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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송진우

윤석열 시대 뉴뉴라이트의 전략

2024년 8월 17일 by 이상한 모자

KBS는 나비부인을 왜 틀었을까? 욕처먹고 싶어서? ‘꼭 광복절 0시에 기미가요랑 기모노 나오는 걸 틀어야짘ㅋㅋㅋ’ 이런 마음을 먹었을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고 본다. 그렇게 하려면 더 고약한 걸 틀었어야 한다. 나비부인은 오리엔탈리즘이다. 나는 KBS가 ‘튼 것’보다 ‘틀지 않은 것’을 중심에 놓고 생각해야 한다는 쪽이다.

방송을 트는 놈이라면 무슨 날에 뭘 틀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게 데일리로 돌아가는 방송이라는 일의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광복절날 뭘 틀 것인지는 거의 한 달 전부터 생각을 해야 하는 문제일 것이다. 그러면, 광복절날 공연을 튼다고 하면 뭘 틀어야 되나? 독립운동 나오고 민족대표 33인 막 비분강개 이런 거 나오고… 이런 걸로 가야지 무조건. 뮤지컬 안중근… 이런 것도 있잖아? 보통 이런 식으로 가야 되거든. 제 생각에는 이런 게 이번에는 다 하면 틀면 안 되는 거 아니었나 하는 것임. 네거티브 리스트 아니었냐는 거지.

지난 번에 세월호 참사 관련 방송도 총선 이후에 한다는데도 정치적으로 편향됐네 어쩌네 하면서 못 틀게 해버렸잖아. 최근에 기자가 노트북에다가 노란 리본 스티커 붙이고 나왔다고 모자이크 처리 해버렸잖아. 이런 녀석들이라고 하면, 그냥 일반적인 광복절 콘텐츠 같은 것도 “내년이 한일 수교 60주년인데 꼭 반일 분위기 조성해야 되겠어?” 이럴 수 있다고. 특히 윗선의 지침이 있다면? 윗선이 “광복절날은 나비부인 틀어주세요” 이렇게 디테일하게 나오진 않았을 거 아냐. 가령 지난 번에 배구 중계 유튜브에다가 올려 놓은 것을 생각해보자고. 세상물정에 어두운 부장님이 ‘일본팀을 친근하게 느끼게 해야 한다..!’라고 생각한 티가 나지 않나? 적어도 ‘반일은 안됨’이란 지침이 있고, 이게 현장에서 이것도 문제 되고 저것도 문제 되고 이것도 그렇고 저것도 그렇고… 이런 방식으로 적용됐다고 하면 이런 꼴이 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

이 얘기를 왜 하느냐. 그런 KBS가 이상하게 광복절날 고하 송진우 선생 다큐멘타리는 틀어버린 것임. 나비부인 틀다가 송진우 다큐는 왜 틉니까? 거기서 끝났으면 몰라. 광복절 다음날 16일에, KBS에 사사건건이라고 낮에 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나도 옛날에는 종종 갔는데, 여기서 또 송진우 선생 얘기를 해. 근데 나와서 송진우 얘기하는 분이 전 연세대 이승만연구원 교수… 진행자가 역시나 김구가 암살 배후인가요 막 묻는다. 아래의 내용.

◎송영석 : 지금 말씀하신 그 논쟁이 이제 뜨거운 그 상황에서 반탁론자들에게 이제 송진우 선생이 암살된 것으로 알려져 있잖아요. 그런데 이제 앞서 이종찬 회장이 한 얘기 중에 김구 선생을 고하 송진우를 암살한 테러리스트로 전락시키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대목이 나와요. 이런 얘기를 왜 한 걸까요?

