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말기에 대한 상상
어제 보수 정치권에 있는 분과 잠시 마주쳐 이런 저런 얘기를 했는데 이준석 신당 얘기를 안할 수 없었다. 어제 마포숯불갈비선언을 했으니까. 여러 걱정 하시기에 내가 그랬다. 총선이야 쪽박 찰 걸로 보지만, 어차피 정권 말기 되면 국힘에 제대로 된 대권주자가 남아나지 않을텐데 아무리 밖에서 이준석이 제3지대 신당을 외친들 결국 다 헤쳐모여 하자고 하지 않겠느냐… 오히려 우리 진보쓰들이 걱정이다… 양쪽으로 흔들릴텐데…
근데 오세훈이 있지 않느냐 하시더라. 그래서 오세훈은 시장이니까 간보면서 있을 거고 대권주자 지지율이야 나오겠지만 이후 국면에서 큰 의미 있겠는가라고 했다. 그러자 그 분이 그러면 다음 대통령은 이재명인가요 했는데, 그래서 내가 그랬다. 이준석 입장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만 나온다 치고, 대선 본선이 이준석-이재명 구도면 어떨 거 같습니까? 생각을 안 해보신 건지 말을 안 하고 싶은 건지 말씀 안 하시더라.
이준석 신당도 오세훈도 지방선거에서 고비가 한 번 있을 거고… 아마 오세훈이 승부수를 걸긴 걸텐데 이 양반이 보면 늘 미덥지 못하다. 오락가락하고 우유부단하고 장고 끝에 악수고, 자기 세력을 잘 건사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주변에 사람 없다. 딱 하나 이미지로 승부 보는 스타일인데, 유승민만큼의 덕장도 아니어서(유승민이 이름난 덕장이라는 얘기가 아니고, ‘유승민만큼의’도 아니라는 거다) 잘 되지 않는다고 본다.
다만 그런 시나리오는 있을 수 있다. 이준석은 본질적으로는 참모형 정치인인데, 본인 카드로 승부를 보는 것보다는 참모의 역할을 자임한다고 할때 주변에 뭐가 없는 오세훈을 보완하는 걸로 일단 한 번 더 시도를 해보고 차차기를 노리는 경로를 구상할 수 있다. 서울시장 선거 때 해봤으니까 아마 이준석으로서는 이게 안전한 경로라고 볼 수도 있겠지. 또 그렇게 시간을 벌면서 젠더라든지 갈라치기라든지 이런 거는 좀 풍화되기를 바랄 것. 신당하면서 지금까지의 태도를 바꾸면 이대남을 잃는 건 확실한데 그렇다고 여성표를 가져온다는 보장도 없으니 태도는 유지하되 (자기 딴엔) 더 나가지는 않으면서 시간을 버는 거지. 근데 이런 경우 오세훈-이재명 승부면 이준석-이재명 승부만큼 다이내믹하지는 않겠지. 그래서 오세훈-이재명 구도의 경우면 그래도 진보쓰들이 제3지대에서 버틸 공간은 남게 되리라 본다.
어쨌든 이것도 보수판 헤쳐모여가 됐을 경우고, 그게 안 됐을 경우 이준석 신당 등 제3지대 영역이 남아있다면 3자 구도일 수 있겠지. 주류 양자가 한동훈-이재명이든 오세훈-이재명이든… 근데 그게 어떤 경우든 이준석이 제3지대에서 여전히 광을 팔고 있다면 그건 진보쓰들 입장에선 계속 골치 아픈 판이지. 답이 없어요.
진보쓰들은 그게 뭐든 어느 영역에서든 이준석을 상대할 운명인데, 무티 리더십 같은 게 필요하다고 본다. 앙겔라 메르켈 같은 거. 같이 핏대 세우는 게 아니라, 난 네가 뭐하는 건지 다 알고 다 이해한다 같은… 딱 옆에 세워 놓으면 사고친 거 수습하러 온 거 같은 이미지로… 근데 그게 지금 없으면 앞으로도 없는 건데… 향후 10년이 걱정… 아무튼 얘기하다 혼자 길에 서서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