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미국 교수님 블로그 보는데 한국 사람들이 왜 이렇게 방역에 협조를 잘 했냐 이런 건데, 글쎄요 뭐 아카데믹한 논의는 그것대로 존중하는데 사태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것의 정치적 영향이 뭘까를 매일같이 떠들어 온 입장에서 체감한 그런 게 있다고 할까요, 그 말씀을 드리자면…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인의 감정은 서바이벌, 즉 살아남기, 그러니까 각자도생이었다고 본다. 뭐!? 국가의 방역대책이 잘 작동해서 국가의 존재를 이번에 새로 확인했는데 뭔 소리냐! 진정하시고 제발. 내가 무슨 말만 하면 둘 중 하나야. 어디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기 하는지 보자, 이런 태도이거나 1부터 10까지 중에 1 얘기했는데 벌써 2얘기하면서 반박하려고 들거나. 내가 웃기냐?
아무튼 내가 느낀 건 일정 시점 이전까진 코로나19가 가진 정치적 효과는 양면적이라고 봤다. 첫째, 이런 재난은 기본적으로 정부 여당에 불리하다. 둘째, 그럼에도 블랙홀과 같은 이슈의 성격과 위기감 때문에 야당의 정권심판론이 무력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래서 방역대책이 잘 작동하면 본전이라고 봤다. 그런데 이번에 투표 결과를 보면 이것 이상의 포지티브한 효과가 났다는 거지(전에도 썼지만 오로지 코로나19 효과 만으로 여당 승리가 됐다고 보지 않는다. 야당에 대한 적극적인 심판정서가 아니면 이렇게 까지는 안 됐다고 본다).
그럼 이 포지티브 뭐시기는 어디서 왔냐. 분명히 마스크 사려고 줄 서고 이럴 때까지만 해도 나라가 이게 뭐냐 이런 게 분명히 있었거든? 그 전까지 한 얘기들 보면 어떻게 하면 각자 알아서 살아남을 거냐, 포인트가 이거예요. 그래서 젤 중요한 게 마스크야. 더군다나 내가 병을 옮기면 막 동선 공유되고 골치 아프잖아. 어떻게든 스스로를 알아서 지켜야지(여기에는 남에게 옮기면 안 된다는 것도… 그니까 그게 ‘나를 지키는 행위’에 포함됨).
나랏님이 뭔가 대책을 세우고 지원을 한다더라, 이게 지식인 레벨에서는 뜨거운 감자고 중요한 문제였는데, 하루하루 바쁜 사람들 입장에선 그런 지원책은 결정적 도움은 안 되는 게 디폴트고 그래도 뭔가 좀 주면 땡큐고 이 정도 수준이지. 이러다보니까 뭘 준다고 해놓고 대출 뺑뺑이 돌리고 이래도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아요. 당장 자기 일 아니면 그냥 ‘역시 그렇겠지 잘 안 되겠지’ 하는 거지. 소득하위 70%? 그거 100%로 하고 빨리 주세요 이거 아니었거든. 왜 쟤는 되고 나는 안 됩니까 이거였지… 각자도생 하는 건데 왜 쟤는 주고 난 안 주냐고… 다 주지 말든지.
그럼 포지티브한 평가가 어디서 올라오기 시작했냐, 물론 범인은 신천지(이레귤러가 책임론을 상당분 갖고 간 측면이 없지 않다)다 이런 것도 있었지만 소위 선진국들의 피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부터다. 그 다음부터는 걔네가 막 전화를 해와요. 여기서 ‘살아남기’에 한국이라는 공동체가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 외부를 통해 인준된 것이다. 이제 여기에 딴지 거는 놈들은 비정상이야. 야 지금 빌게이츠까지 전화를 해서 한 수 가르쳐 달라는데 네가 뭔데 딴지냐!
그럼 이제 완벽해졌지. 우리는 각자도생이라는 과제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음. 그리고 이게 일전에 여기다가 쓴 한국이 글로벌자본주의를 지키고 있다는 얘기랑 일맥상통한다는 얘기야. 우리가 글로벌자본주의의 첨단이야. 어깨에 힘들 좀 주고 자랑스러워 해도 돼! 비바라라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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