▼김명구 : 그 이 경교장에서 그 논란이 있었는데 굉장한 논쟁이 있었죠. 그랬을 때 김구를 비롯한 임종의 요인들이 고하 송진우를 당신은 그 찬탁을 하는 사람이다라고 해서 그렇게 주장을 해요. 그러고 나서 그 다음 날 그리고 나서 돌아갔는데 그다음 날 새벽에 암살 당했거든요. 그 암살 당했을 때 그 이게 김구 쪽에서 죽인 거다 뭐 이런 소문이 퍼졌어요. 시카고 대학에 있는 그 뭐 하여간 뭐 그런 제가 여기까지 브루스 커밍스. 브루스 커밍스도 그렇게 얘기를 했고 그랬는데 그 역사가들은요. 알려진 확실한 근거가 없으면 그렇다라고 얘기를 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제…

◎송영석 : 이종찬 회장의 일단 주장이니까요. 일단 현재로서는.

▼김명구 : 그는 그거는 이종찬 회장이 그러한 소문들이 있어 과거에 있었는데 그래서 그 기자들이 김구 주석에게 물어보죠. 그 김구 주석에게 왜 죽였냐라고 하니까 내가 정치자금을 송진우로부터 받는데 왜 내가 죽이겠냐라고 해서 그래서 죽이지 않았다고 얘기를 하거든요. 그러니까 확실히 하지 않은 걸 가지고 자꾸 이러쿵저러쿵 세간의 그런 것들을 이종찬 회장이 끌어오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36954

저 교수님 같은 경우엔 아마 독실한 기독교인 같고 문재인 때는 ‘기독교에서 정교분리가 꼭 원칙은 아니다, 나라를 구할 때는 나서야 한다’란 취지로 주장한 바도 있는데, 하여간 KBS만 이러는 게 아니고 중앙일보도 ‘암살 배후는 김구’ 냄새를 풍기며… ‘송진우(+이승만)는 자유민주주의, 나머지는 반지성주의…’ 이런 뉘앙스의 연재를 하더란 말이다.

경교장의 모임에는 송진우도 참석했다. 누구도 반탁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분위기는 격앙돼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오직 송진우만이 이렇게 말했다.

“원론적으로 탁치를 반대하지만, 아직 모스크바 3상회의의 결정문을 읽어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이와 같은 흥분된 방법으로 회의를 이끌어가는 것은 미국과 군정을 적으로 몰 수 있으므로 좀 더 냉정하게 사태를 논의합시다.”

그러나 그의 그런 의견은 분노의 고성이 오가는 분위기에서 아무런 호소력이 없었다. 이튿날이 되자 서울의 정가에서는 송진우가 탁치에 찬성했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치적 노선으로 볼 때 온건 중도 노선의 지도자들에게는 설 땅이 없고 오히려 광야에 홀로 선 사람처럼 외롭게 소신을 지탱하던 그는 끝내 탁치 발표 사흘 만인 12월 30일에 사살됐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난마와 같은 해방정국에서 “신탁통치 문제를 가슴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냉정과 이성으로 지혜롭게 고민하자”고 주장하던 송진우나 장덕수나 여운형은 좌우의 십자포화로 말미암아 희생됐다. 그 시대의 정서는 이성이나 우국적 고민보다는 성급하고 충동적이었으며 광기와 무지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 땅에 중도 온건파가 설 자리가 없었다는 점이 그 뒤의 비극, 곧 분단과 전쟁으로 이어졌다. 어느 시대의 역사를 보더라도 온건 중도파가 박해받는 사회의 말로는 비극적이었다. 그를 죽인 자객들의 논리에 따르면 “반탁의 반대는 찬탁”이라는 것이라지만, 그 논리는 맞지 않는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71176

물론 송진우든 누구든 친일 이력이 분명한 사람이 아니라면 독립운동가를 재조명하자는 것 자체를 한국 사회가 뭐라고 할 수 없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그냥 재조명 하면 토달 사람 없다. 그렇다는 사실이 보수정치의 새로운 마일드한 전략이 되고 있다. 역사전쟁에서 중도를 점하고 자기네 편의 극단은 감추며 상대를 극단으로 모는 것임. 이게 왕년에 ‘반대의 정치’의 맥락에서 뉴라이트 논리를 학습한 사람들이 “나는 뉴라이트가 아니다!”라고 외치는 이유이며, 김진태 씨가 다른 건 다 얘기했어도 “건국절 얘기는 안 했다”라고 하는 이유다. 그 맥락이 보이는 또 하나의 단서가 오늘 조선일보의 아래 칼럼.

