭찬을 받고 있다는 뉴스를 전하려고 할 때 방송 진행자가 보인 반응은 “방역 한류라고 하면 어떨까!”였다. 이때 나는 워딩이 좀 그렇지 않나 하고 생각했는데, 사람들 생각은 다 비슷한지 순식간에 이런 말이 언론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내게는 이렇게 보였다. 우리는, 팔린다!

진단키트 시장이 블루오션이 되자 대통령이 말했다. 이제는 백신과 치료제다! 정부가 지원을 팍팍 해줘라! 인류를 위해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 맥락은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할 수 있다는 것으로 비쳤다. 눈치를 보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우리가 치료제에 들어가는 무슨 물질 생산을 미국 회사로부터 수주했습니다 보도자료 뿌리고… 빌 게이츠가 전화를 했다지만 그가 결국 하는 거는 펀딩이다.

한국형 뉴딜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뉴딜이 뭐냐? 민간 참여시키는 공공개발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이를 통해 기업에 보조금 등 혜택을 주면서 노동자 권리의 일반적 보장을 이뤄주는 거였다. 우리도 고용유지 조건 들어가고(물론 확인 안 되는 사각지대가 부지기수겠지만 어쨌든) 그럴듯 한데 내가 주목한 것은 ‘공공개발 프로젝트’의 자리에 뭘 놓느냐 하는 거다(기간산업 대책은 한국형 뉴딜과는 별개인 것처럼 얘길하고 있다).

지금 얘기하는 건 언택트이코노미 등으로 뭔가 되는 거 같은 비대면 경제, 그러니까 디지털 인프라 투자다. 이게 뭐지? 해변에 병을 묻었다가 다시 파내는 거라도 반복하라는 게 아니고 4차산업헥멩 그거를 하겠다는 거다. 고용유발 효과가 얼마나? 저 같은 못 배운 놈도 일할 수 있나요? 적자생존 각자도생의 글로벌자본주의! 한국은 오로지 앞만 볼 뿐 뒤는 돌아보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가 보는 건 국가의 새로운 역할이나 어떤 공동체적 미덕이라기 보다는 속물성이 아닌가 생각한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긴급재난지원금, 삼성바이오로직스, 코로나19, 한국형 뉴딜

한국 사람 왜 말을 잘 들었냐

2020년 4월 19일 by 이상한 모자

오늘 미국 교수님 블로그 보는데 한국 사람들이 왜 이렇게 방역에 협조를 잘 했냐 이런 건데, 글쎄요 뭐 아카데믹한 논의는 그것대로 존중하는데 사태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것의 정치적 영향이 뭘까를 매일같이 떠들어 온 입장에서 체감한 그런 게 있다고 할까요, 그 말씀을 드리자면…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인의 감정은 서바이벌, 즉 살아남기, 그러니까 각자도생이었다고 본다. 뭐!? 국가의 방역대책이 잘 작동해서 국가의 존재를 이번에 새로 확인했는데 뭔 소리냐! 진정하시고 제발. 내가 무슨 말만 하면 둘 중 하나야. 어디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기 하는지 보자, 이런 태도이거나 1부터 10까지 중에 1 얘기했는데 벌써 2얘기하면서 반박하려고 들거나. 내가 웃기냐?

아무튼 내가 느낀 건 일정 시점 이전까진 코로나19가 가진 정치적 효과는 양면적이라고 봤다. 첫째, 이런 재난은 기본적으로 정부 여당에 불리하다. 둘째, 그럼에도 블랙홀과 같은 이슈의 성격과 위기감 때문에 야당의 정권심판론이 무력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래서 방역대책이 잘 작동하면 본전이라고 봤다. 그런데 이번에 투표 결과를 보면 이것 이상의 포지티브한 효과가 났다는 거지(전에도 썼지만 오로지 코로나19 효과 만으로 여당 승리가 됐다고 보지 않는다. 야당에 대한 적극적인 심판정서가 아니면 이렇게 까지는 안 됐다고 본다).

그럼 이 포지티브 뭐시기는 어디서 왔냐. 분명히 마스크 사려고 줄 서고 이럴 때까지만 해도 나라가 이게 뭐냐 이런 게 분명히 있었거든? 그 전까지 한 얘기들 보면 어떻게 하면 각자 알아서 살아남을 거냐, 포인트가 이거예요. 그래서 젤 중요한 게 마스크야. 더군다나 내가 병을 옮기면 막 동선 공유되고 골치 아프잖아. 어떻게든 스스로를 알아서 지켜야지(여기에는 남에게 옮기면 안 된다는 것도… 그니까 그게 ‘나를 지키는 행위’에 포함됨).

나랏님이 뭔가 대책을 세우고 지원을 한다더라, 이게 지식인 레벨에서는 뜨거운 감자고 중요한 문제였는데, 하루하루 바쁜 사람들 입장에선 그런 지원책은 결정적 도움은 안 되는 게 디폴트고 그래도 뭔가 좀 주면 땡큐고 이 정도 수준이지. 이러다보니까 뭘 준다고 해놓고 대출 뺑뺑이 돌리고 이래도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아요. 당장 자기 일 아니면 그냥 ‘역시 그렇겠지 잘 안 되겠지’ 하는 거지. 소득하위 70%? 그거 100%로 하고 빨리 주세요 이거 아니었거든. 왜 쟤는 되고 나는 안 됩니까 이거였지… 각자도생 하는 건데 왜 쟤는 주고 난 안 주냐고… 다 주지 말든지.