“헌법 전문에 ‘우리 대한민국은 기미년 3·1혁명에 궐기하여 처음으로 대한민국 정부를 세계에 선포하였으므로 그 위대한 독립 정신을 계승하여 자주독립의 조국을 ‘재건(再建)’하기로 함’을 넣었으면 합니다. 우리 앞길이 무엇인지 그리고 3·1혁명을 역사에 남기기 위해 헌법 맨 꼭대기에 이 문구를 넣어야 합니다.”

이 발언 가운데 ‘3·1혁명’이 ‘3·1운동’으로 바뀌어 이승만의 간절한 바람대로 여러 차례 헌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헌법 맨 꼭대기를 지키고 있다. 이승만의 발언 어느 틈새에 왜색풍(倭色風)의 건국절(建國節) 발상이 비집고 들어갈 수 있겠는가. 정말 그런 세력이 있다면 헛꿈을 깨야 하고, 있지도 않은 헛것을 보고 소스라쳤다면 찬물에 얼굴을 담글 일이다.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4/08/17/TB2OGPREVRCX3PWCGAWHQO7RMA/

이 칼럼의 다음 대목은 이렇다.

독립운동사에서 이승만과 김구는 서로 상대방에게 없는 것을 갖췄던 거인(巨人)이다. 이승만은 세계 정세를 굽어보는 통찰력으로 독립운동과 독립 후 대한민국을 번영의 길로 선도(先導)했다. 김구는 독립운동 과정에서 궂은일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고 독립 정신의 촛불을 꺼뜨리지 않고 지켜냈다. 양쪽 모두 결점도 있는 인간이었다. 장점을 합하면 나라의 보물이다. 반대로 결점을 부풀리면 북한 동포를 노예로 부리는 김일성 일족(一族)에게 이득이 될 뿐이다.

즉, ‘니덜이 자꾸 이승만 흠 잡는데 우리도 할 말 있어!’ 이런 얘기 아니겠나. ‘우리도 할 말 있어’의 근거로 송진우 띄우기가 이뤄지고 있는 거고. ‘원래 송진우-이승만은 한 식구였어!’ 이렇게 우기면서. 그걸 광복회장 입장에서 봐봐. 뭐할라고 독립운동가 후손들끼리 쌈 붙이냐고. 그걸 두고볼 수가 없는 것 아녀? 뭐 윤통은 은사님 할아버님 명예 회복 하자는데 뭔 이렇게 태클이 많냐 사이비 지식인들아 이런 생각만 하시겠지만…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건국절, 뉴라이트, 송진우, 이승만

이종찬이 의심하는 독립기념관장 논란의 배후

2024년 8월 15일 by 이상한 모자

엊그제 CBS 인터뷰를 보면서 이종찬 할배가 윤통 가문에 대단히 예를 갖춰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다시 자세히 워딩을 살펴보니까 그게 아니다. 아래의 대목.

◆ 이종찬> 예. 모든 사실들을 내 가슴에만 담고 얘기를 안 하려고 사실 했어요. 또 이 말을 하는데 저 자신이 부담이 있습니다. 왜 그러느냐 하면 제 자식의 은사이고 윤 대통령의 은사인 분이 관련이 돼 있고 그분이 또한 제 친구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분의 가문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그분에게도 누가 될 것 같아서 얘기하지 말고 그냥 가슴에 담고 있자,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그런데 이게 엄청난 계획을 수반하고 있어서 부득이 제가 그것을 얘기할 수가 없어서 일단은 말씀을 드리죠. 그분은 권력의 비호를 받고 있어요, 지금. 그러니까 제가 어제 그랬어요. 그분은 독립기념관장으로 일을 하기가 어렵게 됐다.

◇ 김현정> 김형석 관장이요?

◆ 이종찬> 모든 역사학자들이 다 반대하고 모든 사람이 다 이거는 반대하고서 마치 사면초가가 됐는데 끝내 자기는 거기 앉아서 뭘 해야 되겠다, 이런 생각인데 왜 이렇게 말하자면 고집을 세울까요? 목적이 있습니다. 그분의 목적은 뭐냐. 이승만 대통령 훌륭한 분인데 그분은 이용을 해서 마치 건국 대통령으로 아주 신격화시키면서 또 한편으로는 백범 김구 선생이 고하 송진우를 죽인, 암살한 테러리스트로 전락시키려는 이 거대한 작업이 지금 진행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거대한 음모라고 앞서서 말씀하셨던 부분이 바로 그 부분인 건가요? 이승만 건국 대통령, 즉 건국절, 그리고 김구 선생은 테러리스트다, 이런 흐름으로 지금 가져가려고 하는 거다. 그 말씀을 하시는 걸까요?

◆ 이종찬> 그렇습니다. 그분이 쓴 고하 송진우와 민족운동이라는 책을 한번 보시면 거기에 이렇게 아주 이렇게 숨겨서 싹 나오는 것에 예고편처럼 보이는데 아마 15일이 되면 또 낙점돼 있는 분들이, 다 그 사람들 일당입니다. 낙점돼 있는 사람이 테러리스트 김구라는 책을 아마 시중에 쏟아낼 겁니다. 왜 자기 말로는 김구와 이승만은 우리 두 분이 우리의 국부다. 두 분을 갈라서는 안 된다. 이렇게 말을 하면서 뒤에서는 이런 장난을 할 이유가 뭐가 있어요? 저는 이것이 국민은 아직 모르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국민에게 알리는 겁니다. 한 사람은 신격화시키고 한 사람은 테러리스트로 전락시키는 이 음모를 독립운동을 한 가문에서 성장한 저로서는 이것을 용인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이번에 결심하고 이 말씀을 드리면서 하나하나 제가 진행되는 상황을 여러분께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https://www.cbs.co.kr/board/view/cbs_P000246_interview?no=168908

이 발언에서 주목할 점. 1) 윤석열, 이철우(이종찬의 아들이자 윤석열의 친구) 모두의 은사이자 이종찬의 친구인 사람이 ‘음모’와 관련돼있다. 2) 김구를 송진우를 암살한 테러리스트로 전락시키려고 한다. 3) 김형석이 그런 책을 썼다라. 이종찬 할배가 지금 이 주장을 하고 있는 건데.

일단 찾아보자. 윤통과 이철우 교수는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윤통의 석사논문 지도교수는 국제형사재판소장을 지낸 송상현 서울대 명예교수이다. 그런데 이 송상현 교수는 이철우 교수 역시 가르친 것으로 추정된다. 송상현 교수의 제자들이 메타버스(메타뻐쓰가 아니다)에 ‘송상현 타운’을 만들었다는 아래 기사를 보자.

송 전 소장의 서울대 법대 교수 시절 제자들은 지난 30여 년간 스승의 날, 연말 그리고 설날에 모임을 정기적으로 가져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지난해 예정됐던 송 전 소장의 팔순 회고록 출판기념회가 무산되자 제자들은 송상현 타운을 구상했다. 이중기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57),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60), 김상헌 우아한형제들 부회장(58), 강성 카카오 수석부사장(52), 정재훈 구글코리아 선임정책자문(57) 등 학계와 재계를 망라하는 인사들이 주축이 됐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1205/110621607/1

그런데 송상현 교수는 어떤 사람이냐, 앞서 언급된 송진우의 손자이다. 그래서 이종찬 할배가 말하는 ‘윤석열과 이철우의 은사이자 나의 친구’는 이 송상현 교수를 지칭하는 것으로 조심스럽게 추정할 수 있다.