그럼 포지티브한 평가가 어디서 올라오기 시작했냐, 물론 범인은 신천지(이레귤러가 책임론을 상당분 갖고 간 측면이 없지 않다)다 이런 것도 있었지만 소위 선진국들의 피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부터다. 그 다음부터는 걔네가 막 전화를 해와요. 여기서 ‘살아남기’에 한국이라는 공동체가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 외부를 통해 인준된 것이다. 이제 여기에 딴지 거는 놈들은 비정상이야. 야 지금 빌게이츠까지 전화를 해서 한 수 가르쳐 달라는데 네가 뭔데 딴지냐!

그럼 이제 완벽해졌지. 우리는 각자도생이라는 과제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음. 그리고 이게 일전에 여기다가 쓴 한국이 글로벌자본주의를 지키고 있다는 얘기랑 일맥상통한다는 얘기야. 우리가 글로벌자본주의의 첨단이야. 어깨에 힘들 좀 주고 자랑스러워 해도 돼! 비바라라짜~!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코로나19

글로벌자본주의를 지키는 골키퍼 대~ 한민국

2020년 4월 9일 by 이상한 모자

그 얘기는 많이 했잖아. 방역이냐 경제냐. 그래도 대~ 한민국이 경제 망치는 봉쇄를 안 하고 방역에 성공도 하고 있다, 한국을 배우고 싶어요 이거지. 알어 알어 나도 알어. 경제가 망하긴 뭘 안 망해 망하지. 그러나 대충 자유주의 경제 시스템 유지하면서 원래 그 패러다임 안에 있는 약자희생의 방식으로 문제를 돌파할 수 있다, 그 이념이 유지가 된다, 이걸 보여주고 있다는 거지. 자유주의 이거 내가 막 쓰는 말이 아니예요. 요즘 국책연구소 포함 다들 쓰는 말이야. 자 봐라. 링크 눌러봐. 아무튼 소리없는 비명, 사실 소리는 나는데 사람들은 관심없는 비명 속에서 어떻게든 하고 있다 이거야.

하여튼, 그럼 방역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자. 이것도 이미 여기서 몇 번 얘기했는데. 성공은 성공인데 어떤 성공이냐가 중요하지. 의료진과 시민의 노력 이런 얘기는 그만하고. 이게 무슨 시스템인가를 생각해보자. 방역대책이란 측면에서 미국 일본이 처음에 대응이 잘 안 된 이유는(물론 정치적 경제적 이유가 있지만 이걸 빼고) 민간기업에 의존하는 모델을 받아들이는 걸 망설였기 때문이다. 일본만 해도 의료기관이 진단을 하면 검사는 중앙집권적인 단위에서 하게 돼있다. 또 굳이 민간에 의존을 하려고 해도 진단키트의 정확성과 안정성 등을 심의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단 말이지. 이거 잘못되면 누가 책임지나?

근데 우리는 이걸 다 긴급사용승인으로 깨부순거지. 그냥 맡겼어요 바이오 뭐시기 자본한테. 그리고 그게 된다는 걸 보여주는 모델이 된 것이다. 이제 글로벌시장주의자들은 한 마디만 하면 된다. 한국을 봐라! 제약업계의 주가는 오르고, 진단키트 시장은 또 하나의 무슨 오션이 되고, 의료한류? 우리가 안 지켰으면 이번에 큰일날 뻔 했어, 글로벌자본주의. 이거 상 줘야 돼. 정말 어떤 비상시기가 와서 어떤 가난한 나라에서 진단키트를 국가가 마구 찍어내야 하니 설계도를 넘기세요, 하면 줄 수 있니? 아니지. 그건 영업비밀인데. 기업의 이윤을 국가든지 시장이든지 국제기구든지 누구든지 보장해줘야 그것도 된다 이 말이다.

이게 배달의 민족하고 비슷한 원리다. 자영업자들과 플랫폼 노동자들이 배달의 민족이 없으면 이제 살 수가 없어요. 배달의 민족을 끼고 있어야 수요가 보장이 되고, 거기에 맞춰서 비용과 생산과정을 다 조정을 해놨단 말이야. 이제와서 배달의 민족 이전으로 돌아갈 수가 없지. 이런 상태에서 수수료를 올리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일 수밖에. 제약이니 바이오니 하는 것도 마찬가지 아닌가? 이제 다들 우리 문통에게 전화를 갖다가 불티나게 하고 있는 이유를 잘 알겠지? 보리스 존슨의 회복을, 뭐 내키진 않지만 빌어보면서 난 이만~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코로나19
« 이전 1 … 5 6 7 … 10 다음 »

최근 글

  • 엘리트-포퓰리즘과 포퓰리즘-엘리트주의
  • 좋은 말로 하면 악플이 아니게 되나?
  • 이단이 되어야
  • 주식 투자를 10억씩 하는 사람들의 훈계
  • 행복한 사람, 오지 오스본

분류

누적 카운터

  • 1,493,759 hits

블로그 구독

Flickr 사진

추가 사진

____________

  • 로그인
  • 입력 내용 피드
  • 댓글 피드
  • WordPress.org

Copyright © 2025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Omega WordPress Theme by ThemeH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