그러면, 송상현 교수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은 어떤 사이냐? 그건 모르지. 다만 단서가 있는데, 김형석 관장이 쓴 책 중에 ‘고하 송진우와 민족운동’이라는 책이 있다는 건 이종찬 할배가 이미 밝혔지. 근데 이것만으로, 송진우 책 하나 쓰고 그 손자를 엮어서 윤석열에 접근해 내가 독립기념관장이 한 번 되어보겠다, 이런 구상이 먹힐 거라고 생각하는 건 좀 어렵잖아? 최소한 송상현 교수가 김형석이란 사람을 잘 알아서 그걸 윤통한테 추천하지 않았을까 라는 단서가 있어야지.

근데 두 사람이 꽤 오랫동안 대화를 한 기록이 있다. 아래 월간조선의 2023년 12월 기사.

지난 10월 31일 서울 마포구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무실에서 송상현(宋相現) 서울대 명예교수를 만났다. 고하의 친손자가 바로 송 교수다. 그는 지난 8월 고하가 남긴 글과 관계자료집을 집대성한 《거인의 숨결》(1128쪽)을 펴냈다. 작년에는 고하의 일대기를 담은 《독립을 향한 집념》(758쪽)을 출간했다.

고하는 결코 신탁통치에 찬성한 일도 없고 지지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다만 미군정하에서 미국과 정면으로 맞서서 정권을 내놓으라고 강요하는 것보다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독립정부를 세우고 정권을 인수해야 된다는 게 고하의 지론이었다. 이것을 찬탁으로 몰아붙인 것이다.

윤 대통령의 스승인 송 교수는 한국을 빛낸 세계적인 법학자다.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 재판관 및 재판소장(연임)을 역임했다.

윤 대통령의 신념인 자유와 민주주의는 스승인 송 교수의 가르침에서, 그리고 더 거슬러 가면, 단언컨대, 고하의 강철 같은 자유민주주의 열망이 손자인 송 교수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게다가 유년 시절, 송 교수는 조부의 비극을 가까이서 지켜보았고 지금도 트라우마로 괴로워하고 있다.

기자는 고신대 석좌교수이자 (재)대한민국역사와미래 김형석(金亨錫) 이사장의 도움을 받아 고하의 사상을 좀 더 들여다보았다. 김 이사장은 《끝나야 할 역사전쟁》 《안익태의 극일 스토리》 《광주, 그날의 진실》 《한국교회여 다시 일어나라》 《남강 이승훈과 민족운동》 등을 펴낸 역사학자다.

(…)

“막상 그런 일이 터지니까…, 아버지도 주무시다가 (사랑채로) 뛰어올라가셨는데 이미 늦었죠. 선혈이 낭자하고 우리 어머니가…, 어머니가 스무 살 남짓 새댁인데 홑이불 빨랫감을 잔뜩 들고 가서 피를 전부 다 닦아내고…. ‘애들은 보면 안 된다’고 엄명을 내려 사랑채 출입을 막았지만, 사태 수습에 정신이 없으니까 내가 쫓아가 보는 것까지 막을 수 없으셨거든요. 다 봤는데 참혹하고…, 병풍에도 피가 많이 튀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어요.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도 어쩌다가 그 장면이 좀 떠오릅니다.”

김형석 이사장은 송상현 교수의 이야기를 들은 뒤 이렇게 다시 질문했다.

“고하의 죽음이 사실은 거기에 장덕수, 여운형, 김구로 이어지는 일련의 암살 사건의 시작이었기에 당시 암살범 한현우의 배후가 누구냐를 두고 의심하는 시선이 많았습니다. 주변인의 증언과 미군정 자료를 근거로 김구가 배후라는 설, ‘임정봉대론(臨政奉戴論)’을 펴며 임정에 정치자금까지 지원해준 고하를 김구가 왜 살해했겠느냐는 설이 맞부딪치고 있습니다. 혹시 송 교수께서 들으셨거나 또 판단하시는 고하의 암살 배후를 설명해주실 수 있다면…, 이 부분이 예민한 부분이어서….”

여기서 임정봉대론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떠받들어 임정 요인들을 하루빨리 환국하도록 돕고 임정이 유일한 정권 수임 기관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말한다. 몽양의 건준(건국준비위원회)이 임정의 환국을 기다리지 않고 독주할 때에도 고하는 꿋꿋이 임정봉대론을 지켰었다. 송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국제신문》 1948년 9월 5일 자에 〈송진우 암살범 한현우(韓賢宇), 조선정판사(朝鮮精版社) 사건 박낙중(朴洛鍾) 옥중 인터뷰〉라는 기사가 실려 있지만, 그건 자기들 입장을 변명하거나 정당화하기 위해서 쓴 글이기 때문에 어디까지 믿어야 할진 모르겠고…. 백범 선생이 암살의 배후다, 뭐다 이런 얘기는 아마 당시 수도청장이 장택상(張澤相)이고 경무부장이 조병옥(趙炳玉·1894~1960년) 박사였는데 수사 책임자로서 주변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몰고 간 게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그러나 당시 재판 판결문을 보면 그 부분이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습니다.”

― 김구 배후설이 명확하지 않다는 건가요?

“네, 다 우물우물하고 넘어갔습니다. 할아버지 암살 때도 김구 배후설이 있었고, 장덕수 선생이 암살돼 재판할 때는 백범이 직접 증인으로 불려 나가 재판정에 섰을 정도입니다. 그 일련의 사정이 사람들에게 ‘아, 백범이 배후에 있었구나’ 하는 인상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을 거예요. 심지어 백범을 암살한 안두희가 출간한 책 있죠? 그 책을 보면 안두희가 백범한테 단도직입적으로 ‘고하는 왜 죽였소?’ 이렇게 물어보는 대목이 있습니다.”

(…)

김형석 이사장의 말이다.

“지금 역사학계에서 나온 논문은 대부분 좌파적인 입장에서 쓴 논문이기 때문에 고하로부터 시작되는 자유민주주의 세력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하는 좌익까지 포함하는 포용적 인물이었고, 굉장히 진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굳이 얘기하자면 중도 우파 정도의 입장에서 좌파까지 다 포용하는…. 그래서 저는 윤석열 정부의 국민 통합적 관점에서 역사를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으로서 국민통합적 모델로 볼 수 있는 역사적 인물이 고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송 교수의 답이다.

“어릴 때 할아버지 이름이 곧잘 역사책에 나왔고, 역사시험에 출제되기도 했어요. 그러나 지금 역사책을 보면 할아버지 이름이 없어. 전혀 없어요.”

(…)

요즘의 정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었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덕담을 하신다면?

“내가 결혼 주례를 했어요. 한 장관의 아내인 진은정 변호사는 법대 한 해 밑이지. 어떻게 둘이 만나서 가연(佳緣)을 맺어 주례를 하게 됐어요. 제가 아끼고 촉망 받는 제자 부부지요. 한 장관 부모님보다 진 변호사 부모님을 더 잘 알죠. 진 변호사 아버지가 검사장도 하고, 친정어머니는 내 처제와 동창이라서 잘 알죠.”

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E&nNewsNumb=202312100048

인터뷰 기사 전문을 잘 읽어보면 송진우-이승만 이렇게 동맹을 구성하려는 듯한 의도가 느껴진다. 그런 거라고 하면… 이종찬 할배의 의심은 ‘뉴라이트의 하수인들이 모종의 억울함을 갖고 있는 송진우 후손을 구워삶아 기념사업 등을 고리로 윤통에게 영향을 미치도록 하고 이승만 미화-김구 폄하의 숙원을 이루려고 한다’는 거고, 그렇게 믿는 이유가 뭔지를 조금 알 수 있을 거 같다는 느낌이다. 동후니가 어버버 하는 것에도 이유가 다 있겠지?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김구,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송상현, 송진우,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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